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최고위원 후보를 만나다> 파이팅 넘치는 김재원

“다음 지도부는 속으면 안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당 대표 후보 간 견제 수위가 높아졌고, 최고위원들도 속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최고위원의 관심도도 높다. 친 이준석계, 친윤계의 극심한 대립 탓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출마하는 만큼 후보들은 파이팅이 넘친다. 내년 차기 총선을 생각했을 때 이번 전당대회서 지도부 입성은 필수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3선 의원 출신이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줄곧 보수당에 몸담아왔고 17대 총선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여의도에 발을 들였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서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친박(친 박근혜)계 정치인으로 불렸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선거대책본부에서 윤 대통령 스피커로 각종 방송에 출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파상공세를 막았다. 지난 지도부에서는 최고위원으로 뽑혔고,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 출마 과정에서 물러난 바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의 전대 출마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큰 용광로에 갈등을 녹여내야 한다”며 “보수의 최종병기”로 활용되고 싶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일요시사>는 김 전 최고위원을 만나 출마의 변, 차기 국민의힘 지도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 총선 대비책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고위원 출마 선언이 다른 후보에 비해 빨랐다. 출마 이유는?

▲전국 단위 선거다. 유권자인 당원에게 저를 제대로 알려드리려고, 접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는데 후보 등록 이전에 밝히는 게 도리다. 다른 최고위원 후보들도 출마에 대해 고민하고 러시가 이어질 텐데, 한발 앞서 출마 뜻을 밝혔다. 


최고위원이 단순하게 회의에 참여하고 특별한 경우에 의견을 내는 정도가 아니라 당의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서다. 우리 당이 겉으로는 여당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당에 소속돼있다는 것 외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소수당이다. 

“보수 최종병기로 끝까지 싸우겠다”
총선은 각자 노선 혼란 빠지기 쉬워

아무 일도 독자적으로 할 수가 없다. 이런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는 데는 상당히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대응 과정에서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전대 레이스에 참여하게 됐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서도 지도부에 소속돼있었다. 지도부가 지금과 좀 달라질 양상이다. 염두에 둔 것들이 있나?

▲이 전 대표 시절에는 (지도부가)굉장히 비민주적으로 운영됐다. 처음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뽑힌 이후 인사 문제가 있었다. 전혀 통보도 없이 인사한 것이 논란이 됐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봤는데 이 전 대표가 당 운영을 엉망으로 했다. 그래서 최고위원이 실질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확인했다. 당시에 대선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대표가 마음대로 비합리적으로 당을 운영할 때 고통스러운 상황을 지켜봤다.

-스스로를 보수의 ‘최종병기’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최종병기라는 말은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유명해진 말이다. 전투 과정서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무기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 최종병기를 사용하면 전세가 완전히 전환되기도 하는데 굳이 비유하자면 핵무기인 셈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그동안 탄핵 이후 많은 일을 겪었다. 벌써 6년이 지났는데 우리나라 역사적으로 거의 처음이다. 


이런 일은 진영 싸움이 격화됐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발생한 일이다. 지난 대선서도 0.73%p 차로 보수당이 승리했다. 진영 싸움이 격화돼 극단적으로 갈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당분간은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진영 싸움에서 최종병기답게 앞장서고 끝까지 남아 싸우겠다. 

-여야 간 대립도 심각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의 크고 작은 분란도 많은데…

▲통상 대통령은 최소 10년 이상 정치를 한 사람이 대부분 당선됐다. 그러면 정치세력 자체서 자신이 선택하고, 그 세력과 함께해왔는데, 윤 대통령은 사실 그런 경험이 있는 인물이 아니다. 지금 여당이라고 하더라도, 기존 정치인들과 정치적인 의견을 깊이 나눠보고 행동을 같이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또 지금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이 야당 시절에 국회의원이 됐고, 갑자기 여당이 된 상황에서 이 구조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친윤·비윤으로 갈라져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이 됐는데…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당에 기대하는 점도 있고, 스스로가 그런 상황을 만들려는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약간 반대로 생각하는 분도 분명 있다. 과거 정당 내에서 주류, 비주류 간의 입장 차이 또는 외부 투쟁에 비해 지금은 분명 평화로운 상황은 아니다. 다만, 심각할 정도로 혼란스럽지는 않다.

대국민적 풀 니즈로 총선 치러야
당 대표 후보군 대부분과 친분

현재 당권주자 중 윤 대통령과 비교적 거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안철수 의원조차 윤 대통령의 연대 보증인이라고 주장하고, 실제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려고 한다. 과거에는 안 그랬다. 김무성 전 대표에 비하면 반대편에 서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연대 보증인, 러닝메이트 등을 여러 후보가 카드로 꺼내 들었다. 본인의 러닝메이트는?

▲개인적으로는 모든 대표 출마 후보들로부터 표를 얻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은 그렇게까지 어필하지 않지만, 김기현 의원과는 국회의원 출마를 함께했다. 굉장히 가깝게 지냈었고, 울산시장으로 재임할 때도 원내수석,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있었다.

김 의원과는 인간적인 신뢰가 많다. 윤상현 의원도 국회의원 시절부터 알고 지냈고, 안 의원도 19대 국회 때 같은 상임위원회서 함께 일하며 쭉 지켜봤다. 조경태 의원도 처음에 농림해양수산위원이었는데, 고향서 함께 등산도 했다. 당 대표 후보들 모두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 

-함께 경쟁할 인물 중에는 이준석계라고 불리는 인물도 포함돼있다. 최고위원 경쟁도 격랑 속으로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내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자는 의미를 담은 선거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는다. 다른 분이 함께 참여하는 게 오히려 당의 건전한 의사결정과 의견 반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지도부가 꾸려지면 이제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 총선은 각자 생존인 측면도 있는데…

▲21대 총선 때 정책위의장이었다. 그 당시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총선 때가 되면 각자도생으로 공천받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총선을 지휘해야 할 지도부 역시 혼란에 빠진다.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각자 노선으로 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총선 공약을 검증받고자 토론을 많이 하고, 사전에 다 만들었다. 그런데 결국 공천도 망했고,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서 뒤집히는 바람에 엉망이 돼 버렸다. 황 전 총리가 요즘 당시에 자신이 속았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지도자는 속으면 안 된다. 그때 속인 사람들이 공천을 행사하고 당을 망쳐버렸다. 

최고위원에 나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시는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고 총선을 제대로 마무리지을 지도부가 필요하다. 경험자들이 모여 지도력을 발휘할 나름대로의 충분한 전략을 갖추고 있다. 

-국민의힘이 총선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은?

▲우선 어떤 이슈와 어떤 주장으로 총선을 치를 것인가 하는 대국민적 풀 니즈(full needs)가 있어야 한다. 국민에게 우리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 정당은 정견을 같이하는 사람이 모여 확립하는데, 총선 때는 공약으로 나타나든 정당의 정당정책으로 나타나든 할 것이다.


초선 의원들 다음 물갈이
낭인이어도 칼 차고 있어 

이런 정견을 함께하는 사람이 모여 그것을 중심으로 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이겨야 한다. 권력의 힘으로 공표했던 강명·정강정책 공약 또는 정치이념 같은 것들을 실천해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로 만드는 게 모든 정당의 실체적인 목표이자 존재 근거다.

우리가 총선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어떤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 조직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을 검사 출신으로 다수 임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리적으로 잘 정리해야 한다. 그냥 갈 수는 없는 법이다.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 사전에 시스템을 잘 정비하고, 변수 등의 예측도 가능해야 한다. 

-앞으로 당을 어떻게 정비해나가야 한다고 보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투명한 시스템이 중요하다. 당도 더욱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당협위원장에 무자격자가 끼어들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새로운 방식으로 수혈이 되는 게 좋은 일이다. 이제 막 당협위원장을 맡았더라도 총선 국면에서는 지역 주민과 많은 교감이 돼있을 것이다. 

이런 상호작용이 나중에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총선 무렵이 임박해 마구잡이식으로 내보내 검증할 기회도 없이 선거에 나가서 임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과거 보수당은 공천 파동을 겪었고, 다음 총선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이 공천 파동을 몇 번 겪으면서 계속 함량 미달들이 들어왔다. 사실상 선거에 나와서 뛰어볼만한 사람 자체가 별로 없다. 

-초선 의원들이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성명을 냈었는데…

▲2004년도 17대 국회서 당시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시절은 초선 의원이 108명이었다. 그때 열우당 의원들은 파이팅이 있었다. 계급장 떼고 싸우자고 덤볐다. 정치권에서는 108번뇌라고 불렸다. 당 지도부 반발도 심했다. 우리 당도 박근혜 대표 앞에서 초선들이 덤볐다.

당시 나 전 의원, 김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다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전성기였다. 당 대표 반대파가 절반쯤 됐었다. 지금은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없다. 날아갈 사람도 몇 명 보인다. 공천이 실패하면서 자력으로 된 초선 의원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공천을 받지 않았으면 당선될 사람이 없다. 전부 영남권, 경기도라고 하더라도 북쪽 끝, 동쪽 끝 이런 곳이다. 수도권도 강남, 서초 지역 외에는 없다. 공천을 주지 않으면 무소속으로 도전할 인물도 많지 않다. 물갈이가 될 수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우회적으로 비판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물 간 정치 낭인이 설치는 판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생생한 사람은 아닌데, 낭인이라도 칼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전대 컷오프 일정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서 당 대표 경선 후보를 4명까지, 최고위원 후보는 8명,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는 4명으로 압축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6차 회의를 열고 컷오프 규모를 결정했다.

함인경 선관위 위원장은 “경쟁 후보자가 많지 않아 관행에 따라 4명으로 압축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후보를 3명까지 추리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4명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점이 반영됐다.

현재까지의 당 대표 후보군(가나다 순)은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다.

최고위원 후보군은 김용태·김재원 전 최고위원, 박성중·이만희·허은아 의원 등이다.

이 밖에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김가람 전 청년중앙회의소 전 회장, 김영호 전 장제원 의원실 보좌관, 이종배 서울시의원,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등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컷오프 결과는 오는 10일 최종 결정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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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