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벌집 건드린 주호민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07 10:41:54
  • 호수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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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필요 없고 내 자식만 소중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주호민 웹툰 작가가 자폐증을 앓는 아들의 특수교사 A씨를 고소했다. 아들 B군 가방에 숨겨둔 녹음기 속 A씨의 발언이 ‘아동학대’라는 주장이다. 주 작가는 고소에 앞서 협상조차 시도치 않았다. 누가 봐도 보복성으로 읽힌다. “경황이 없었다”는 핑계는 대중을 분노케 했다. 1000만 관객 영화 <신과 함께> 원작자의 명성도 추락하고 있다.

주호민 웹툰 작가는 지난해 9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1년 가까이 쉬쉬했던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드러났다. A씨가 주 작가 아들 B군을 훈계하다가 학대 신고로 직위서 해제된 사연이었다. 당시만 해도 B군의 아버지가 ‘웹툰 작가’라는 추측만 돌았다. 곧이어 “아빠가 주호민이고, 부부가 A씨를 고소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교실에선 
어떤 일이…

A씨는 현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A씨는 지난 1월 직위 해제됐다. 앞서 B군은 지난해 9월5일 수업 도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분리 조치됐다. 주 작가는 사건 이후 B군이 불안 증상을 보이자, A씨를 신고했다.

주 작가는 B군 가방에 넣은 녹음기로 증거를 수집했다. 녹음기에는 A씨가 B군에게 짜증을 내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B군에게 “진짜 밉상이네” “넌 ○반에도, 친구들한테도 못 가” 등의 발언을 했다. 공소장에는 “너 집에 갈 거야. 학교서 급식도 못 먹어. 왜인 줄 알아? 급식 못 먹지. 친구들을 못 만나니까” 등의 내용도 담겼다.

현행법상 제3자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한다. 다만, 검찰은 해당 녹음본이 법적 증거로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박지현 법무법인 동광 변호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아동의 연령 및 상태, 학대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는지, 녹음하는 것 외에는 범행을 밝혀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종합적으로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사건 등에서 부모의 녹음 행위는 공익성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다. 검찰은 공소장에 “(A씨가)장애인인 아동에게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고 적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전현민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서 “‘진짜 밉상이네’라는 발언은 B군에게 훈계하듯 한 것이 아니라, 교사의 혼잣말로 전후 발언이 생략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공소장에는 B군의 대답이 빠져 있다”며 “(교사의 부정적인 말만 공소장에 나오다 보니)훈육이냐, 학대냐를 다루는 사안에서, 훈육을 입증하는 부분이 아예 제외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과 동료 교사들은 아동학대는 없었다며 A씨를 옹호했다. 지난달 A씨를 위해 나선 탄원인만 300명에 육박했다. 이들은 A씨가 복직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 선처를 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일 A씨를 복직시켰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달 SNS 계정에 “한 웹툰 작가의 발달 장애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직위 해제된 경기도 한 초등학교 특수교육 선생님을 복직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폐증 아들 아동학대” 특수교사 고소
등교 가방에 녹음기 넣고 증거 수집도

임 교육감은 “이번 사건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청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가 해제되면 선생님들에게는 큰 상처가, 다른 특수 아동과 학부모분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작가는 교권침해 논란 중심에 서게 됐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사건으로 학교 내 교권에 관심이 집중된 지금 A씨를 직위해제에 이르게 한 탓이다. 녹음기 설치에 고소는 과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자 주 작가는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SNS를 통해 “(아들이)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고, 특수학급에는 장애아동만 수업을 받기에 상황을 전달받을 방법이 없었지만 확인이 필요했다”며 녹음기 설치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A씨의)직무가 정지돼 다른 학부모님들께 큰 고충을 드리게 되어 괴로운 마음뿐이다. 그래서 탄원도 하셨을 것”이라며 1차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사정을 알려드리려 했으나, 여의치 않더라.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그를 향한 비난은 식지 않았다. 주 작가의 아내 한수자 웹툰 작가가 한몫했다. 지난달 13일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A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한씨는 A씨의 처벌 의사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A씨 측 변호사도 “주씨 측에서 교사에 대한 처벌 의사가 있음을 명확하게 밝혔다”고 했다.

주 작가는 “학교 차원의 원만한 해결을 원했다”고 해명했으나, 사실과 달랐다. 피소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가 주 작가 측에 연락했지만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000만 작가
명성에 타격

까면 깔수록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자 주 작가는 2차 입장문을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저희 가족에 관한 보도들로 인해 많은 분들께 혼란과 피로감을 드렸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희 생각과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 우선 상대 선생님을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8월1일 만남을 청했다”며 “지금 만나는 것보다는 우선 저희의 입장을 공개해 주면 내용을 확인한 후 만남을 결정하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A씨와 면담 전에 법적 대응부터 한 이유에 관해 “모두 뼈아프게 후회한다. 녹음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상태서 그것이 비단 그날 하루 만의 일일까? 아이가 지속적으로 이런 상황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교사 교체 등을 원했으나 학교가 신고를 통해야 가능하다고 안내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를 대면해서 차분히 얘기를 풀어갈 자신이 없는 상태서 만났다가 오히려 더 나쁜 상황이 될까 하는 우려에서였다”고 해명했다.

A씨를 향한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A씨에게 더 큰 잘못이 있다는 듯한 뉘앙스도 풍겼다. 주 작가는 “그날의 녹음 속에는 저희 아이 외에 다른 아이를 향한 감정적 비난의 말도 담겨있었다”며 “이를 공개하면서 무언가를 하면 학부모들이 교사를 몰아내는 모양이 될 것 같고, 저희는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A씨가 다른 아이도 학대했다는 주장이다.


고소 과정서 주 작가 부부가 학교에 성교육 강사로 자신의 지인을 추천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는 교권침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거센 비난
늦은 반성

A씨는 피소된 이후 작성한 탄원서를 통해 “지난해 9월5일(B군이) 학교 오기가 무섭다고 분리 조치를 원한 ‘학교폭력’이 발생해 15일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회를 통해 통합 시간 조율, 성교육 등 해결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B군이 비장애인 학생들과 수업받는 여부를 성교육 이후 정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결국 전교생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서 주 작가 부부는 친한 성교육 강사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씨는 B군이 속한 2학년만 주 작가가 원하는 강사로 섭외했다. 지인 강사 섭외를 요청한 주 작가 부부를 향한 비난은 거셌다.

지난달 누리꾼들은 “당시 A씨가 피해자 학부모가 반발할 정도로 B군을 감싸며 선처를 구했다” “특히 주 작가의 아내가 학교나 A씨를 상대로 주말이나 밤까지 요구하는 연락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주 작가가 제출한 녹취록이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왔다. 특수교육 전문가 류재연 교수는 발달장애 선별의 필수 검사도구를 개발한 인물이다. 그가 분석한 의견서는 12쪽 분량에 달한다. 류 교수는 ‘고약하다’는 표현이 받아쓰기 교재를 따라 읽는 과정서 쓰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B군이 “(A씨가)너야, 너, 너를 얘기하는 거야”라는 표현에도 즉각 대답한 것을 두고 아동학대로 인식한 정황이 없다고 봤다. 

“강력 처벌” 요구한 부부
해명 기회조차 주지 않아

A씨가 “너희 반 못 간다”고 말하자 B군은 “왜 못 가?”라고 질문한 내용도 언급했다. 당시 A씨는 B군이 신체를 노출한 일을 언급하며 이유를 말했다. 이에 류 교수는 ‘단호하고 명확한 질문 몇 마디로 의미 있는 훈육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당시 상황서 불필요한 잔소리는 없었다고 봤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존대어를 유지한 점 등도 아동학대와 연관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비판 여론에 못 이긴 주 작가는 A씨에 관해 ‘선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 지금 이 상황서라도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씨에 대한 3차 공판은 오는 28일 수원지법서 예정돼있다. 이날 공판에는 A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질 전망이다. 몰래 녹취한 것을 두고 재판부가 증거 능력으로 인정할지, A씨의 아동학대가 인정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주 작가는 가장 성공한 웹툰 작가 중 하나다. 군 복무 이전에 단순 취미 삼아 만화를 시작했다. 2005년 자신의 군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짬>을 연재하면서 만화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짬>으로 그는 2006년 독자만화대상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이어 88만원 세대의 꿈과 현실을 다룬 <무한동력> 등을 연재해 호평받았다.

이후 불교적 세계관과 한국 신화를 다룬 <신과 함께>를 연재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 작품으로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대상(대통령상)까지 거머쥐었다. 영화화된 <신과 함께>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주씨는 영화 <신과 함께>가 흥행하자 수십억원대 판권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2~3년 이내에 출시된 웹툰의 영상화 판권료는 전체 제작비의 5% 수준으로 책정된다. <신과 함께>의 총제작비는 4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주 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수입에 대해 “다음 만화를 준비할 때까지 일 안해도 살 수 있는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교권침해
논란 와중에…

웹툰 작가들의 억대 연봉은 다수의 팬을 확보한 작가들에 국한된 사례다. 주 작가는 대중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데뷔작 <짬>은 현역병들의 공감을 크게 얻어냈다. <신과 함께>는 사후세계에 대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단순한 그림체 대신 섬세한 표현 능력은 웹툰 작가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주 작가가 방송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배성재의 텐>은 주호민 고정 코너의 방송을 보류했다. 지난 4일 방영 예정이었던 tvN <라면꼰대 여름캠프>도 방영이 불발됐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호민 천안함 그림 재조명

주호민은 2011년 천안함 피격 사건을 조롱한 그림을 그려 9년 만에 사과했다.

그는 <딴지일보>서 출시한 ‘가카헌정달력’에 실린 삽화에 검은색 잠수복을 입은 사람이 북한 인공기가 그려진 어뢰에 탑승한 모습을 그렸다.

그 옆엔 헤엄치는 인어와 ‘판타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딴지일보>는 진보 성향 방송인인 김어준이 만든 매체다.

이후 2020년 9월 주 작가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제가 과거에 했던 말들이 잘못된 게 당연히 많다. 실수도 너무 많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것이 많다. ‘왜 했었나’ 싶은 것도 많다”고 후회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 잘못한 걸 알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면 좋겠다. 안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하는데 종종 실수를 한다”고 간청했다.

당시 전중영 천안함예비역전우회장은 그의 사과 소식을 전하며 “당신 김어준한테 이용당한 거야”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그의 과거 행적과 최근 사건을 비교하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남한테는 사과하는 데 9년 걸리지만 자기 아들한테 뭐라 하면 바로 법적 응징하냐”며 “교사에게 9년 정도 사과할 수 있는 시간을 줘라”고 꼬집었다.

주 작가는 논란 속에서도 인기를 이어갔다. 2017년 한국웹툰작가협회의 부회장을 맡으면서 권위를 공고히 했다.

2018년에는 이말년(본명 이병건) 작가의 200만 유튜브 채널에 얼굴을 비추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해 하반기 무렵부터는 고정 게스트로 자리 잡았다.

매주 월요일에 출연해 토크를 이어갔는데 반응이 좋았다. 게임 등 다방면에서 이말년과 케미를 보여주며 팬층을 확보했다.

이말년이 언급하길, 주호민이 나온 날은 기본 10만 조회수를 찍는다고 했다.

그해 7월, 온라인 라디오 방송 <펄이 빛나는 밤>을 시작했다.

후원과 광고가 없는 깔끔함이 특징이다. 주로 음악과 주변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행한다.

생방송 시간은 주로 자정 전후다. 밤에 걸맞은 잔잔한 목소리와 노래들이 특징이다.

신나는 노래보다는 새벽에 듣는 청취자를 배려한 이른바 감성 음악들이 나온다. 노래가 끝나고 이야기를 시작할 때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반응이 좋아 수천명대 시청자가 몰렸다. 이후 시청자들의 신청곡도 섞어 선곡했다. 여타 일반적인 라디오 방송보다 노래가 좋다고 호평이 많다. 배성재 아나운서, 윤태진 아나운서도 출연한 바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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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