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으로 본 국민의힘 미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2.24 11:27:06
  • 호수 1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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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장의 악몽’ 이들도 그들처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수사기관들은 경쟁하듯이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같은 당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사라진 후 국민의힘은 ‘중진의힘’이 됐다. 8년 전 ‘진박 9인회’를 닮은 중진의힘은 과연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구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 사퇴로 인해 지난 12일 진행된 경선서 5선 권성동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친윤(친 윤석열)계 좌장으로 불리는 권 원내대표는 72표를 얻어 34표를 얻는 데 그친 4선 김태호 의원을 제쳤다. 이어 지난 16일엔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대표 권한대행까지 맡았다.

그때도 윤상현
지금도 윤상현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이후에도 “당 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진종오·장동혁·김민전·인요한·김재원 등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지도부가 무너져 사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는 곧바로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된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가결 이후 비공개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서 형식상 사의를 표명했지만, 재신임 절차를 거쳐 대표 권한대행도 맡았다.

지난 10일엔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들이 모여 간담회를 열고, 권 원내대표를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나경원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권 원내대표를 추대하려고 했던 배경을 일컬어 “중진 의원들의 생각은 ‘지금은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니, 적어도 원내대표 경험이 있어 여러 가지 복잡한 현안을 바로 풀어가야 할 사람이어야 하지 않느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전해 들은 재선 배현진 의원은 “그것은 중진 선배들의 의견이고, 우리가 ‘중진의힘’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한 전 대표도 “중진 회의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의 경선은 당내 반발 때문에 진행됐다. 하지만 ‘중진의힘’은 경선서 더욱 강하게 드러났다. 권 원내대표가 김 의원을 가볍게 이길 수 있었던 배경엔 5선 중진 그룹이 각개격파로 의원들을 설득한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중진의힘’ 구성원으로 지칭되는 의원들로는 ▲권 원내대표 ▲나 의원 ▲권영세 의원 ▲김기현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서부터 비대위원장 인선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중진들은 여기서 또 ‘중진의힘’을 보여줬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들은 당내 인사를 선호하는 듯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대출 의원은 의총 전에 진행된 중진회의 후 기자들에게 “비대위원장과 관련해선 당의 안정과 화합, 쇄신을 위해 경험이 많은 당내 인사가 적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후 부각된 당내 비대위원장 후보군은 5선 권 의원·김 의원·나 의원 등이었다. 6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박 9인회와 중진의힘
연결고리 윤상현 지목

초선 김재섭 의원을 거론하는 움직임도 있다. 국민의힘 이상민 전 의원은 지난 17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김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면서 “초선이긴 하지만, 여러 상황서 올바른 판단을 했고, 꿈도 있는 분이 리더십을 받고 이끄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론대로 탄핵 표결에 불참했다가 지역구서 뭇매를 맞았다. “국민은 어차피 1년이면 달라져서 무소속도 찍어준다”는 윤 의원 발언 당시 대화 상대방이었기 때문에 봉변을 당한 적도 있다. 김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자, 곧바로 “만만한 초선을 내세워서 면피하려고 하느냐”는 비난 여론도 크게 일어났다.

중진들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당내 인사’를 거론한 계기는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 목사가 지난 2016년 12월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던 것으로부터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인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가 가결된 이후 취임했다. 

인 목사는 당시 친박 중진이었던 새누리당 서청원 당시 의원을 일컬어 “새누리당은 정치하는 데인 줄 알았는데, 서청원 집사님이 계신 교회”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과 정부의 요직에 있던 사람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패권적 행태를 보인 사람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면서 막말을 한 사람 등을 인적 청산 대상이라고 지칭하면서, 친박 주류들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인 목사는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회를 통해 구성되는 비대위와 윤리위를 통해 친박 중진들을 축출하려고 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상임전국위가 개최되지 않아 실패했다.

당 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총선이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선 공천권이 없어 당내에 영향력을 확고히 뿌리내린 중진들을 상대하긴 버겁다. 당시와 지금 모두 총선이 끝난 후 약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인 목사가 의도했던 친박 청산과 한 전 대표가 시도했던 윤 대통령 탈당 모두 특정 계파가 당내 다수 세력으로 군림하는 한 실패하거나 큰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인 목사와 한 전 대표는 모두 ‘용병’이다.

친박 중진들은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문고리 3인방이 사라진 이후 권력 공백을 소리소문 없이 메웠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1월29일 제3차 대국민 담화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면서 개헌 카드를 던졌다.

개헌은 오래 걸린다. 간단히 따져봐도 국회 개헌특위 조직 → 개헌안 작성 및 발의 → 20일 이상의 공고 → 국회 본회의 의결 → 30일 내 국민투표 등 단계를 거쳐야 한다. 

대다수의 여론은 박 전 대통령에게 “당장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년 이상의 시간이 요구되는 개헌 제안에 대해선 “시간 끌기 작전”이라는 반발이 컸다. 박 전 대통령은 구체적인 퇴진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고, 화재 참사가 발생했던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재판관
색깔론

이 행보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할 여론은 없었다. 촛불시위는 멈추지 않았고, 비박 성향 의원들도 탄핵에 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 2016년 12월1일 방영된 JTBC <썰전>서 박 전 대통령의 담화를 놓고 “측근 대부분이 박 전 대통령의 곁을 떠났지만, 새 아이디어를 준 사람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이디어를 준 사람’에 대해 “새누리당의 현역 의원인 친박계 핵심 인물이자, 영민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대담을 나누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동의하면서 “대통령을 누나라고 하는 사람 아니냐”고 소개했다. 

그는 바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도 지난 2016년 12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서 “친박 핵심이 정국 대책을 논의하고 이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작전회의를 진행한다고 직감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남 전 지사는 서울 여의도 모 호텔서 서 의원과 윤 의원을 비롯한 친박 핵심 의원들의 모임을 발견했다. 이후 이들은 ‘진박 9인회’라고 지칭됐다. ‘중진의힘’은 당시 ‘진박 9인회’와 닮았다.

당시 ‘개헌 제안’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윤 의원은 현재도 가장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을 두둔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 행위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지난 12일 주장은 그로부터 하루 전 윤 의원이 국회 본회의서 진행된 긴급 현안 질문 중 주장했던 것과 똑같았다.

2016년 제시됐던 개헌 제안과 ‘4월 퇴진 및 6월 대선’ 제안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탄핵소추의 조직력이 흐트러진 적이 있다. 당시의 탄핵소추는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 모두 동의하고, 친박서도 이탈표가 나와야 가결될 수 있었다.

비박계와 국민의당은 박 전 대통령의 제안을 듣고 탄핵소추에 일시적으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로 인해 지난 2016년 12월2일 예정됐던 탄핵소추안 상정이 불발됐다. 그러자 민심은 다음날 진행된 촛불시위에 총 232만 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에 새누리당 비박계와 친박 일각도 탄핵소추안 가결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정국으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윤 대통령의 당선까지 이어졌던 상황을 ‘탄핵의 강’ 혹은 ‘탄핵 트라우마’라고 지칭하면서, 북한의 ‘고난의 행군’과 비슷하게 기억한다.

민심의 큰 파도를 일시적인 꼼수로 떼우려 할 뿐, 책임은 통감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어려움만을 기억하는 ‘선택적 기억상실’은 더욱 강해졌다. 국민의힘은 그 해결책으로 강성 지지자와 지역구 수성만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총선은 불과 8개월여 전에 진행됐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어도 3년 4개월은 의원직이 흔들릴 이유도 없다. 

검찰·공수처·경찰은 과열 양상까지 보여가면서 수사 열기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수사기관들이 헌정사상 최초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이라는 ‘훈장’을 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통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검찰이 적극적으로 ‘검찰 선배’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했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지난 18일엔 아예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오로지 국민의힘만 애써 외면할 뿐이다.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서, 변호인단은 숱한 기행과 시간 끌기 작전을 선보였다. 조원룡 변호사는 “재판관들이 국회 측 대리인과 같은 편 아니냐”고 말했고, 김평우 변호사는 강일원 당시 주심재판관을 일컬어 ‘국회 측 수석대변인’이라고 지칭하기까지 했다. 

권성동도 
이정현처럼?

조 변호사는 다른 변호인들과 일체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즉석서 강 재판관에 대한 기피를 신청하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다. 당시 탄핵 심판은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심판 도중 임기만료로 퇴임해 8인 체제로 재판이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재판관 결원이 생기면 그 자체로 공정성 시비에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며 “신임 헌법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재판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도 이듬해 3월 13일 퇴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 상황까지 고려한 주장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 권한대행의 퇴임 이전 선고를 진행하겠다”고 못 박았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됐다.

지금은 국민의힘 차원서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을 8년 만에 반복하고 있다. 헌재는 국회 추천 재판관 3명 퇴임 이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서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추천했고,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추천했다. 

국민의힘은 ‘9인 체제’ 완료에 협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16일 의총선 헌법재판관 선출 절차를 지연시킬 방법을 논의했다. 그래서 도출한 방법은 ‘색깔론 제기’와 ‘권한대행의 임명권 유무 논쟁 제기’였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정계선 후보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고, 마은혁 후보자는 과거 민주노동당 당직자 사건을 공소 기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 정지 때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는 23~24일 진행 예정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도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임명은 형식적이다. 국민의힘이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했기 때문에 많은 반발이 이어졌다. 헌재도 직접 반박에 나섰다.

원내대표가 직접 수행
더 궁색해진 지연작전

이진 헌재 공보관은 같은 날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에 관련해선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황 권한대행이 지난 2017년 3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추천 몫이었던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최상목 경제부총리를 접견했고, 지난 16~19일 현 정부 장관급 인사 12명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서 사실상 당 대표이자 ‘실질 1인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가 아무리 광폭 행보를 보이려고 해도, 그렇게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미 ‘중진의힘’이라는 말이 통하고 있는 상황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권 원내대표는 ‘온리 원’이 아니라, ‘원 오브 뎀’ 정도의 위상으로 인식된다.

다급한 상황서 비대위원장조차 며칠째 중진회의를 이어가면서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는 순장조였다. 권 원내대표와 중진들은 한 전 대표를 순장조로 몰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당내 중진의 논의로 도출될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결과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이 인용돼 진행될 대선은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굴 대선후보로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것이란 장담은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서 그나마 대선후보 지지율 1위였던 한 전 대표는 돌아올 가능성을 암시했지만, 이미 당에서 축출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진행된 대선에선 홍준표 대구시장이 갑자기 부각돼 개인기로 선거를 치렀다. 홍 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나마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이라는 시한폭탄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1차 표결 당시 당론을 거부하고, 본회의장에 남았던 것으로 볼 때, 친윤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을 가능성이 높다. 이 4명 외엔 누가 있을까?

윤 대통령이 사실상 ‘자폭’한 후 ‘중진의힘’이 되고 있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될지 예언처럼 연출된 옛 상황이 있다. 수도권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던 지난 2022년 8월11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나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동작구 사당동서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봉사활동은 하지 않고, 망언과 민폐 행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비상구가
안 보인다

권 원내대표와 나 의원은 수해복구 현장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의원들의 차량이 길을 막아 복구작업을 위한 차량이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자, 한 주민은 “아침부터 길 막고 뭐 하는 짓이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주 부의장은 “따라와서 교통을 방해하니까 우리가 욕을 다 얻어먹는다”면서 취재기자들을 탓했다.

이해가 안 가는 발언이나 행적에 이은 책임 전가 등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으킨 각종 물의는 이 당시와 놀랍도록 닮았다. 이때도 주요 등장인물 중 1명은 권 원내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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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