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성북동 빌라 사기 의혹

서민들 등친 ‘성북 중개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내 집’에 대한 소시민의 열망은 남다른 데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집’이 갖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불과 몇 년 새 부동산시장이 변화를 거듭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속출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검은 손’의 수법은 교묘해지고 규모도 커지는 모양새다. 

어느 정부에서든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정책 중 하나가 ‘집값 안정’이다. 부동산시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곤 한다. 정부에서 부동산정책을 펼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정책에 따라 한 번 요동치기 시작한 시장은 쉽사리 그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다. 

올랐다
내렸다

‘부동산은 심리’라는 표현처럼 휩쓸리는 순간 호랑이 등에 탄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 시절 20번이 넘는 부동산정책이 실패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열풍을 넘어 광풍이 한국 사회를 덮쳤다. 근로소득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주식, 코인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주식과 코인 시장이 정세에 따라 널을 뛰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끊임없이 ‘우상향’을 거듭하던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열기가 대단했다. 지금 이 순간 집을 사지 않으면 뒤떨어진다는 생각에 ‘영혼까지 끌어 모아(영끌)’ 투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부동산이 사람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도구가 된 것이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은행 대출로 집을 산 영끌족은 높아진 대출금리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주택자, 실거주 1주택자, 무주택자 등이 정부 정책에 따라 상황이 뒤바뀌었다. 호랑이 등에 탄 사람은 내리질 못하고 호랑이 등에 올라타려던 사람은 걸음을 멈추는 형국이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다양한 부작용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G빌라를 둘러싸고 ‘분양사기’ 의혹이 불거졌다. G빌라는 2021년 12월 지상 5층, 16세대 규모로 지어진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2층부터 5층까지 각 층별로 4세대가 입주할 수 있다.

건축업자 홍씨가 직접 분양한 2세대를 제외한 14세대 가운데 6세대의 매수인이 분양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건물을 시공한 건축업자, 건물의 소유권을 가진 건물주 등을 고소했다.

A씨 등 2명은 지난해 5월 공인중개사 김모씨를 사기죄로 처벌해달라며 서울 성북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달에는 B씨 등 4명이 김씨와 건축업자 홍모씨, 건물주 김모씨 등을 사기죄와 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고소했다. 특히 공인중개사 김씨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을 추가했다. 

매매대금 공인중개사 계좌로
믿었는데 소유권 이전 안 돼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건의 고소장은 고소 주체, 피고소 주체, 범죄 혐의 등은 조금씩 달랐지만 내용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돈을 냈지만 내 집 마련에는 실패했다는 것. 즉 계약금, 중도금 등 돈은 치렀지만 집의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매수인의 돈은 매도인이 아닌 공인중개사와 건축업자의 계좌로 들어갔다. 

A씨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김씨는 “매매대금을 자신에게 입금하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자신이 소유권을 가진 건물주 김씨로부터 건물 매매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 김씨는 성북구에서만 30년 가까이 중개업을 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공인중개사 김씨의 말을 믿고 건물 매매대금 4억4000만원 중 1억2000만원을 기존 수분양자에게, 1억원을 김씨에게 직접 송금했다. 남은 2억2000만원은 A씨가 소유권을 취득한 뒤 전세를 놓고 그 전세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차용증을 작성했다. A씨는 매매대금 4억4000만원을 다 치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까지 완료해주겠다고 했던 소유권 이전은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건물주 김씨가 G빌라를 담보로 매매대금을 상회하는 대출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소유권을 이전받는다 해도 근저당이 잔뜩 설정된 이른바 ‘깡통 건물’을 갖게 되는 셈이다. 

14세대 중
6세대 고소

B씨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치렀지만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했다. 이들도 건물주 김씨가 아닌 공인중개사 김씨와 건축업자 홍씨에게 매매대금을 넣었다. B씨 등은 “분양계약을 진행할 당시 매도인(건물주 김씨)이 1차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준공 후 건물을 담보로 2차 대출을 받아 토지상의 PF 대출금을 상환해 근저당을 말소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차 대출금은 매수인의 잔금(세입자로부터 받을 전세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하고 그 원금은 건축업자 홍씨가 책임지고 상환하며 이자 역시 홍씨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절차대로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잔금(전세금)을 받아 근저당권을 말소한 후 소유권 이전을 했으면 됐다는 것. 

문제가 된 부분은 건물을 담보로 한 2차 대출금이다. G빌라 토지에는 경기남부수협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39억2400만원(채권최고액), 공인중개사 김씨가 설정한 10억원의 근저당권과 또 다른 인물이 설정한 6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있었다.

해당 근저당권은 지난해 3월30일 한 번에 해지되는데 G빌라 건물을 담보로 2차 대출금을 받아 변제한 것이다. 

현재 G빌라 등기부등본상에는 도림신협과 든솔신협이 공동근저당권자로 설정돼있다. 각각 채권최고액은 24억9600만원, 24억원 등 48억9600만원에 이른다. 고소인은 건물주 김씨 등이 잔금 이상의 대출금을 받아 세대별 부담이 최고액 기준으로 3억5000만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서 전세 세입자를 구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이 과정에서 건물주 김씨는 물론 건축업자 홍씨, 공인중개사 김씨 등이 고소인의 동의 없이 필요 이상의 대출을 받고 공동근저당권을 설정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공인중개사 김씨의 경우 공인중개사로서 분양 계약 당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는 점을 들어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동의 없이
설명 없이

공인중개사법 제25조(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중개가 완성되기 전 ▲해당 중개대상물의 상태·입지 및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 사항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등에 대해 중개의뢰인에게 성실·정확하게 설명하고 토지대장 등본 또는 부동산 종합증명서, 등기사항증명서 등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고소인은 피고소인이 G빌라뿐만 아니라 성북구 여러 지역에 신축 건물을 세우는 과정에서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건축업자 홍씨가 건물주 김씨를 앞세워 대출을 일으키게 한 뒤 건물을 세우고 공인중개사 김씨는 여기에 투자를 하고 중개 및 분양업무를 맡고 있다는 주장이다. 

B씨 등은 “공인중개사 김씨는 단순히 중개업무만 한 게 아니고 여러 개의 분양사업 전반에 금전적으로 투자 등의 관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인중개사 김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G빌라 토지 매입 당시 10억원 이상의 돈을, 또 다른 건물 건축 과정에도 돈을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G빌라 건축 과정에서 돈을 투자했는데 이를 다 돌려받지 못해 매매대금으로 처리하기로 매도인(건물주 김씨)과 얘기가 된 상태였다. 계약서에도 특약사항에 이 같은 내용을 넣었고 그대로 이행한 것인데 고소가 들어와 억울하다. 공인중개사는 모두 근거를 남겨야 되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매수인에게 매매대금을 직접 받은 것은 건물주 김씨, 건축업자 홍씨 등과의 채무를 변제하는 과정이었다는 주장이다.


대출금, 잔금보다 많아
깡통 건물에 경매 위기

G빌라 분양계약서에 따르면 특약사항3에 공인중개사 김씨의 계좌가 기재돼있고 ‘채권자로서 채권금액을 회수하는 것임(토지에 근저당 10억원이 설정됨)’이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고소인은 별도 특약사항을 언급했다. 별도 특약사항3에 따르면 ‘통대출(2차 대출) 후 은행 채무에 대해서는 채무자 홍○○님이 책임지고 이자부담은 물론 상환 말소해야 한다. 늦어도 전세 잔금시까지는 상환 말소해 수분양자와 전세 입주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문구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김씨가 주장하는 채무관계는 김씨와 건축업자 홍씨 혹은 건물주 김씨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해당 채무관계가 제3자인 매수인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을 근거는 될 수 없다”며 “공인중개사 김씨는 건물주 김씨의 대리인으로 대금을 수령하는 것이라 했고 매수인은 공인중개사 김씨가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리라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 싸움에서는 매수인이 공인중개사·건축업자·건물주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신협에서 일으킨 2차 대출금 이자를 납부하지 않으면서 경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심지어 건물주 김씨는 현재 세금 체납 상태다. 최초 고소를 진행한 A씨 등은 가처분 금지 설정을 해둔 상황이지만 경매는 해당 사항이 없다.

여기에 경찰 수사는 더딘 상태다. 이 사건은 성북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에서 수사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최초 고소 이후 9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공인중개사 김씨는 1차례 조사를 받고 자료를 제출한 뒤 이후 조사를 받지 않았다. 수사 상황을 묻기 위해 성북경찰서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다. 

한 법조인은 “공인중개사는 중개업무를 잘하면 되는데 김씨는 준시행업자 역할까지 하려 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피해를 본 세대끼리 처음부터 공동 대응을 했더라면 경찰 수사가 이렇게 지지부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경찰 수사가 늦어질수록 없는 쪽이 더 피해를 보는 구조다. 빠른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 9개월째
사건 뭉개나?

고소인도 “경찰이 9개월 동안 사건을 뭉개고 있는 동안 어딘가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피고소인에 대한 압수수색·구속수사·출국금지가 필요하다”며 “최근 변호사가 수사 지연에 대해 항의하자 그제야 조금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건축업자-건물주-공인중개사 3각 관계?

동업자서 원수로?

서울 성북구 성북동 G빌라를 둘러싼 고소전은 매수인과 건축업자·건물주·공인중개사 사이에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다. 건물주 김모씨가 공인중개사 김모씨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한 것. 건물주 김씨는 지난해 5월 매수인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공인중개사 김씨의 횡령, 사문서 위조 증거가 있어 고소·고발 중에 있다”고 기재했다. 

공인중개사 김씨 역시 건물주 김씨로부터의 피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바지사장’이라고 주장했다. 건축업자 홍모씨가 실질적 건물 소유주고 건물주 김씨는 그가 내세운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면서 홍씨가 건물주 김씨 같은 바지사장을 여럿 두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개사 “건물주는 바지 사장”

건물주 김씨는 건축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공인중개사 김씨가 내세운 근거다. 일부 매수인도 건물주 김씨가 바지사장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 건물주 김씨를 만난 매수인은 “말도 어눌하고 늘 누군가와 같이 다닌다”고 설명했다. 

건축업자 홍씨는 “누군가의 잘잘못에 대해 언급할 생각 없다”고 한 뒤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끊었다. 건물주 김씨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바로 전화를 끊은 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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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