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⑥한국 법의학계 현실

과학수사? 꿈같은 얘기하고 있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한국 법의학계를 옭아매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가 20여년째 끊어지지 않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고 제도로 들어가면 ‘주변인’에 불과한 신세다. 과학수사의 중심이라고 치켜세우지만 한꺼풀만 벗기면 결국 ‘마이너’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 법의학계의 딜레마, 인력 충원이냐 아니면 제도 개선이냐.

죽음의 순간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에 따라 후속 절차가 달라진다. 병원에서 사망하면 대개 병사로 처리된다. 병사일 경우 의사가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면 곧바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 반면 변사는 절차가 복잡하다. 먼저 경찰이 개입하고 필요하면 검찰과 법원이, 더 나아가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등장한다. 

변사 처리
허점 있다

경찰청 훈령 ‘변사사건 처리규칙’에는 변사를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죽음’이라 정의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범죄와 관련됐거나 범죄가 의심되는 사망 ▲자연재해·교통사고·안전사고·산업재해·화재·익사 등 사고상 사망 ▲극단적 선택이나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망 ▲연행·구금·신문 등 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 ▲보건·복지·요양 관련 집단 수용시설에서 발생한 사망 ▲마약·농약·알코올·가스·약물 등에 의한 급성 중독이 의심되는 사망 ▲그밖에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사망 등이다.

변사사건이 접수되면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해 사체를 살핀다. 경찰 소속 검시조사관과 검안의가 사체의 외표를 살피는 검안을 진행하고 사인을 찾는다. 뚜렷한 사인을 발견할 수 없을 때는 부검 여부에 대한 소견을 밝힌다. 경찰은 부검 진행을 위해 ‘변사사건 발생 보고 및 지휘 건의서’를 작성해 검사에게 보고한다.

검사는 ‘변사사건 발생보고 및 지휘건의에 대한 지휘서’를 토대로 부검을 지휘한다. 이때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다. 


수십년째 변사사건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실제 부검을 담당하는 법의관은 이 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222조(변사자의 검시)는 ‘변사체 또는 변사의 의심이 있는 사체가 있을 때에는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 검사가 검시(檢視)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검시 권한을 검사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검시는 변사자나 변사의 의심이 있는 사체를 포함해 현장 상황 등 사건 장소에 있는 모든 것을 조사하는 과정이다. 검시를 통해 치명적 질병이 분명하게 밝혀지거나 범죄 의심점이 드러나면 오히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인이 뚜렷하면 병사로 처리해 장례를 치르면 되고, 범죄 피해라는 판단이 서면 부검을 하면 된다. 

문제는 사인이 아리송할 때 발생한다. 한국에서 사망을 법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가 필요하다. 둘 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자격을 가진 자만 발급할 수 있다.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한 의사가 발급하는 사망진단서와 달리 변사사건은 대체로 시체검안서로 갈음된다.

검사에 독점적 권한 부여
법의학자 아무 권한 없어

이때 검안의의 전문성에 따라 사인이 널을 뛰는 경우가 생긴다. 

법의학계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검시 과정에 ‘사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를 투입하자는 주장이다.

김장한 대한법의학회 회장은 “변사자를 한곳으로 모아 부검 여부를 기준으로 검시할 수 있는 공시소 같은 물적 시설이 필요하다”며 “변사체가 오면 전문가가 밤새 약‧독물 검사 등을 진행해 1차 분류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현장을 수사한 자료를 공유해주면 우리는 변사체를 육안으로 검사한 뒤 피를 뽑고 엑스레이와 CT를 찍는 거다. 이때 의무기록까지 확인할 수 있으면 시체검안서의 사망원인 부분을 진단명으로 채울 수 있다. 지금 이걸 못하니까 전부 부검으로 넘어가는데 이렇게 되면 또 과부하가 걸린다.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토로했다.

대한법의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시제도 입법을 위해 수십년째 국회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05년 윤호중 의원(열린우리당)이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부터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검시를 위한 법의관 자격 및 직무에 관한 법률안’까지 20여년 동안 검시제도와 관련해 7개 법안이 발의됐다. 

2005년 4월 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검시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변사자 또는 변사의 의심이 있는 사체’로 검시 대상을 두루뭉술하게 정해둔 것을 ‘범죄행위에 의한 사망, 교도소, 경찰서 유치장, 기타 국가기관에 의해 시설에 수용된 자의 사망, 그 밖에 원인이 불분명한 사망의 경우’로 구체화했다.

검시전문가
양성 취지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인 판단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2005년 10월 유시민 의원(열린우리당)이 대표 발의한 ‘검시를 행할 자의 자격 및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안’은 검시관 제도 도입을 담았다. 검시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검시 전문 인력을 양성하자는 취지다. 검시 전문가가 아닌 수사기관이나 경찰공의 등의 단순한 검안을 거쳐 사건이 종결되면서 ‘억울한 죽음’이 양산되고 있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최규식 의원(민주당)은 2009년 2월 형사소송법 222조(변사자의 검시)에 4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검시권을 갖고 있는 검사가 검시를 진행할 때 유가족이나 법정대리인에게 사전고지의 의무를 하도록 했다. 검사의 검시권 독점에 제동을 거는 시도로 풀이됐다. 

19대 국회에서는 문정림 의원(새누리당)이 ‘법의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14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노숙자 오인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사체 발견과 개인 식별 과정에서 미흡한 초동대처로 국민 불신과 사회 혼란이 크게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사건으로 변사사건 현장에 법의학 지식이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법의관 법안은 법의관 양성과 검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의 업무를 관리·감독하는 검시위원회 설립을 골자로 한다. 검시와 검안, 해부의 주체를 법의관으로 하고 위원장을 비롯해 7명으로 구성된 검시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둔다는 내용을 담았다. 범죄 예방과 검시 인력 양성을 위한 법이라고 명시했다. 

2017년 6월 정갑윤 의원(자유한국당)이 ‘법의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변사체에 대한 검안, 부검 여부의 결정과 시행, 사망원인과 종류 결정 등에 있어서 수사기관을 지원할 법의학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 인력과 시설이 필요한데 국과수만으로는 부족한 형편이니 이를 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자는 내용이다. 

정부 부처
얽혀 있어

2018년 3월에는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검시관의 자격과 직무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반의사가 검안을 담당하는 사례가 많아 시체검안서와 부검감정서의 일치율이 크게 떨어지는 점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법의학 지식과 경험을 갖춘 검시관이 사망사건 발생 초기부터 사망원인 등을 전문적으로 밝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내용이다.


진 의원은 지난해에도 ‘검시를 위한 법의관 자격 및 직무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불명확한 사망원인을 과학적이고 전문적으로 밝혀 억울한 죽음을 방지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검시 업무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의관을 양성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7개 법안 중 지난해 발의한 진 의원 법안(계류 중)을 제외하고 모두 ‘임기만료 폐기’ 됐다. 17대부터 21대 국회까지 4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관련 법안이 나왔지만 단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진 의원 법안도 2번의 토론회를 거쳐 발의됐지만 큰 진전은 없는 상태다.

그동안 검시제도 관련 법안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의됐다. 검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큰 틀에서는 진영논리가 없었던 셈이다. 특히 검시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법안의 취지는 모두 일맥상통했다. 역으로 말하면 검시제도 관련 법안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동안 국민의 삶 특정 부분에 구멍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장한 회장은 “검찰은 법무부, 경찰은 행정안전부, 군 사망사고는 국방부, 의무기록은 보건복지부 등 검시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러 정부부처와의 협업이 필수”라며 “그런데 여러 부처가 관련돼있다 보니 추진 주체가 흔들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진행 과정에서 자꾸 브레이크가 걸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시제도 관련 법안이 번번이 무산되자 법의학계에서는 ‘희망고문’ ‘법안 발의 개수를 채우기 위해 이용했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여기에 법의학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 부족이 부각되면서 검시제도 개선을 위한 동력이 식어가고 있다.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딜레마에 빠진 것.

‘국민의 인권 보호’ 취지
법안 7개 중 6개 버려져


대한법의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는 박종필 연세대 법의학과 조교수는 “10년 넘게 제도에 대해 말해왔지만 아마 다 안 될 거다. 제도를 가지고 가면 ‘그래서 사람은 어떻게 뽑을 건데’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제도 개선이 아니라 법의관 양성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을 만들면 사람이 충원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원이 늘었는데도 채우질 못했다”고 덧붙였다. 

국과수 법의관 정원은 2014년 유벙언 전 세모그룹 회장 노숙자 오인 사건 등을 거치면서 크게 늘었다. 국과수에 따르면 2015년 28명이었던 법의관 정원은 2016년 38명, 2017년 47명, 2018년 54명으로 점차 확대됐다. 이후 2019년 55명까지 늘었다가 2020년부터 53명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늘어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이후 현재까지 국과수 정원을 꽉 채운 적은 한 해도 없다. 올해 국과수에 근무 중인 법의관은 35명으로 충원율은 66%에 머물러 있다. 대학 법의학교실, 민간 법의의원 등으로 넓혀도 부검을 할 수 있는 인력은 60여명에 그친다.

대한법의학회가 2020년 국과수의 용역을 받아 내놓은 <법의학 전문 감정 연구 인력 인재 양성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활동 중인 법의학자는 63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대학에 재직하거나 은퇴 후 촉탁부검을 하는 경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법부검을 주 업무로 하는 법의의사는 전국적으로 32명(국과수 30명, 국방부과학수사연구소 2명)뿐이다. 

<일요시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디앤에이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6.2%가 ‘법의학자 수는 200명 이상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100명 이상’으로 넓히면 73.8%에 이른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현재 법의학자 수와 비교해 2~3배 이상 더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국과수 원장(2012~2016년)을 지낸 서중석 에스제이에스법의학연구소 소장은 “법의관을 양성하려면 기존 인력을 유지한 상태로 새로운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힘들고 보수도 열악하다 보니 기존 인력이 많이 빠져나갔다”며 “음지에서 양지로, 덜 힘든 곳으로, 더 명예스러운 곳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국과수가 더 명예스럽고, 더 인정받는 곳이라면 왜 그곳을 떠나겠나”고 자조했다. 

내부에서도
자조 목소리

이어 “사회에는 생각보다 어려운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마지막 가는 길에 한 점 억울함도 없게 하려면 지금의 검시제도로는 무리다. 국과수에 있는 동안 ‘검시제도를 개선하고 인력을 키워서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하는 시스템을 갖추자’고 내내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몸부림에도 아무것도 변한 건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