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록 법무사의 쉬운 경매> 전세사기와 임차주택의 경매

[Q] 서울 소재 빌라에 2억30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임대차기간이 끝났는데 임대인이 연락두절입니다. 요즘 전세 사기를 당한 사람이 많다고 해서 알아보니 제가 임차해 살고 있는 빌라도 시세가 임차보증금과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는 못했으나,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둬서 다른 권리자보다 우선해 임차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빌라를 제가 경매로 낙찰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요?

[A] 강제경매신청을 하려면 우선 집행권원이 있어야 하므로 경매신청에 앞서 임차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민사본안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임차주택에 부동산가압류신청을 할지 여부를 먼저 검토해봐야 합니다.

임차보증금반환소송의 변론종결 전에 임대인이 소유권을 제3자에게 넘겨버리면 임대인에 대한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미치지 못하므로, 이런 우려가 있으면 우선 임대인을 채무자로 해서 부동산가압류를 신청해야 합니다.

변론을 종결한 뒤의 승계인에 대해서는 승계집행문을 받아 승계인에 대해 강제경매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18조 제1항, 대법원 63마14 결정).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 후 가압류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 가압류채권자는 집행권원을 얻어 제3취득자가 아닌 가압류채무자를 집행채무자로 해서 그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강제집행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3다40637 판결).

이런 경우 실무에서는 당사자표시를 채무자란에 가압류채무자(임대인)를, 소유자란에 현 소유자를 ‘제3취득자 ○○○’라고 표시하고 있으며 현 소유자에 대한 송달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송을 일반 민사소송으로 제기할지 지급명령을 신청할지를 정해야 하는데, 임대인에게 송달이 잘 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합니다. 송달이 잘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지급명령을 신청해도 됩니다. 지급명령은 인지액을 소장의 1/10만 내면 되므로 저렴한 비용으로 집행권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송달은 만약 임대인이 구치소(형 확정 전 수감)나 교도소(형 확정 후 수감)에 수감 중이라면 해당 구치소장이나 교도소장에게 하면 됩니다. 임대인이 잠적한 경우라면 공시송달에 의해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시송달에 의한 재판이 예상되면 지급명령보다는 일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지급명령절차에서는 금융권 채권자가 행사하는 대여금 등 사건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공시송달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민사소송법 제462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의2).  

1심에서 가집행 선고부 판결을 받았다면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집행문이 부여된 집행력 있는 판결정본, 송달증명원 등을 첨부해 강제경매신청을 하면 됩니다. 

강제경매신청과 임차 주택 매수신청

다음은 강제경매신청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임차인의 임차주택 및 상가건물에 대해 보증금반환소송의 확정판결에 기한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반대의무의 이행(임차주택의 인도) 또는 이행의 제공을 증명하는 서면은 제출할 필요가 없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2 제1항,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5조 제1항).

강제경매도 개시결정정본을 채무자(임대인)에게 송달해야 하고 송달이 되지 않으면 공시송달로 할 수밖에 없는데, 공시송달까지는 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다음은 임차주택 매수신청에 관한 내용입니다. 임차인을 대항력(인도와 주민등록)과 확정일자를 모두 갖춘 임차인 A와, 대항력은 갖췄으나 확정일자를 갖추지 못한 임차인 B로 나눠서, 이들이 매수신청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일반 임차인은 일반 매수신청자와 조건이 같습니다. 임차인이라고 해서 우선권을 주는 건 아닙니다. 

경매절차에서 우선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은 공유자(민사집행법 제140조), 구 임대주택법(법률 제13499호로 개정되기 전 것)에 의한 임대주택임차인의 우선매수(구 임대주택법 제22조),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사업자의 부도임대주택의 우선매수(공공주택특별법 제41조),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주택매입사업시행자의 우선매수(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2조) 등 특별한 경우만 인정됩니다. 

매수인(이 사건의 경우 임차인)이 실제 배당받을 금액(배당재단)은 매각대금에다가 매수보증금의 이자를 더한 금액에서 집행비용을 뺀 금액이기 때문에 집행비용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집행비용과 선순위채권을 빼고 나면 경매신청채권자(이 사건의 경우 임차인)에게 배당할 돈이 없을 때는 경매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경매신청채권자에게 ‘무잉여통지’를 하게 됩니다.

집행비용은 송달료, 감정료, 현황조사 수수료, 신문 공고료, 매각수수료, 경매신청 법무사 보수 등을 합친 금액인데, 경매신청채권자(압류채권자라고도 합니다)가 경매신청할 때 예납하고, 배당절차에서 집행권원 없이도 최우선적으로 변상을 받습니다(민사집행법 제53조). 

선순위채권

다음으로 확정일자부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우선하는 선순위채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집행비용과 목적부동산에 투입된 제3취득자의 필요비·유익비(민법 제367조)를 먼저 공제하고, 그 다음 순위로 임대차보호법에 의한 소액임차인의 보증금 중 일정액(주택·상가건물 각 매각가격의 1/2 범위 내에서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4조)과, 같은 순위로 근로기준법 등에 의한 최종 3개월분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등의 최우선변제 임금채권(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2조 제2항)이 있습니다.

이들 채권이 서로 경합하는 경우에는 채권액 비율에 따른 안분배당을 합니다.

그 다음 순위로는 집행목적물에 대해 부과된 국세, 지방세와 가산금(이른바 당해세, 국세기본법 제35조 제3항, 지방세기본법 제71조 제5항)이 있습니다. 국세로는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가, 지방세로는 재산세, 자동차세, 지방교육세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나 교부청구한 조세채권이 있다면 확정일자보다 조세채권의 법정기일이 빠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경매신청채권자는 경매기록 열람·복사 신청을 할 수 있다). 만일 조세채권의 법정기일이 확정일자보다 빠르면 조세채권을 우선적으로 배당합니다. 

위와 같은 선순위채권이 있으면 선순위채권을 먼저 만족시키고 나서 임차인의 보증금채권이 배당되므로 권리분석을 잘 해봐야 합니다. 


임차인이 낙찰을 받은 경우 반환받지 못한 임차보증금은 채무자(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96다38216, 97다28650). 

임차주택의 감정평가액이 토지, 건물을 합쳐서 2억5000만원이고, 집행비용은 300만원, 임차인보다 선순위채권이 700만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가 매수신청을 하지 않고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A는 매각대금에서 집행비용(300만원) 및 선순위채권(70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중에서 임차보증금을 배당받게 되고, 배당받지 못한 임차보증금은 매수인(경락인)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은 나머지 임차보증금을 다 받을 때까지 임차주택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A가 제1회 기일에 최저매각가격인 2억5000만원에 매수할 경우 배당은 먼저 집행비용(300만원)을, 그 다음 순위로 선순위채권(700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2억4000만원 중 임차보증금 2억3000만원을 배당받고 남는 1000만원은 후순위채권자들에게 배당하게 되고, 후순위채권자가 없으면 채무자(임대인)에게 잉여금으로 반환됩니다. 

만약 제1회 기일에 최저매각가격 이상의 매수신청이 없으면 새매각(제2회 매각기일)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는 최저매각가격을 20% 저감(법원 또는 사건에 따라 30% 저감한 경우도 있다)해서 진행하게 됩니다.


A가 제2회 매각기일(최저매각가격 2억원)에서 2억4000만원에 매수하면 집행비용 및 선순위채권(합계액 1000만원)을 제외한 2억3000만원을 배당받게 되는데, 이때는 임차보증금은 전액 배당받지만 매각대금 2억4000만원에서 임차보증금액을 뺀 금액(1000만원)만큼 더 들여야 임차 주택을 살 수 있게 됩니다.

A가 2억3000만원에 매수한다면 집행비용 및 선순위채권액(합계 1000만원)을 공제한 2억2000만원을 배당받게 되고, 배당받지 못한 임차보증금 1000만원은 채무자(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 

결국 임차인이 경매절차에서 자신의 임차 주택을 매수하려면 경매절차 진행에 필요한 집행비용(300만원) 및 선순위채권(700만원)의 합계액만큼 돈을 더 들여야 합니다.

B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B는 대항력은 있으나 확정일자에 의한 우선변제권은 없으므로, 매수신청을 하지 않고 권리신고를 하면 매수인(경락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 전액을 변제받을 때까지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배당요구를 해도 배당은 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B의 임차보증금은 매수인(경락인)에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B가 낙찰을 받으면 B가 매수인의 지위를 겸유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해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고, 양수인인 B가 임대인의 자신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하게 돼, 결국 B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혼동으로 소멸하게 됩니다(96다38216, 97다28650).

그러므로 B가 매수신청을 하려면 임차보증금(2억3000만원) 상당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입찰표에 입찰가격으로 적어야 합니다. 다른 매수희망자들도 B의 임차보증금 2억3000만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매수해야 하므로, 최저매각가격이 매수희망금액에서 2억3000만원을 뺀 금액 이하로 내려갈 때까지 매수신청을 하지 않고 기다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임차 주택을 2억5000만원에 살 계획이면 입찰가격은 2000만원을 적어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저매각가격이 2000만원 이하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제1회 최저매각가격이 2억5000만원이고 20%씩 저감한다면 제15회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이 1099만3000원, 제16회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이 879만4000원이 됩니다(저감의 계산방법은 전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에 0.8을 곱하되, 1000원 미만은 절삭하고 있다. 물론 이때는 30%씩 저감하는 방법이 합리적일 것이고, 저감의 정도는 법원의 자유재량이지만 경매신청채권자(임차인)는 30%씩 저감해줄 것을 법원에 신청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집행비용이 300만원, 경매신청채권자의 채권보다 선순위채권이 700만원이었으므로 집행법원은 제15회 기일까지만 진행하고, 그때까지 적법한 매수신청자가 없으면 경매신청채권자(압류채권자)에게 “최저매각가격으로 집행비용과 선순위채권을 제외하면 경매신청채권자에게 배당될 돈이 없으므로 경매절차를 더 진행하려면 충분한 보증을 제공할 것과 다른 매수신청인이 없으면 경매신청채권자가 매수신청을 할 것”을 요구하는 무잉여통지를 하게 됩니다(민사집행법 제102조).

B가 매수를 하려면 경매사건이 속행돼야 매수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위 통지를 받은 경우 1주 이내에 집행비용(300만원) 및 선순위채권(700만원)을 변제하고 남을만한 가격을 정해, 그 가격에 맞는 매수신고가 없을 때에는 자기가 그 가격으로 매수하겠다고 신청하면서 충분한 보증을 제공해야 다음 기일 진행을 하게 됩니다(민사집행법 제102조 제2항).

어느 정도의 금액이 충분한 보증으로 되는가에 관해 실무에서는 ‘저감된 최저매각가격’과 ‘매수신청(우선하는 부담과 비용을 변제하고 남을 가격)’의 차액을 보증액으로 하고 있습니다.

강제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서 매각허가결정을 받았다면 납부할 매각대금(총매각대금-매수보증금)에 대해서 매각결정기일이 끝날 때까지 상계신청을 할 수 있고, 다른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이의가 없으면 배당기일에 배당받을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만 납부하면 됩니다.

이의제기가 있으면 배당기일이 끝날 때까지 이에 해당하는 매각대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경매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에도 매매와 같은 세율의 취득세, 지방교육세 및 농어촌특별세 등을 납부해야 합니다. 취득물건 소재지가 조정대상지역인지 여부, 1주택자인지 다주택자인지 등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고, 낙찰로 인해 일시적 2주택이 된 경우에도 신규주택을 취득한 날로부터 일정한 기간 내(종전주택과 신규주택이 모두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경우에는 2년 이내)에 종전주택을 처분해야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지방세법 시행령 제28조의5) 등은 일반 매매의 경우와 같습니다.

<02-535-3303 · www.김기록법무사공인중개사.com>


[김기록은?]

법무사·공인중개사
전 수원지방법원 대표집행관(경매·명도집행)
전 서울중앙법원 종합민원실장(공탁·지급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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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