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차기 대선 다크호스 우원식 국회의장

'어대이?' 독주 깰 잠룡 기지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신뢰도 측면서 여야 차기 대선후보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보다 높게 나타날 정도다. 정치권서 우 의장은 조용하고 온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습기살균제와 노동자 인권 문제 등 해결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비상계엄 해제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담장을 넘었다.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돌입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여야 의원들이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으나 절차를 지키려는 리더십이 빛났다. 30년 정치 인생이 드디어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다. 실제 우 의장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빛난 리더십
호감 급상승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계 주요 인물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우 의장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56%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우 의장의 신뢰도는 여야 차기 대선후보나 한덕수 권한대행보다 높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신뢰한다’ 41%, ‘신뢰하지 않는다’ 51%였고, 한 권한대행은 ‘신뢰한다’ 21%, ‘신뢰하지 않는다’ 68%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신뢰한다’ 15%, ‘신뢰하지 않는다’ 77%였다.

우 의장은 20대서 60대까지 비교적 폭넓게 신뢰받았으며,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에서는 신뢰의 비율이 81%에 달했다. 이 대표는 40대와 50대서만 신뢰도가 50%를 웃돌고 있지만 그 외 연령대에서는 비신뢰가 더 많았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과 보수층서 43%, 34%의 신뢰를 받았다.

이는 비상계엄과 계엄 해제 등 수습 과정서 우 의장의 리더십이 재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우 의장은 67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국회 담장을 넘어 계엄 해제를 이끌었다.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돌입하고, 국회 직원들과 보좌진이 이를 막아서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여당 의원들이 계엄 해제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음에도 우 의장은 침착하게 “절차적 오류 없이 해야 한다. 아직 안건이 안 올라왔다”며 절차를 지키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우 의장은 “이런 사태에서는 절차를 잘못하면 안 된다”고 여야 의원들을 설득했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190명 의원의 찬성으로 가결됐고, 그렇게 계엄 정국은 마무리됐다.

우 의장은 지난 1957년 9월18일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서 아버지 우제화씨와 어머니 김례정씨 사이서 9남매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 우씨는 황해도 연백군 출신이고, 누나 둘은 북한에 살아 있다고 한다. 201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모친인 김씨가 남측 최고령자(당시 나이 96세)로 참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헤어진 지 60년 만에, 상봉을 신청한 지 15년 만에 누나 정혜씨와 상봉이 이뤄지기도 했다.

우 의장은 서울경동초등학교, 서울 성수중학교, 경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에 진학했다. 1977년 연세대학교 기독학생회 회장에 취임했고, 같은 해 학생 운동으로 박정희정부 퇴진 운동을 벌이다 징집됐다.

이듬해 2월25일 육군에 입대해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제60훈련단서 공병(야전건설 특기)으로 복무했고, 1980년 7월24일 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1981년 3월 전두환정부 반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연세대학교서 제적됐다.

계엄부터 해제까지 의장석서 침착함 빛나
여야 친화적 협의 주도…때론 단호·강경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서 문익환 목사 등과 함께 김대중 지지운동에 참여했다. 이듬해엔 문동환, 박영숙, 임채정, 이해찬 등 재야 민주화운동가 98명이 결성한 평화민주통일연구회(이하 평민연)를 통해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면서 현실정치에 참여한다.

평화민주당 인권위원회 민권부국장을 맡은 우 의장은 군부독재 정권의 인권유린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88-89인권백서>를 편찬하기도 했다. 1991년 지방선거서 신민주연합당 후보로 서울특별시의회 노원구 제4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직후 재검표 끝에 서울특별시 노원구 을 선거구서 당선된 임채정 제14대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임용됐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민주당 후보로 서울특별시의회 노원구 제3선거구에 출마해 민주자유당 송정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우 의장은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특별시 노원구 을 선거구에 출마해 한나라당 권영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이후부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제17대 국회서 4년간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약자를 위한 정치의 길을 밟았다.

대표적으로 공공기관서 전체 직원의 2% 이상 장애인 의무 고용을 법제화해 장애인도 교사가 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지난 2005년 우 의장이 대표발의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해 의무고용 대상서 제외됐던 법관, 헌법 연구관, 공립 유치원·초등학교 교사, 정무직 및 일부 기술직 공무원 분야에도 장애인 의무고용 원칙이 적용됐다. 2007년 주한미군기지 반환 협상의 문제점과 미군의 기름 유출에 따른 환경오염 치유를 위한 국회 청문회를 이끌었고, 반환 협상의 부당함과 미군의 환경오염 은폐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2013년 ‘남양유업 갑질 사태(남양유업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와 같은 연이은 대기업 갑질 사건이 벌어지자 ‘갑의 횡포를 막고, 을의 눈물을 닦아주자’라는 목적을 갖고 을지로위원회가 결성됐다. 을지로위원회는 각종 불공정·부당 행위로부터 자영업, 중소기업, 간접고용 비정규직 등 을(乙)의 권리를 보호하고 갈등을 중재했다.

조용·온화
약자 우선

2017년 전당대회 이후부터는 전국위원회로 승격됐다. 남양유업 사태 외에도 우 의장은 대기업 기술 편취로부터 중소기업 보호,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 예산 확보 및 정규직화 추진, 우체국 택배 기사 처우개선, 국회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용산 화상 경마 도박장 폐쇄 타결,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보상 중재, 간접고용 비정규직 위험의 외주화 개선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성과를 냈다.

을지로위원회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제1호 경제민주화 공약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당·정·청 을지로민생회의’를 만들어 민생과제 해결을 위한 당·정·청의 공조·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또 자영업, 중소기업, 노동자 등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민생과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민생연석회의’ 출범을 주도하여 카드 수수료 1%대 인하, 편의점주 최저수익 보장 및 상생협력 확대, 제로페이 활성화, 택배 노동자 과로사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 등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는 데 기여했다.

2017년 5월16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서 홍영표 의원을 61표 대 54표로 꺾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제19대 대통령선거)으로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안정적인 출범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내대표 당선 이후 야당과의 타협과 유화적 메시지 전달에 앞장섰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인준을 위해 당시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색깔인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야당과의 협치를 주문했던 게 있다. 이를 근거로 추경안 통과, 헌법재판소장 임명 등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강조한 협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야당과의 협치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서 서울특별시 노원구 을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해당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아 4선에 도전했다. 상대는 한때 같은 당 동지로서 노원구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지휘한 미래통합당 이동섭 전 의원이었지만, 이변 없이 62%의 득표율을 얻고 큰 차이로 4선에 성공했다.

노동자 위한
입법 주도

20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 대표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이재명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이 대표와 회동서 불평등, 불균형,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정신을 실천할 사람이 아니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고 우리는 이길 수 없다며, 강력한 사회경제개혁을 해낼 사람을 통해서만 우리는 승리하고 정권 재창출을 해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출마했으나 경선 상대가 6선의 추미애 의원이라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국회의장 후보자로 선출됐다.

우 의장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상임위원장 문제로 충돌하자 합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결국 의견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자 국회법에 따라 국회를 개원해 논란의 중심이던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11개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과거의 의장들과 달리 현장 친화적 행보를 자주 보였다.

지난 6월19일에 입장문을 통해 이달 23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해달라고 최후 통첩을 날렸다. 결국 국민의힘이 6월24일에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사직 선언 및 7개 상임위를 수락하는 등 항복을 선언하면서 줄다리기 같았던 상임위 논쟁은 일단락 됐다.

한 달여 뒤 국회의장으로서 야당에는 방송4법 단독 입법과 방통위원장 탄핵 논의 중단을, 정부·여당에는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중단하고 방송4법에 대해 범국민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제안했다. 이후 민주당에서는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서 중재안을 거부했다.

우 의장은 “상황의 변화가 없다면 의장은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에 대해서 내일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지난 7월25일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4법 등을 순차적으로 처리했다.

지난 3일 우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자정을 넘긴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들을 소집했다. 회의는 우 의장 개인 유튜브 계정으로 중계했다.

군사정권 반대 시위로 투옥…대학교 제적
DJ 지지하며 ‘거목’ 이해찬과 정치의 길

오전 1시경 190명의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석한 상황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진행했고, 만장일치로 가결되자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이므로 군경 병력은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그 후 안건이 상정되자마자 속전속결로 계엄 요구 해제안을 가결시켰다. 이 과정서 일부 의원들이 언성을 높이며 보채자 “안건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잠깐 기다려라. 본 의장도 마음이 급하지만 절차는 지켜야 할 것 아니냐. 이런 사태는 절차가 잘못되면 또 그것도 문제”라며 5선 중진다운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우 의장은 BBC와의 인터뷰서 “만약에 이런 사태가 생기면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지, 또 법적인 요건은 어떻게 되는지, 이런 걸 숙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윤 대통령 탄핵 2차 표결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탄핵 의결서에 공식 서명을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탄핵소추의결서 정본 및 등본에 공식 서명이 완료되자, 정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을 통해서 헌법재판소로 송부됐다.

등본은 국회사무총장이 대통령실로 전달됐다. 탄핵소추의결서에 서명까지 모두 마친 이후, 열흘 만에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 의장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 문제와 관련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되는 즉시 임명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의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서 “국회·대통령·대법원장이 3인씩 선출해 구성하는 9인의 헌법재판관 중 국회서 선출한 3인은 대통령의 형식적 임명을 받을 뿐 실질적 권한은 국회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회의 선출 및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의 경우,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 권한에 불과하므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게 가능하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 역시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국회의장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절차와 취지에 맞춰 국정 혼란을 수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5선 중진
카리스마

현재 여야는 한 권한대행이 공석인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직무 정지 상태므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추천 주체는 국회고, 한 권한대행은 임명장 결재 절차만 밟는 수동적 역할을 하는 만큼 이들이 반드시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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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