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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18일 16시50분

연예일반


2020년에도…연예계 ‘11월 저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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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비보…더 큰 게 터진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최근 연예계에 크고 작은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11월 괴담’이라는 말이 생겼다. 11월만 되면 연예계에서는 유독 더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감돈다. 11월에는 유명 스타들이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경우가 많았으며, 마약과 도박을 비롯해 프로포폴과 ‘빚투’ 등 충격적인 사건 사고도 적지 않았다. 올해에도 개그우먼 박지선이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면서, 11월의 괴담은 맞아 들었다. 
 

▲ ⓒ사진공동취재단

11월이 오기 전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점차 서늘해지던 10월, 고요했던 연예계에 두 개의 폭탄이 떨어졌다. 그 주인공 중 한 명은 레드벨벳의 아이린, 다른 한 명은 엑소의 찬열이었다. 

갑질, 바람
진실게임으로

절정의 미모를 과시하던 아이린은 때 아닌 ‘갑질 의혹’에 휘말렸다. 한 잡지사의 에디터가 아이린의 갑질을 폭로한 것. 에디터 A씨는 지난달 23일 “오늘 내가 ‘을’의 위치에서 한 사람에게 철저하게 밟히고 당하는 경험을 했다. 의자에 앉아 서 있는 내 면전에 대고 핸드폰을 손에 끼고 삿대질하며 말을 쏟아냈다”고 털어놨다. 

A씨는 해당 글에서 대상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psycho’ ‘monster’라는 해시태그를 달았고, 네티즌들은 아이린을 거론했다. 싸이코(psycho)는 레드벨벳의 음원이며, 몬스터(monster)는 아이린과 슬기가 만든 유닛의 음원이다. 

마치 물꼬가 터진 듯 아이린과 관련한 폭로가 줄을 이었다. 각종 현장에서 아이린의 인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

아이린과 SM엔터테인먼트는 오랜 침묵 끝에 사과했다. 어리석고 경솔한 언행으로 에디터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 미안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론은 아이린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엑소 찬열을 향한 폭로가 나왔다. 찬열과 3년 동안 연인이었다고 밝힌 B씨는 찬열이 자신과 만나는 동안 수많은 여성과 문란한 생활을 즐겼다고 폭로했다. 

B씨는 “넌 나와 만나던 3년이란 시간 안에 누군가에겐 첫 경험 대상이었으며, 누군가에겐 하룻밤 상대였다. 내가 세상모르고 자고 있을 때면 넌 늘 새로운 여자들과 더럽게 놀기에 바빴어”라며 “참 다양한 걸그룹, 유튜버, BJ, 댄서, 승무원 등등 이하 생략. 좋았니? 참 유명하더라. 나만 빼고 네 주위 사람들은 너 더러운 거 다 알고 있더라. 진짜 나랑 네 팬들만 몰랐더라”라고 주장했다.

B씨는 자신이 들은 것만 해도 10명이 넘으며, 찬열이 자신의 지인과도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며 분개했다. B씨는 찬열과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도 언급했으며, 찬열로 추정되는 사진도 대거 공개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찬열과 SM엔터테인먼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일각에서는 찬열을 두고 엑소에서 탈퇴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불길한 징조’ 아이린·찬열 사생활 논란
밝던 박지선, 생일 하루 앞두고 모친과…

지난 2일, 급기야 충격적인 사고가 터졌다. 언제나 밝은 웃음을 주던 개그우먼 박지선이 모친과 함께 생을 마감한 것. 

박지선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집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딸과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고인의 부친이 경찰에 신고해 두 사람의 시신을 현장에서 발견했다. 

박지선은 평소 앓던 지병을 치료 중이었고 모친은 간호를 위해 마포의 집에서 함께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박지선의 모친이 쓴 것으로 보이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연예계는 충격에 빠졌다. 고인과 가까웠던 스타 중에는 라디오 방송 도중 소식을 듣고 밀려오는 슬픔으로 인해 촬영을 포기한 이도 있고, 모든 스케줄을 뒤로하고 빈소를 찾은 이도 있었다.
 

▲ 엑소 찬열과 가수 아이린

오랜 기간 코미디 합을 맞췄던 박성광, 펭수를 매개로 친분을 쌓으며 MBC <나혼자 산다>에 함께 출연한적 있는 배우 박정민, 무명시절 언제나 박지선의 칭찬을 받으며 힘을 키운 박나래, 라디오 촬영 도중 시청자가 전한 소식에 충격에 빠진 안영미를 비롯해 수많은 스타가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대중은 ‘친했던 누나가 사라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박지선이 생을 마감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 의사의 오진으로 겪은 피부병이 최근 극심하게 악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추측되고 있다. 박지선은 피부병으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고, 햇빛 알레르기까지 있어서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고인이 떠난 뒤 팬들은 그의 일화를 퍼나르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 박피 수술을 6번이나 해 피부가 완전히 망가져 6개월 출석 후 조퇴를 반복한 사연이나, 대학교 때 스킨 로션을 발랐다가 피부가 완전히 뒤집힌 사연 등이 회자되고 있다. 

쏟아지는 
애도 물결

KBS2 공채 22기 박지선은 독특한 화법의 개그 스타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좋은 학벌을 가진 개그우먼으로, 언제나 많은 사람에게 건강하고 밝은 웃음을 제공했으며 주위 후배들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박지선은 대다수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한 인물로 통했다.

고인은 학창 시절 누구나가 알아주는 모범생이었다. 학교생활 내내 단 한 번도 수업시간에 졸아본 적 없이 선생님 말을 잘 듣는 학생이었고, 고등학교 때 ‘우’ 성적을 받은 건 영어2 하나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수를 받는 등 공부 영역에서는 못하는 게 없는 학생이었다. 

고려대 사범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재학 시절 어느 한 학기에선 6개 과목 중 5개에 A+를 받고, 하나만 A를 받아 4.42/4.5의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자발적 선택에 어려움을 느낀 그는 대학교 시절 4년 동안 가장 친한 친구의 선택을 따라다녔다고 한다. “사람을 좋아했는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책을 좋아해 책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는 박지선은 타인에게 본이 되는 훌륭한 인품을 가진 대학교 때 단짝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이 단짝은 이른 나이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해 박지선이 큰 슬픔을 겪었다는 일화도 있다. 긍정적이었던 박지선은 친구와의 추억을 공유하는 의미로 단짝이 나갔던 독서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한다. 
 

▲ 배우 고 김자옥·가수 구하라

최근에는 대학생으로 자신의 신분을 밝힌 한 여학생이 박지선과 그의 단짝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는 일화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국어 선생님은 박지선이 좋아했던 친구로 예상된다. 

일면식도 없는 고등학생을 친동생처럼 아껴준 박지선에게 보답하기로 다짐했다는 여학생은 박지선의 죽음에 큰 슬픔을 드러냈다. 이를 본 네티즌들 역시 박지선을 애도하면서, 이 여학생에게 응원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생전 박지선은 그의 모친과 애틋했다. 한창 트위터를 열심히 했던 2012∼2015년, 모친과 있었던 일상을 적은 트위터 글들이 그 성정을 잘 나타낸다. 

“‘이 고추는 하나도 안 맵다, 너도 먹어봐’라며 본인이 먹던 고추를 건네주는 엄마 얼굴에 땀이 비 오듯 한다” “엄마는 나를 깨우지 않는다. 다만 청소기를 돌릴 뿐이다” 등 사소하지만 따뜻하고, 지극히 일상적이나 한편으로는 유머러스한 글들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비극 시작은?
유재하부터…

재기발랄한 연기력과 입담으로 <개그콘서트>에서 22기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은 그는, 이후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활약하면서 명성을 쌓았고, 최근에는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 제작발표회, 연예인 팬미팅의 진행을 도맡기도 했다. 9월 말에도 드라마 <스타트업> 제작발표회 진행을 맡았다. 

폭발적인 입담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누구나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진행 능력을 선보였다.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상대를 배려할 줄 알며,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최근에는 EBS 스타 펭수의 각종 행사를 책임지다시피 했다.

일각에 따르면 박지선은 생방송이나 다름없는 행사를 매끄럽게 진행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각종 행사의 진행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았다. 하지만 피부병이 악화되면서 11월 내내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활동을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지선은 11월이 지나가기도 전에 치명적인 고통으로 인해 결국 하늘로 떠났다. 

서울 이대목동병원에 마련된 빈소에 박지선과 모친의 이름이 나란히 붙어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지인들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며 입을 모았다. 활동하는 동안 순수하고 밝은 에너지만 전달했던 그이기에 그의 비보는 지인들에게 멍한 감정만 남겼다.

‘11월이니까 조심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예계를 두려움에 떨게 한 ‘11월 괴담’은 1987년 가수 유재하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전설의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를 남기고 돌연 떠난 젊은 천재 가수의 사망에 연예계가 충격에 빠졌다. 
 

▲ 방송인 노홍철과 이센스 ⓒ아메바걸쳐

11월의 비극은 지속됐다. 공교롭게도 11월에 하늘로 떠난 스타들이 비일비재하다. 당대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로 ‘내 사랑 내 곁에’ ‘비처럼 음악처럼’ 등을 남긴 김현식이 간경변으로 사망했다. 불과 32세의 젊은 나이에 하늘로 떠났을 뿐 아니라, 유재하와도 친분이 깊어 당시 가요계는 크게 슬퍼했다. 

1995년에는 그룹 듀스의 멤버 김성재가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이했다. 당시 23세였던 김성재는 듀스에서 독립해 솔로로 첫 무대를 가진 날 밤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경찰은 약물 과다복용에 따른 자살로 추정했지만 21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망 원인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요절, 마약…대형 사건·사고 터져
스타들 단숨에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가만 안 두겠어”라는 유행어를 남긴 개그맨 양종철은 2001년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운전 중 사망했으며, 2014년에는 많은 사람이 사랑했던 배우 김자옥이 지병 끝에 세상을 떴다. 지난 2018년에는 배우 신성일이, 2019년에는 가수 함중아가 별세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에프엑스 설리가 떠난 지 41일이 지난 11월 24일 구하라가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해 충격을 안겼다. 

여타의 충격적인 사건도 비일비재했다. 마약과 도박, 동영상을 통한 협박 사건, 음주운전 사건도 11월에 터졌다. 2000년 인기그룹 클론의 멤버 강원래가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당했고, 백지영 비디오 사건도 같은 11월에 터졌다. 

2001년에는 드라마 <허준>으로 당대 최고의 자리에 있던 배우 황수정이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고, 가수 싸이가 대마초 투약 혐의로 체포됐다. 2005년에는 가수 신정환이 불법 카지노 바에 있다가 경찰에 연행됐으며, 2006년에는 가수 아이비가 전 애인으로부터 동영상 관련 협박을 받으며 연예계를 잠정 은퇴했다.

지난 2011년에는 검찰에서 불법 의약품 ‘프로포폴’을 무허가로 투약한 연예인 십여명의 명단을 확보해 수사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2013년에는 불법도박 혐의로 당대 최고의 예능 스타들이 무더기로 활동을 중단했다. 

슈프림팀의 멤버 이센스는 2014년 11월 대마초 혐의로 재입건 됐으며, 예능인 노홍철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MBC <무한도전>을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른바 ‘빚투’ 운동의 시발점도 11월이었다. 래퍼 마이크로닷의 부모 사기 사건이 불거진 건 2018년이었으며, ‘버닝썬 게이트’로 확대된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이 일어난 것도 같은 해 11월이었다.

연예계에서는 이렇듯 숱한 사건이 터지는 것에 대해 여러 분석을 내놓는다. 

11월이 되면 프로야구 프로축구가 끝나면서, 대중이 자연스럽게 연예계에 관심을 돌린다는 해석이 있다. 또 가판 시장이 활성화됐던 과거에 스포츠 시즌이 끝나면서, 기사 거리가 부족했던 스포츠 신문들이 이를 대체할 주제로 사건이 터질만한 연예계 쪽을 파고들어 연예인들의 치부를 공개했기 때문에 이런 공식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파문, 충격
다음은 누구?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11월 괴담’이란 용어의 사용으로 괜히 공포심만 더 자극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 꼭 11월이 아니더라도 연예계에서는 많은 사건이 터졌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워낙 많은 사람이 요절했고, 충격적인 사건이 많이 나온 것은 사실. 이왕이면 더욱 조심하는 태도를 갖추는 게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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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로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려는 카드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검찰의 역할은 특수본을 사이드에서 돕는 정도로 제한됐다. 결국 LH 사태는 집권여당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4·7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모두 내줬다. 당초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희롱 의혹으로 선거가 치러지게 된 만큼 불리한 상황에서 LH 사태가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도 LH 사태를 기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대통령 지지율 40% 벽이 깨졌고 부정평가 이유로 부동산 문제를 꼽는 비율이 높아졌다. 임기 초중반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정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크게 물러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재보선에서 참패한 여당과 청와대 입장에선 LH 사태 수사가 반전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잔챙이만 잡았다? 하지만 1560명의 대규모 수사 인원을 투입한 것치고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평이 속속 나오고 있다. LH 사태가 일어나고 3개월이 지났지만 뚜렷한 수사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답보 상태에 접어들면서 특수본의 칼이 무딘 게 아니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수본 출범 3개월간 646건, 2800여명을 수사해 20명을 구속하고 52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이 수사 중인 주요 공직자 중에는 국회의원 16명, 지자체장 14명, 고위공직자 8명, 지방의회의원 55등이 포함됐다. 이 중 내부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9명은 구속됐다. 검찰은 별도의 직접 수사를 통해 기획부동산 등 14명을 구속하고 검‧경이 협조해 908억원의 부동산 투기수익을 몰수·추징했다. 국세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이 454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한 결과 94건의 혐의가 확인됐고, 534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불법 대출이 의심되는 4개 금융기관을 현장 점검해 총 43건, 67명을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했다. 이번 조사와 수사 결과에서 드러난 부동산 관련 탈법행위는 다양했다. 전직 차관급 기관장과 기초지자체장, 시군의원, 실무 직원까지 여러 공직자가 내부정보를 활용해 토지를 매입한 혐의가 다수 적발됐다. 기획부동산 등이 청약통장 관련 불법 행위를 알선하거나 지역주택조합장이 불법투기를 공모한 사례도 확인됐다. 20명 구속했는데 고위공직자 ‘0’ 여당 의원 수사로 공정성 기로 이날 발표된 결과를 두고 특수본의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수본은 줄곧 공직자의 내부정보 이용 투기 혐의에 대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속된 인물을 보면 최초 구속 사례였던 경기 포천시 공무원을 비롯, 전직 경기도청 공무원, LH 직원,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등 지방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에 그치고 있다. 선출직 중에서는 경북 고령군의원, 전직 경기시흥시의원 등 지방의회의원이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중에는 전직 강원 양구군수만 구속됐다. LH에서 토지 보상업무를 담당하며 3기 신도시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일명 ‘강사장’으로 불렸던 인물을 비롯해 2명이 지난 8일 뒤늦게 구속됐다. 강씨 등은 지난해 2월27일 내부정보를 활용, 다른 전·현직 LH 직원 등과 함께 시흥시 과림동에 있는 토지 5025㎡를 22억5000만원에 공동으로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매입한 밭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당 길이 180~190㎝의 왕버들 나무를 심었다. 토지 보상 부서에 재직하며 보상금 지급 기준을 잘 아는 강씨가 보상금을 많이 챙기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도 답보 상태다. 특수본은 현재 국회의원 16명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 강제수사가 이뤄진 대상은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1명뿐이다. 여기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을 수사 의뢰하면서 특수본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특수본은 지난달 17일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현직 의원 2명에게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불입건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민주당 양항자·양이원영 의원으로 밝혀졌다. 이튿날에는 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배우자 명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권익위 조사에서 양이 의원과 김 의원이 부동산 투기 의혹 명단에 포함된 것. 현재까지 특수본이 압수수색을 하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한 대상이 모두 야당 의원이라는 점에서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여당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바 있다. 특수본은 고위공직자 수사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진 상황에서 공정성에 대한 의문까지 안고 가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여 봐주기 앞으로는? 경찰 안팎에서는 여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LH 사태 수사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 보고 있다. 앞선 100일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만큼 특수본이 추후 수사에서 반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권익위 자료를 검토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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