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청년 최고위원 후보를 만나다> ‘4인4색’ 김영호 전 보좌관

“나는 민주당으로 호남 출신”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청년 최고위원 선거도 당 대표 선거 못지 않게 과열되는 양상이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성격은 윤석열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터, 호남 출신, 반윤, 시민단체 출신 초보 정치인까지 각양각색이다. 색깔이 다른 4인의 청년 최고위원 후보들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국민의힘 김영호 전 보좌관은 20대에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법무부와 국회에서 일하면서 많은 국회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의 이력은 다소 특이한 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시작해 국민의힘으로 발을 들였고,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출사표를 던진 뒤부터 친윤(친 윤석열) 후보인 장예찬 이사장을 연일 저격 중이다. 다음은 김 전 보좌관과의 일문일답.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유는?

▲순전히 소신이다. 그렇지만 후보로 나오는 사람들의 면모를 살펴보니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서 ‘멀쩡한 사람’이 없었다. 자질이 부족한 사람도 많았다. 특히 한 후보가 당 내부에 다른 목소리가 없도록 매듭짓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더 결심이 섰다. 우리 정당은 다른 정당보다 개방성 있고, 확장성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

청년 정치를 하겠다는 인물이 벌써 줄 세우기식 구태 정치하려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기성정치에 줄 서고 다시 자기 아래에 줄 세우는 표 구걸 청년팔이 정치는 이번 전당대회를 마지막으로 끝내려 한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서 내세우는 공약은?


▲국회서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직접 경험한 국회와 정치 속 문제의식을 공약으로 담았다. 1호 공약으로는 불체포특권 표결 시 기명투표로 바꾸는 국회법 개정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방탄하는 민주당과는 달라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불체포특권 기명투표로 바꿔야
“장예찬은 구태의연한 청년 후보”

두 번째로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기업 총수들을 줄 세워 5분 질의하려고 10시간을 대기시킨다. 기업 총수들의 시간은 기업 전체의 한 시간으로 이는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문제다. 정치인들이 기업인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행위는 정말 구태의연하다. 이런 부분에 대해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민주당으로 국회에 발을 들였고, 국민의힘으로 옮겼다. 이유는?

▲광주서 고등학교까지 나와 사실상 민주당에서 정당 활동을 하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실제로 2020년 5월 21대 국회 때 촛불 개혁 이후 민주당에 높은 기대감을 갖고 들어왔다. 그러나 박원순, 오거돈 성추행 사태가 일어났다.

피해자에게 피해 호소인이라고 명명하는 등 2차 가해를 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내로남불을 두고 침묵과 반성이 없었다. 2030세대이자, 법조인으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민주당에 더 이상 자정작용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자유롭고 역동적인 청년 정치를 꿈꿀 수 없게 된 셈이다. 그래서 옮겼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실 출신이다. 장 의원은 또 다른 후보인 장 이사장을 공식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누구를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본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인데 섭섭하지는 않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한편으로는 호남 출신, 민주당 경력을 가지고 있는 나를 편견 없이 뽑아줬다. 큰 정치를 경험하게 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후보로서 장 이사장과 다른 합리적인 목소리를 낸다면 얼마든지 길을 열어 준다고 생각한다. 다만 장 의원에게 정치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뿐이다. 장 의원을 업고 나왔으면 나도 장 이사장과 다를 바가 없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는 전당대회서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주목도도 과거에 비해 더 커졌는데… 

▲사실 당원 표 100% 반영으로 선거룰을 개정한 부분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다. 어쨌든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크게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존 여론조사 30%가 빠진 부분은 민의를 수렴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 이 몫을 채우는 것은 선출된 지도부의 남은 숙제다. 당심을 바탕으로 민심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관전 포인트다. 

“소신·철학 가진 인물이 무당층 이끌어”
다양한 목소리 통한 자유로운 정치 꿈꿔

-장 이사장은 윤심을 꺼냈다. 청년을 대변할 수 있다고 보나?

▲말 그대로 멀쩡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약을 보고 놀랐다. 586 운동권 퇴장, 민노총 해체 등이 그렇다. 청년 최고위원과는 동떨어진 기성세대만 바라는 표 구걸이자 아무런 철학도 없는 청년팔이다. 장 이사장이 진짜 보수를 운운하는데, 과거 본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독재자의 딸이라며 창피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구태 정치로밖에 안 보인다. 우리 세대는 이념이 아닌 합리성을 추구하는 개개인이다.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없고,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특징이다. 

-최고위원 선거도 친윤, 비윤 대결 구로로 흘러가는 양상인데…

▲사실 변수가 많고, 뜨겁게 선거가 치러지는 것 자체가 당연하다. 어떤 조직보다 정당은 안에서 이뤄지는 선거가 경쟁이 치열해야 한다. 친윤, 비윤 가리지 않고 합리적인 목소리만 낸다면 치열하게 경쟁해서 선택받으면 된다. 이번 전대를 통해 소신 있고, 철학을 가진 인물이 무당층으로 변해가고 있는 2030세대의 마음을 얻었으면 좋겠다. 여기에는 내 출신도 한몫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 세대, 청년 정치인은 선거 때마다 소모품처럼 활용되곤 했는데…

▲선거철만 되면 찾고, 당이 위기에 빠지면 찾는 게 청년이다. 그렇지만 청년 역시 반성할 필요가 있다. 참신한 변화와 혁신이 아니라 이들 대부분도 낙하산 인사다. 그래서 선거철 전리품이나 들러리로 전락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은 우리 세대는 어떤 세대보다 공정한 기회나 자신을 대리한 사람에 대한 대표성에 굉장히 엄격하다.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역시 낙하산으로 뜬금없이 나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우리 세대가 귀 기울일 수 없고,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장 이사장도 내세운 공약이 너무 철없다. 이런 인물이 또다시 우리 세대를 대표한다면 중도층에게 외면받고 중도 확장에는 결국 실패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자유로운 정치가 꿈이다. 내가 속한 조직도, 내가 사는 삶도 그렇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서 울림이 있는 메시지가 되는 법이다. 그 바탕에는 자유가 필수항목이다. 언제나 뜨거웠으면 좋겠다. 분노하는 점, 공감하는 점을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확장성 있는 정치가 꿈이다. 추상적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이런 정치를 꿈꾼다. 기성세대가 청년한테 뭘 알고 이야기하는 거냐고 의구심을 가지는 분위기가 아니라,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며 상호 인정하는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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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