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답 없는 청년 주거 막전막후

지방 살면 서울 근처도 못가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본가가 서울(수도권)인 것도 ‘스펙’이다.” 지방 출신 청년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푸념이다. 청년 주거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학업·취업을 위해 상경한 이들의 사투가 더욱 두드러진다. ‘비빌 언덕’이 없는 이들은 소득과 재산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지원책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낮은 실효성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실정이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급등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간극은 점차 커졌다. 이 같은 양극화는 청년층에서 더욱 심각해졌다. 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소득과 재산이 비교적 적은 편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내 집 마련’이 훨씬 어렵다. 청년층은 한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에 성공한 이들과 그조차도 엄두 내지 못하는 이들로 양분됐다.

무너진
영끌족

집값이 계속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지금 아니면 영영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사회에 만연했던 탓이다. 당시 집값 상승률에 비해 한참 낮았던 대출금리도 이 같은 풍조에 크게 기여했다. 여력이 되는 이라면 누구나 재산과 대출을 긁어모아 집을 살지 고민했고, 이 중 상당수가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들이 일명 ‘영끌족’이다.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만 하더라도 청년 주거 문제는 ‘영끌하지 못한 이’에게 한정된 이야기였다. 적당 선의 이자를 내면서 버티고, 여차하면 차익실현까지 가능했던 영끌족을 굳이 살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단 1~2년 만에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금리가 급등하는 사이 집값이 속절없이 내려갔다. 종전의 청년 주거 문제에 영끌족의 ‘아우성’이 합세한 모양새다. 현재 청년들은 집이 있으면 있는 대로 고통받고, 없으면 없는 대로 힘들다.


영끌족의 상황은 개선되기는커녕 점차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 21일(현지시각) 이례적인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자이언트 스텝이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영향으로 국내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추가 상승할 것이 확실시된다.

국내 기준금리는 미국의 수치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국은행(한은)은 올해 두 차례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0.25%p씩 올리는 ‘베이비 스텝’을 넘어 0.5%p씩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속 빅 스텝이 이뤄진다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 7%를 넘어 8% 선까지 넘볼 것으로 전망된다.

한계치에 임박한 영끌족의 빚 부담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미 금융권에선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내 7%를 돌파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현재 연 6% 중반대까지 치고 올라왔다. 주담대 금리 설정의 준거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각각 2.96%와 4.460%다.

특히 코픽스는 10여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주담대 금리는 3~4%대에 머물렀다. 예컨대 3억원을 빌렸다면 이자로 월 90~100만원, 원리금까지 합쳐도 140만원 전후에 불과했다. 하지만 금리가 6% 중반대로 오른 지금은 월별 이자만 160만원을 상회한다. 향후 7~8%까지 치솟으면 이자가 175~200만원으로 상승한다.


불과 1년 사이에 이자 부담이 곱절로 불어난 셈이다.

무주택자 이어 영끌족도 위기 봉착
가파른 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 한계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될 때 대출자들의 전체 이자 부담은 연 3조3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7차례, 총 2%p 올렸다. 한은 추정대로라면 1년 만에 불어난 가계 이자 부담액은 약 27조원에 달한다.

이번 금리 인상의 최대 피해자는 2030세대 영끌족이 될 공산이 크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20~30대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475조8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35조2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2030세대의 취약차주 비중은 6.6%로 다른 연령층 평균(5.8%)보다 높다. 30대 차주의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은 280%에 달한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다중채무액은 598조9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22.1% 증가했다. 다중채무란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경우를 가리킨다. 눈에 띄는 점은 이 기간 30대 이하의 다중채무액이 118조9600억원에서 158조1300억원으로 약 33%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영끌족의 상당수가 2030세대라는 방증이다.

영끌 열풍이 금리 인상기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대로라면 영끌족은 암울한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뿐이다. 이들은 집은 있지만 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거나,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손해를 감수한 채 떨어진 가격에 집을 되팔아야 한다. 

대출금 상환 방식이 변경된 점 역시 부담을 더한다. 과거 고금리 시절 주택담보대출은 거치기간 동안 이자만 납부하다 일시에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원리금 분할상환’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돈을 빌려도 월별 부담 금액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영끌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다. 그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20~30대는 한 번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는 세대”라며 “집을 살 때 연 3%로 돈을 빌려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을 테지만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고, 낮은 금리를 가정해 경제활동을 하면 위험이 있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집을 장만하지 않았다고 해서 웃을 수도 없다. 무주택자들은 만성적인 주거 불안과 높은 임대료 부담에 시달린다. 집값이 내려가면서 임대료도 덩달아 하락할 기미가 보이지만, 절대적인 금액대가 워낙 높은 탓에 집값 하락을 체감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일각에선 “되레 깡통전세(담보 대출과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전세 형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가 늘어 머리만 더 아프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정부 지원
속 빈 강정

이들이 고전을 거듭하는 배경에는 정부가 마련한 지원책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포함된다. 정부는 각종 임대주택 마련과 전용 대출제도 등을 통해 청년 무주택자를 지원한다. 지원책이 절실한 청년층 사이에서 참여도가 높아 대부분 경쟁률이 상당하다.

하지만 바늘구멍 같은 선발 과정을 뚫고도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예컨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청년 및 신혼부부 전세임대 사업의 당첨자 대비 실입주율은 50%대에 불과하다.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전세임대주택 당첨자 및 실입주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LH에서 선정한 청년 및 신혼부부 전세임대 당첨자 대비 평균 실입주율은 각각 55.5%, 53.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 전세임대는 ▲2017년 50.03% ▲2018년 60.13% ▲2019년 53.62% ▲2020년 64.60% ▲지난해 51.48%의 실입주율을 보였다. 신혼부부 전세임대는 ▲2017년 56.67%, ▲2018년 59.28% ▲2019년 68.70% ▲2020년 42.04% ▲지난해 54.28%의 실입주율로 연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50%대를 맴돌았다.

LH 전세임대 제도는 일정 조건을 갖춘 청년과 신혼부부가 집을 찾아오면 LH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고 싸게 재임대해주는 제도다. 입주 대상자가 직접 주택을 물색하고, LH가 해당 주택을 검토해 전세금을 지원해주는 절차를 거친다.


김 의원실은 제도에 선발된 뒤에도 대상 주택을 직접 발품을 구해 찾아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제는 주택 물색 과정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LH 입주자 모집 공고문에 따르면 청년 전세임대의 경우 수도권 1인 거주 시 60㎡ 이하 주택에 최대 ‘1억2000만원’의 한도로 전세보증금을 지원해준다. 하지만 수도권 전셋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 해당 가격대 매물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 사도 고민
안 사도 고민

또 주택 물색 기간 6개월 안에 집을 구하지 못하면 대상자 선정은 무효로 돌아간다. 여러 청년이 제도에 선발되고도 기간 안에 적당한 매물을 찾지 못해서 기회를 날렸을 개연성이 높다.

계약 과정이 일반 전세보다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것도 문제다. 계약 관련 권리 분석 과정에서 정보 노출에 부담을 느끼는 임대인이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반 계약보다 좋은 혜택은 없는데 외려 부담은 커지니, 임대인이 제도에 협조할 이유가 마땅찮다는 것이다.

지난해 청년 전세임대 당첨자는 2만9817명이다. 2017년 1만1078명에 비해 5년간 2배 이상 늘었다. 신혼부부 전세임대 역시 2017년 6267명에서 지난해 1만8360명으로 당첨자가 3배 가까이 늘었다. 사업 규모는 커졌어도 제도가 지닌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실입주율은 꾸준히 50%대에 정체된 실정이다.

김 의원은 “주택 물색 과정을 입주자에만 맡겨놓는 것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일”이라며 “심사 절차의 효율성 제고, 세제 혜택 확대 등 임대인을 유인할 수 있는 실용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과 관련된 정부 지원책 역시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상품 설계 방식과 시의성 판단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일례로 안심전환대출은 변동·혼합형 금리 주담대를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출시 이틀이 지나는 동안 반응이 미지근했다. 이 기간 누적 신청 금액은 총공급 규모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각종 지원책 꺼냈지만 실효성 의문 
탁상공론 일색…탁자 밖에선 비명

지난 19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신청·접수 이틀째였던 지난 16일 기준 주택금융공사와 6개 은행에 신청된 안심전환대출은 총 5105건이다. 누적 신청 금액은 4900억원. 안심전환대출 공급 규모가 25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1.96% 수준에 그친다.

대출 신청 가능한 주택 가격이 3억~4억원으로 낮은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LH전세임대 제도와 마찬가지로 당초 대상에 들어갈만한 매물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일부 다세대 주택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신청 가능한 주택을 찾기 힘들다. 지방도 일부 주택에만 국한되는 가격대다. 

일각에선 금리 조건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푸념도 나온다. “상품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전제와 함께 “지역별 조건 등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외에도 정부는 지난달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인정해주고, 이달부터는 청년층이 대출을 받을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미래 소득을 반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금리가 크게 올라 대출 수요가 얼어붙은 이때 대출 규제 완화책을 처방했으니, 그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따르는 게 당연지사다. 

각종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개선책 마련을 고심하는 눈치다. 앞서 예고했던 ‘청년 주거지원 대책’ 발표를 이달에서 다음 달로 미뤘다. 지난 14일 발족한 ‘국토교통부 청년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를 계기로 전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는데, 청년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문단이 생겼으니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만들겠다는 취지”라며 “청년원가주택·임대주택·청약 관련 개선 내용을 담아 다음 달 말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탁상공론
개선되나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지난 17일 청년의날 기념사를 통해 청년정책 보강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 총리가 제시한 9가지 정책 중 청년 주거와 관련된 사항은 ▲청년원가 주택 및 역세권 첫집 50만호 공급 등 주거 복지 강화 ▲청년주거종합대책 구체화 ▲전세사기 등 불법행위 처벌 강화 등 총 3가지였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동산 전문가의 조언 “실거주 영끌족은 버텨라”

부동산 전문가인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이 “부동산 하락세 진입은 분명해 가파른 내리막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영끌족은 구매한 집에서 거주할 수 있다면 버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부동산 하락세 양상 구간을 나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요즘처럼 하락기에는 일단 하락세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 ‘단기적 변동이야’ ‘일시적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첫 번째 단계, 조정기에 접어들어 ‘하락 거래’가 많아지는데 일부 사람만 아는 두 번째 단계, 본격적으로 하락 단계에 접어들어 일종의 ‘양떼 효과’라든지 ‘손실 회피 현상’이 나타나며 물량을 대거 밀기 시작해 하락폭이 커지는 마지막 단계, 3단계로 진행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일부 사람만 움직이는 2단계 정도”라고 진단했다.

영끌족의 주택 매도에 대해선 “투자했더라도 그 집에 들어가 살 수 있으면 버텨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집이 없다면 전세라든가 월세를 내고 살아야 되는데 (투자한 집에 거주하면) 그만큼 비용이 절약되는 측면도 있고, 내 집에 인테리어도 하고 살면서 만족도는 커진다”며 “거주하면서 생기는 ‘거주의 가치’를 크게 만들어 이 시기를 잘 버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가파른 고금리는 1년 정도로 예측한다”며 “지금 월세도 올라가, 거주의 가치가 훨씬 커지면 그 기간은 훨씬 더 짧아진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위원은 “도저히 살 수 없는 조건, 즉 과도하게 전세를 껴서 갭투자했거나 과도하게 빚을 내서 도저히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면 파는 게 맞다”고 단서를 달았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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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