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나쁜 집주인과 중개사 ‘임대 깡패’ 커넥션 추적 ①곡소리 나는 현장을 가다

“두 괴한에 린치당했다”

[일요시사] 차철우·김민주 기자 = 임차인 하나쯤이야 다른 임차인으로 돌려막으면 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데다, 임대인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끝이다. 어차피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혹시 문제가 생겨도 다 방법이 있다.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임차인을 묶어두면 그만이다.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는 한편이다. 이들은 돈으로 묶인 하나의 조직이다.

“나쁜 집주인 절대 아닙니다.”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이하 중개사무소)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일요시사>는 해당 중개사무소서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임대사업자 정모씨의 집을 다수 관리 중이라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들어갔다. 정씨는 240채가 넘는 집을 보유하고 있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임차인으로부터 신고를 당한 상태다.  

돌려막기
이중계약

<일요시사>는 정씨가 매물을 내놨다고 의심되는 중개사무소를 함께 방문해 매물을 직접 찾아다녔다. 취재 결과, 중개사무소들의 수법은 상당히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중개사무소는 임대인과 손을 잡고, 위법도 서슴지 않는다. 철저히 법의 사각지대만을 노리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양성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단독 입수한 정씨의 소유 주택 리스트 중 많은 피해가 발생했던 인천 위주로 주소를 고른 후, 여러 중개사무소서 올린 매물과 리스트의 주소가 일치하는 지 여부를 확인했다. 전셋집으로 올라와 있고, 호수까지는 알 수가 없어 대략 고층, 중층, 저층만 확인한 뒤 공인중개사와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전세 사기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의 한 아파트였다. 해당 매물은 화려한 신축 아파트 앞에 위치한 허름한 아파트였다.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집의 호수를 알려줬던 공인중개사는 “전세가 정말 싸게 나왔다. 괜찮은 집”이라고 했다. 


해당 아파트 매물은 정씨의 집이 아니었다.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정말 좋은 분”이라며 “빚이 없어 괜찮게 입주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의 벽지 곳곳은 들떠 있었고, 벽지는 새로 바르지 않고 덧댄 형식으로 마감돼있었다. 벽에는 못이 다수 박혀 있었는지 구멍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입주 전, 수리가 필요한 집으로 보였다. 

빚이 없다는 말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가압류와 근저당은 풀려 있었으나 직전에 살던 임차인이 주택임차권을 설정해 놓은 집이었다. 즉, 바로 이전 입주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집이었던 셈이다.

새로 입주하는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이전 세입자에게 돌려주려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추정된다. 임차권이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해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 효력이 생기는 권리다. 

또 다른 중개사무소의 공인중개사는 아예 대놓고 이중계약을 하자고 꼬셨다. 확인했던 매물 중 유일하게 집에 세입자가 살고 있던 집이었고, 집의 상태도 깔끔한 편에 속했다. 다만, 집주인이 공시지가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고 싶다는 게 문제였다.

함께 동행했던 공인중개사는 “집 컨디션에 비해 공시지가가 낮게 잡혀 집주인이 공시지가에 맞추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대출을 유리하게 받으려면 계약서를 두 장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지가에 맞춘 계약서와 대출용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자는 것이었다.

사기 친 인천 부동산 직접 가보니…
믿었는데…둘이 손잡고 임차인 농락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공시지가가 맞춰져야 안심 전세액만큼 설정되고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직접 확인한 매물이 실제 계약까지 이뤄지지 않아 사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개사무소가 집을 내놓은 임대인과 같은 편임은 확실해 보인다.

인천서 전세 사기가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식과 수법은 다양하다. 한발 더 나아가 전세 사기로 공실이 된 집이 이제는 월세 매물로 다수 올라오기도 한다. 이 중 A 중개사무소서 인터넷에 올린 매물들은 대부분 단기 월셋집이다.

당시에 올라온 전셋집은 고작 1~2개가 전부였다. 특이한 점은 보증금이 100만원대로 굉장히 낮고, 월세가 60~70만원 수준인 단기로 임차가 가능한 집들이 대부분인데, 월세 6개월치를 선납하는 게 조건이었다. 이들 매물 중 전 세사기가 의심되는 정씨의 집을 다수 포착할 수 있었다.

정씨의 집은 인천시에 계양구 부평구 ▲미추홀구 ▲중구 ▲남동구 ▲서구에 있었다. 경기도엔 ▲포천시 ▲의정부시 ▲부천시, 서울시에는 ▲강서구 ▲양천구 ▲금천구 등 수도권 빌라촌에 집중돼있었다. <일요시사>는 전세 사기 피해자가 계약한 곳이기도 하고, 정씨가 소유한 집을 중개하는 A 중개사무소와의 접촉을 위해 신혼부부가 처음 입주할 만한 규모의 매물을 찾는다며 만남을 요청했다. 

일부 전셋집은 정씨의 소유가 아니었지만, 월셋집은 그가 소유한 집으로 보이는 집이 포함돼있었다. 부평시장을 지나 비교적 긴 언덕을 넘어 도착한 집 앞에서 잠시 기다리니, 중개보조원인 ‘실장’이라는 사람이 명함을 내밀었다. 비교적 젊어 보였는데, 운전이 서툴러 이제 막 일을 시작한 티가 났다. 

집이 아닌
사건 현장

“우선 집부터 보자”며 실장이 안내했던 매물에선 문을 열자마자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공실 상태가 오래 지속된 듯 보이는 집이였다. 고층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벽지도 새로 도배해야 할 만큼 군데군데 찢겨있었다. 

등기부등본을 직접 살펴보니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고, 이미 경매로 넘어간 집이었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실장은 “괜찮다. 경매로 넘어갔다고 해도 이미 집값과 보증금 문제로 집이 팔릴 가능성은 낮다”고 안심시켰다.

A 중개사무소에 문의해 살펴본 다른 집들 상태도 상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정씨 집들이 단기 월세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대부분 오피스텔과 구축 다세대(빌라)주택으로 수리가 전혀 돼있지 않아 실거주하기에 적합한 집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심지어 다른 날 매물을 보기 위해 전화했을 때는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이 함께 방문해주지도 않았다. 이는 공인중개사법 25조1항 중개 대상물의 확인·설명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공인중개사는 중개를 의뢰받은 경우 중개가 완성되기 전 중개 의뢰인에게 성실하고 정확한 설명을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인중개소서 근무 중이라는 업계 관계자도 “법적으로 집을 볼 때 동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 소유의 또 다른 집을 방문했을 때는 마치 처참한 사건 현장처럼 보이는 심각한 상황의 집도 있었다. 상당히 오래된 건물 입구로 들어설 때부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난간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듯 위태로웠다. 상당히 오랜 기간 방치된 탓에 중개사무사는 출입문 현관의 비밀번호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안내된 호수로 들어서자 곰팡이와 누렇게 뜬 벽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가장 구석에 있는 방을 살피러 들어갔을 때는 바닥에 피로 보이는 듯한 새빨간 액체가 고여 있었고, 반대편 벽까지 튀어 흘러내린 채로 말라 있었다. 천장 역시 액체가 곳곳에 산발적으로 흩뿌려져 말라 있는 등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른 집도 상태가 심각한 편이었지만, 그나마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듯 정씨의 집들은 모두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었고, 오랫 동안 공실로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단기 월세로 올라와 직접 현장을 찾았던 집들은 모두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었다. 이 중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집에 계약금을 송금하겠다고 하자, A 중개사무소는 대표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중개보조원
대신 계약

A 중개사무소는 자신들이 이런 집을 위임장을 받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집주인을 마주칠 일도, 서로 연락할 일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 의사를 밝히고 계약금을 보내지 않자, A 중개사무소 대표에게 직접 전화가 걸려왔다. 혼자 집을 살펴본 뒤에야 해당 매물의 문제점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대리인으로 중개사무소와 계약을 한다. 집주인이 매매로 집을 내놨는데, 부동산시장이 안 좋다 보니 채무 이자가 나가고 있다”며 “전세 만기로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렵다. 담보로 보증금을 반환해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이자를 청구하고 있다.(집 자체는)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우선변제권이 없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는 어떡하느냐”고 우려하자 “특약을 넣어주겠다”며 설득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공제보험에 2억원이 가입돼있고, 만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송을 하면 자신들이 지기 떄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계약 시 직접 대표가 자리하느냐”는 질문엔 “사무실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 계약서 작성 시엔 공인중개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A 중개사무소 대표는 “월세의 경우 금액이 작아 그냥 직원에게 맡긴다”고 했다. 또 계약 주선자가 공인중개사냐는 질문엔 “공인중개사가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고 답했다. 

한참 동안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자, 결국 계약을 진행하기로 한 직원으로부터 늦은 밤에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 만났을 때 현장서 안내를 도와주고 자신을 중개보조원이라고 밝혔던 실장이라는 인물이었다. “고민되는 게 뭐냐”는 실장의 물음에 기자는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집이라서 걱정된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실장은 “보증금을 최소한의 금액으로 받는 이유다. 전에 살던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고 나갔고, 집주인은 이자만 내고 있다. 경매개시가 된다고 해도 6~9개월이 소요된다. 또 경매로 낙찰받는 사람은 보증금을 함께 떠안아야 해 1년 안에는 낙찰되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A 중개사무소에 계약을 대표(공인중개사)와 하냐느고 묻자, 실장(중개보조원)은 본인과 한다며 단기계약이고 약식으로 진행해 문제될 게 하나도 없다는 식이었다. 직인은 공인중개사의 도장을 사용한다고도 했다. 

하나도 안 바뀌고 여전히 그대로
단기 월세로 피해자 재양산 우려 

해당 집을 매물로 올려놓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입주 후, 문제가 생길 시 법적으로 보호받기 힘든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최우선변제권이 없어서다. 최우선변제권은 임차인이 보증금 중 일정액을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다.

그러나 전세 사기가 발생해 단기 월세로 입주했을 때 법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A 중개사무소의 이 같은 계약 행위는 불법의 소지도 다분해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약 자리에 공인중개사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공인중개사 본인이 자신의 도장을 찍어야 한다.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도장을 찍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개 업무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유한 계약 공인중개사가 아니면 소속 공인중개사만 가능하다. 실제로 중개보조원들은 단순히 매물을 안내해 주는 역할만 담당한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19조제1항의 규정에 따르면, 중개업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 중개 업무를 하게 하거나 자기의 중개사무소등록증을 양도 또는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 시 동법 제49조제1항제7호의 규정에 해당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해당 중개사무소에 직접 집주인을 만나고 싶다고 했으나, 자신들이 위임을 받아 대면계약을 해도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고 설득시켰다. 그러면서 중개사무소가 책임질 수 있으니, 굳이 집주인과의 전화 통화나 대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씨가 전세 사기에 연루된 인물이 아니냐는 물음엔 “그랬다면 진작 감옥에 갔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또 공시지가 가격이 낮아져 단순히 이자만 내고 있다고 했다.

A 중개사무소는 “정씨의 집을 위임받아 관리하지만, 전세 사기에 연루돼있던 분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경기관리센터에 악성 임대인 목록에 올라와 있는 인물로 확인된다. 현재 정씨 계좌는 가압류된 상태다.

통장 가압류
현금 거래만

집에 대한 이자를 내고 있다는 말을 미뤄볼 때 정씨가 돈을 A 중개사무소로부터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정씨가 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일요시사>는 정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정씨는 통화서 “직접 월세를 지급받는다. 중개사무소를 통해서 하거나, 직접 광고를 낼 때도 있다”며 “계좌가 압류돼 돈을 못 받으니까 현금으로 받는다. 몇억원씩 되는 돈을 어떻게 주느냐”고 화낸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ckcjfdo@ilyosisa.co.kr>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주인 정씨와 통화해 보니… “열 받는다, 이 ○○야” 

정모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악성 임대인으로 올라 있다.

지금껏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집을 고쳐주겠다고 해놓고 잠적했으며, 보증금 역시 반환하지 않는 중이다.

정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다는 곳을 찾았으나 만날 수 없었다.

가는 곳마다 비어 있었고, 정씨가 대표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사무실이었다.

추적 끝에 어렵게 정씨의 연락처를 입수할 수 있었고, <일요시사>는 정씨와 통화하며 여러 가지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집을 월세를 놨다. 직접 월세를 받는 건가?

▲그렇다. 누가 봐도. 그런데 공실이 많고 월세가 많이 안 나간다. 경매에 들어가는 집도 많아서다. 

-공인중개사무소가 위임받아 관리하는데 어떻게 돈을 지급받나? 계좌가 다 압류돼있던데. 돈은 어떻게 보관하고 있나?

▲못 받으니까 현금으로 받는다. 부동산시장이 좀 나아진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다. 매매해서 주려고 한다. 전세와 월세만 가지고는 돌려주기 힘들다. 집수리를 해야 해서 돈이 모자라다. 

-전세에 살고 계신 분들은 고쳐주지 않은 것 아닌가? 보유하고 있는 집을 직접 찾아가 봤는데 집 수리가 전혀 안 돼있던데?

▲고쳐주긴 할 텐데 관리비도 내야 하고, 할 게 많다. 나가지도 않는 집에 투자할 일이 있겠나? 돈이 없다. 차비도 안 나오는 정도다. 

-피해자는 보상해주지 않을 건가? 돈이 아예 없나?

▲몇억원씩 되는 것을 어떻게 해주겠느냐? 열 받으니 끊겠다. 당신 말이 열 받는다. 이 ○○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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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