<이슈&인물> 벌집 건드린 주호민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07 10:41:54
  • 호수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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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필요 없고 내 자식만 소중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주호민 웹툰 작가가 자폐증을 앓는 아들의 특수교사 A씨를 고소했다. 아들 B군 가방에 숨겨둔 녹음기 속 A씨의 발언이 ‘아동학대’라는 주장이다. 주 작가는 고소에 앞서 협상조차 시도치 않았다. 누가 봐도 보복성으로 읽힌다. “경황이 없었다”는 핑계는 대중을 분노케 했다. 1000만 관객 영화 <신과 함께> 원작자의 명성도 추락하고 있다.

주호민 웹툰 작가는 지난해 9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1년 가까이 쉬쉬했던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드러났다. A씨가 주 작가 아들 B군을 훈계하다가 학대 신고로 직위서 해제된 사연이었다. 당시만 해도 B군의 아버지가 ‘웹툰 작가’라는 추측만 돌았다. 곧이어 “아빠가 주호민이고, 부부가 A씨를 고소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교실에선 
어떤 일이…

A씨는 현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A씨는 지난 1월 직위 해제됐다. 앞서 B군은 지난해 9월5일 수업 도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분리 조치됐다. 주 작가는 사건 이후 B군이 불안 증상을 보이자, A씨를 신고했다.

주 작가는 B군 가방에 넣은 녹음기로 증거를 수집했다. 녹음기에는 A씨가 B군에게 짜증을 내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B군에게 “진짜 밉상이네” “넌 ○반에도, 친구들한테도 못 가” 등의 발언을 했다. 공소장에는 “너 집에 갈 거야. 학교서 급식도 못 먹어. 왜인 줄 알아? 급식 못 먹지. 친구들을 못 만나니까” 등의 내용도 담겼다.

현행법상 제3자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한다. 다만, 검찰은 해당 녹음본이 법적 증거로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박지현 법무법인 동광 변호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아동의 연령 및 상태, 학대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는지, 녹음하는 것 외에는 범행을 밝혀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종합적으로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사건 등에서 부모의 녹음 행위는 공익성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다. 검찰은 공소장에 “(A씨가)장애인인 아동에게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고 적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전현민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서 “‘진짜 밉상이네’라는 발언은 B군에게 훈계하듯 한 것이 아니라, 교사의 혼잣말로 전후 발언이 생략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공소장에는 B군의 대답이 빠져 있다”며 “(교사의 부정적인 말만 공소장에 나오다 보니)훈육이냐, 학대냐를 다루는 사안에서, 훈육을 입증하는 부분이 아예 제외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과 동료 교사들은 아동학대는 없었다며 A씨를 옹호했다. 지난달 A씨를 위해 나선 탄원인만 300명에 육박했다. 이들은 A씨가 복직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 선처를 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일 A씨를 복직시켰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달 SNS 계정에 “한 웹툰 작가의 발달 장애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직위 해제된 경기도 한 초등학교 특수교육 선생님을 복직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폐증 아들 아동학대” 특수교사 고소
등교 가방에 녹음기 넣고 증거 수집도

임 교육감은 “이번 사건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청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가 해제되면 선생님들에게는 큰 상처가, 다른 특수 아동과 학부모분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작가는 교권침해 논란 중심에 서게 됐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사건으로 학교 내 교권에 관심이 집중된 지금 A씨를 직위해제에 이르게 한 탓이다. 녹음기 설치에 고소는 과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자 주 작가는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SNS를 통해 “(아들이)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고, 특수학급에는 장애아동만 수업을 받기에 상황을 전달받을 방법이 없었지만 확인이 필요했다”며 녹음기 설치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A씨의)직무가 정지돼 다른 학부모님들께 큰 고충을 드리게 되어 괴로운 마음뿐이다. 그래서 탄원도 하셨을 것”이라며 1차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사정을 알려드리려 했으나, 여의치 않더라.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그를 향한 비난은 식지 않았다. 주 작가의 아내 한수자 웹툰 작가가 한몫했다. 지난달 13일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A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한씨는 A씨의 처벌 의사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A씨 측 변호사도 “주씨 측에서 교사에 대한 처벌 의사가 있음을 명확하게 밝혔다”고 했다.

주 작가는 “학교 차원의 원만한 해결을 원했다”고 해명했으나, 사실과 달랐다. 피소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가 주 작가 측에 연락했지만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000만 작가
명성에 타격

까면 깔수록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자 주 작가는 2차 입장문을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저희 가족에 관한 보도들로 인해 많은 분들께 혼란과 피로감을 드렸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희 생각과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 우선 상대 선생님을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8월1일 만남을 청했다”며 “지금 만나는 것보다는 우선 저희의 입장을 공개해 주면 내용을 확인한 후 만남을 결정하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A씨와 면담 전에 법적 대응부터 한 이유에 관해 “모두 뼈아프게 후회한다. 녹음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상태서 그것이 비단 그날 하루 만의 일일까? 아이가 지속적으로 이런 상황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교사 교체 등을 원했으나 학교가 신고를 통해야 가능하다고 안내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를 대면해서 차분히 얘기를 풀어갈 자신이 없는 상태서 만났다가 오히려 더 나쁜 상황이 될까 하는 우려에서였다”고 해명했다.

A씨를 향한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A씨에게 더 큰 잘못이 있다는 듯한 뉘앙스도 풍겼다. 주 작가는 “그날의 녹음 속에는 저희 아이 외에 다른 아이를 향한 감정적 비난의 말도 담겨있었다”며 “이를 공개하면서 무언가를 하면 학부모들이 교사를 몰아내는 모양이 될 것 같고, 저희는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A씨가 다른 아이도 학대했다는 주장이다.

고소 과정서 주 작가 부부가 학교에 성교육 강사로 자신의 지인을 추천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는 교권침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거센 비난
늦은 반성

A씨는 피소된 이후 작성한 탄원서를 통해 “지난해 9월5일(B군이) 학교 오기가 무섭다고 분리 조치를 원한 ‘학교폭력’이 발생해 15일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회를 통해 통합 시간 조율, 성교육 등 해결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B군이 비장애인 학생들과 수업받는 여부를 성교육 이후 정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결국 전교생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서 주 작가 부부는 친한 성교육 강사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씨는 B군이 속한 2학년만 주 작가가 원하는 강사로 섭외했다. 지인 강사 섭외를 요청한 주 작가 부부를 향한 비난은 거셌다.

지난달 누리꾼들은 “당시 A씨가 피해자 학부모가 반발할 정도로 B군을 감싸며 선처를 구했다” “특히 주 작가의 아내가 학교나 A씨를 상대로 주말이나 밤까지 요구하는 연락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주 작가가 제출한 녹취록이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왔다. 특수교육 전문가 류재연 교수는 발달장애 선별의 필수 검사도구를 개발한 인물이다. 그가 분석한 의견서는 12쪽 분량에 달한다. 류 교수는 ‘고약하다’는 표현이 받아쓰기 교재를 따라 읽는 과정서 쓰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B군이 “(A씨가)너야, 너, 너를 얘기하는 거야”라는 표현에도 즉각 대답한 것을 두고 아동학대로 인식한 정황이 없다고 봤다. 

“강력 처벌” 요구한 부부
해명 기회조차 주지 않아

A씨가 “너희 반 못 간다”고 말하자 B군은 “왜 못 가?”라고 질문한 내용도 언급했다. 당시 A씨는 B군이 신체를 노출한 일을 언급하며 이유를 말했다. 이에 류 교수는 ‘단호하고 명확한 질문 몇 마디로 의미 있는 훈육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당시 상황서 불필요한 잔소리는 없었다고 봤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존대어를 유지한 점 등도 아동학대와 연관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비판 여론에 못 이긴 주 작가는 A씨에 관해 ‘선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 지금 이 상황서라도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씨에 대한 3차 공판은 오는 28일 수원지법서 예정돼있다. 이날 공판에는 A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질 전망이다. 몰래 녹취한 것을 두고 재판부가 증거 능력으로 인정할지, A씨의 아동학대가 인정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주 작가는 가장 성공한 웹툰 작가 중 하나다. 군 복무 이전에 단순 취미 삼아 만화를 시작했다. 2005년 자신의 군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짬>을 연재하면서 만화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짬>으로 그는 2006년 독자만화대상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이어 88만원 세대의 꿈과 현실을 다룬 <무한동력> 등을 연재해 호평받았다.

이후 불교적 세계관과 한국 신화를 다룬 <신과 함께>를 연재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 작품으로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대상(대통령상)까지 거머쥐었다. 영화화된 <신과 함께>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주씨는 영화 <신과 함께>가 흥행하자 수십억원대 판권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2~3년 이내에 출시된 웹툰의 영상화 판권료는 전체 제작비의 5% 수준으로 책정된다. <신과 함께>의 총제작비는 4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주 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수입에 대해 “다음 만화를 준비할 때까지 일 안해도 살 수 있는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교권침해
논란 와중에…

웹툰 작가들의 억대 연봉은 다수의 팬을 확보한 작가들에 국한된 사례다. 주 작가는 대중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데뷔작 <짬>은 현역병들의 공감을 크게 얻어냈다. <신과 함께>는 사후세계에 대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단순한 그림체 대신 섬세한 표현 능력은 웹툰 작가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주 작가가 방송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배성재의 텐>은 주호민 고정 코너의 방송을 보류했다. 지난 4일 방영 예정이었던 tvN <라면꼰대 여름캠프>도 방영이 불발됐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호민 천안함 그림 재조명

주호민은 2011년 천안함 피격 사건을 조롱한 그림을 그려 9년 만에 사과했다.

그는 <딴지일보>서 출시한 ‘가카헌정달력’에 실린 삽화에 검은색 잠수복을 입은 사람이 북한 인공기가 그려진 어뢰에 탑승한 모습을 그렸다.

그 옆엔 헤엄치는 인어와 ‘판타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딴지일보>는 진보 성향 방송인인 김어준이 만든 매체다.

이후 2020년 9월 주 작가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제가 과거에 했던 말들이 잘못된 게 당연히 많다. 실수도 너무 많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것이 많다. ‘왜 했었나’ 싶은 것도 많다”고 후회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 잘못한 걸 알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면 좋겠다. 안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하는데 종종 실수를 한다”고 간청했다.

당시 전중영 천안함예비역전우회장은 그의 사과 소식을 전하며 “당신 김어준한테 이용당한 거야”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그의 과거 행적과 최근 사건을 비교하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남한테는 사과하는 데 9년 걸리지만 자기 아들한테 뭐라 하면 바로 법적 응징하냐”며 “교사에게 9년 정도 사과할 수 있는 시간을 줘라”고 꼬집었다.

주 작가는 논란 속에서도 인기를 이어갔다. 2017년 한국웹툰작가협회의 부회장을 맡으면서 권위를 공고히 했다.

2018년에는 이말년(본명 이병건) 작가의 200만 유튜브 채널에 얼굴을 비추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해 하반기 무렵부터는 고정 게스트로 자리 잡았다.

매주 월요일에 출연해 토크를 이어갔는데 반응이 좋았다. 게임 등 다방면에서 이말년과 케미를 보여주며 팬층을 확보했다.

이말년이 언급하길, 주호민이 나온 날은 기본 10만 조회수를 찍는다고 했다.

그해 7월, 온라인 라디오 방송 <펄이 빛나는 밤>을 시작했다.

후원과 광고가 없는 깔끔함이 특징이다. 주로 음악과 주변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행한다.

생방송 시간은 주로 자정 전후다. 밤에 걸맞은 잔잔한 목소리와 노래들이 특징이다.

신나는 노래보다는 새벽에 듣는 청취자를 배려한 이른바 감성 음악들이 나온다. 노래가 끝나고 이야기를 시작할 때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반응이 좋아 수천명대 시청자가 몰렸다. 이후 시청자들의 신청곡도 섞어 선곡했다. 여타 일반적인 라디오 방송보다 노래가 좋다고 호평이 많다. 배성재 아나운서, 윤태진 아나운서도 출연한 바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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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