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나쁜 집주인과 중개사 ‘임대 깡패’ 커넥션 추적 ①곡소리 나는 현장을 가다

“두 괴한에 린치당했다”

[일요시사] 차철우·김민주 기자 = 임차인 하나쯤이야 다른 임차인으로 돌려막으면 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데다, 임대인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끝이다. 어차피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혹시 문제가 생겨도 다 방법이 있다.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임차인을 묶어두면 그만이다.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는 한편이다. 이들은 돈으로 묶인 하나의 조직이다.

“나쁜 집주인 절대 아닙니다.”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이하 중개사무소)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일요시사>는 해당 중개사무소서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임대사업자 정모씨의 집을 다수 관리 중이라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들어갔다. 정씨는 240채가 넘는 집을 보유하고 있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임차인으로부터 신고를 당한 상태다.  

돌려막기
이중계약

<일요시사>는 정씨가 매물을 내놨다고 의심되는 중개사무소를 함께 방문해 매물을 직접 찾아다녔다. 취재 결과, 중개사무소들의 수법은 상당히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중개사무소는 임대인과 손을 잡고, 위법도 서슴지 않는다. 철저히 법의 사각지대만을 노리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양성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단독 입수한 정씨의 소유 주택 리스트 중 많은 피해가 발생했던 인천 위주로 주소를 고른 후, 여러 중개사무소서 올린 매물과 리스트의 주소가 일치하는 지 여부를 확인했다. 전셋집으로 올라와 있고, 호수까지는 알 수가 없어 대략 고층, 중층, 저층만 확인한 뒤 공인중개사와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전세 사기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의 한 아파트였다. 해당 매물은 화려한 신축 아파트 앞에 위치한 허름한 아파트였다.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집의 호수를 알려줬던 공인중개사는 “전세가 정말 싸게 나왔다. 괜찮은 집”이라고 했다. 


해당 아파트 매물은 정씨의 집이 아니었다.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정말 좋은 분”이라며 “빚이 없어 괜찮게 입주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의 벽지 곳곳은 들떠 있었고, 벽지는 새로 바르지 않고 덧댄 형식으로 마감돼있었다. 벽에는 못이 다수 박혀 있었는지 구멍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입주 전, 수리가 필요한 집으로 보였다. 

빚이 없다는 말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가압류와 근저당은 풀려 있었으나 직전에 살던 임차인이 주택임차권을 설정해 놓은 집이었다. 즉, 바로 이전 입주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집이었던 셈이다.

새로 입주하는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이전 세입자에게 돌려주려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추정된다. 임차권이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해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 효력이 생기는 권리다. 

또 다른 중개사무소의 공인중개사는 아예 대놓고 이중계약을 하자고 꼬셨다. 확인했던 매물 중 유일하게 집에 세입자가 살고 있던 집이었고, 집의 상태도 깔끔한 편에 속했다. 다만, 집주인이 공시지가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고 싶다는 게 문제였다.

함께 동행했던 공인중개사는 “집 컨디션에 비해 공시지가가 낮게 잡혀 집주인이 공시지가에 맞추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대출을 유리하게 받으려면 계약서를 두 장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지가에 맞춘 계약서와 대출용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자는 것이었다.

사기 친 인천 부동산 직접 가보니…
믿었는데…둘이 손잡고 임차인 농락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공시지가가 맞춰져야 안심 전세액만큼 설정되고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직접 확인한 매물이 실제 계약까지 이뤄지지 않아 사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개사무소가 집을 내놓은 임대인과 같은 편임은 확실해 보인다.

인천서 전세 사기가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식과 수법은 다양하다. 한발 더 나아가 전세 사기로 공실이 된 집이 이제는 월세 매물로 다수 올라오기도 한다. 이 중 A 중개사무소서 인터넷에 올린 매물들은 대부분 단기 월셋집이다.

당시에 올라온 전셋집은 고작 1~2개가 전부였다. 특이한 점은 보증금이 100만원대로 굉장히 낮고, 월세가 60~70만원 수준인 단기로 임차가 가능한 집들이 대부분인데, 월세 6개월치를 선납하는 게 조건이었다. 이들 매물 중 전 세사기가 의심되는 정씨의 집을 다수 포착할 수 있었다.

정씨의 집은 인천시에 계양구 부평구 ▲미추홀구 ▲중구 ▲남동구 ▲서구에 있었다. 경기도엔 ▲포천시 ▲의정부시 ▲부천시, 서울시에는 ▲강서구 ▲양천구 ▲금천구 등 수도권 빌라촌에 집중돼있었다. <일요시사>는 전세 사기 피해자가 계약한 곳이기도 하고, 정씨가 소유한 집을 중개하는 A 중개사무소와의 접촉을 위해 신혼부부가 처음 입주할 만한 규모의 매물을 찾는다며 만남을 요청했다. 

일부 전셋집은 정씨의 소유가 아니었지만, 월셋집은 그가 소유한 집으로 보이는 집이 포함돼있었다. 부평시장을 지나 비교적 긴 언덕을 넘어 도착한 집 앞에서 잠시 기다리니, 중개보조원인 ‘실장’이라는 사람이 명함을 내밀었다. 비교적 젊어 보였는데, 운전이 서툴러 이제 막 일을 시작한 티가 났다. 

집이 아닌
사건 현장

“우선 집부터 보자”며 실장이 안내했던 매물에선 문을 열자마자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공실 상태가 오래 지속된 듯 보이는 집이였다. 고층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벽지도 새로 도배해야 할 만큼 군데군데 찢겨있었다. 

등기부등본을 직접 살펴보니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고, 이미 경매로 넘어간 집이었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실장은 “괜찮다. 경매로 넘어갔다고 해도 이미 집값과 보증금 문제로 집이 팔릴 가능성은 낮다”고 안심시켰다.

A 중개사무소에 문의해 살펴본 다른 집들 상태도 상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정씨 집들이 단기 월세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대부분 오피스텔과 구축 다세대(빌라)주택으로 수리가 전혀 돼있지 않아 실거주하기에 적합한 집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심지어 다른 날 매물을 보기 위해 전화했을 때는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이 함께 방문해주지도 않았다. 이는 공인중개사법 25조1항 중개 대상물의 확인·설명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공인중개사는 중개를 의뢰받은 경우 중개가 완성되기 전 중개 의뢰인에게 성실하고 정확한 설명을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인중개소서 근무 중이라는 업계 관계자도 “법적으로 집을 볼 때 동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 소유의 또 다른 집을 방문했을 때는 마치 처참한 사건 현장처럼 보이는 심각한 상황의 집도 있었다. 상당히 오래된 건물 입구로 들어설 때부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난간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듯 위태로웠다. 상당히 오랜 기간 방치된 탓에 중개사무사는 출입문 현관의 비밀번호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안내된 호수로 들어서자 곰팡이와 누렇게 뜬 벽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가장 구석에 있는 방을 살피러 들어갔을 때는 바닥에 피로 보이는 듯한 새빨간 액체가 고여 있었고, 반대편 벽까지 튀어 흘러내린 채로 말라 있었다. 천장 역시 액체가 곳곳에 산발적으로 흩뿌려져 말라 있는 등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른 집도 상태가 심각한 편이었지만, 그나마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듯 정씨의 집들은 모두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었고, 오랫 동안 공실로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단기 월세로 올라와 직접 현장을 찾았던 집들은 모두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었다. 이 중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집에 계약금을 송금하겠다고 하자, A 중개사무소는 대표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중개보조원
대신 계약

A 중개사무소는 자신들이 이런 집을 위임장을 받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집주인을 마주칠 일도, 서로 연락할 일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 의사를 밝히고 계약금을 보내지 않자, A 중개사무소 대표에게 직접 전화가 걸려왔다. 혼자 집을 살펴본 뒤에야 해당 매물의 문제점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대리인으로 중개사무소와 계약을 한다. 집주인이 매매로 집을 내놨는데, 부동산시장이 안 좋다 보니 채무 이자가 나가고 있다”며 “전세 만기로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렵다. 담보로 보증금을 반환해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이자를 청구하고 있다.(집 자체는)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우선변제권이 없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는 어떡하느냐”고 우려하자 “특약을 넣어주겠다”며 설득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공제보험에 2억원이 가입돼있고, 만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송을 하면 자신들이 지기 떄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계약 시 직접 대표가 자리하느냐”는 질문엔 “사무실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 계약서 작성 시엔 공인중개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A 중개사무소 대표는 “월세의 경우 금액이 작아 그냥 직원에게 맡긴다”고 했다. 또 계약 주선자가 공인중개사냐는 질문엔 “공인중개사가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고 답했다. 

한참 동안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자, 결국 계약을 진행하기로 한 직원으로부터 늦은 밤에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 만났을 때 현장서 안내를 도와주고 자신을 중개보조원이라고 밝혔던 실장이라는 인물이었다. “고민되는 게 뭐냐”는 실장의 물음에 기자는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집이라서 걱정된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실장은 “보증금을 최소한의 금액으로 받는 이유다. 전에 살던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고 나갔고, 집주인은 이자만 내고 있다. 경매개시가 된다고 해도 6~9개월이 소요된다. 또 경매로 낙찰받는 사람은 보증금을 함께 떠안아야 해 1년 안에는 낙찰되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A 중개사무소에 계약을 대표(공인중개사)와 하냐느고 묻자, 실장(중개보조원)은 본인과 한다며 단기계약이고 약식으로 진행해 문제될 게 하나도 없다는 식이었다. 직인은 공인중개사의 도장을 사용한다고도 했다. 

하나도 안 바뀌고 여전히 그대로
단기 월세로 피해자 재양산 우려 

해당 집을 매물로 올려놓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입주 후, 문제가 생길 시 법적으로 보호받기 힘든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최우선변제권이 없어서다. 최우선변제권은 임차인이 보증금 중 일정액을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다.

그러나 전세 사기가 발생해 단기 월세로 입주했을 때 법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A 중개사무소의 이 같은 계약 행위는 불법의 소지도 다분해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약 자리에 공인중개사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공인중개사 본인이 자신의 도장을 찍어야 한다.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도장을 찍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개 업무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유한 계약 공인중개사가 아니면 소속 공인중개사만 가능하다. 실제로 중개보조원들은 단순히 매물을 안내해 주는 역할만 담당한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19조제1항의 규정에 따르면, 중개업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 중개 업무를 하게 하거나 자기의 중개사무소등록증을 양도 또는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 시 동법 제49조제1항제7호의 규정에 해당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해당 중개사무소에 직접 집주인을 만나고 싶다고 했으나, 자신들이 위임을 받아 대면계약을 해도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고 설득시켰다. 그러면서 중개사무소가 책임질 수 있으니, 굳이 집주인과의 전화 통화나 대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씨가 전세 사기에 연루된 인물이 아니냐는 물음엔 “그랬다면 진작 감옥에 갔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또 공시지가 가격이 낮아져 단순히 이자만 내고 있다고 했다.

A 중개사무소는 “정씨의 집을 위임받아 관리하지만, 전세 사기에 연루돼있던 분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경기관리센터에 악성 임대인 목록에 올라와 있는 인물로 확인된다. 현재 정씨 계좌는 가압류된 상태다.

통장 가압류
현금 거래만

집에 대한 이자를 내고 있다는 말을 미뤄볼 때 정씨가 돈을 A 중개사무소로부터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정씨가 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일요시사>는 정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정씨는 통화서 “직접 월세를 지급받는다. 중개사무소를 통해서 하거나, 직접 광고를 낼 때도 있다”며 “계좌가 압류돼 돈을 못 받으니까 현금으로 받는다. 몇억원씩 되는 돈을 어떻게 주느냐”고 화낸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ckcjfdo@ilyosisa.co.kr>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주인 정씨와 통화해 보니… “열 받는다, 이 ○○야” 

정모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악성 임대인으로 올라 있다.

지금껏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집을 고쳐주겠다고 해놓고 잠적했으며, 보증금 역시 반환하지 않는 중이다.

정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다는 곳을 찾았으나 만날 수 없었다.

가는 곳마다 비어 있었고, 정씨가 대표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사무실이었다.

추적 끝에 어렵게 정씨의 연락처를 입수할 수 있었고, <일요시사>는 정씨와 통화하며 여러 가지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집을 월세를 놨다. 직접 월세를 받는 건가?

▲그렇다. 누가 봐도. 그런데 공실이 많고 월세가 많이 안 나간다. 경매에 들어가는 집도 많아서다. 

-공인중개사무소가 위임받아 관리하는데 어떻게 돈을 지급받나? 계좌가 다 압류돼있던데. 돈은 어떻게 보관하고 있나?

▲못 받으니까 현금으로 받는다. 부동산시장이 좀 나아진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다. 매매해서 주려고 한다. 전세와 월세만 가지고는 돌려주기 힘들다. 집수리를 해야 해서 돈이 모자라다. 

-전세에 살고 계신 분들은 고쳐주지 않은 것 아닌가? 보유하고 있는 집을 직접 찾아가 봤는데 집 수리가 전혀 안 돼있던데?

▲고쳐주긴 할 텐데 관리비도 내야 하고, 할 게 많다. 나가지도 않는 집에 투자할 일이 있겠나? 돈이 없다. 차비도 안 나오는 정도다. 

-피해자는 보상해주지 않을 건가? 돈이 아예 없나?

▲몇억원씩 되는 것을 어떻게 해주겠느냐? 열 받으니 끊겠다. 당신 말이 열 받는다. 이 ○○야.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