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합의금 시달리는 교사 사연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28 16:33:38
  • 호수 1438호
  • 댓글 4개

선생님에 거짓말 탐지기 들이댄 이유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이초 사건이 남 일 같지 않아요. 자살 시도하고 이틀 만에 깨어났어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함명규씨의 고백이다. 졸지에 아동학대 교사로 몰린 그는 충격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초등학생 제자의 폭력 행위를 제지한 것이 화근이었다. 신고가 접수된 후부터 그는 이미 피의자였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교내서 숨졌다. 타살 정황이 없어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됐다. 원인을 놓고 학부모의 갑질 등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관련 학부모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교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서이초등학교 사건이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비슷한 일을 겪은 함명규 교사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새내기 교사가 아닌 저처럼 늙은 교사가 죽었어야 했다”며 “억울한 교사들이 합심해 교권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무고함을 증명할 기회는 ‘거짓말 탐지기’가 유일했다.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이기심을 버리고 집단지성을 통해 갈등을 극복해야 할 시기다.

“죽어야 
끝난다”

함 교사는 지난해 경기도 파주시 한 초등학교서 2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해 5월20일 자신의 제자 A군이 4학년 B군을 놀이터서 때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관계를 묻자 A군은 ‘형들이 모함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B군의 담임은 물론, 교감까지 진상 규명에 나섰다. 경찰 입회하에 양측 부모는 CCTV 확인 후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그때까지도 A군을 자식처럼 여겼던 함 교사는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가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법령에만 맞춰진 학폭위는 교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어린 나이를 감안해 교사의 지도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함 교사는 B군 부모에게 학폭위 구성만큼은 참아달라고 애원했다.


자신을 탓하며 거듭 사과했다. 돌이켜보면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B군의 부모는 재발 방지와 사과만을 요청했다. 함 교사의 진심이 통한 건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함 교사는 A군에게 사과 편지를 작성하게 했다. 당사자 간의 손편지를 통해 화해를 유도한 것이다. A군은 3일 동안 사과 편지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참다못한 함 교사는 A군에게 교실 뒤에서 편지를 쓰게 했다. 당시 A군은 스스로 무릎을 꿇은 채 편지를 썼다.

무릎을 왜 꿇냐고 묻자 A군은 “잘못했으니 무릎 꿇어야 한다”고 답했다. 가학적 태도를 미뤄보아 학대가 의심됐지만 넘어갔다. 

마지못해 A군이 쓴 편지에는 “4학년 형(B군)이 놀려서 그랬다. 앞으로 놀리지 말라”는 내용이 담겼다. 5개월 후 A군과 부모의 태도는 돌변했다. 이들은 함 교사가 A군을 훈계하면서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담임 교체를 요구했지만, 목 조른 사실이 없어 이뤄지지 않았다.

급기야 국민신문고에 함 교사가 아동학대 교사라는 글이 올라왔다. 장학사까지 나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아동학대 교사로 의심받으면서 A군을 보호 조치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분리조치된 함 교사는 병가를 냈다.

아동학대범으로 몰려 경찰 출동
‘누가 거짓말 하나’ 극단적 선택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군 부모는 “아이에게 사과 편지를 쓰게 했고, 수업서 배제했다”며 함 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A군을 무릎 꿇게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동학대범 피의자로 확정된 순간이었다. A군이 스스로 무릎 꿇는 모습을 본 동급생 C군은 함 교사가 시킨 것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조사 과정서 경찰은 “5개월 전 사건이고, 초등학생이 한 말은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A군의 일방적인 주장과 달리 함 교사의 유리한 증언들은 묵인됐다. 지난해 10월 함 교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1차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경기북부경찰청은 “A군을 무릎 꿇린 적 없다”는 주장을 믿지 않았다. 경찰은 함 교사에게 ‘거짓말탐지기’로 판단하자고 했다. 아동학대범으로 몰린 함 교사의 존엄성마저 무너졌다. 지난해 11월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함 교사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함 교사는 재차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됐다. 거짓말탐지기는 피검자의 생리적 변화를 기계로 측정·기록한 후, 진술의 진위 여부를 추론하는 심리분석 기법이다. 그만큼 오차범위도 넓다.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아동보호재판서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무고를 증명할 수 없다는 박탈감이 몰려왔다. 함 교사는 유서를 작성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틀 만에 깨어난 함 교사는 12월 경기북부청서 2차 조사를 통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파주교육지원청은 함 교사를 두고 경징계 위원회를 열었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동학대 교사로 간주했다. 다행히 그간의 공로와 적극적인 해명으로 경고에 그쳤다. 함 교사의 죄목은 정서학대 및 수업 배제였다. 함 교사는 상담 기록과 녹음, 사진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돈 노리고
고의 신고

하지만, 아동학대 교사를 향한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아동보호재판을 앞둔 함 교사는 당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아동학대 신고 피해 교사를 위한 모임’ 카페를 운영 중이다. 

함 교사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제 실명을 거론해달라. 이 기회를 통해 무고한 교사들의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겨우 살아났지만, 여전히 깊게 잠들지 못한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일부 교사들은 함 교사 사건을 보며 공감했다. 이들은 “무죄를 입증하는 건 증거가 있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경기도 고양시의 한 교사는 아동학대 피의자로 몰려 학부모에게 합의금 1000만원을 줬다. 

문제는 합의금을 주면 혐의를 인정한 꼴이 된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교사’라는 꼬리표도 따라붙는다. 변호사를 선임한 교사는 혐의를 부인하는 가해자로 인식돼 재판서 불리하다. 아동학대 신고는 여러 모로 교사에게 불리하다. 이에 따라 합의금을 노리고 무작정 신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아동학대 교사라는 오명과 싸워 이긴 교사도 있다. 지난해 4월 광주 한 초등학교의 윤수연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다. 

윤 교사는 학생 간 싸움을 멈추고자, 책상을 고의로 넘어뜨리고 성의 없는 반성문을 찢었다. 경찰은 이를 정서적 학대로 보고 불구속 송치했다. 이에 검찰은 공개심의위원회 판단까지 거쳐 윤 교사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학부모는 이에 항고장까지 냈다. 광주고검은 “학부모가 낸 추가 증거를 검토해도 지검의 판단이 정당했다”며 ‘항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윤 교사를 상대로 학부모가 낸 3200만원 손해배상 민사소송도 기각됐다. 1년3개월 만에 아동학대 교사라는 낙인을 지울 수 있었다.

윤 교사는 “오랜 고생을 견디고 싸웠는데 서이초 교사 소식을 들으니 ‘내가 지금까지 한 게 뭐였나’라는 허탈함이 느껴져 힘들었다”고 말했다. 

잠재적
가해자

학부모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을 때 주위에선 적당히 합의하라고 윤 교사를 설득했다. 교권 붕괴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끝까지 싸웠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교단은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사례들로 넘쳤다. 교사가 학부모에 건네는 합의금으로 조용히 덮어졌다.

윤 교사는 뜯어고치기로 했다. 법정 다툼을 택한 윤 교사는 “고소당한 뒤, 아이들을 지도할 때면 계속 자기 검열을 하게 됐다”며 “‘괜히 또 그런 얘기를 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억울함은 풀렸지만, 여전히 악성 민원이 무섭다. 학생 생활지도도 자신이 없어 당분간 담임을 맡지 못할 것 같다고도 했다. 윤 교사가 누명을 벗기까지 주변에서 보낸 많은 지지가 있었다. 제자, 학부모, 동료 교사들이 그를 위해 1800건 이상 탄원서 제출과 연명에 나섰다.


6학년 제자들은 재판부와 검사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학부모와의 법정 공방서 교사는 불리한 입장이다. 

윤 교사는 지금도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동료 교사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윤 교사는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을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학부모의 민원 녹취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운영진이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학생들의 일탈, 폭력 행위까지 제지하는 건 교사에게 무리한 처사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 발생한 문제로 합의금을 제시하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 대다수의 학교장들은 교사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학부모에 합의금 주고 사과하라”고 대답한다. 교사를 보호해야 할 학교장이 ‘학교 평판’에만 몰두한 결과다. 

형식적으로는 교권침해가 발생하면 교사들은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를 개최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교보위 개최 권한은 학교장에게 일임돼있다. 대부분 학교장은 교보위를 열지 않고 민원인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지시한다. 교사 월급에 합의금까지 내면 당장 생활고에 시달린다.

서이초 교사도 생전에 동료 교사들에게 악성 민원으로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가정폭력도 담임 책임이라고?
싸움 말리면 학대 놔두면 방임

황봄이 경기교사노조 교권보호국장은 “학교장 등 관리자들이 선제적으로 민원 내용을 듣고 먼저 중재해줘야 ‘서이초’ 같은 사건을 막을 수 있다”며 “학교장 등은 고연차라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교사들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단체 등도 학부모 악성 민원을 교장·교감이 적극 개입해 해결하도록 하는 ‘민원 창구 통일’ 등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지난 26일,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현장 교사들과의 간담회 직후 “악성 민원 접수 체제를 정비하고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지난 27일, 교사들은 교권침해의 원인은 잘못된 아동학대법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지도를 해도, 학대 신고를 남발해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열린 간담회서 이 장관은 “교권침해를 제때 막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현장 교사들의 첫 번째 요구는 아동 학대법 개정이었다.

이날 10년 차 초등 교사는 “선생님, 학부모님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어떠한 보완장치 같은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교사노조가 최근 나흘간 접수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제보는 1848건이다. 서울 교사들은 교권침해는 제도적인 문제라며 폭넓은 의견 수렴을 요구했다.

학교폭력 발생 장소의 무한정성에 관한 문제도 제기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을 지적했다. 해당 법은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행위에 의한 피해’를 의미한다. 학교 ‘외’가 포함되면서 교사의 개입 권한이 모호해진다.

‘방학 중 아파트 놀이터서 싸운 사례’ ‘학원서 학생끼리 싸운 사례’ ‘집에서 부모와 학생이 싸운 사례’도 학폭 신고 대상이 된다. 

장소보다 ‘학생’이라는 주체 및 객체를 기준으로 뒀다. 교사가 볼 수 없는 상황서 일어난 사건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간 학교 ‘외’는 제외해야 한다는 수많은 의견이 제기됐다. 청원인은 현재의 아동학대법은 신고당한 교사에게 ‘유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악법으로 규정했다. 현행 아동학대법서의 학대 행위는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로 나뉜다. 

압박하고 
괴롭히고

정서적 학대에 관해 청원인은 “의미가 모호해 학부모가 교사를 압박하고 괴롭히는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적었다. 이는 명백한 교사에 대한 인권 침해다. 헌법에 보장된 무죄추정원칙을 무시하는 반헌법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해당 청원은 지난 23일, 5만명의 동의를 얻어 청원 접수 요건을 충족했다. 국회 교육위원회서 채택될 경우, 본회의에 부의돼 심의 의결을 거치게 된다.

한 교사는 <일요시사>와 한 인터뷰서 교권 붕괴에 관해 “싸움 말리면 학대, 놔두면 방임, 뛰지 말라고 말하면 학대, 뛰다 넘어져서 다치면 방임, 큰소리 내면 학대, 작은 소리로 말하면 방임”이라고 토로했다. 교사들이 권위를 되찾겠다는 게 아니다. 훈육도 중요하지만, 법에 오점이 있다는 의미다. 아동학대법 개정으로 교권회복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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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