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록 법무사의 쉬운 경매> 전세사기와 임차주택의 경매

[Q] 서울 소재 빌라에 2억30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임대차기간이 끝났는데 임대인이 연락두절입니다. 요즘 전세 사기를 당한 사람이 많다고 해서 알아보니 제가 임차해 살고 있는 빌라도 시세가 임차보증금과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는 못했으나,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둬서 다른 권리자보다 우선해 임차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빌라를 제가 경매로 낙찰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요?

[A] 강제경매신청을 하려면 우선 집행권원이 있어야 하므로 경매신청에 앞서 임차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민사본안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임차주택에 부동산가압류신청을 할지 여부를 먼저 검토해봐야 합니다.

임차보증금반환소송의 변론종결 전에 임대인이 소유권을 제3자에게 넘겨버리면 임대인에 대한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미치지 못하므로, 이런 우려가 있으면 우선 임대인을 채무자로 해서 부동산가압류를 신청해야 합니다.

변론을 종결한 뒤의 승계인에 대해서는 승계집행문을 받아 승계인에 대해 강제경매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18조 제1항, 대법원 63마14 결정).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 후 가압류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 가압류채권자는 집행권원을 얻어 제3취득자가 아닌 가압류채무자를 집행채무자로 해서 그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강제집행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3다40637 판결).

이런 경우 실무에서는 당사자표시를 채무자란에 가압류채무자(임대인)를, 소유자란에 현 소유자를 ‘제3취득자 ○○○’라고 표시하고 있으며 현 소유자에 대한 송달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송을 일반 민사소송으로 제기할지 지급명령을 신청할지를 정해야 하는데, 임대인에게 송달이 잘 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합니다. 송달이 잘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지급명령을 신청해도 됩니다. 지급명령은 인지액을 소장의 1/10만 내면 되므로 저렴한 비용으로 집행권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송달은 만약 임대인이 구치소(형 확정 전 수감)나 교도소(형 확정 후 수감)에 수감 중이라면 해당 구치소장이나 교도소장에게 하면 됩니다. 임대인이 잠적한 경우라면 공시송달에 의해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시송달에 의한 재판이 예상되면 지급명령보다는 일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지급명령절차에서는 금융권 채권자가 행사하는 대여금 등 사건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공시송달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민사소송법 제462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의2).  

1심에서 가집행 선고부 판결을 받았다면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집행문이 부여된 집행력 있는 판결정본, 송달증명원 등을 첨부해 강제경매신청을 하면 됩니다. 

강제경매신청과 임차 주택 매수신청

다음은 강제경매신청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임차인의 임차주택 및 상가건물에 대해 보증금반환소송의 확정판결에 기한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반대의무의 이행(임차주택의 인도) 또는 이행의 제공을 증명하는 서면은 제출할 필요가 없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2 제1항,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5조 제1항).

강제경매도 개시결정정본을 채무자(임대인)에게 송달해야 하고 송달이 되지 않으면 공시송달로 할 수밖에 없는데, 공시송달까지는 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다음은 임차주택 매수신청에 관한 내용입니다. 임차인을 대항력(인도와 주민등록)과 확정일자를 모두 갖춘 임차인 A와, 대항력은 갖췄으나 확정일자를 갖추지 못한 임차인 B로 나눠서, 이들이 매수신청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일반 임차인은 일반 매수신청자와 조건이 같습니다. 임차인이라고 해서 우선권을 주는 건 아닙니다. 

경매절차에서 우선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은 공유자(민사집행법 제140조), 구 임대주택법(법률 제13499호로 개정되기 전 것)에 의한 임대주택임차인의 우선매수(구 임대주택법 제22조),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사업자의 부도임대주택의 우선매수(공공주택특별법 제41조),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주택매입사업시행자의 우선매수(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2조) 등 특별한 경우만 인정됩니다. 

매수인(이 사건의 경우 임차인)이 실제 배당받을 금액(배당재단)은 매각대금에다가 매수보증금의 이자를 더한 금액에서 집행비용을 뺀 금액이기 때문에 집행비용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집행비용과 선순위채권을 빼고 나면 경매신청채권자(이 사건의 경우 임차인)에게 배당할 돈이 없을 때는 경매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경매신청채권자에게 ‘무잉여통지’를 하게 됩니다.

집행비용은 송달료, 감정료, 현황조사 수수료, 신문 공고료, 매각수수료, 경매신청 법무사 보수 등을 합친 금액인데, 경매신청채권자(압류채권자라고도 합니다)가 경매신청할 때 예납하고, 배당절차에서 집행권원 없이도 최우선적으로 변상을 받습니다(민사집행법 제53조). 

선순위채권

다음으로 확정일자부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우선하는 선순위채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집행비용과 목적부동산에 투입된 제3취득자의 필요비·유익비(민법 제367조)를 먼저 공제하고, 그 다음 순위로 임대차보호법에 의한 소액임차인의 보증금 중 일정액(주택·상가건물 각 매각가격의 1/2 범위 내에서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4조)과, 같은 순위로 근로기준법 등에 의한 최종 3개월분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등의 최우선변제 임금채권(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2조 제2항)이 있습니다.

이들 채권이 서로 경합하는 경우에는 채권액 비율에 따른 안분배당을 합니다.

그 다음 순위로는 집행목적물에 대해 부과된 국세, 지방세와 가산금(이른바 당해세, 국세기본법 제35조 제3항, 지방세기본법 제71조 제5항)이 있습니다. 국세로는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가, 지방세로는 재산세, 자동차세, 지방교육세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나 교부청구한 조세채권이 있다면 확정일자보다 조세채권의 법정기일이 빠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경매신청채권자는 경매기록 열람·복사 신청을 할 수 있다). 만일 조세채권의 법정기일이 확정일자보다 빠르면 조세채권을 우선적으로 배당합니다. 

위와 같은 선순위채권이 있으면 선순위채권을 먼저 만족시키고 나서 임차인의 보증금채권이 배당되므로 권리분석을 잘 해봐야 합니다. 


임차인이 낙찰을 받은 경우 반환받지 못한 임차보증금은 채무자(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96다38216, 97다28650). 

임차주택의 감정평가액이 토지, 건물을 합쳐서 2억5000만원이고, 집행비용은 300만원, 임차인보다 선순위채권이 700만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가 매수신청을 하지 않고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A는 매각대금에서 집행비용(300만원) 및 선순위채권(70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중에서 임차보증금을 배당받게 되고, 배당받지 못한 임차보증금은 매수인(경락인)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은 나머지 임차보증금을 다 받을 때까지 임차주택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A가 제1회 기일에 최저매각가격인 2억5000만원에 매수할 경우 배당은 먼저 집행비용(300만원)을, 그 다음 순위로 선순위채권(700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2억4000만원 중 임차보증금 2억3000만원을 배당받고 남는 1000만원은 후순위채권자들에게 배당하게 되고, 후순위채권자가 없으면 채무자(임대인)에게 잉여금으로 반환됩니다. 

만약 제1회 기일에 최저매각가격 이상의 매수신청이 없으면 새매각(제2회 매각기일)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는 최저매각가격을 20% 저감(법원 또는 사건에 따라 30% 저감한 경우도 있다)해서 진행하게 됩니다.


A가 제2회 매각기일(최저매각가격 2억원)에서 2억4000만원에 매수하면 집행비용 및 선순위채권(합계액 1000만원)을 제외한 2억3000만원을 배당받게 되는데, 이때는 임차보증금은 전액 배당받지만 매각대금 2억4000만원에서 임차보증금액을 뺀 금액(1000만원)만큼 더 들여야 임차 주택을 살 수 있게 됩니다.

A가 2억3000만원에 매수한다면 집행비용 및 선순위채권액(합계 1000만원)을 공제한 2억2000만원을 배당받게 되고, 배당받지 못한 임차보증금 1000만원은 채무자(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 

결국 임차인이 경매절차에서 자신의 임차 주택을 매수하려면 경매절차 진행에 필요한 집행비용(300만원) 및 선순위채권(700만원)의 합계액만큼 돈을 더 들여야 합니다.

B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B는 대항력은 있으나 확정일자에 의한 우선변제권은 없으므로, 매수신청을 하지 않고 권리신고를 하면 매수인(경락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 전액을 변제받을 때까지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배당요구를 해도 배당은 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B의 임차보증금은 매수인(경락인)에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B가 낙찰을 받으면 B가 매수인의 지위를 겸유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해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고, 양수인인 B가 임대인의 자신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하게 돼, 결국 B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혼동으로 소멸하게 됩니다(96다38216, 97다28650).

그러므로 B가 매수신청을 하려면 임차보증금(2억3000만원) 상당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입찰표에 입찰가격으로 적어야 합니다. 다른 매수희망자들도 B의 임차보증금 2억3000만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매수해야 하므로, 최저매각가격이 매수희망금액에서 2억3000만원을 뺀 금액 이하로 내려갈 때까지 매수신청을 하지 않고 기다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임차 주택을 2억5000만원에 살 계획이면 입찰가격은 2000만원을 적어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저매각가격이 2000만원 이하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제1회 최저매각가격이 2억5000만원이고 20%씩 저감한다면 제15회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이 1099만3000원, 제16회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이 879만4000원이 됩니다(저감의 계산방법은 전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에 0.8을 곱하되, 1000원 미만은 절삭하고 있다. 물론 이때는 30%씩 저감하는 방법이 합리적일 것이고, 저감의 정도는 법원의 자유재량이지만 경매신청채권자(임차인)는 30%씩 저감해줄 것을 법원에 신청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집행비용이 300만원, 경매신청채권자의 채권보다 선순위채권이 700만원이었으므로 집행법원은 제15회 기일까지만 진행하고, 그때까지 적법한 매수신청자가 없으면 경매신청채권자(압류채권자)에게 “최저매각가격으로 집행비용과 선순위채권을 제외하면 경매신청채권자에게 배당될 돈이 없으므로 경매절차를 더 진행하려면 충분한 보증을 제공할 것과 다른 매수신청인이 없으면 경매신청채권자가 매수신청을 할 것”을 요구하는 무잉여통지를 하게 됩니다(민사집행법 제102조).

B가 매수를 하려면 경매사건이 속행돼야 매수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위 통지를 받은 경우 1주 이내에 집행비용(300만원) 및 선순위채권(700만원)을 변제하고 남을만한 가격을 정해, 그 가격에 맞는 매수신고가 없을 때에는 자기가 그 가격으로 매수하겠다고 신청하면서 충분한 보증을 제공해야 다음 기일 진행을 하게 됩니다(민사집행법 제102조 제2항).

어느 정도의 금액이 충분한 보증으로 되는가에 관해 실무에서는 ‘저감된 최저매각가격’과 ‘매수신청(우선하는 부담과 비용을 변제하고 남을 가격)’의 차액을 보증액으로 하고 있습니다.

강제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서 매각허가결정을 받았다면 납부할 매각대금(총매각대금-매수보증금)에 대해서 매각결정기일이 끝날 때까지 상계신청을 할 수 있고, 다른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이의가 없으면 배당기일에 배당받을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만 납부하면 됩니다.

이의제기가 있으면 배당기일이 끝날 때까지 이에 해당하는 매각대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경매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에도 매매와 같은 세율의 취득세, 지방교육세 및 농어촌특별세 등을 납부해야 합니다. 취득물건 소재지가 조정대상지역인지 여부, 1주택자인지 다주택자인지 등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고, 낙찰로 인해 일시적 2주택이 된 경우에도 신규주택을 취득한 날로부터 일정한 기간 내(종전주택과 신규주택이 모두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경우에는 2년 이내)에 종전주택을 처분해야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지방세법 시행령 제28조의5) 등은 일반 매매의 경우와 같습니다.

<02-535-3303 · www.김기록법무사공인중개사.com>


[김기록은?]

법무사·공인중개사
전 수원지방법원 대표집행관(경매·명도집행)
전 서울중앙법원 종합민원실장(공탁·지급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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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