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이경규, 40년 인기 비결

환갑 넘어도 MZ세대 흡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예능인 이경규는 국내 예능계의 대부로 통한다. 1960년생으로 환갑의 나이를 넘겼음에도, 10·20세대와 소통하는 유일무이한 연예인이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변화한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다. 단군 이래 처음 등장한 신인류라 불리는 MZ세대마저 흡수한 60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십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이경규의 인기 비결을 짚어봤다.

2016년 MBC <무한도전>의 예능 총평에 출연한 이경규는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짜고 치는 코미디가 아니라 인물의 실체를 드러내는 예능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사랑 받는 이유

그의 예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스타의 일상을 온전히 담아내 이를 지켜보는 이른바 관찰 예능이 예능계의 주요 콘텐츠가 됐다. 방송가는 소재와 설정만 조금씩 틀어 관찰 예능을 찍어내기 바빴다. 대다수 연예인과 셀럽이 카메라 앞에서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이제는 조금만 진정성이 없어도 시청자들에게 외면받는다. 혹여 편집으로 조작을 시도했다간 철퇴를 맞는다. 예능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는 맞닿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경규는 예언할 뿐 아니라 몸소 예언의 영역에 뛰어들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방송 최초로 누워서 촬영하는 ‘눕방’을 시도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반려견, 낚시, 요리 분야에 뛰어들었다. KBS2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강아지에 대한 애정을, 채널A <도시어부>에서는 낚시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KBS2 <편스토랑>에서는 라면을 비롯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데 재능을 뽐냈다. 

이경규의 매력은 진심과 유머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나온다.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갖고 있을 속물 근성을 슬그머니 꺼내놓는 데 탁월한 고수다. 유재석이 선한 이미지의 포지션이라면, 이경규는 철저하게 자신을 악으로 포장한다. 

지지하는 정당이 있냐는 질문에 ‘집권당’이라고 말하고, 자신을 내친 프로그램과 제작진엔 어김없이 분노한다. 기대했던 연예 대상에서 수상에 실패한 것에 앙심을 품고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뒷담화를 한다. 2020년 수상이 유력했던 <KBS 연예 대상>에서 김숙이 대상을 받은 것에 분명히 서운함을 드러낸 것이 그 예다.

지난해에는 시상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그 모습이 진짜와 가짜를 오가는 교묘한 지점에 있어 웃음을 준다. 그렇다고 시청자들이 불편할 포인트는 절대 만들지 않는다.

전매특허인 호통 개그는 그를 악한 인물로 보이게 하는 무기다. 진실로 짜증스러운 눈빛과 복식에 올라오는 강력한 호통은 진짜로 화난 건 아닌가 싶게 주위를 주목하게 한다. 하지만 그 호통이 논란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곧바로 적절한 유머와 위트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가 호통만 쳐도 큰 웃음이 이어질 거란 예측에 미소가 번진다.


악으로 포장한 혁신적 자세 ‘엄지척’
예언을 현실로 만드는 예능계의 대부 

고정 MC가 아닌 게스트로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이경규는 ‘시청률 치트키’다. 그가 나온다고 하면 커뮤니티는 기대감에 차오른다. 분명 웃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다. 확신은 현실이 된다. 그는 타 프로그램의 출연자들과 쉽게 어우러지며, 늘 회자될만한 명장면을 만든다.

최소 20세에서 30세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과 허물없이 소통한다. 

그 속에는 40년 넘게 방송밥을 먹으며 갈고 닦은 통찰이 있다. 후배 예능인이 재미없는 리액션이나 말을 하는 경우에 강력한 호통을 보이고, 뼈를 때리는 혹평을 던진다. 감정적이거나 이기적인 욕망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더도 덜도 없이 냉혹할 뿐이다. 혹평을 받는 인물은 비록 마음은 아프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건설적인 비판인데다가, 워낙 더 보탤 것도 없이 정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후배들과 트러블이 생기지도 않다. 이경규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분배하는 능력을 마스터했다. 

카카오TV <찐경규>에서 이혼한 탁재훈에게 “너가 바람피워서 그런 거 아냐”라고 눈을 부라리다가도 “탁재훈이야말로 진짜 딴따라”라며 엄지를 치켜든다. 지상렬에겐 <도시어부>에서 밀려난 것으로 놀리고 30년 동안 대표작이 하나 없다고 나무라다가도 “지상렬 자체가 프로그램이라 그래”라며 후배의 서글픈 마음을 헤아린다.

해당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감동과 공감을 일으켜 수백만 조회 수를 찍었다. 

박미선, 이영자, 박나래, 송은이, 김숙과 비교하며 자신의 재능에 의문을 품으며 스스로 채찍을 치는 장도연에겐 “넌 티키타카가 좋은 MC다.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는 네가 될 거야”라며 엄청난 칭찬을 쏟아낸다. 

여러 장점이 있는 이경규의 가장 큰 덕목은 도전자 정신이다. 정치인을 예능 카메라 앞에 세운 것도, 새벽까지 텐트에서 기다리다 숨어 있는 양심을 발견한 것도 이경규다. 방송사의 전유물이었던 예능이 새로운 플랫폼에서 부상하자 기꺼이 달려간다. 

카카오TV <찐경규>는 그가 얼마나 혁신적인 방송인인지 보여주는 방송이다. 1년4개월 동안 매주 방송하면서 카카오TV가 자리를 잡도록 이바지한 킬러 콘텐츠가 됐다. <찐경규>는 어떤 분야든 가리지 않았으며, 거의 모든 소재를 통해 이경규를 실험했다.

최근 시즌2를 기약하며 휴지기에 들어간 <찐경규>는 성공한 웹예능의 대표성을 띤다. 


그 속에는 방송인으로서 열정과 사명감을 앞세워 새로운 것에 거부감 없이 뛰어드는 이경규가 있다. 그 프로의식이 60세가 넘도록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로 꼽힌다. 

2010년 KBS2 <남자의 자격>으로 연예 대상을 수상한 이경규는 수상소감으로 “후배들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조금 더 편안히 갈 수 있도록 무소의 뿔처럼 달려가겠다”고 했다. 

당근과 채찍

같은 직업을 가진 후배들이 좀 더 편하게 웃음을 줄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만들겠다는 의지이자 다짐이다. 그리고 강산이 변했을 최근까지 그는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내달리고 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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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