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도…연예계 ‘11월 저주’ 또?

폭로, 비보…더 큰 게 터진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최근 연예계에 크고 작은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11월 괴담’이라는 말이 생겼다. 11월만 되면 연예계에서는 유독 더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감돈다. 11월에는 유명 스타들이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경우가 많았으며, 마약과 도박을 비롯해 프로포폴과 ‘빚투’ 등 충격적인 사건 사고도 적지 않았다. 올해에도 개그우먼 박지선이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면서, 11월의 괴담은 맞아 들었다. 
 

▲ ⓒ사진공동취재단

11월이 오기 전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점차 서늘해지던 10월, 고요했던 연예계에 두 개의 폭탄이 떨어졌다. 그 주인공 중 한 명은 레드벨벳의 아이린, 다른 한 명은 엑소의 찬열이었다. 

갑질, 바람
진실게임으로

절정의 미모를 과시하던 아이린은 때 아닌 ‘갑질 의혹’에 휘말렸다. 한 잡지사의 에디터가 아이린의 갑질을 폭로한 것. 에디터 A씨는 지난달 23일 “오늘 내가 ‘을’의 위치에서 한 사람에게 철저하게 밟히고 당하는 경험을 했다. 의자에 앉아 서 있는 내 면전에 대고 핸드폰을 손에 끼고 삿대질하며 말을 쏟아냈다”고 털어놨다. 

A씨는 해당 글에서 대상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psycho’ ‘monster’라는 해시태그를 달았고, 네티즌들은 아이린을 거론했다. 싸이코(psycho)는 레드벨벳의 음원이며, 몬스터(monster)는 아이린과 슬기가 만든 유닛의 음원이다. 

마치 물꼬가 터진 듯 아이린과 관련한 폭로가 줄을 이었다. 각종 현장에서 아이린의 인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

아이린과 SM엔터테인먼트는 오랜 침묵 끝에 사과했다. 어리석고 경솔한 언행으로 에디터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 미안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론은 아이린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엑소 찬열을 향한 폭로가 나왔다. 찬열과 3년 동안 연인이었다고 밝힌 B씨는 찬열이 자신과 만나는 동안 수많은 여성과 문란한 생활을 즐겼다고 폭로했다. 

B씨는 “넌 나와 만나던 3년이란 시간 안에 누군가에겐 첫 경험 대상이었으며, 누군가에겐 하룻밤 상대였다. 내가 세상모르고 자고 있을 때면 넌 늘 새로운 여자들과 더럽게 놀기에 바빴어”라며 “참 다양한 걸그룹, 유튜버, BJ, 댄서, 승무원 등등 이하 생략. 좋았니? 참 유명하더라. 나만 빼고 네 주위 사람들은 너 더러운 거 다 알고 있더라. 진짜 나랑 네 팬들만 몰랐더라”라고 주장했다.

B씨는 자신이 들은 것만 해도 10명이 넘으며, 찬열이 자신의 지인과도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며 분개했다. B씨는 찬열과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도 언급했으며, 찬열로 추정되는 사진도 대거 공개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찬열과 SM엔터테인먼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일각에서는 찬열을 두고 엑소에서 탈퇴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불길한 징조’ 아이린·찬열 사생활 논란
밝던 박지선, 생일 하루 앞두고 모친과…

지난 2일, 급기야 충격적인 사고가 터졌다. 언제나 밝은 웃음을 주던 개그우먼 박지선이 모친과 함께 생을 마감한 것. 

박지선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집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딸과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고인의 부친이 경찰에 신고해 두 사람의 시신을 현장에서 발견했다. 

박지선은 평소 앓던 지병을 치료 중이었고 모친은 간호를 위해 마포의 집에서 함께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박지선의 모친이 쓴 것으로 보이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연예계는 충격에 빠졌다. 고인과 가까웠던 스타 중에는 라디오 방송 도중 소식을 듣고 밀려오는 슬픔으로 인해 촬영을 포기한 이도 있고, 모든 스케줄을 뒤로하고 빈소를 찾은 이도 있었다.
 

▲ 엑소 찬열과 가수 아이린

오랜 기간 코미디 합을 맞췄던 박성광, 펭수를 매개로 친분을 쌓으며 MBC <나혼자 산다>에 함께 출연한적 있는 배우 박정민, 무명시절 언제나 박지선의 칭찬을 받으며 힘을 키운 박나래, 라디오 촬영 도중 시청자가 전한 소식에 충격에 빠진 안영미를 비롯해 수많은 스타가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대중은 ‘친했던 누나가 사라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박지선이 생을 마감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 의사의 오진으로 겪은 피부병이 최근 극심하게 악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추측되고 있다. 박지선은 피부병으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고, 햇빛 알레르기까지 있어서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고인이 떠난 뒤 팬들은 그의 일화를 퍼나르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 박피 수술을 6번이나 해 피부가 완전히 망가져 6개월 출석 후 조퇴를 반복한 사연이나, 대학교 때 스킨 로션을 발랐다가 피부가 완전히 뒤집힌 사연 등이 회자되고 있다. 

쏟아지는 
애도 물결

KBS2 공채 22기 박지선은 독특한 화법의 개그 스타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좋은 학벌을 가진 개그우먼으로, 언제나 많은 사람에게 건강하고 밝은 웃음을 제공했으며 주위 후배들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박지선은 대다수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한 인물로 통했다.

고인은 학창 시절 누구나가 알아주는 모범생이었다. 학교생활 내내 단 한 번도 수업시간에 졸아본 적 없이 선생님 말을 잘 듣는 학생이었고, 고등학교 때 ‘우’ 성적을 받은 건 영어2 하나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수를 받는 등 공부 영역에서는 못하는 게 없는 학생이었다. 

고려대 사범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재학 시절 어느 한 학기에선 6개 과목 중 5개에 A+를 받고, 하나만 A를 받아 4.42/4.5의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자발적 선택에 어려움을 느낀 그는 대학교 시절 4년 동안 가장 친한 친구의 선택을 따라다녔다고 한다. “사람을 좋아했는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책을 좋아해 책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는 박지선은 타인에게 본이 되는 훌륭한 인품을 가진 대학교 때 단짝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이 단짝은 이른 나이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해 박지선이 큰 슬픔을 겪었다는 일화도 있다. 긍정적이었던 박지선은 친구와의 추억을 공유하는 의미로 단짝이 나갔던 독서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한다. 
 

▲ 배우 고 김자옥·가수 구하라

최근에는 대학생으로 자신의 신분을 밝힌 한 여학생이 박지선과 그의 단짝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는 일화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국어 선생님은 박지선이 좋아했던 친구로 예상된다. 

일면식도 없는 고등학생을 친동생처럼 아껴준 박지선에게 보답하기로 다짐했다는 여학생은 박지선의 죽음에 큰 슬픔을 드러냈다. 이를 본 네티즌들 역시 박지선을 애도하면서, 이 여학생에게 응원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생전 박지선은 그의 모친과 애틋했다. 한창 트위터를 열심히 했던 2012∼2015년, 모친과 있었던 일상을 적은 트위터 글들이 그 성정을 잘 나타낸다. 

“‘이 고추는 하나도 안 맵다, 너도 먹어봐’라며 본인이 먹던 고추를 건네주는 엄마 얼굴에 땀이 비 오듯 한다” “엄마는 나를 깨우지 않는다. 다만 청소기를 돌릴 뿐이다” 등 사소하지만 따뜻하고, 지극히 일상적이나 한편으로는 유머러스한 글들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비극 시작은?
유재하부터…

재기발랄한 연기력과 입담으로 <개그콘서트>에서 22기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은 그는, 이후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활약하면서 명성을 쌓았고, 최근에는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 제작발표회, 연예인 팬미팅의 진행을 도맡기도 했다. 9월 말에도 드라마 <스타트업> 제작발표회 진행을 맡았다. 

폭발적인 입담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누구나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진행 능력을 선보였다.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상대를 배려할 줄 알며,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최근에는 EBS 스타 펭수의 각종 행사를 책임지다시피 했다.

일각에 따르면 박지선은 생방송이나 다름없는 행사를 매끄럽게 진행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각종 행사의 진행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았다. 하지만 피부병이 악화되면서 11월 내내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활동을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지선은 11월이 지나가기도 전에 치명적인 고통으로 인해 결국 하늘로 떠났다. 

서울 이대목동병원에 마련된 빈소에 박지선과 모친의 이름이 나란히 붙어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지인들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며 입을 모았다. 활동하는 동안 순수하고 밝은 에너지만 전달했던 그이기에 그의 비보는 지인들에게 멍한 감정만 남겼다.

‘11월이니까 조심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예계를 두려움에 떨게 한 ‘11월 괴담’은 1987년 가수 유재하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전설의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를 남기고 돌연 떠난 젊은 천재 가수의 사망에 연예계가 충격에 빠졌다. 
 

▲ 방송인 노홍철과 이센스 ⓒ아메바걸쳐

11월의 비극은 지속됐다. 공교롭게도 11월에 하늘로 떠난 스타들이 비일비재하다. 당대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로 ‘내 사랑 내 곁에’ ‘비처럼 음악처럼’ 등을 남긴 김현식이 간경변으로 사망했다. 불과 32세의 젊은 나이에 하늘로 떠났을 뿐 아니라, 유재하와도 친분이 깊어 당시 가요계는 크게 슬퍼했다. 

1995년에는 그룹 듀스의 멤버 김성재가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이했다. 당시 23세였던 김성재는 듀스에서 독립해 솔로로 첫 무대를 가진 날 밤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경찰은 약물 과다복용에 따른 자살로 추정했지만 21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망 원인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요절, 마약…대형 사건·사고 터져
스타들 단숨에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가만 안 두겠어”라는 유행어를 남긴 개그맨 양종철은 2001년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운전 중 사망했으며, 2014년에는 많은 사람이 사랑했던 배우 김자옥이 지병 끝에 세상을 떴다. 지난 2018년에는 배우 신성일이, 2019년에는 가수 함중아가 별세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에프엑스 설리가 떠난 지 41일이 지난 11월 24일 구하라가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해 충격을 안겼다. 

여타의 충격적인 사건도 비일비재했다. 마약과 도박, 동영상을 통한 협박 사건, 음주운전 사건도 11월에 터졌다. 2000년 인기그룹 클론의 멤버 강원래가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당했고, 백지영 비디오 사건도 같은 11월에 터졌다. 

2001년에는 드라마 <허준>으로 당대 최고의 자리에 있던 배우 황수정이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고, 가수 싸이가 대마초 투약 혐의로 체포됐다. 2005년에는 가수 신정환이 불법 카지노 바에 있다가 경찰에 연행됐으며, 2006년에는 가수 아이비가 전 애인으로부터 동영상 관련 협박을 받으며 연예계를 잠정 은퇴했다.

지난 2011년에는 검찰에서 불법 의약품 ‘프로포폴’을 무허가로 투약한 연예인 십여명의 명단을 확보해 수사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2013년에는 불법 도박 혐의로 당대 최고의 예능 스타들이 무더기로 활동을 중단했다. 

슈프림팀의 멤버 이센스는 2014년 11월 대마초 혐의로 재입건 됐으며, 예능인 노홍철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MBC <무한도전>을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른바 ‘빚투’ 운동의 시발점도 11월이었다. 래퍼 마이크로닷의 부모 사기 사건이 불거진 건 2018년이었으며, ‘버닝썬 게이트’로 확대된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이 일어난 것도 같은 해 11월이었다.

연예계에서는 이렇듯 숱한 사건이 터지는 것에 대해 여러 분석을 내놓는다. 

11월이 되면 프로야구 프로축구가 끝나면서, 대중이 자연스럽게 연예계에 관심을 돌린다는 해석이 있다. 또 가판 시장이 활성화됐던 과거에 스포츠 시즌이 끝나면서, 기사 거리가 부족했던 스포츠 신문들이 이를 대체할 주제로 사건이 터질만한 연예계 쪽을 파고들어 연예인들의 치부를 공개했기 때문에 이런 공식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파문, 충격
다음은 누구?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11월 괴담’이란 용어의 사용으로 괜히 공포심만 더 자극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 꼭 11월이 아니더라도 연예계에서는 많은 사건이 터졌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워낙 많은 사람이 요절했고, 충격적인 사건이 많이 나온 것은 사실. 이왕이면 더욱 조심하는 태도를 갖추는 게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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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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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