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답 없는 청년 주거 막전막후

지방 살면 서울 근처도 못가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본가가 서울(수도권)인 것도 ‘스펙’이다.” 지방 출신 청년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푸념이다. 청년 주거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학업·취업을 위해 상경한 이들의 사투가 더욱 두드러진다. ‘비빌 언덕’이 없는 이들은 소득과 재산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지원책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낮은 실효성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실정이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급등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간극은 점차 커졌다. 이 같은 양극화는 청년층에서 더욱 심각해졌다. 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소득과 재산이 비교적 적은 편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내 집 마련’이 훨씬 어렵다. 청년층은 한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에 성공한 이들과 그조차도 엄두 내지 못하는 이들로 양분됐다.

무너진
영끌족

집값이 계속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지금 아니면 영영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사회에 만연했던 탓이다. 당시 집값 상승률에 비해 한참 낮았던 대출금리도 이 같은 풍조에 크게 기여했다. 여력이 되는 이라면 누구나 재산과 대출을 긁어모아 집을 살지 고민했고, 이 중 상당수가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들이 일명 ‘영끌족’이다.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만 하더라도 청년 주거 문제는 ‘영끌하지 못한 이’에게 한정된 이야기였다. 적당 선의 이자를 내면서 버티고, 여차하면 차익실현까지 가능했던 영끌족을 굳이 살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단 1~2년 만에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금리가 급등하는 사이 집값이 속절없이 내려갔다. 종전의 청년 주거 문제에 영끌족의 ‘아우성’이 합세한 모양새다. 현재 청년들은 집이 있으면 있는 대로 고통받고, 없으면 없는 대로 힘들다.


영끌족의 상황은 개선되기는커녕 점차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 21일(현지시각) 이례적인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자이언트 스텝이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영향으로 국내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추가 상승할 것이 확실시된다.

국내 기준금리는 미국의 수치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국은행(한은)은 올해 두 차례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0.25%p씩 올리는 ‘베이비 스텝’을 넘어 0.5%p씩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속 빅 스텝이 이뤄진다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 7%를 넘어 8% 선까지 넘볼 것으로 전망된다.

한계치에 임박한 영끌족의 빚 부담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미 금융권에선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내 7%를 돌파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현재 연 6% 중반대까지 치고 올라왔다. 주담대 금리 설정의 준거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각각 2.96%와 4.460%다.

특히 코픽스는 10여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주담대 금리는 3~4%대에 머물렀다. 예컨대 3억원을 빌렸다면 이자로 월 90~100만원, 원리금까지 합쳐도 140만원 전후에 불과했다. 하지만 금리가 6% 중반대로 오른 지금은 월별 이자만 160만원을 상회한다. 향후 7~8%까지 치솟으면 이자가 175~200만원으로 상승한다.


불과 1년 사이에 이자 부담이 곱절로 불어난 셈이다.

무주택자 이어 영끌족도 위기 봉착
가파른 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 한계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될 때 대출자들의 전체 이자 부담은 연 3조3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7차례, 총 2%p 올렸다. 한은 추정대로라면 1년 만에 불어난 가계 이자 부담액은 약 27조원에 달한다.

이번 금리 인상의 최대 피해자는 2030세대 영끌족이 될 공산이 크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20~30대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475조8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35조2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2030세대의 취약차주 비중은 6.6%로 다른 연령층 평균(5.8%)보다 높다. 30대 차주의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은 280%에 달한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다중채무액은 598조9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22.1% 증가했다. 다중채무란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경우를 가리킨다. 눈에 띄는 점은 이 기간 30대 이하의 다중채무액이 118조9600억원에서 158조1300억원으로 약 33%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영끌족의 상당수가 2030세대라는 방증이다.

영끌 열풍이 금리 인상기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대로라면 영끌족은 암울한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뿐이다. 이들은 집은 있지만 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거나,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손해를 감수한 채 떨어진 가격에 집을 되팔아야 한다. 

대출금 상환 방식이 변경된 점 역시 부담을 더한다. 과거 고금리 시절 주택담보대출은 거치기간 동안 이자만 납부하다 일시에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원리금 분할상환’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돈을 빌려도 월별 부담 금액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영끌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다. 그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20~30대는 한 번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는 세대”라며 “집을 살 때 연 3%로 돈을 빌려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을 테지만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고, 낮은 금리를 가정해 경제활동을 하면 위험이 있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집을 장만하지 않았다고 해서 웃을 수도 없다. 무주택자들은 만성적인 주거 불안과 높은 임대료 부담에 시달린다. 집값이 내려가면서 임대료도 덩달아 하락할 기미가 보이지만, 절대적인 금액대가 워낙 높은 탓에 집값 하락을 체감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일각에선 “되레 깡통전세(담보 대출과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전세 형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가 늘어 머리만 더 아프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정부 지원
속 빈 강정

이들이 고전을 거듭하는 배경에는 정부가 마련한 지원책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포함된다. 정부는 각종 임대주택 마련과 전용 대출제도 등을 통해 청년 무주택자를 지원한다. 지원책이 절실한 청년층 사이에서 참여도가 높아 대부분 경쟁률이 상당하다.

하지만 바늘구멍 같은 선발 과정을 뚫고도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예컨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청년 및 신혼부부 전세임대 사업의 당첨자 대비 실입주율은 50%대에 불과하다.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전세임대주택 당첨자 및 실입주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LH에서 선정한 청년 및 신혼부부 전세임대 당첨자 대비 평균 실입주율은 각각 55.5%, 53.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 전세임대는 ▲2017년 50.03% ▲2018년 60.13% ▲2019년 53.62% ▲2020년 64.60% ▲지난해 51.48%의 실입주율을 보였다. 신혼부부 전세임대는 ▲2017년 56.67%, ▲2018년 59.28% ▲2019년 68.70% ▲2020년 42.04% ▲지난해 54.28%의 실입주율로 연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50%대를 맴돌았다.

LH 전세임대 제도는 일정 조건을 갖춘 청년과 신혼부부가 집을 찾아오면 LH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고 싸게 재임대해주는 제도다. 입주 대상자가 직접 주택을 물색하고, LH가 해당 주택을 검토해 전세금을 지원해주는 절차를 거친다.


김 의원실은 제도에 선발된 뒤에도 대상 주택을 직접 발품을 구해 찾아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제는 주택 물색 과정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LH 입주자 모집 공고문에 따르면 청년 전세임대의 경우 수도권 1인 거주 시 60㎡ 이하 주택에 최대 ‘1억2000만원’의 한도로 전세보증금을 지원해준다. 하지만 수도권 전셋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 해당 가격대 매물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 사도 고민
안 사도 고민

또 주택 물색 기간 6개월 안에 집을 구하지 못하면 대상자 선정은 무효로 돌아간다. 여러 청년이 제도에 선발되고도 기간 안에 적당한 매물을 찾지 못해서 기회를 날렸을 개연성이 높다.

계약 과정이 일반 전세보다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것도 문제다. 계약 관련 권리 분석 과정에서 정보 노출에 부담을 느끼는 임대인이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반 계약보다 좋은 혜택은 없는데 외려 부담은 커지니, 임대인이 제도에 협조할 이유가 마땅찮다는 것이다.

지난해 청년 전세임대 당첨자는 2만9817명이다. 2017년 1만1078명에 비해 5년간 2배 이상 늘었다. 신혼부부 전세임대 역시 2017년 6267명에서 지난해 1만8360명으로 당첨자가 3배 가까이 늘었다. 사업 규모는 커졌어도 제도가 지닌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실입주율은 꾸준히 50%대에 정체된 실정이다.

김 의원은 “주택 물색 과정을 입주자에만 맡겨놓는 것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일”이라며 “심사 절차의 효율성 제고, 세제 혜택 확대 등 임대인을 유인할 수 있는 실용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과 관련된 정부 지원책 역시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상품 설계 방식과 시의성 판단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일례로 안심전환대출은 변동·혼합형 금리 주담대를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출시 이틀이 지나는 동안 반응이 미지근했다. 이 기간 누적 신청 금액은 총공급 규모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각종 지원책 꺼냈지만 실효성 의문 
탁상공론 일색…탁자 밖에선 비명

지난 19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신청·접수 이틀째였던 지난 16일 기준 주택금융공사와 6개 은행에 신청된 안심전환대출은 총 5105건이다. 누적 신청 금액은 4900억원. 안심전환대출 공급 규모가 25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1.96% 수준에 그친다.

대출 신청 가능한 주택 가격이 3억~4억원으로 낮은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LH전세임대 제도와 마찬가지로 당초 대상에 들어갈만한 매물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일부 다세대 주택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신청 가능한 주택을 찾기 힘들다. 지방도 일부 주택에만 국한되는 가격대다. 

일각에선 금리 조건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푸념도 나온다. “상품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전제와 함께 “지역별 조건 등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외에도 정부는 지난달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인정해주고, 이달부터는 청년층이 대출을 받을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미래 소득을 반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금리가 크게 올라 대출 수요가 얼어붙은 이때 대출 규제 완화책을 처방했으니, 그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따르는 게 당연지사다. 

각종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개선책 마련을 고심하는 눈치다. 앞서 예고했던 ‘청년 주거지원 대책’ 발표를 이달에서 다음 달로 미뤘다. 지난 14일 발족한 ‘국토교통부 청년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를 계기로 전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는데, 청년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문단이 생겼으니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만들겠다는 취지”라며 “청년원가주택·임대주택·청약 관련 개선 내용을 담아 다음 달 말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탁상공론
개선되나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지난 17일 청년의날 기념사를 통해 청년정책 보강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 총리가 제시한 9가지 정책 중 청년 주거와 관련된 사항은 ▲청년원가 주택 및 역세권 첫집 50만호 공급 등 주거 복지 강화 ▲청년주거종합대책 구체화 ▲전세사기 등 불법행위 처벌 강화 등 총 3가지였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동산 전문가의 조언 “실거주 영끌족은 버텨라”

부동산 전문가인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이 “부동산 하락세 진입은 분명해 가파른 내리막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영끌족은 구매한 집에서 거주할 수 있다면 버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부동산 하락세 양상 구간을 나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요즘처럼 하락기에는 일단 하락세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 ‘단기적 변동이야’ ‘일시적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첫 번째 단계, 조정기에 접어들어 ‘하락 거래’가 많아지는데 일부 사람만 아는 두 번째 단계, 본격적으로 하락 단계에 접어들어 일종의 ‘양떼 효과’라든지 ‘손실 회피 현상’이 나타나며 물량을 대거 밀기 시작해 하락폭이 커지는 마지막 단계, 3단계로 진행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일부 사람만 움직이는 2단계 정도”라고 진단했다.

영끌족의 주택 매도에 대해선 “투자했더라도 그 집에 들어가 살 수 있으면 버텨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집이 없다면 전세라든가 월세를 내고 살아야 되는데 (투자한 집에 거주하면) 그만큼 비용이 절약되는 측면도 있고, 내 집에 인테리어도 하고 살면서 만족도는 커진다”며 “거주하면서 생기는 ‘거주의 가치’를 크게 만들어 이 시기를 잘 버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가파른 고금리는 1년 정도로 예측한다”며 “지금 월세도 올라가, 거주의 가치가 훨씬 커지면 그 기간은 훨씬 더 짧아진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위원은 “도저히 살 수 없는 조건, 즉 과도하게 전세를 껴서 갭투자했거나 과도하게 빚을 내서 도저히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면 파는 게 맞다”고 단서를 달았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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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