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못 참지" 한국사회 뼈 때리는 'MZ세대' 대해부

불합리? 불공정? 참지 않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공정은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현대사회 주요 키워드로 꼽힌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이하 MZ세대)는 공정 세대로 불릴 만큼 공정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폭로한다. 

MZ세대는 1981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기업 구성원 중 60%는 MZ세대로 추산된다. 사회, 정치, 경제 등에 있어 MZ세대는 배제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과거에도 수많은 20대와 30대가 잘못된 부분을 고치기 위해 집단을 형성해 길거리로 나섰다. 시간이 흐르며 젊은 층은 의견을 표출하는 다양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투명한 절차와 합리적 보상,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MZ세대는 이전 세대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모바일 기술과 소통에 능한 MZ세대는 의견을 조직해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치며 공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셈이다. 공정에 너무 민감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상황의 불합리함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폭로한다.

폭로는 주로 온라인상에서 시작된다. 최근 불거진 기업의 인사제도와 성과급 등의 문제의 시작도 온라인에서 시작됐다. SK하이닉스는 성과급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자 최태원 회장이 연봉을 반납하기도 했다. 


군대 부실급식 문제에 대해서도 MZ세대는 참지 않았다. 휴가 복귀자들의 식단이 김과 비빈 밥뿐이라는 사진과 함께 부실급식 사태의 연이은 폭로가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실급식 폭로전은 최근까지 이어지며, 군대는 여론의 뭇매를 맞는 중이다. 

해당 폭로들은 조사 결과 실제 휴가 복귀자들이 식단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들은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직접 나서 사과했고, 국방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 식비를 올리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유명인들의 학교폭력 등의 과거 문제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배구선수 이재영, 이다영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온 뒤, 다른 유명인들에 대한 폭로도 뒤따랐다. 과거에는 고발 같은 사안에 대해 기업 등이 자체적으로 마무리하려는 모양새를 보였다.

반면 최근에는 최초 폭로 이후, 잇따라 다른 폭로까지 더해지며 큰 화두로 떠오른다.

기업의 잘못에 대해 MZ세대는 불매로 행동한다. 이 같은 행동은 기업의 입장에서 매출에 대한 타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 빠르게 사과하고, 재발방지까지 약속한다.

치열한 경쟁 속 ‘공정’ 핵심 가치로
SNS 통한 폭로로 사회 파급 극대화

일각에서는 기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 소비를 하는 중요한 고객층인 MZ세대를 잃을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불매만 하는 것은 아니다. 착한 기업, 선행 업체는 돈쭐(돈으로 혼내줌)을 내주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돕거나, 사회에 기여하는 행동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점포나 기업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기에 이른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훈훈한 미담이 공유되면 그 주인공을 돈쭐 나야할 대상으로 삼는다.

MZ세대는 집단보다는 개인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특징을 보인다. 물건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닝아웃’(사회적 가치나 메시지를 담은 물건을 구매해 신념을 표출)을 소비한다. 기업에서도 MZ세대는 주요 고객층 중 하나라 MZ세대를 위한 마케팅이 주를 이룬다.

MZ세대는 기업을 직접 처벌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소통에 능한 세대답게 온라인을 통해 알린 뒤, 이슈가 돼 공론화가 되면 사회적 반향이 큰 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언론사에 제보나 고발하는 대신 폭로를 택하고 집단을 형성해 분노를 표출한다. 과거에는 미디어나 언론을 통해 제보했다면, 최근에는 네이트판 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폭로가 이어진다.

룰대로∼
정당함 요구

기존의 수단을 통한 폭로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로 언론보다 SNS의 파급력이 큰 인플루언서를 신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MZ세대가 공정성을 강조하며 적극 폭로에 나서는 이유는 불공정한 과정을 거친 대상은 권한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배경 때문이다. 

개인 중심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MZ세대의 잇따른 폭로로 인해 집단이 형성되면 파급력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정성은 MZ세대가 이익 보호를 위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중 하나다. 

MZ세대는 학창 시절부터 수행평가 등을 거치면서 평가와 보상의 기준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수년간 입시와 취업을 거치며 공정성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성과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협업을 통해 얻어진 성과의 보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업에서도 MZ세대가 증가한 만큼 회사도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평가 기준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

MZ세대에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이직은 당연한 선택이다. 미래보다는 보상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MZ세대는 정보를 얻는 경로도 이전 세대와 차이가 있다. 온라인 뉴스,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쏟아지는 뉴스와 정보에 민감하다. 


비대면으로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 세상에서 웹 기반의 커뮤니티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념보다는 이슈에 대한 커뮤니티의 반응이 MZ세대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셈이다. 

또 개인적으로 맞서지 않는 이유는 자신을 삶의 중요하게 여기고, 스스로가 개인적 성향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이익을 대변해 줄 집단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정치와 관련해서도 MZ세대는 어느 한쪽 편에 기울여진 모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4·7 재보선 당시 20대 여성 15%가 제3후보에 투표했고, 20대 남성 70%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선택했다.

서울 시장 선거 하루 전에도 양측은 유세 마지막 장소로 신촌과 홍대 거리로 나섰다.

역대 선거 중 MZ세대의 표심이 달라질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진보나 보수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함을 강조하는 의견을 내는 MZ세대가 중요한 지지층으로 떠올랐다. 

나부터!
개인 중시


MZ세대의 높은 투표율로 청년층의 활발한 정치 참여가 두드러진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IMF와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MZ세대가 부모들의 실패를 보고 경험한 현실 감각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한다.

정부가 직장 등 여러 가지 생활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청년의 분노가 서울시장 선거의 판세를 뒤집었다고 여긴다. 확보해야 할 지지층으로 떠오른 여·야는 다가올 대선에서 MZ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MZ세대는 자신의 이익 대변을 위해 노조 설립도 적극적으로 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현대자동차 그룹 사무직 노조가 설립됐다. 노조위원장은 1994년생으로 사회생활 4년차다. MZ세대가 사무직 노조를 결성한 이유는 기존 생산직 노조의 소통과 요구 방식에 대한 불만이다. 

이들은 기존 노조처럼 상급 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계획 중이다. 호봉제 폐지를 주장하는 등 기성 노조와 요구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투쟁을 요구하기보다는 정확한 근거와 자료를 토대로 공정성을 가지고 문의하자는 취지다. 그렇기에 불합리한 부분을 제대로 따지자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집단보단 개인
소유보단 공유
상품보단 경험  

주주총회에서 근거와 자료를 가지고 사측에 문의하거나 사무직과 연구직 의결권 주식을 모아 의결권을 행사하자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기존 기성세대의 노조가 파업과 투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온 방식과는 다른 양상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속한 MZ세대 직원들은 회사 대표를 상대로 사내 청문회 열기도 했다. 이처럼 이익과 관련해 필요한 부분을 행동을 통해 철저하게 요구한다. 

단순히 “대표가 물러나라”는 식의 말보다는 원하는 점을 기업의 오너를 상대로 명확하게 요구한다. 기여한 만큼 성과와 보상을 받겠다는 게 MZ세대가 말하는 공정함의 척도라는 셈이다. 

그러나 불공정한 점을 폭로하고 공정함을 위해 행동하는 부분들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어느 때 보다 공정함을 앞세운 MZ세대 간 젠더 갈등이 극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항섭 국민대학교 교수는 ‘박나래 성희롱 논란’을 두고 집단적 분노 표출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그동안 남성들이 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발언권이 있었고, 이 같은 발언권이 여성들에게는 암묵적인 폭력으로 다가와 이를 제재하고 개선하려는 분위기”라고 부연했다. 

반면, 여성들은 성적으로 억눌려 있다가 이에 대해 개방적인 표현을 장려하자는 흐름과 맞물려 남성들이 불공평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성세대와의 마찰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서로 생각하는 ‘공정과 정의’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통해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른 점을 내비쳤다. MZ세대는 절차의 공정성을 중요시하는데, 기성세대는 결과적 평등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기성세대와 MZ세대가 마찰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에서 젊은 층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그동안 기성세대가 당연하게 여겨온 사안들이 오히려 MZ세대는 일자리에 위협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MZ세대가 조직에 대한 충성심보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세대라고 본다. 아버지 세대와 같은 평생직장이라는 관념이 약하고, 승진을 하기 위해 조직 내에서 희생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기성세대와 
마찰 불가피

이들은 이 같은 문제가 충분히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노동계가 어떻게 풀어내고 소통하느냐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성세대 역시 과거의 부조리에 맞서 싸워오며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해왔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기성세대와 MZ세대가 공존하려면 서로에 대한 상호적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업들의 MZ세대 마케팅

MZ세대는 인터넷 발달과 통신 네트워크가 진화된 스마트폰 사용으로 어려서부터 최신 제품, 정보, 서비스 등을 접하며 자라왔다. 이에 따라 MZ세대는 쉽고, 편리하게 원하는 것을 습득하기를 원하고 가치를 중요시한다. 

물건을 살 때는 후기를 기반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비교해가며 산다. 소비 자체를 노력이 들더라도 희소하거나 남들과 다른 제품을 선호한다.

또 해당 기업이 착한 기업인지도 상품을 고를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기업 입장에서도 MZ세대는 중요한 고객이다. 개인적 성향이 강한 MZ세대에게 통하는 착한 마케팅을 통해 기업의 매출과 이미지 쇄신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어서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제품을 판매한 뒤, 수익금의 일부를 월드비전에 기부한다. 그밖에도 무신사, 아모레퍼시픽, 블랙야크 등이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는 착한 마케팅 전략을 택했다. 

착한 마케팅을 통해 차별화를 두고 브랜드 인지도보다 개성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MZ세대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들은 로드숍 비율 역시 강화하고 있다. 자체 편집숍 제품을 입점시키는 등 MZ세대를 위해 앞다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차>
 

<기사 속 기사> MZ세대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

MZ세대는 자신의 미래에도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을 갖기 시작하며, 다만추 세대가 됐다. 다만추란 ‘다양한 삶을 만나는 것을 추구하는 세대’의 줄임말로 평생직장은 없고, 자신을 위한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삶을 꿈꾸는 데서 파생된 단어다.

그밖에 컨셉친(콘셉트와 친구의 합성어)을 추구하며 취향에 맞는 세계관 속에서 소통하는 MZ세대 특징을 드러낸 말과 선한 오지랖(누구도 피해입지 않기를 바라며 유난 떠는 행동) 등이 있다. MZ세대는 누구나 정당한 대가를 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 데서 비롯됐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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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