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차기 대선 다크호스 우원식 국회의장

'어대이?' 독주 깰 잠룡 기지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신뢰도 측면서 여야 차기 대선후보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보다 높게 나타날 정도다. 정치권서 우 의장은 조용하고 온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습기살균제와 노동자 인권 문제 등 해결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비상계엄 해제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담장을 넘었다.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돌입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여야 의원들이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으나 절차를 지키려는 리더십이 빛났다. 30년 정치 인생이 드디어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다. 실제 우 의장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빛난 리더십
호감 급상승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계 주요 인물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우 의장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56%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우 의장의 신뢰도는 여야 차기 대선후보나 한덕수 권한대행보다 높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신뢰한다’ 41%, ‘신뢰하지 않는다’ 51%였고, 한 권한대행은 ‘신뢰한다’ 21%, ‘신뢰하지 않는다’ 68%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신뢰한다’ 15%, ‘신뢰하지 않는다’ 77%였다.

우 의장은 20대서 60대까지 비교적 폭넓게 신뢰받았으며,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에서는 신뢰의 비율이 81%에 달했다. 이 대표는 40대와 50대서만 신뢰도가 50%를 웃돌고 있지만 그 외 연령대에서는 비신뢰가 더 많았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과 보수층서 43%, 34%의 신뢰를 받았다.


이는 비상계엄과 계엄 해제 등 수습 과정서 우 의장의 리더십이 재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우 의장은 67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국회 담장을 넘어 계엄 해제를 이끌었다.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돌입하고, 국회 직원들과 보좌진이 이를 막아서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여당 의원들이 계엄 해제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음에도 우 의장은 침착하게 “절차적 오류 없이 해야 한다. 아직 안건이 안 올라왔다”며 절차를 지키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우 의장은 “이런 사태에서는 절차를 잘못하면 안 된다”고 여야 의원들을 설득했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190명 의원의 찬성으로 가결됐고, 그렇게 계엄 정국은 마무리됐다.

우 의장은 지난 1957년 9월18일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서 아버지 우제화씨와 어머니 김례정씨 사이서 9남매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 우씨는 황해도 연백군 출신이고, 누나 둘은 북한에 살아 있다고 한다. 201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모친인 김씨가 남측 최고령자(당시 나이 96세)로 참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헤어진 지 60년 만에, 상봉을 신청한 지 15년 만에 누나 정혜씨와 상봉이 이뤄지기도 했다.

우 의장은 서울경동초등학교, 서울 성수중학교, 경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에 진학했다. 1977년 연세대학교 기독학생회 회장에 취임했고, 같은 해 학생 운동으로 박정희정부 퇴진 운동을 벌이다 징집됐다.

이듬해 2월25일 육군에 입대해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제60훈련단서 공병(야전건설 특기)으로 복무했고, 1980년 7월24일 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1981년 3월 전두환정부 반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연세대학교서 제적됐다.


계엄부터 해제까지 의장석서 침착함 빛나
여야 친화적 협의 주도…때론 단호·강경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서 문익환 목사 등과 함께 김대중 지지운동에 참여했다. 이듬해엔 문동환, 박영숙, 임채정, 이해찬 등 재야 민주화운동가 98명이 결성한 평화민주통일연구회(이하 평민연)를 통해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면서 현실정치에 참여한다.

평화민주당 인권위원회 민권부국장을 맡은 우 의장은 군부독재 정권의 인권유린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88-89인권백서>를 편찬하기도 했다. 1991년 지방선거서 신민주연합당 후보로 서울특별시의회 노원구 제4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직후 재검표 끝에 서울특별시 노원구 을 선거구서 당선된 임채정 제14대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임용됐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민주당 후보로 서울특별시의회 노원구 제3선거구에 출마해 민주자유당 송정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우 의장은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특별시 노원구 을 선거구에 출마해 한나라당 권영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이후부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제17대 국회서 4년간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약자를 위한 정치의 길을 밟았다.

대표적으로 공공기관서 전체 직원의 2% 이상 장애인 의무 고용을 법제화해 장애인도 교사가 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지난 2005년 우 의장이 대표발의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해 의무고용 대상서 제외됐던 법관, 헌법 연구관, 공립 유치원·초등학교 교사, 정무직 및 일부 기술직 공무원 분야에도 장애인 의무고용 원칙이 적용됐다. 2007년 주한미군기지 반환 협상의 문제점과 미군의 기름 유출에 따른 환경오염 치유를 위한 국회 청문회를 이끌었고, 반환 협상의 부당함과 미군의 환경오염 은폐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2013년 ‘남양유업 갑질 사태(남양유업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와 같은 연이은 대기업 갑질 사건이 벌어지자 ‘갑의 횡포를 막고, 을의 눈물을 닦아주자’라는 목적을 갖고 을지로위원회가 결성됐다. 을지로위원회는 각종 불공정·부당 행위로부터 자영업, 중소기업, 간접고용 비정규직 등 을(乙)의 권리를 보호하고 갈등을 중재했다.

조용·온화
약자 우선

2017년 전당대회 이후부터는 전국위원회로 승격됐다. 남양유업 사태 외에도 우 의장은 대기업 기술 편취로부터 중소기업 보호,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 예산 확보 및 정규직화 추진, 우체국 택배 기사 처우개선, 국회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용산 화상 경마 도박장 폐쇄 타결,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보상 중재, 간접고용 비정규직 위험의 외주화 개선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성과를 냈다.

을지로위원회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제1호 경제민주화 공약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당·정·청 을지로민생회의’를 만들어 민생과제 해결을 위한 당·정·청의 공조·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또 자영업, 중소기업, 노동자 등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민생과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민생연석회의’ 출범을 주도하여 카드 수수료 1%대 인하, 편의점주 최저수익 보장 및 상생협력 확대, 제로페이 활성화, 택배 노동자 과로사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 등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는 데 기여했다.

2017년 5월16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서 홍영표 의원을 61표 대 54표로 꺾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제19대 대통령선거)으로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안정적인 출범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내대표 당선 이후 야당과의 타협과 유화적 메시지 전달에 앞장섰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인준을 위해 당시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색깔인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야당과의 협치를 주문했던 게 있다. 이를 근거로 추경안 통과, 헌법재판소장 임명 등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강조한 협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야당과의 협치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서 서울특별시 노원구 을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해당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아 4선에 도전했다. 상대는 한때 같은 당 동지로서 노원구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지휘한 미래통합당 이동섭 전 의원이었지만, 이변 없이 62%의 득표율을 얻고 큰 차이로 4선에 성공했다.

노동자 위한
입법 주도

20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 대표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이재명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이 대표와 회동서 불평등, 불균형,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정신을 실천할 사람이 아니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고 우리는 이길 수 없다며, 강력한 사회경제개혁을 해낼 사람을 통해서만 우리는 승리하고 정권 재창출을 해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출마했으나 경선 상대가 6선의 추미애 의원이라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국회의장 후보자로 선출됐다.

우 의장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상임위원장 문제로 충돌하자 합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결국 의견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자 국회법에 따라 국회를 개원해 논란의 중심이던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11개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과거의 의장들과 달리 현장 친화적 행보를 자주 보였다.


지난 6월19일에 입장문을 통해 이달 23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해달라고 최후 통첩을 날렸다. 결국 국민의힘이 6월24일에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사직 선언 및 7개 상임위를 수락하는 등 항복을 선언하면서 줄다리기 같았던 상임위 논쟁은 일단락 됐다.

한 달여 뒤 국회의장으로서 야당에는 방송4법 단독 입법과 방통위원장 탄핵 논의 중단을, 정부·여당에는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중단하고 방송4법에 대해 범국민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제안했다. 이후 민주당에서는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서 중재안을 거부했다.

우 의장은 “상황의 변화가 없다면 의장은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에 대해서 내일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지난 7월25일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4법 등을 순차적으로 처리했다.

지난 3일 우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자정을 넘긴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들을 소집했다. 회의는 우 의장 개인 유튜브 계정으로 중계했다.

군사정권 반대 시위로 투옥…대학교 제적
DJ 지지하며 ‘거목’ 이해찬과 정치의 길

오전 1시경 190명의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석한 상황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진행했고, 만장일치로 가결되자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이므로 군경 병력은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그 후 안건이 상정되자마자 속전속결로 계엄 요구 해제안을 가결시켰다. 이 과정서 일부 의원들이 언성을 높이며 보채자 “안건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잠깐 기다려라. 본 의장도 마음이 급하지만 절차는 지켜야 할 것 아니냐. 이런 사태는 절차가 잘못되면 또 그것도 문제”라며 5선 중진다운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우 의장은 BBC와의 인터뷰서 “만약에 이런 사태가 생기면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지, 또 법적인 요건은 어떻게 되는지, 이런 걸 숙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윤 대통령 탄핵 2차 표결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탄핵 의결서에 공식 서명을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탄핵소추의결서 정본 및 등본에 공식 서명이 완료되자, 정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을 통해서 헌법재판소로 송부됐다.

등본은 국회사무총장이 대통령실로 전달됐다. 탄핵소추의결서에 서명까지 모두 마친 이후, 열흘 만에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 의장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 문제와 관련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되는 즉시 임명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의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서 “국회·대통령·대법원장이 3인씩 선출해 구성하는 9인의 헌법재판관 중 국회서 선출한 3인은 대통령의 형식적 임명을 받을 뿐 실질적 권한은 국회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회의 선출 및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의 경우,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 권한에 불과하므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게 가능하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 역시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국회의장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절차와 취지에 맞춰 국정 혼란을 수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5선 중진
카리스마

현재 여야는 한 권한대행이 공석인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직무 정지 상태므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추천 주체는 국회고, 한 권한대행은 임명장 결재 절차만 밟는 수동적 역할을 하는 만큼 이들이 반드시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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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