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임 헌법재판관 정계선·조한창

빨리 도는 탄핵 시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계선 전 남부지법원장과 조한창 변호사가 헌법재판관 업무에 돌입했다. 아직 9인 체제가 완성되진 않았으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심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두 사람은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물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무리 없이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헌법재판소 ‘8인 체제’가 됐다. 헌법재판소법의 ‘7인 이상 심리’ 규정을 충족하게 된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최우선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특히 최선임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이 퇴임하는 오는 4월18일 이전에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8인 체제
결판낸다

지난 2017년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은 8인 체제로 선고됐다. 당시 헌재는 “8인의 재판관으로 재판부가 구성되더라도 탄핵 심판을 심리하고 결정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8인 체제를 갖춘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제 막 업무를 시작한 조·정 재판관은 지난 2일 헌재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한 뒤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전원재판부에 합류하고, 예정된 재판관 회의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을 논의하는 재판관 회의는 매주 1회씩 열리는데, 재판관이 충원된 만큼 주 2회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헌재 관계자는 “할 일이 워낙 많아 신임 재판관들도 곧바로 업무에 착수할 것이다. 심리가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 헌재는 이달 중순 정식 변론기일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오는 4월 중 윤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이 재판관이 오는 4월18일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 재판관 충원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기에 그전에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은 접수 63일 만에,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은 91일 만에 선고된 것을 고려하면 2~3월에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판관들도 대부분 “신속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새로 합류하는 조 재판관은 후보자 시절, 탄핵 심판 기간에 대해 “신속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면서도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고 충실하게 심리하는 것이 요구돼, 적정한 심리 기간을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탄핵 심판 선고 시기의 가장 큰 변수는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변론 태도다. 윤 대통령은 노·박 전 대통령과 달리 공개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으로 다투려는 의지가 크기 때문에 증인 수십명을 신청하고, 송달 절차 등을 문제 삼으면 심판이 지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이 탄핵이 소추된 직후 관련 서류를 수령하지 않자 헌재는 우편으로 보내고 송달된 것으로 간주해 처리했다.

조·정 재판관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등 다른 탄핵 사건 9건에도 투입된다. 헌재에 역대 가장 많은 탄핵 사건(10건)이 몰려있어,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제외한 기존 재판관 5명은 1인당 1~4건씩 탄핵심판 주심을 맡고 있다.

박근혜 탄핵 때처럼…걸림돌 제거
윤 심리 속도 4월 이전 결론 목표


최근 접수된 탄핵 사건 주심을 새 재판관들에게 재배당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재판관들의 사건 처리 부담을 나누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조 재판관은 서울 상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9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사법연수원 기수는 18기. 육군 법무관을 거쳐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서 법복을 입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해 상고심 보조 경험이 있고, 사법연수원 교수로도 활동했다. 평택지원장과 두 차례 수석부장으로 발탁돼 사법행정 경험도 있다.

조 재판관은 양승태 사법 농단 연루 의혹을 받았다. 사법 농단은 2011년 9월~2017년 9월 당시 법원행정처가 정부의 관심 사건 재판에 개입하거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사법부와 판사의 독립을 침해한 여러 갈래의 사건을 일컫는다.

그는 2015년 5월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일하던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직 상실 무효’ 행정소송과 관련해 ‘각하(소송을 제기할 요건을 갖추지 못해 사건을 종결하는 것)는 부적절하다’는, 일종의 재판 가이드라인이 담긴 문건을 법원행정처 인사로부터 전달받았다.

조 재판관은 문건을 파쇄하면서도 담당 부장판사에게 ‘각하에 대해 법리적으로 검토하는 게 어떻겠냐’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조 재판관에 대해 “헌법 질서 수호가 긴요한 시점서 재판 개입 등에 협력한 반헌법적 이력이 있는 그가 헌법재판관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4일 인사청문회서 이 주제는 깊이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 재판관의 인사청문회까지 불참한 탓에 청문회는 좌석 절반이 빈 상태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야당 단독으로 진행한 청문회서 첫 질의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사법 농단 의혹부터 꺼내들었다.

조 재판관은 해명을 하려다 “깔끔하게 사과할 건 사과해야 한다”는 민 의원의 질타를 받고는 거듭 고개를 숙이며 관련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사과할 건 사과”
거듭 고개 숙여

그가 또 다른 재판 독립 침해 사건에 연루됐던 사실도 청문회서 언급됐다. 같은 당 김한규 의원은 2008~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사태’를 지적했다. 신 전 대법관 재판 개입 사태는 신 전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몰아주기’ 배당하고 사건 처리 방향을 제시한 사건을 말한다.

조 재판관은 당시 관련 형사사건을 집중 배당받았던 형사13단독 판사로, 재판 전제가 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위헌성이 논란되는 상황 속에서도 지체 없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질의에 나선 김 의원은 “왜 상당수 사건이 본인에게 배당됐다고 생각하는가?” “신 전 대법관이 특별히 부탁하면서 배당했나?” “(윗선의)어떤 부탁이나 압박도 없었는가?”라며 조 재판관을 압박했다. 조 재판관은 당시 재판 관련해 아무런 부탁도, 압박도 받지 않았다며 “제가 부당한 지시에 맞춰서 행동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조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12·3 불법 계엄’을 명분으로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부정선거와 관련해 대법원에 여러 소송이 제기됐지만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서 충분히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 재판관은 특히 비상계엄 선포 당시 상황을 두고 “저희가 생각하는 전쟁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문헌상 나오는 ‘사변’이라는 사태도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엄 선포 사실을 알았을 때) 황당한 느낌이었다”며 “그때 상황과 나타난 자막의 내용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부합되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한덕수(전) 권한대행이 ‘야당이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한 것이 위헌적’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동의하는가”라는 민주당 박희승 의원의 질문에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이행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헌재는 2019년 “특검 후보자의 추천권을 누구에게 부여할지는 국회서 입법 재량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고 결정했다.

조 재판관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헌재서 열린 취임식서 “우리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는 권력의 자의적 지배를 배격하는 법치주의를 통해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영역서 해결돼야 할 다수의 문제가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기관들의 합의를 통해 해결되지 못한 채 사건화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 등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배려와 공감을 기본으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를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재판관은 1969년 8월2일 강원도(현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서 태어났다. 1987년 충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으나, 인권 변호사인 조영래가 쓴 <전태일 평전>을 읽고 진로 변경을 결심해, 이듬해인 1988년 재수를 통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에 진학해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사시 수석 합격자들은 신문에 크게 인터뷰가 실리던 시절이었다. 정 재판관은 당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법조계가 너무 정치 편향적이다. 검찰의 5·18 관련자 불기소와 미지근한 6공 비자금 문제 처리 등에서 볼 수 있듯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법대로라면 전직 대통령의 불법 행위도 당연히 사법 처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의대·법대
동시 합격

1998년에 사법연수원을 제27기로 수료한 후, 서울지방법원(현 중앙지법)서 예비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해 서울행정법원,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등 여러 곳에서 일했고, 옥스퍼드 대학교에 연수를 다녀왔다.

헌법재판소에 파견돼 2년간 헌법연구관을 지냈고, 법원으로 돌아와 서울고등법원서 1년간 항소심 사건을 다루다가 2013년 지법부장으로 울산지방법원에 전보됐다. 당시 울산지법의 첫 여성 형사합의부장을 맡아 2013년 울산 계모 살인사건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계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후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전보돼, 여성으로는 최초로 공직비리 뇌물 등 부패사건 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27부 재판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맡았던 유명한 재판이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이다. 검찰서 징역 20년·벌금 150억원·추징금 111억4131만7383원을 구형했고, 법원에서는 징역 15년·벌금 130억원·추징금 약 82억7000여만원을 판결했다.

판결 배경에 대해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인 이 전 대통령의 행위는 직무 공정성과 청렴성 훼손에 그치지 않고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2019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 재판장으로 재임 시 비트코인을 재물로 보기는 어렵지만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봐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디지털 전자정보로서 재산범죄의 객체가 된다고 처음으로 판단한 판결을 하기도 했다.

장애인과 여성, 아동, 난민, 이주민, 소수자 등 인권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활성화하고, 법원 내·외부의 성평등 의식 확산과 제도 보완, 성범죄 사건 심리 절차 및 판단 방법의 개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 재판관은 대법원 산하 커뮤니티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서 활동했다. 초대 회장인 오경미 대법관에 이어 2023년 후임 회장(2대)으로 뽑혔다.

2023년 3월, 4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선애, 이석태 전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유력했으나,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이력 때문에 헌법재판관 추천위서 위원들 간 격론이 있었다고 한다. 이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사법부 양대 최고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포진한 상황서, 특정 출신 독식으로 갈등 해결 기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했다는 것이다.

결국 정 재판관은 최종 후보에 들지 못했고, 여성 법관으로는 정정미 판사가 헌법재판관 지명을 받았다.

조, 사법농단 연루 의혹 사과…합리적 평가
정, 법조계 “실력 최고…이제야 날개 달아”

2023년 7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재연, 박정화 전 대법관 후임 최종 후보 8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여성 법관으로 신숙희, 박순영 판사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임기가 끝나는 박정화 대법관이 여성이기도 하고,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의 대법관을 뽑는 인사기 때문에 사실상 신숙희, 박순영, 정계선 셋 중 하나는 대법관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 거부권 행사 논란 끝에 아무도 지명되지 못했다.

차기 대법관 또는 헌법재판관으로 유력했으나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연구회에 몸담고 있었다는 배경으로 최근 연이어 낙마했다. 법원 안팎에선 정 재판관이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판사로 분류되는 데 대해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실력 측면에선 최고의 판사”라며 “원리원칙을 고집하는 모습이 강성으로 비춰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재판관은 최근 취임사에서 끊임없는 소통과 도움을 언급하며 헌법재판소의 정신을 되새겼다.

정 재판관은 “우리는 지금 격랑 한가운데 떠 있다”며 “연이은 초유의 사태와 사건이 파도처럼 몰려와도 침착하게 중심을 잡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기대어 신속하게 헤쳐 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헌재의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며 “헌재 구성원분들이 계셔서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출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받치는 지혜의 한 기둥이자 국민의 신뢰를 받는 든든한 헌법재판소의 한 구성원으로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나아가는 믿음직한 동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최 대행은 및 지난달 31일 국회 추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3명 가운데 2명(정계선·조한창)만 임명하고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에 대해 “여야가 다시 임명에 협의해 달라”고 언급했다.

최 권한대행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반헌법적’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서 “최 부총리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즉각 임명하라”며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해 선별적으로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삼권분립 침해이자 위헌 행위”라고 비판했다.

무의미한
정치 성향

최 권한대행이 주장한 ‘여야 협의 요구’는 거짓 논란마저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야가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민주당 2명, 국민의힘 1명을 추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 의장은 “헌법재판관 임명은 절충할 문제가 아니다”며 “국회가 선출한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는 여야 합의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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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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