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⑦김장한 대한법의학회 회장 인터뷰

“이태원 사건에 법의관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 사이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했다. 사실상 퇴보한 셈이다. 거듭된 희망고문은 조직 구성원의 사기를 꺾는 데 일조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제도는 사회적 비용으로 치환돼 국민에게 전가될 예정이다. 김장한 대한법의학회 회장은 “법의학이 망하나요, 국가 기능이 문제죠”라고 한탄했다.

사실 지칠 법도 했다. 2005년에 이르러서야 검시제도와 관련된 법안이 처음 발의됐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수습 과정에서 법의학의 중요성이 부각된 이후 시작된 ‘희망고문’이다. 20여년 가까이 지났지만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변화는 요원하고 현실은 열악해졌다. 지난 7월26일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에서 김장한 대한법의학회 회장을 만났다. 

중심 못 되고

김 회장은 시종일관 ‘제도와 권한’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의 검시제도가 표면상으로는 존재하지만 정확하게 기능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법의학자가 해야 할 역할이 100이라면 현재 주어진 권한이 50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권한과 의무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

“먹고사는 문제가 정리되면 죽음에 관한 문제가 나오기 시작해요. 그 논의에 대한 필요성, 사회적 니즈가 굉장히 커졌어요. 그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법의학이 발전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제도는 법의학자에게 권한을 주지 않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겠어요? 법의학이 중심이 되지 못하고 위촉, 위원 형태로만 참여하는 거죠.”

문제는 법의학계 내부에서도 변화의 동력이 식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반발이 있을 수도 있지만 법의학 하는 사람들 사이에 일종의 패배주의가 있다”며 “지금의 시스템에 오랫동안 익숙해져왔기 때문에 ‘뭐 적당히 하고 말지’라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검감정서를 쓸 때 알고 있는 정보를 다 적지 않는다. 그 내용을 다 적었다가는 책임질 일이 생길 수 있어 확실한 부분만 담는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고 언급했다. 권한의 부재가 정보의 부족을 낳고 결국 사회적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을 예로 들었다. 백남기 농민이 2015년 11월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1년간 혼수상태로 있다가 2016년 9월25일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서울대병원 측은 ‘병사’를, 유족은 ‘외인사’를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부검 여부를 두고 검찰과 경찰, 유족 간의 대립이 있었지만 결국 진행되지 않았다. 

권한 없고 책임만 있다
사회적 신뢰도 못 받아

당시 대한법의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던 김 회장은 방송에 나가 “부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부검을 반대한 사람 중에 한 명이 조국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였다. 모든 사람이 반대해도 그분만큼은 ‘부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지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조 교수는)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가르치는 학자다. 피고인의 중요한 방어권을 구성하는 증거수집 방법인 부검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말 실망했다. 그날 이후로 조 교수를 학자로 보지 않는다. 학자로서의 양심을 버린 정치인이라 생각한다”고 맹비난했다. 

김 회장은 법의학자에게 권한이 있었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부검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연예인 최진실씨의 부검 여부가 엇갈린 점도 지적했다. 그는 “두 사람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박원순 전 시장은 부검을 안 했고 최진실씨는 했다.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 하고. 그걸 누가 정하느냐”고 반문했다. 

법의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감정 업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감정은 감정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법의학을 하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신뢰 정도에 따라 그들이 내놓는 감정의 신뢰도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감정을 아무나 하기 시작하면 신뢰가 깨지고 체계가 망가지게 된다”며 “법의학이 사회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면 감정 업무가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결국 검시제도의 개선 즉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시제도의 확립’은 대한법의학회의 최대 현안이자 숙원이다. 법의학계는 이미 내부적으로 ‘완성된 안’을 가지고 있다. 먼저 법의관이 반드시 다뤄야 하는 사건의 종류를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에는 ‘변사나 변사의 의심이 있는 사체가 있을 때 검사가 검시해야 한다’고만 돼있다. 

검시제도 개선 외쳐도
법안 7건 중 6건 폐기

변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의학자가 사체를 검안할 수 있는 시설과 절차도 필요하다. 법의학자가 검안한 뒤 범죄 의심점이 발견되면 경찰과 검찰에 통보해 부검 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검사가 법원에 부검 영장을 청구할 때 법의학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사체를 보는 경찰과 검안의의 의견이 절대적이다.

여기에 일종의 공시소를 만들어 법의학자가 상주하면서 변사체에 대한 영상·CT·약·독물 검사 등을 진행한 뒤 부검 여부를 기준으로 분류작업을 하면 시체검안서 사망원인에 ‘불상’ 대신 진단명을 써넣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현재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확인이 어려운 의무기록 자료까지 볼 수 있다면 50% 이상의 사체를 분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검시제도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05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부터 지난해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검시를 위한 법의관 자격 및 직무에 관한 법률안’까지 총 7건의 검시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6건이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아주 오랫동안 희망고문을 받았어요. 유시민 전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할 때 공청회도 하고 토론회도 했지만 아무것도 진행된 건 없어요. 매년 비슷한 법안이 나오고 폐기되고를 반복했죠. 이제는 국회의원의 진정성도 의심스러워요. 법안 발의 건수 때문에 법의학을 이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거죠.”

변두리 신세

김 회장은 지난달 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 관련 추가 인터뷰에서 “156명이나 사망한 대형 참사인데 여기서도 법의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검은 검시를 했다는데 법의학자는 이런 현장에서조차 주변인에 머물고 있다.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기 위해서는 사체를 한곳에 모아 사망원인을 살피고 검사 후 부검 여부를 가린 뒤 유족에게 돌려드리는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지금 현실은 어떤가”라고 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김장한 회장은?]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과
▲서울대 법과대학 법학과
▲대한법의학회 회장
▲대한의료법학회 회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
▲대한의료윤리학회 부회장
▲한국생명윤리학회 이사
▲서울아산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 위원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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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