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3·8 전대 불출마 속사정

다 차려진 밥상 걷어찬 이유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후보를 정하기 위해 본격적인 교통정리가 시작됐다. 윤심마저 흩어질까 겁이 난 모양새다. 첫 대상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다. 이쯤 되면 대놓고 김기현 의원을 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잘 끝내고 원하는 인물을 당 대표로 심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두 달 남짓으로 다가왔다. 전대일이 가까워질수록 당권주자들의 신경전이 한층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심인 권성동 의원까지 참전에 가세했다. 각종 현안들에 한마디씩 보태면서 존재감 키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역구인 강원도 강릉을 방문해 당심을 다지고, 원조 TK(대구·경북) 사람이라며 텃밭 다지기에도 공을 들였다.

깜짝 선언
존재감 과시

캠프 역시 준비를 끝마쳤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이들과 송년회를 열어 세까지 과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특별사면(복권)됐을 때도 권 의원은 자신을 과시했다. MB 옆에 착 붙어 당심 구애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권 의원이 당내 상황이 여의치 않자, MB로 윤심에 들기 위해 전략을 편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렇듯 세를 다진 권 의원의 전대 출마는 기정사실화된 모양새였다.

그러나 하루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권 의원이 지난 5일,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하면 당의 운영과 총선 공천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수용했다”며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불출마 기자회견은 마지막까지 자신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못 박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논의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짙다. 해당 의혹에 대해 권 의원은 윤 대통령과 교감이 아닌 스스로 내린 결단이라며 교통정리설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권 의원의 측근 역시 “너무 급작스러웠다”는 반응이다. 측근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전날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누구나 인정하는 윤핵관이다. 윤 대통령의 오랜 친구였고, 대선 출마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선 기간 동안 선대본부장격인 종합지원본부장,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맡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가교 역할도 수행하기도 했다.

대세 중 대세로 불렸던 권 의원은 이를 방증하듯 대선 후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원내 최고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권 의원은 승승장구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채용 청탁 논란,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등으로 스스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권주자 교통정리 신호탄 쐈다
측근들도 몰랐던 갑작스러운 결정


한동안 잠잠했던 권 의원이 다시 등판한 시점은 지난해 11월 무렵이다. 당이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로 돌입하기에 앞서 모습을 드러냈다. 권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 세력이 다시 돌아오자 국민의힘은 다시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져 으르렁댔다.

권 의원은 스스로 결단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정리하는 방향으로 갈무리가 된 듯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권 의원 사이에 서로 소통이 있었을 가능성은 높다.

앞서 권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을 통해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윤심이 더 뭉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권 의원이 교통정리된 배경에는 그동안 걸어온 행보로 인한 여러 부담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당내 지지율은 취약하고, 어떤 행보를 보이던 비판부터 쏟아진다. 

전대가 다가올수록 친윤계 역시 내분 조짐이 비치기도 했다. 특히 대선 기간 지근거리서 윤 대통령을 보좌해온 권 의원과 장 의원의 분화가 눈에 띄였다.

두 인사는 내분이 아니라며 여전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브라더’라고 불리던 과거에 비해서는 관계가 불편해진 게 사실이다. 권 의원은 이 밖에 다양한 요인들이 겹치며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한 인사는 “윤핵관 이슈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고,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권 의원 지지율은 5% 정도를 오간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라면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낮은 축에 속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을 차기 대표 적임자로 여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 의원은 ‘김장 연대’로 불리며 장제원 의원과 손을 잡았다. 장 의원은 윤핵관 중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만큼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전면에 나서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자의? 타의?
윗선 지시?

이런 탓에 장 의원은 윤심을 대변하는 인물로, 연일 윤심 동기화 모드를 펼치고 있는 김 의원을 적극 돕고 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 관저에 두 차례 초대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유승민 전 의원은 ‘관저정치’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던 바 있다.

정가에선 윤 대통령의 의중이 김 의원에게 쏠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출마를 선언한 당권주자들 중 가장 첫 번째로 불려갔기 때문이다. 첫 번째 회동에서는 3시간가량 머무르며 당내 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김 의원의 지지율은 15% 정도로 나경원, 안철수 등 당권주자들에게 밀리고 있다. 권 의원의 불출마가 김장 연대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등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즉, 권 의원의 지지율 5%를 가져올 경우, 안철수 의원과 엇비슷해진다. 이 경우라면, 김 의원 입장에선 한 번 해볼만한 게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윤 대통령 입장에선 김 의원을 밀어주는 편이 오히려 여론의 반발을 덜 살 수 있다. 이젠 김 의원을 지원사격하는 게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김 의원을 밀 뜻이 없었다면 이미 장 의원에게 사인 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아무런 액션을 보이지 않는 게 김 의원을 밀겠다는 시그널로도 읽힌다. 

현재 당권주자 후보 중 당내 지지도 1위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꺾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라 김 의원은 전대 결선을 노리는 모양새다. 이번 전대는 18년 만에 개정된 당원투표 100%로 치러진다. 이전까지는 당원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로 치러졌다. 

개정된 룰은 윤심 인사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유승민 전 의원이지만, 나 부위원장과 안철수 의원도 불리하기는 매한가지다. 반면, 나 부위원장, 안 의원은 김 의원에 비해 훨씬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다. 그러나 전대 룰 개편과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김 의원에게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오히려
윤심 결집

권 의원은 자신이 경선서 컷오프될 가능성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임을 자부하고 있지만, 윤심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윤심이 통하지 않았다는 이미지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연유로 이른바 ‘선당후사 액션’을 취하는 것이다. 그 동안 관계가 좋지 못했던 장 의원과의 관계 역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권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 이유가 두 인사의 불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부인했지만, 각자 노선을 택했다는 것은 이미 여러 행보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이 같은 논란을 종식시키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윤심이 거센 영남의 비율은 과거에 비해 줄었다. 실제로 50%에 육박했던 당원 수는 40%로 주저앉은 반면 수도권 당원 수는 37%까지 늘었다. 당원 수는 전대를 기점으로 1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젊은 당원의 유입이 상당수 늘었다는 점도 이번 전대의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단순히 윤심만으로 김 의원에게 표가 쏠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심 1호 교통정리 대상자가 된 권 의원 이후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 타깃은 안철수 의원과 나 부위원장이다. 인수위원장을 지냈던 안 의원은 윤정부의 연대 보증인임을 자처하며 지역 순회로 당심다지기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PK(부산·경남)를 필두로 TK, 강원, 수도권까지 전국 투어 중인 그는 서울 여의도 극동VIP빌딩에 이미 캠프를 차리고 출마 선언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내외가 함께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대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시그널을 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의미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권 의원은 불출마 선언 당시 “대선 출마에만 몰두했던 사람이 대표를 맡으면 필연적으로 계파를 형성할 수 있다”며 안 의원을 정면 겨냥했던 바 있다. 

안철수·나경원도 조만간 정리?
향후 관저 초대되는 인물 주목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당권주자들을)관저로 초대한 게 (단순히)열심히 뛰어보란 뜻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에 전대에 나가지 말라는 설득의 자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을 필두로 본격적인 당권주자들에 대한 교통정리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자천타천 거론 중인 당권주자는 10명에 달하는 만큼 당심 100%라고 하더라도 표의 분산은 불가피하다. 즉, 최대한 후보를 줄이는 것이 윤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음은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도 쉽사리 출마 선언을 하고 있지 않은 나 부위원장일 확률이 높다. 나 부위원장에게는 윤 대통령이 임명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 직도 부담이다. 자칫 출마를 선언했다가 무책임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한 윤 대통령과의 조율작업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또 다른 윤핵관으로 불리는 수도권 4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의 행보도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장 의원과 ‘수도권 출마론’으로 부딪치며 불편한 관계다. 윤 의원은 안 의원과 함께 자신을 수도권 대표 적임자로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일, 경북 구미 소재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수도권’이라는 단어를 19번이나 언급했다. 이는 김 의원의 지역구가 PK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그는 ‘총선 험지 출마론’을 주장하고 있다. 

추후 윤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출마를 선언했지만, 윤 대통령이 윤 의원마저 관저로 초대될 경우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는 탓이다.

누구를 미나
대놓고 밀기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과거 전대의 악몽이 떠오르는 모양새다. 박근혜정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친박(친 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전 의원을 밀어줬으나 김무성 전 대표가 승리를 가져갔다. 이때부터 당과 정부의 관계가 불편해졌다. 이 같은 문제들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해 윗선에서 교통정리에 들어간 것으로도 풀이된다. 공론센터 장성철 소장은 “윤 대통령 의중에 권 의원이 없다는 분위기를 읽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대놓고 김장 연대를 밀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고위원도…친윤 대 비윤

당권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출직 최고위원(5명)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바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4인이 지도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고위원 선거 역시 친윤 대 비윤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친윤 최고위원 후보는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으로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최전방 공격수임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윤 대통령과 밀접하게 소통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비윤계 대표 최고위원 후보로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고심 중으로 그는 대표적인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 선거 못지 않게 최고위원 선거 역시 치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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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