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으로 본 국민의힘 미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2.24 11:27:06
  • 호수 1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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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장의 악몽’ 이들도 그들처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수사기관들은 경쟁하듯이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같은 당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사라진 후 국민의힘은 ‘중진의힘’이 됐다. 8년 전 ‘진박 9인회’를 닮은 중진의힘은 과연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구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 사퇴로 인해 지난 12일 진행된 경선서 5선 권성동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친윤(친 윤석열)계 좌장으로 불리는 권 원내대표는 72표를 얻어 34표를 얻는 데 그친 4선 김태호 의원을 제쳤다. 이어 지난 16일엔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대표 권한대행까지 맡았다.

그때도 윤상현
지금도 윤상현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이후에도 “당 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진종오·장동혁·김민전·인요한·김재원 등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지도부가 무너져 사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는 곧바로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된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가결 이후 비공개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서 형식상 사의를 표명했지만, 재신임 절차를 거쳐 대표 권한대행도 맡았다.

지난 10일엔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들이 모여 간담회를 열고, 권 원내대표를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나경원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권 원내대표를 추대하려고 했던 배경을 일컬어 “중진 의원들의 생각은 ‘지금은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니, 적어도 원내대표 경험이 있어 여러 가지 복잡한 현안을 바로 풀어가야 할 사람이어야 하지 않느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전해 들은 재선 배현진 의원은 “그것은 중진 선배들의 의견이고, 우리가 ‘중진의힘’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한 전 대표도 “중진 회의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의 경선은 당내 반발 때문에 진행됐다. 하지만 ‘중진의힘’은 경선서 더욱 강하게 드러났다. 권 원내대표가 김 의원을 가볍게 이길 수 있었던 배경엔 5선 중진 그룹이 각개격파로 의원들을 설득한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중진의힘’ 구성원으로 지칭되는 의원들로는 ▲권 원내대표 ▲나 의원 ▲권영세 의원 ▲김기현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서부터 비대위원장 인선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중진들은 여기서 또 ‘중진의힘’을 보여줬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들은 당내 인사를 선호하는 듯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대출 의원은 의총 전에 진행된 중진회의 후 기자들에게 “비대위원장과 관련해선 당의 안정과 화합, 쇄신을 위해 경험이 많은 당내 인사가 적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후 부각된 당내 비대위원장 후보군은 5선 권 의원·김 의원·나 의원 등이었다. 6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박 9인회와 중진의힘
연결고리 윤상현 지목

초선 김재섭 의원을 거론하는 움직임도 있다. 국민의힘 이상민 전 의원은 지난 17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김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면서 “초선이긴 하지만, 여러 상황서 올바른 판단을 했고, 꿈도 있는 분이 리더십을 받고 이끄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론대로 탄핵 표결에 불참했다가 지역구서 뭇매를 맞았다. “국민은 어차피 1년이면 달라져서 무소속도 찍어준다”는 윤 의원 발언 당시 대화 상대방이었기 때문에 봉변을 당한 적도 있다. 김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자, 곧바로 “만만한 초선을 내세워서 면피하려고 하느냐”는 비난 여론도 크게 일어났다.


중진들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당내 인사’를 거론한 계기는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 목사가 지난 2016년 12월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던 것으로부터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인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가 가결된 이후 취임했다. 

인 목사는 당시 친박 중진이었던 새누리당 서청원 당시 의원을 일컬어 “새누리당은 정치하는 데인 줄 알았는데, 서청원 집사님이 계신 교회”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과 정부의 요직에 있던 사람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패권적 행태를 보인 사람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면서 막말을 한 사람 등을 인적 청산 대상이라고 지칭하면서, 친박 주류들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인 목사는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회를 통해 구성되는 비대위와 윤리위를 통해 친박 중진들을 축출하려고 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상임전국위가 개최되지 않아 실패했다.

당 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총선이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선 공천권이 없어 당내에 영향력을 확고히 뿌리내린 중진들을 상대하긴 버겁다. 당시와 지금 모두 총선이 끝난 후 약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인 목사가 의도했던 친박 청산과 한 전 대표가 시도했던 윤 대통령 탈당 모두 특정 계파가 당내 다수 세력으로 군림하는 한 실패하거나 큰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인 목사와 한 전 대표는 모두 ‘용병’이다.

친박 중진들은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문고리 3인방이 사라진 이후 권력 공백을 소리소문 없이 메웠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1월29일 제3차 대국민 담화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면서 개헌 카드를 던졌다.

개헌은 오래 걸린다. 간단히 따져봐도 국회 개헌특위 조직 → 개헌안 작성 및 발의 → 20일 이상의 공고 → 국회 본회의 의결 → 30일 내 국민투표 등 단계를 거쳐야 한다. 

대다수의 여론은 박 전 대통령에게 “당장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년 이상의 시간이 요구되는 개헌 제안에 대해선 “시간 끌기 작전”이라는 반발이 컸다. 박 전 대통령은 구체적인 퇴진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고, 화재 참사가 발생했던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재판관
색깔론

이 행보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할 여론은 없었다. 촛불시위는 멈추지 않았고, 비박 성향 의원들도 탄핵에 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 2016년 12월1일 방영된 JTBC <썰전>서 박 전 대통령의 담화를 놓고 “측근 대부분이 박 전 대통령의 곁을 떠났지만, 새 아이디어를 준 사람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이디어를 준 사람’에 대해 “새누리당의 현역 의원인 친박계 핵심 인물이자, 영민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대담을 나누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동의하면서 “대통령을 누나라고 하는 사람 아니냐”고 소개했다. 

그는 바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도 지난 2016년 12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서 “친박 핵심이 정국 대책을 논의하고 이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작전회의를 진행한다고 직감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남 전 지사는 서울 여의도 모 호텔서 서 의원과 윤 의원을 비롯한 친박 핵심 의원들의 모임을 발견했다. 이후 이들은 ‘진박 9인회’라고 지칭됐다. ‘중진의힘’은 당시 ‘진박 9인회’와 닮았다.


당시 ‘개헌 제안’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윤 의원은 현재도 가장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을 두둔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 행위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지난 12일 주장은 그로부터 하루 전 윤 의원이 국회 본회의서 진행된 긴급 현안 질문 중 주장했던 것과 똑같았다.

2016년 제시됐던 개헌 제안과 ‘4월 퇴진 및 6월 대선’ 제안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탄핵소추의 조직력이 흐트러진 적이 있다. 당시의 탄핵소추는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 모두 동의하고, 친박서도 이탈표가 나와야 가결될 수 있었다.

비박계와 국민의당은 박 전 대통령의 제안을 듣고 탄핵소추에 일시적으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로 인해 지난 2016년 12월2일 예정됐던 탄핵소추안 상정이 불발됐다. 그러자 민심은 다음날 진행된 촛불시위에 총 232만 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에 새누리당 비박계와 친박 일각도 탄핵소추안 가결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정국으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윤 대통령의 당선까지 이어졌던 상황을 ‘탄핵의 강’ 혹은 ‘탄핵 트라우마’라고 지칭하면서, 북한의 ‘고난의 행군’과 비슷하게 기억한다.

민심의 큰 파도를 일시적인 꼼수로 떼우려 할 뿐, 책임은 통감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어려움만을 기억하는 ‘선택적 기억상실’은 더욱 강해졌다. 국민의힘은 그 해결책으로 강성 지지자와 지역구 수성만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총선은 불과 8개월여 전에 진행됐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어도 3년 4개월은 의원직이 흔들릴 이유도 없다. 


검찰·공수처·경찰은 과열 양상까지 보여가면서 수사 열기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수사기관들이 헌정사상 최초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이라는 ‘훈장’을 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통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검찰이 적극적으로 ‘검찰 선배’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했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지난 18일엔 아예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오로지 국민의힘만 애써 외면할 뿐이다.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서, 변호인단은 숱한 기행과 시간 끌기 작전을 선보였다. 조원룡 변호사는 “재판관들이 국회 측 대리인과 같은 편 아니냐”고 말했고, 김평우 변호사는 강일원 당시 주심재판관을 일컬어 ‘국회 측 수석대변인’이라고 지칭하기까지 했다. 

권성동도 
이정현처럼?

조 변호사는 다른 변호인들과 일체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즉석서 강 재판관에 대한 기피를 신청하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다. 당시 탄핵 심판은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심판 도중 임기만료로 퇴임해 8인 체제로 재판이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재판관 결원이 생기면 그 자체로 공정성 시비에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며 “신임 헌법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재판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도 이듬해 3월 13일 퇴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 상황까지 고려한 주장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 권한대행의 퇴임 이전 선고를 진행하겠다”고 못 박았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됐다.

지금은 국민의힘 차원서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을 8년 만에 반복하고 있다. 헌재는 국회 추천 재판관 3명 퇴임 이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서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추천했고,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추천했다. 

국민의힘은 ‘9인 체제’ 완료에 협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16일 의총선 헌법재판관 선출 절차를 지연시킬 방법을 논의했다. 그래서 도출한 방법은 ‘색깔론 제기’와 ‘권한대행의 임명권 유무 논쟁 제기’였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정계선 후보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고, 마은혁 후보자는 과거 민주노동당 당직자 사건을 공소 기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 정지 때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는 23~24일 진행 예정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도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임명은 형식적이다. 국민의힘이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했기 때문에 많은 반발이 이어졌다. 헌재도 직접 반박에 나섰다.

원내대표가 직접 수행
더 궁색해진 지연작전

이진 헌재 공보관은 같은 날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에 관련해선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황 권한대행이 지난 2017년 3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추천 몫이었던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최상목 경제부총리를 접견했고, 지난 16~19일 현 정부 장관급 인사 12명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서 사실상 당 대표이자 ‘실질 1인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가 아무리 광폭 행보를 보이려고 해도, 그렇게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미 ‘중진의힘’이라는 말이 통하고 있는 상황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권 원내대표는 ‘온리 원’이 아니라, ‘원 오브 뎀’ 정도의 위상으로 인식된다.

다급한 상황서 비대위원장조차 며칠째 중진회의를 이어가면서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는 순장조였다. 권 원내대표와 중진들은 한 전 대표를 순장조로 몰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당내 중진의 논의로 도출될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결과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이 인용돼 진행될 대선은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굴 대선후보로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것이란 장담은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서 그나마 대선후보 지지율 1위였던 한 전 대표는 돌아올 가능성을 암시했지만, 이미 당에서 축출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진행된 대선에선 홍준표 대구시장이 갑자기 부각돼 개인기로 선거를 치렀다. 홍 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나마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이라는 시한폭탄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1차 표결 당시 당론을 거부하고, 본회의장에 남았던 것으로 볼 때, 친윤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을 가능성이 높다. 이 4명 외엔 누가 있을까?

윤 대통령이 사실상 ‘자폭’한 후 ‘중진의힘’이 되고 있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될지 예언처럼 연출된 옛 상황이 있다. 수도권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던 지난 2022년 8월11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나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동작구 사당동서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봉사활동은 하지 않고, 망언과 민폐 행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비상구가
안 보인다

권 원내대표와 나 의원은 수해복구 현장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의원들의 차량이 길을 막아 복구작업을 위한 차량이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자, 한 주민은 “아침부터 길 막고 뭐 하는 짓이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주 부의장은 “따라와서 교통을 방해하니까 우리가 욕을 다 얻어먹는다”면서 취재기자들을 탓했다.

이해가 안 가는 발언이나 행적에 이은 책임 전가 등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으킨 각종 물의는 이 당시와 놀랍도록 닮았다. 이때도 주요 등장인물 중 1명은 권 원내대표였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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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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