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나쁜 집주인과 중개사 ‘임대 깡패’ 커넥션 추적 ①곡소리 나는 현장을 가다

“두 괴한에 린치당했다”

[일요시사] 차철우·김민주 기자 = 임차인 하나쯤이야 다른 임차인으로 돌려막으면 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데다, 임대인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끝이다. 어차피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혹시 문제가 생겨도 다 방법이 있다.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임차인을 묶어두면 그만이다.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는 한편이다. 이들은 돈으로 묶인 하나의 조직이다.

“나쁜 집주인 절대 아닙니다.”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이하 중개사무소)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일요시사>는 해당 중개사무소서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임대사업자 정모씨의 집을 다수 관리 중이라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들어갔다. 정씨는 240채가 넘는 집을 보유하고 있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임차인으로부터 신고를 당한 상태다.  

돌려막기
이중계약

<일요시사>는 정씨가 매물을 내놨다고 의심되는 중개사무소를 함께 방문해 매물을 직접 찾아다녔다. 취재 결과, 중개사무소들의 수법은 상당히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중개사무소는 임대인과 손을 잡고, 위법도 서슴지 않는다. 철저히 법의 사각지대만을 노리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양성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단독 입수한 정씨의 소유 주택 리스트 중 많은 피해가 발생했던 인천 위주로 주소를 고른 후, 여러 중개사무소서 올린 매물과 리스트의 주소가 일치하는 지 여부를 확인했다. 전셋집으로 올라와 있고, 호수까지는 알 수가 없어 대략 고층, 중층, 저층만 확인한 뒤 공인중개사와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전세 사기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의 한 아파트였다. 해당 매물은 화려한 신축 아파트 앞에 위치한 허름한 아파트였다.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집의 호수를 알려줬던 공인중개사는 “전세가 정말 싸게 나왔다. 괜찮은 집”이라고 했다. 

해당 아파트 매물은 정씨의 집이 아니었다.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정말 좋은 분”이라며 “빚이 없어 괜찮게 입주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의 벽지 곳곳은 들떠 있었고, 벽지는 새로 바르지 않고 덧댄 형식으로 마감돼있었다. 벽에는 못이 다수 박혀 있었는지 구멍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입주 전, 수리가 필요한 집으로 보였다. 

빚이 없다는 말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가압류와 근저당은 풀려 있었으나 직전에 살던 임차인이 주택임차권을 설정해 놓은 집이었다. 즉, 바로 이전 입주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집이었던 셈이다.

새로 입주하는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이전 세입자에게 돌려주려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추정된다. 임차권이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해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 효력이 생기는 권리다. 

또 다른 중개사무소의 공인중개사는 아예 대놓고 이중계약을 하자고 꼬셨다. 확인했던 매물 중 유일하게 집에 세입자가 살고 있던 집이었고, 집의 상태도 깔끔한 편에 속했다. 다만, 집주인이 공시지가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고 싶다는 게 문제였다.

함께 동행했던 공인중개사는 “집 컨디션에 비해 공시지가가 낮게 잡혀 집주인이 공시지가에 맞추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대출을 유리하게 받으려면 계약서를 두 장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지가에 맞춘 계약서와 대출용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자는 것이었다.

사기 친 인천 부동산 직접 가보니…
믿었는데…둘이 손잡고 임차인 농락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공시지가가 맞춰져야 안심 전세액만큼 설정되고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직접 확인한 매물이 실제 계약까지 이뤄지지 않아 사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개사무소가 집을 내놓은 임대인과 같은 편임은 확실해 보인다.

인천서 전세 사기가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식과 수법은 다양하다. 한발 더 나아가 전세 사기로 공실이 된 집이 이제는 월세 매물로 다수 올라오기도 한다. 이 중 A 중개사무소서 인터넷에 올린 매물들은 대부분 단기 월셋집이다.

당시에 올라온 전셋집은 고작 1~2개가 전부였다. 특이한 점은 보증금이 100만원대로 굉장히 낮고, 월세가 60~70만원 수준인 단기로 임차가 가능한 집들이 대부분인데, 월세 6개월치를 선납하는 게 조건이었다. 이들 매물 중 전 세사기가 의심되는 정씨의 집을 다수 포착할 수 있었다.

정씨의 집은 인천시에 계양구 부평구 ▲미추홀구 ▲중구 ▲남동구 ▲서구에 있었다. 경기도엔 ▲포천시 ▲의정부시 ▲부천시, 서울시에는 ▲강서구 ▲양천구 ▲금천구 등 수도권 빌라촌에 집중돼있었다. <일요시사>는 전세 사기 피해자가 계약한 곳이기도 하고, 정씨가 소유한 집을 중개하는 A 중개사무소와의 접촉을 위해 신혼부부가 처음 입주할 만한 규모의 매물을 찾는다며 만남을 요청했다. 

일부 전셋집은 정씨의 소유가 아니었지만, 월셋집은 그가 소유한 집으로 보이는 집이 포함돼있었다. 부평시장을 지나 비교적 긴 언덕을 넘어 도착한 집 앞에서 잠시 기다리니, 중개보조원인 ‘실장’이라는 사람이 명함을 내밀었다. 비교적 젊어 보였는데, 운전이 서툴러 이제 막 일을 시작한 티가 났다. 

집이 아닌
사건 현장

“우선 집부터 보자”며 실장이 안내했던 매물에선 문을 열자마자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공실 상태가 오래 지속된 듯 보이는 집이였다. 고층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벽지도 새로 도배해야 할 만큼 군데군데 찢겨있었다. 

등기부등본을 직접 살펴보니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고, 이미 경매로 넘어간 집이었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실장은 “괜찮다. 경매로 넘어갔다고 해도 이미 집값과 보증금 문제로 집이 팔릴 가능성은 낮다”고 안심시켰다.

A 중개사무소에 문의해 살펴본 다른 집들 상태도 상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정씨 집들이 단기 월세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대부분 오피스텔과 구축 다세대(빌라)주택으로 수리가 전혀 돼있지 않아 실거주하기에 적합한 집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심지어 다른 날 매물을 보기 위해 전화했을 때는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이 함께 방문해주지도 않았다. 이는 공인중개사법 25조1항 중개 대상물의 확인·설명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공인중개사는 중개를 의뢰받은 경우 중개가 완성되기 전 중개 의뢰인에게 성실하고 정확한 설명을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인중개소서 근무 중이라는 업계 관계자도 “법적으로 집을 볼 때 동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 소유의 또 다른 집을 방문했을 때는 마치 처참한 사건 현장처럼 보이는 심각한 상황의 집도 있었다. 상당히 오래된 건물 입구로 들어설 때부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난간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듯 위태로웠다. 상당히 오랜 기간 방치된 탓에 중개사무사는 출입문 현관의 비밀번호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안내된 호수로 들어서자 곰팡이와 누렇게 뜬 벽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가장 구석에 있는 방을 살피러 들어갔을 때는 바닥에 피로 보이는 듯한 새빨간 액체가 고여 있었고, 반대편 벽까지 튀어 흘러내린 채로 말라 있었다. 천장 역시 액체가 곳곳에 산발적으로 흩뿌려져 말라 있는 등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른 집도 상태가 심각한 편이었지만, 그나마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듯 정씨의 집들은 모두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었고, 오랫 동안 공실로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단기 월세로 올라와 직접 현장을 찾았던 집들은 모두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었다. 이 중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집에 계약금을 송금하겠다고 하자, A 중개사무소는 대표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중개보조원
대신 계약

A 중개사무소는 자신들이 이런 집을 위임장을 받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집주인을 마주칠 일도, 서로 연락할 일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 의사를 밝히고 계약금을 보내지 않자, A 중개사무소 대표에게 직접 전화가 걸려왔다. 혼자 집을 살펴본 뒤에야 해당 매물의 문제점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대리인으로 중개사무소와 계약을 한다. 집주인이 매매로 집을 내놨는데, 부동산시장이 안 좋다 보니 채무 이자가 나가고 있다”며 “전세 만기로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렵다. 담보로 보증금을 반환해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이자를 청구하고 있다.(집 자체는)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우선변제권이 없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는 어떡하느냐”고 우려하자 “특약을 넣어주겠다”며 설득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공제보험에 2억원이 가입돼있고, 만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송을 하면 자신들이 지기 떄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계약 시 직접 대표가 자리하느냐”는 질문엔 “사무실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 계약서 작성 시엔 공인중개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A 중개사무소 대표는 “월세의 경우 금액이 작아 그냥 직원에게 맡긴다”고 했다. 또 계약 주선자가 공인중개사냐는 질문엔 “공인중개사가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고 답했다. 

한참 동안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자, 결국 계약을 진행하기로 한 직원으로부터 늦은 밤에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 만났을 때 현장서 안내를 도와주고 자신을 중개보조원이라고 밝혔던 실장이라는 인물이었다. “고민되는 게 뭐냐”는 실장의 물음에 기자는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집이라서 걱정된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실장은 “보증금을 최소한의 금액으로 받는 이유다. 전에 살던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고 나갔고, 집주인은 이자만 내고 있다. 경매개시가 된다고 해도 6~9개월이 소요된다. 또 경매로 낙찰받는 사람은 보증금을 함께 떠안아야 해 1년 안에는 낙찰되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A 중개사무소에 계약을 대표(공인중개사)와 하냐느고 묻자, 실장(중개보조원)은 본인과 한다며 단기계약이고 약식으로 진행해 문제될 게 하나도 없다는 식이었다. 직인은 공인중개사의 도장을 사용한다고도 했다. 

하나도 안 바뀌고 여전히 그대로
단기 월세로 피해자 재양산 우려 

해당 집을 매물로 올려놓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입주 후, 문제가 생길 시 법적으로 보호받기 힘든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최우선변제권이 없어서다. 최우선변제권은 임차인이 보증금 중 일정액을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다.

그러나 전세 사기가 발생해 단기 월세로 입주했을 때 법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A 중개사무소의 이 같은 계약 행위는 불법의 소지도 다분해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약 자리에 공인중개사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공인중개사 본인이 자신의 도장을 찍어야 한다.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도장을 찍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개 업무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유한 계약 공인중개사가 아니면 소속 공인중개사만 가능하다. 실제로 중개보조원들은 단순히 매물을 안내해 주는 역할만 담당한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19조제1항의 규정에 따르면, 중개업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 중개 업무를 하게 하거나 자기의 중개사무소등록증을 양도 또는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 시 동법 제49조제1항제7호의 규정에 해당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해당 중개사무소에 직접 집주인을 만나고 싶다고 했으나, 자신들이 위임을 받아 대면계약을 해도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고 설득시켰다. 그러면서 중개사무소가 책임질 수 있으니, 굳이 집주인과의 전화 통화나 대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씨가 전세 사기에 연루된 인물이 아니냐는 물음엔 “그랬다면 진작 감옥에 갔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또 공시지가 가격이 낮아져 단순히 이자만 내고 있다고 했다.

A 중개사무소는 “정씨의 집을 위임받아 관리하지만, 전세 사기에 연루돼있던 분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경기관리센터에 악성 임대인 목록에 올라와 있는 인물로 확인된다. 현재 정씨 계좌는 가압류된 상태다.

통장 가압류
현금 거래만

집에 대한 이자를 내고 있다는 말을 미뤄볼 때 정씨가 돈을 A 중개사무소로부터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정씨가 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일요시사>는 정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정씨는 통화서 “직접 월세를 지급받는다. 중개사무소를 통해서 하거나, 직접 광고를 낼 때도 있다”며 “계좌가 압류돼 돈을 못 받으니까 현금으로 받는다. 몇억원씩 되는 돈을 어떻게 주느냐”고 화낸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ckcjfdo@ilyosisa.co.kr>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주인 정씨와 통화해 보니… “열 받는다, 이 ○○야” 

정모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악성 임대인으로 올라 있다.

지금껏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집을 고쳐주겠다고 해놓고 잠적했으며, 보증금 역시 반환하지 않는 중이다.

정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다는 곳을 찾았으나 만날 수 없었다.

가는 곳마다 비어 있었고, 정씨가 대표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사무실이었다.

추적 끝에 어렵게 정씨의 연락처를 입수할 수 있었고, <일요시사>는 정씨와 통화하며 여러 가지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집을 월세를 놨다. 직접 월세를 받는 건가?

▲그렇다. 누가 봐도. 그런데 공실이 많고 월세가 많이 안 나간다. 경매에 들어가는 집도 많아서다. 

-공인중개사무소가 위임받아 관리하는데 어떻게 돈을 지급받나? 계좌가 다 압류돼있던데. 돈은 어떻게 보관하고 있나?

▲못 받으니까 현금으로 받는다. 부동산시장이 좀 나아진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다. 매매해서 주려고 한다. 전세와 월세만 가지고는 돌려주기 힘들다. 집수리를 해야 해서 돈이 모자라다. 

-전세에 살고 계신 분들은 고쳐주지 않은 것 아닌가? 보유하고 있는 집을 직접 찾아가 봤는데 집 수리가 전혀 안 돼있던데?

▲고쳐주긴 할 텐데 관리비도 내야 하고, 할 게 많다. 나가지도 않는 집에 투자할 일이 있겠나? 돈이 없다. 차비도 안 나오는 정도다. 

-피해자는 보상해주지 않을 건가? 돈이 아예 없나?

▲몇억원씩 되는 것을 어떻게 해주겠느냐? 열 받으니 끊겠다. 당신 말이 열 받는다. 이 ○○야.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