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21>부동산 사기 대처법

의심하라!…그리고 확인하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절박하게 전세를 구하려는 서민 등을 상대로 신분증 위조나 이중계약 등을 통해 전셋돈을 가로채는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과연 서민들은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부동산 사기 유형 및 예방법을 알아봤다.

임대·임차인 상대 전셋돈 가로채는 사건 빈발
‘이중계약, 주인행세…’상대방 신분 확인 필수

국토해양부가 부동산 사기 주의보를 발령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1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불법 중개 행위를 단속하고 자정 활동을 강화해달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또 홈페이지(
www.mltm.go.kr)를 통해 전세 사기의 주요 유형과 임대인·임차인 유의 사항을 게시했다. 이와 함께 2월 반상회보에 중개 피해 예방 안내문과 중개인 및 소유자 신분 확인 요령 등을 안내하는 홍보물을 싣도록 행정안전부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불법 중개 감시 강화”
국토부 종합대책 마련

국토부는 지자체에 보낸 공문에서 서민의 어려움을 고려해 전셋값 상승을 조장하는 불법 중개 행위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지도·단속,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및 다가구·다세대 주택 소유주에 대한 사기 주의 공문 발송 등의 대책을 자체 실정에 맞게 적극적으로 강구·시행한 뒤 결과를 통보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나 중개업 등록증을 빌려 사기 행위를 저지르는 범죄를 막기 위해 이를 대여하지 말도록 자격증 소지자나 중개업자에게 공문, 문자 서비스 등을 통해 홍보하고 단속도 강화하라고 요청했다.

공인중개사협회에도 회원들의 자격증·등록증 대여를 금지해 사기 사건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게 자정 결의 대회 개최, 자체 지도·점검 등 자정 활동 강화, 소비자 상담 활성화 등 부동산 중개업계가 소비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국토부는 이들 기관이나 단체에 보낸 공문에서 “최근 전세 사기 사건은 주로 집을 월세로 얻은 뒤 소유자의 신분증을 위조하고 중개업 등록증을 빌려 중개업자와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전세 계약을 맺고 나서 보증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오피스텔, 다가구주택 등의 소유자가 관리인이나 중개업자를 통해 임대차 계약이나 보증금 관리 등을 맡기는 과정에서 주의나 경각심 부족으로, 임대인은 소유주나 중개업자의 신분 확인을 소홀히 함으로써 전세금을 떼이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전·월세 관련 사기가 빈번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사기 피해를 보더라도 주의·확인 의무를 게을리한 임대인이나 임차인에게도 일정 책임이 돌아가는 만큼 다소 번거롭더라도 신분 확인을 철저하게 하고, 보증금 등은 임대/임차인이 직접 주고받는 게 안전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전세 수요 증가와 전셋값 상승 등을 틈타 세를 놓는 임대인이나 세를 구하는 임차인을 상대로 전셋돈을 가로채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 사기의 유형과 이를 예방하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전세 사기 주요 유형= 우선 건물 관리인의 이중계약을 꼽을 수 있다.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의 임대인으로부터 부동산 관리와 임대차 계약을 위임받은 중개업자나 건물 관리인이 집주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했다고 속이고 실제 임차인과는 전세 계약을 한 뒤 전세 보증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중개업 등록증이나 신분증을 위조하는 예도 허다하다.

무자격자가 중개업 등록증 또는 자격증을 빌려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차리고 월세로 여러 채의 주택을 임차하고 나서 중개업자와 집주인으로 신분을 위장해 여러 전세 구입자와 중복 계약을 체결해 전세 보증금을 ‘꿀꺽’하는 수법이다. 월세 계약을 하고 세든 사기꾼이 주택 소유자의 신분증을 위조해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다른 임차인과 전세 계약을 한 뒤 보증금을 갖고 튀는 일도 있다.

검찰이 최근 강남 일대의 고가 아파트를 월세로 빌린 뒤 계약 때 알게 된 집주인 인적사항에 자신들의 사진을 붙이고서는 집주인인 양 전세를 놔 14억여원의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일당을 기소한 것이 그 예다. 중개업자가 임대차 중개 때 소음이나 누수 등 대상 건물의 하자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임차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거짓 정보 제공의 한 유형에 속한다.

▲임차인 유의사항= 중개업자와 거래 상대방의 신분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거래해야 안전하다. 해당 시·군·구청 중개 업무 담당 부서에서 중개업 등록번호, 공인중개사 자격증, 중개업자의 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알아낼 수 있다. 또 임차 건물 소유자가 맞는지 확인하고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거래 상대방에게 지급할 필요가 있다. 신분증이나 임대차 건물 공과금 영수증, 등기권리증 등을 대조하면 된다.

특히 신분증을 위조한 경우에는 진위 확인이 곤란하므로 다양한 방법으로 체크하고 소유자 등이 신분 확인에 미온적일 때는 절대 조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 건물 소유자로부터 위임을 받은 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는 소유자에게 실제 위임 여부나 계약 조건 등을 직접 물어보고 위임장이 위·변조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포괄적인 위임 자제
아니면 수시로 변경

아울러 주변 시세보다 가격 등의 거래 조건이 월등하게 좋으면 ‘사기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일단 의심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런 때는 해당 건물의 권리 관계, 위치, 환경, 소유자 등을 직접 확인하는 한편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계약하기 전에 들어갈 건물의 상태, 구조, 환경 및 누수, 소음 등 하자 여부를 낮이나 조명이 밝은 상태에서 유심히 점검해야 한다.

▲임대인 유의사항= 건물 관리를 맡긴 관리인이 전세 보증금을 빼돌리는 사기 사건에서는 임대인에게 상당한 책임이 전가되므로 계약 사항을 꼭 확인해야 한다. 예컨대 관리인이 집주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했다고 하고, 임차인에게는 전세 계약을 한 뒤 보증금을 가로챈 경우 판례에 따르면 임대인의 책임을 60% 이상으로 산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월세 계약에 대한 모든 권한과 보증금·월세 징수를 맡긴다’는 식으로 포괄적인 위임은 자제하고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수시로 변경하면 좋다. 관리인이 임대인 의사와 달리 계약을 하지 못하게 위임 사항을 명확히 하고, 관리인이 보증금을 받지 못하도록 조치할 필요도 있다. 임대차 계약 시 임차인이 임대인과 통화하고 나서 서명하도록 하도록 하는 한편 월세 및 보증금은 임대인 계좌로 직접 입금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이 월세인지 전세인지 전화나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관리인에게 인감증명서, 도장, 통장을 내주고 계약과 전·월세 보증금 등의 관리를 전체적으로 맡기면 사기 사건을 유발할 공산이 매우 크고, 이 경우 임대인 자신에게 가장 큰 책임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일간지 광고와 텔레마케팅 등을 통한 일명 ‘땅 쪼개기식’ 기획부동산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중동발 고유가와 주식 폭락, 저축은행 쇠락 등 경기불황 속에서도 ‘최고의 재테크’라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허위·과장광고 주의보
▲‘땅쪼개기’기획부동산
▲서비스드 레지던스 먹튀
▲‘무늬만’선임대 상가

지자체장과 연관된 일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가평 군수가 땅 쪼개기에 나선 기획부동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되기도 했다. 한 토지전문가는 “투기 목적의 토지분할인 ‘땅 쪼개기’가 불가능한 업무다보니 기획부동산업자가 가평군수 등에게 뇌물을 주고 분할을 청탁했다 검찰에 구속된 것”이라며 “기획부동산으로부터 광고를 접한 일반 시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몰라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기획부동산이란 지주로부터 매입한 땅을 330㎡ 혹은 660㎡ 단위로 잘게 쪼갠 후 텔레마케터들을 고용해서 개발이 되면 값이 크게 오른다면서 주로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기는 부동산업체를 말한다. 이런 땅을 매입해서 돈을 번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쓸모없는 땅으로 판명되거나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피해자만 속출하고 있다.

2007년만 해도 기획부동산은 부동산 침체 및 정부의 각종 규제로 사경을 헤맸으나,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운하 사업 등 호재로 토지 시장이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자 다시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2008년 6월 대운하 사업이 중단되자 여주 등 제2영동고속도로 나들목 지역, 용인 등 시가화예정용지 주변 지역, 양평과 가평 등 전원주택 부지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신문광고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용인의 모현면과 백암면, 처인구 등은 실제로 지가 상승이 계속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들이라 관심이 쏠릴 만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파는 땅은 절대 사면 안 된다. 돈이 될 확률보다는 오히려 손해 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아파트 등 주택 시장이 매력을 잃자 많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선택한 것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특히 소액 투자가 가능한 소형 오피스텔이나 고시텔 등에 개미 투자자가 많이 몰렸다. 흔히 이들 고시텔을 포장하는 말은 ‘레지던스’다.

레지던스의 본래 의미는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준말로 보통 대형 숙박시설에서 호텔식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숙박업소를 말한다. 하지만 겨우 면적이 10㎡ 남짓에 불과한 고시텔에서 무분별하게 이 단어를 사용하면서 ‘레지던스=고시텔’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상태다.

레지던스 먹튀꾼의 수법은 투자자에게 자신들의 책임을 유난히 강조한다는 것. ‘확정수익 보장’, ‘책임 준공’등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지만 계약서 상에는 배제돼 있거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투자자가 계약서라고 믿게끔 작성해 놓은 문서도 투자 동의서나 약정서 등 법적 구속력이 거의 없는 문서가 대부분이다.

그중에서도 용도허가도 받지 않은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통상 레지던스 먹튀들은 상가 건물 1개 층을 부동산 경매로 낙찰 받아 용도허가도 받지 않은 채 시설 변경을 진행한다. 한창 공사 중이니 투자자들은 큰 문제를 삼지 않는다. 설령 투자자가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책임지고 허가받겠다고 장담하며 무마시킨다.

하지만 관할 자치단체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문제는 커진다. 공사가 중단되고 철거당하는 상황까지 맞는다. 고시텔은 각 실마다 소유주가 다르다. 개별등기라는 말로 투자자를 유혹하지만 사실상 구분등기가 아닌 지분등기다. 고시텔 투자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매매가 가능하다. 재산권 행사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문제 해결을 위해 분양업자를 찾아봐야 이미 투자금을 들고 튀어버린 먹튀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익보장’광고·말
무조건 믿으면 낭패

가짜 임대차 계약서를 가지고 상가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짜 임차인을 내세워 계약금만 넣고 마치 임차인이 확정되어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든 다음 투자자가 분양을 받는 경우 임차인 계약금을 포기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전문가들은 몇 가지 사항만 꼼꼼히 챙기면 무늬만 선임대 상가를 피해갈 수 있다고 충고한다. 우선 분양계약서를 쓸 때 임대인의 계약 주체가 시행사인지 확인해야 한다. 계약의 주체가 분양 영업사원이라면 가짜 선임대일 가능성이 높다. 시행사와 체결한 계약서가 있어야 정상적인 임대차 계약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임대 계약금을 시행사가 보관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계약금이 시행사의 통장으로 입금된 내용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이 밖에 약국이나 부동산과 같은 특수 업종은 임차인의 면허증을 확인하는 것도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한 상가전문가는 “가짜 임대차 계약은 입주 기간까지 남은 기간이 길고 임차 계약금이 적다는 점을 이용한 사기이기 때문에 계약금 비중이 높다면 영업사원이 가짜 선임대를 통해 취할 이득이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상가114 이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