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나쁜 집주인과 중개사 ‘임대 깡패’ 커넥션 추적 ②구축 빌라 전세 사기 피해담

알고도 속는 ‘사각 속 사각’ 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김민주 기자 = “○○년아, 내가 돈 못 줄 것 같냐. 법대로 해라.” 이수진(가명)씨가 임대인 정모씨에게 들은 욕설이다. “집이 압류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이씨는 구축 빌라서 전세로 살다 전세 사기를 당했다. 이들이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중간에 낀 ‘공인중개사’ 때문이었다.

임대사업자 정씨는 성공한 사업자로 보였다. 사업도 여러 가지 하고 있었고, 그의 이름으로 된 집만 247채였다(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경기도, 인천의 구축 빌라가 대부분이었는데, 그중 인천 구축 빌라가 다수였다. 정씨 집도 인천이며 인천 지역의 공인중개사들에게 그는 유명 인사였다.

화려한
빌라왕

인천서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이씨는 한 부동산에 방문했다. 공인중개사무소(이하 중개사무소)는 이씨에게 정씨의 빌라를 소개하면서 “정씨는 집이 엄청 많은 사람으로, 10년 넘게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오래 일한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이 집은 중소기업청년대출이 가능하니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청년대출은 은행서 중소기업을 다니는 청년들에게 1.5% 고정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보통 중소기업청년대출은 빚이 없는 안전한 집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 자리서 등기부등본을 떼서 보여줬는데, 1억4000만원 전세에 나온 집으로 서류상으로도 깨끗했다. 그래도 이씨는 우려를 떨칠 수 없었다. 이 전에 살던 집에서도 전세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를 당했는데도 다시 전세를 구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돈 때문이었다.


월세는 보증금이 적은 대신, 한 달에 50~60만원의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다. 여기에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70만원이 훌쩍 넘는 반면, 전세는 보증금의 20%만 있으면 은행 대출이 가능했다. 은행 이자로 나가는 돈과 비교하면 월세보다 전세가 훨씬 저렴하다. 중개사무소서도 은행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씨는 전세 사기로 빨리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자도 지속적으로 나가는 상황이라 월세 집은 현재 월급으론 불가능했는데, 마침 공실인 정씨 집이 있었다. 이씨는 해당 집에 머물면서 매매할 집을 구할 계획이었는데, 결국 1억4000만원에 전세 계약했다.

집이 낡긴 했지만, 위치가 좋았고, 회사도 근처라 출퇴근이 편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2022년 11월에 해당 집에 입주했다. 그후 7개월이 지난 뒤에야 해당 집이 압류당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안전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정씨는 인천 공인중개사에게 ‘사기꾼’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알면서도 속인 것이었다. 

10년 넘게 일한 성공한 임대사업자
알고 보니 인천에서 유명한 사기꾼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거주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전세보증보험은 거주한 지 1년이 안된 시점에 가입할 수 있었으나 이씨는 임대인에게 중도해지합의서를 요청했다. 중도해지합의서는 임대계약을 미리 해지하기로 합의하는 문서다. 임대인이나 임차인의 계약조건 위반 시 요구할 수 있다.

다음은 지난해 9월, 이씨는 “내가 (이 집에)거주한 지 1년이 안됐다.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데 (집이 압류됐으니)11월에 나가겠다. 미리 중도해지합의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가 “중도해지합의서 쓰고 나가도 마음대로 나가는 것”이라는 말에 그는 “지금 나쁜 집주인 명단에 올라가 있는 거 아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정씨는 “여보세요, 나쁜 집주인이고 뭐고, 만기까지 살아라. 지금 정신이 나갔냐. 당신 멋대로 법을 만들라고 하느냐? 합의고 나발이고 나는 못하니까 만기까지 무조건 살아라”고 역정을 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이씨는 “만기 때가 되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거냐”고 물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야, ○○년아, 주면 주는 거다. 못 줄 게 뭐가 있냐? 싸가지가 없다. 법대로 해라, 고발하라고”였다.

이씨가 “만기 때 돈은 돌려줄 수 있는 게 맞냐”고 재차 묻자, 그는 “못 돌려준다. 굳이 못 준다. (내가)왜 줘야 하냐. 나는 이제는 너랑 말하기 싫다. 지랄하지 마라. 너하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내가 임대사업하면서 너 같은 것 처음 봤다”고 화내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날부터 정씨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같은 사례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흔하게 겪는 일이다. 가해자는 가해자임을 인정하지 않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도 떳떳하다. 고의가 아니라는 것이 임대인들의 주장이다.

이렇듯 이씨는 전세 사기를 두 번이나 당했다. 그가 두 번이나 전세 사기를 당한 데에는 공인중개사들이 거짓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집을 구하려던 것도 문제였지만, 공인중개사의 “오랫 동안 임대사업했던 안전한 집주인”이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게 화근이었다. 

<일요시사>는 지난 16일, 인천 부평구 소재의 한 카페서 정씨 소유의 빌라에 거주하다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 3명을 만났다. 여태까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다가구주택 거주자가 많았다면, 이들은 다세대주택 거주자였다. 다가구주택은 집주인이 1명으로 호실이 나뉘어 있는 공동주택이고, 다세대주택은 집주인이 여러명인 공동주택이다. 호수별로 매매해 소유자가 다른데, 정씨의 집 대부분은 다세대주택이었다.

이날 이들 3명은 “공인중개사와 집주인은 한통속”이라고 이구동성했다.

돈 달라니
“○○년아”

전세 사기를 당하게 되면, 해당 집은 경매로 넘어간다. 경매서 집이 낙찰돼 돈을 받으면 문제는 해결되지만, 구축 빌라는 공시지가(국토교통부서 발표한 공식 가격)가 높지 않다. 현실적으로 경매서 빌라가 낙찰되더라도 보증금이 충당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전세 사기 매물 경매 금액은 ‘공시지가’에 피해자의 ‘보증금’을 더한다. 구매자가 피해자의 보증금을 대신 내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축 빌라가 경매서 낙찰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정씨 소유의 집은 곰팡이는 기본이고, 집 천장이 무너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등 상태도 나빴다. 빌라 매매 자체가 계속 감소하는 데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집을 살리는 만무하다.


이씨는 “그나마 신축 빌라서 전세 사기를 당하면 인테리어가 돼있으니 당장 사는 덴 문제가 없다. 그런데 구축 빌라는 곰팡이가 기본이다. 도배를 다시 해야 하는데 정씨한테 연락해도 전화를 안 받거나, 돈이 없다고 우리보고 해결하라고 한다”며 “우리는 돈을 받을 때까지 버틸 수가 없고,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집이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정씨 소유의 다세대주택은 연식이 최소 20년이 됐다. 너무 오래된 집은 일반 도배로는 곰팡이가 해결되지 않는다.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 특수 도배 시 최소 4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집에서 정체 모를 냄새가 올라오기도 하는데, 하수구서 냄새가 올라오는 것은 기본이다.

문고리가 고장이 나는 것 정도는 애교다.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곧 무너질 것처럼 을씨년스운데도 정씨는 “돈이 없다”며 집수리를 거부하고 있다.

경매서 낙찰되지 않는 구축 빌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선택지는 단 하나다. 전세사기특별법이 시행되더라도 보증금의 30%만 구제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구매 후 거주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이씨는 “만약 집이 경매서 낙찰된다고 해도 최소한 1년이 걸리는데, 나는 1년 동안 또 발이 묶인다. 지금 이 집이 잘 팔리면 1억원 초반에 팔리겠지만 압류도 걸려 있으니 나밖에 살 사람이 없다”며 “세입자 외에 다른 사람이 사면 압류권까지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집이라도 괜찮은 상태면 이해할 수 있겠는데 그것도 아니니 답답하다. 이런 식으로 집을 사서 1주택자가 된다. 이 집을 그냥 두고 다른 집에 가면 또 이자가 이중으로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가)이 집을 구매해서 전세로 내놔도 공시지가가 내려갔으니 (내가 낸)보증금보다 적게 받는다. 또 집수리에만 1000만원 이상 들어갈 ”것이라며 “집이 있어도 손해고, 이 집을 나가도 손해다. 신축 빌라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한탄했다.

결국 이씨가 구축 빌라를 떠안아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는 “가장 화나는 건 정씨가 낸 빚을 피해자인 내가 대신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정씨가 돈을 안 버는 것도 아니다. 전세 사기 매물을 단기 월세로 중개사무소에 올렸다”며 “분명 돈을 벌고 있는데 통장에 돈이 없다고 ‘돈이 없다’는 말만 한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10년 동안 건강보험료도 내지 않았는데 임대사업을 했다. 나는 왜 열심히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신용불량자가 돼서 정씨를 괴롭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나 몰라
배째라

결국 이씨는 ‘정씨는 안전한 집주인’이라는 공인중개사의 거짓말과 은행서 중소기업전세대출이 가능한 바람에 전세 사기를 당하게 됐다. 이씨는 “은행서 어떻게 대출이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애초에 은행서 대출이 안됐더라면 들어갔을 리 없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피해자 김서영(가명)씨는 전세 만기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정씨와 연락이 되질 않으면서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월세로만 살다가 첫 전셋집이었다. 계약자도 정씨가 아니었고, 다른 사람이었다. 김씨가 전세로 들어올 때 정씨가 집을 매매했는데, 매매 금액과 전세 금액이 같았다.

김씨는 “나는 계약할 때 전세보증보험 가입 내용도 듣지 못했다. 첫 전셋집 계약이라 알지 못했지만, 공인중개사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계약할 때 방조했던 공인중개사가 다른 중개사무소서 일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을 보니 계약한 공인중개사와 수수료를 입금한 사람도 달랐다. 계약금도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중개사무소서 계약했는데 계약금을 B 중개사무소에 넣는 식”이라며 “원래는 중개사무소 대표에게 입금하는 게 맞다. 계약서 쓸 때 대표를 본 적도 없으며, 계약서 필체도 다른 경우가 허다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 역시 전세 사기서 공인중개사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정씨의 집을 전세 계약할 당시 공인중개사가 은행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김씨 주장에 따르면, 집 계약 당시 대출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중개사무소서 ‘○○은행 역삼지점’서 대출을 받으라고 했다. 당시 인천 부평구에 거주 중이었던 그는 “역삼까지 가야 대출이 잘 나온다”며 은행원 명함을 받았다.

김씨는 “(내가)너무 멀어서 못 가겠다고 하니 차로 태워줬다”며 “전세 사기 피해자들 중 이런 식으로 대출받은 사람이 많다. 대출이 나오면 안 되는 집인데 대출을 해 준 것”이라며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이 공범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상적인 심사를 통해선 대출이 나올 수 없는 집인데, 공인중개사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임차인에게 말하지 않고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집 근처 은행을 찾았던 한 임차인은 대출을 받지 못해 결국 공인중개사가 제시한 은행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빌라 경매 기간만 1년 넘어
공시지가보다 낮은 경매가

김씨는 “정씨는 인천 중개사무소 시장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집이 많아 여러 중개사무소서 거래했으며, 이런 정씨의 사기 행각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며 “사기를 당한 뒤 알게 된 것은 중개사무소가 전세금(1억2000만원)으로 현재 임대인이 예전 임대인으로부터 집을 매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매매가는 1억원이었고, 남은 2000만원은 중개사무소와 현재 임대인이 나누눠 가져갔다고 들었다”고 개탄했다. 

공인중개사법 제25조에는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를 의뢰받았으면 중개가 완성되기 전 ▲해당 중개 대상물의 상태‧입지 및 법률관계 ▲법령의 규정에 따른 거래 또는 이용제한 사항 등을 확인해 이를 해당 중개 대상물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중개 의뢰인에게 성실·정확하게 설명하고, 토지대장 등본 또는 부동산종합증명서, 등기사항증명서 등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기재돼있다.

수리가 안 돼있지만 이씨는 돈을 받을 때까지 현재 집에서 거주할 예정이다. 경매서 낙찰될 것이라는 희망도 이미 접었다. 1억2000만원짜리 전세지만 매매가 되더라도 7000만원 이하라는 비관적인 말을 들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단체로 중개사무소에게 소송을 걸 예정이다. 중개사무소도 정씨가 사기꾼인 것을 묵인했고, 여전히 전세 사기 매물을 단기 월세로 올려 2차 피해를 양상하고 있는 데다 전부 허위 매물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 매물을 올릴 경우 압류 사실을 게시하지 않으면 허위 매물로 간주되는데, 당시 A 중개사무소는 해당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평범한 일상을 잃은 채 정씨의 행각을 쫓는 게 일상이 됐다.

이씨는 “경찰에 중개사무소를 신고해도 ‘연관성이 없다’는 말만 한다. 계약 과정을 모두 녹음하거나 영상으로 찍을 순 없다. 결론은 중개사무소를 따로 고소해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변호사 수임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이들은 “경찰에 관련 내용을 전부 찾아서 넘겼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냐? 계속 정씨를 쫓아다니면서 괴롭혀야 하냐? 우리는 일반 직장인인데, 내가 사기당했다고 거기에 몰두하고만 있을 수 없지 않느냐? 우리도 먹고살아야 하는데…”라며 “1억원이 넘는 돈이 고스란히 빚이 됐다. 전세 사기를 당해본 사람은 안다. 이건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가 없다. 선 구제해주길 원하지만 가능하겠느냐?”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죽지 못해…”
피해자 지금…

인천에선 3명 중 1명이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피해자가 다수다.

이날 카페서 인터뷰 중 전세 사기 피해 이야기를 듣고 ‘나도 피해자’라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자신들의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씨는 “앞으로 피해자가 훨씬 많아질 텐데 대책은 전혀 없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현재 정씨는 전세 사기로 검찰에 송치됐고 보완 수사 지시가 내려진 상황이다.

<ckcjfdo@ilyosisa.co.kr>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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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