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①설문조사 남녀 1016명에 물었다

생전 가난, 죽어서도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엄마 배속에 있던 기간을 인생의 예고편이라 하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본편, 죽음 이후는 후일담 정도로 여기면 될까. 영화마다 주제와 구성, 그리고 배경이 모두 다르듯 저마다의 인생은 ‘나’라는 감독이자 주연의 의도에 따라 흘러간다. 다만 결말은 똑같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지난해 31만7680명이 사망했다. 하루 평균 870명이 세상을 떠났다. 사망자 수만큼 각기 다른 죽음이 있다. 누군가는 병원에서 가족의 애도를 마지막 자장가 삼아 세상을 떠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차디찬 집에서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스러져 간다. 한참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다른 죽음
애도의 격차

죽음의 순간을 제외하면 모든 순간 ‘차이’는 존재한다. 특히 삶의 빈부격차는 필연적으로 죽음의 빈부격차로 이어진다. 한정란 한서대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는 “살아 있을 때 월급 차이가 200만원 정도였다면 사망할 때쯤엔 그 격차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격차는 죽음 뒤에 오히려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삶의 빈부격차를 나타낼 때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5분위 배율’을 주로 사용한다. 소득 상위20%의 평균소득을 소득 하위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값이 클수록 소득불평등 정도가 크다. 올해 2분기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5분위 배율은 5.60배로 1년 전(5.59배)보다 0.01배 포인트 높아졌다.

소폭이지만 5분위 배율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만이다.

소득 차이는 기대수명 차이로 이어진다. 삶의 격차가 죽음의 격차로 이어지는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조사한 ‘보험료 분위별 기대수명 지표’에 따르면 2020년 평균 기대수명은 84.72세다. 기대수명은 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를 말한다. 사람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오래 살 것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대수명은 소득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2020년 보험료 1분위(하위20%)에 해당하는 사람의 기대수명은 79.78세다. 반면 보험료 5분위(상위20%)의 기대수명은 87.8세로 나타났다. 소득수준에 따라 수명이 8년 넘게 차이난다는 뜻이다. 지역별로는 제주도에서 8.71년으로 가장 컸고, 울산에서 5.96년으로 가장 작았다. 

“못 버는 사람이 수명도 짧다”
기대수명·건강수명 차이 커져

소득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은 기대수명만이 아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특별한 이상 없이 생활하는 기간을 뜻하는 건강수명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기대수명이 양적인 측면에서 건강수준을 보여준다면 건강수명은 질적인 측면에서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상위20%(73.3세)와 하위20%(65.2년)의 건강수명 격차는 8.1년이다. 

박진욱 계명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소득수준에 따른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차이에 대해 “소득에 따라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건강 관련 자원의 양과 질이 다르다. 의식주 같은 삶의 필수적인 자원을 선택하는 과정부터 운동 같은 건강 증진 행동, 건강검진 같은 의료서비스 이용에서도 소득이 높은 사람은 보다 쉽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차이가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016~2020년 5년 동안 기대수명 차이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가장 낮은 소득 분위 집단에서 우리 사회 전체의 기대수명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양상이 유지되면 기대수명 차이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양과 질
차이 보여

삶의 과정에서 벌어진 격차는 죽음의 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사망을 확인하는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에는 사망의 종류가 ▲병사 ▲외인사 ▲기타 및 불상으로 구분돼있다. 병사는 병으로 사망한 경우, 외인사는 자연사 외의 모든 죽음을 일컫는 말로 극단적 선택, 사고사 등으로 사망한 경우를 뜻한다. 기타 및 불상은 말 그대로 사인을 알 수 없는 경우다. 

사체를 통해 죽음을 보는 법의학자들은 부검대에 올라오는 사람 가운데 ‘사회적 약자’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한 법의학자는 “당연하다”고 단언했다. 부검은 범죄와의 연관성, 사인 규명을 위해 진행된다. 범죄에 노출되거나 혼자 혹은 갑자기 사망한 사람 등이 부검대 위에 올라갈 확률이 높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2015~2021년 서울 강서·구로·양천과 경기 부천 지역에서 현장검안 사업을 시행했다.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모든 변사사건(교통사고 제외)에 법의관이 직접 출동해 검안을 진행했다. 당시 현장검안에 참여했던 한 법의관은 “사회적 보살핌이 전혀 없는 이른바 복지의 사각지대를 봤다”고 말했다. 

변사자들은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죽어갔고 부패된 채 발견됐다. 목을 매거나 뛰어내려서 혹은 연탄을 피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새해 첫날이나 명절, 크리스마스 등 대부분의 사람이 즐거움을 느끼는 날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다. 통계에는 사망자 1명으로 기록되겠지만 그 죽음 안에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도사리고 있다.

죽음 이후는 더 암울하다. 한국은 사람이 죽으면 대부분 3일장을 치른다. 유족과 주변인에게 세상을 떠난 고인을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하지만 무연고 사망자는 ‘직장’의 형태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애도 시간이 없는 것은 물론 아예 애도인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외로운 죽음’의 전형적인 형태다. 

외롭고
쓸쓸하게

서울시 어르신 복지과에 따르면 2020년 무연고 사망자는 665명이다. 이 수치는 지난해 858명으로 늘었고 올해 9월까지 796명에 이르렀다.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은 올해 무연고 사망자 수가 서울에서만 1100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국적으로는 3000명이 넘는다. 

<일요시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디앤에이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죽음의 격차’에 대해 물었다. ‘삶의 격차가 있듯 죽음에도 격차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7.6%는 ‘존재한다’고 답했다.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과반이 ‘존재한다’고 답했고 20~40대는 그 비율이 6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죽음에 대한 생각과 준비는 반비례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72.9%)은 죽음에 대해 ‘가끔 혹은 자주’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반면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7.9%에 그쳤다. 특히 죽음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모든 연령대에서 높았다.

20대에서 93.6%로 가장 높았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장례는 개인의 영역이라 생각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본인의 장례는 본인이나 가정에서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스스로 직접 준비해야 한다’ 20.9%, ‘자녀가 준비해야 한다’ 30.5%, ‘배우자가 준비해야 한다’ 19.6% 등이다. 국가(10.3%)나 지방자치단체(6.0%)가 준비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6.3%에 머물렀다. 

무연고 사망자 국가서 챙겨야
허술한 안전망에 사람 죽는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장례비용이 비싸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2015년 기준 한국의 평균 장례비용은 1380만원에 달한다. 응답자의 70.2%가 비싸다고 답했고 이 중 26.8%는 ‘너무 비싸다’고 했다. 

김장한 대한법의학회 회장은 “한국은 죽음과 관련한 절차가 굉장히 불편하다. 하지만 일생에 몇 번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바가지를 써도’ ‘뭘 해오라고 해도’ 대부분 꾹 참고 넘어간다”며 “그런데 1가구로 따지면 평생에 몇 번이지만 국가로 따지면 1년에 30만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청년 고독사에 대해서는 ‘경제적 빈곤’을 원인으로 꼽는 응답자가 34.2%로 가장 많았다. ‘사회 안전망 미흡’(26.4%) ‘친구, 가족과의 단절’(14.0%) ‘1인 가구 증가’(12.9%) ‘개인 문제’(8.8%) 순으로 나타났다. 

무연고 사망자나 고독사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개인이 본인의 장례를 장담할 수 없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죽음이 국가 즉 ‘사회보장’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출산 정책에 15년 동안 380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과 달리 죽음, 특히 장례 영역은 여전히 시장에 맡겨져 있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도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 대해서는 국가의 역할을 크게 보는 응답자가 많았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54.8%로 과반에 달했다. 지자체라고 답한 응답자는 29.6%로 나타났다. 국가와 지자체, 즉 사회의 책임으로 본 응답자는 84.4%에 이르렀다.

본인의 장례는 개인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연고자가 없는 사람의 죽음은 공공의 영역이라 답한 것이다. 

생각하지만
준비 안 해

2012~2016년 국과수 2대 원장을 지낸 서중석 에스제이에스법의학연구소 소장은 “죽음의 현장은 냉혹하다. 현장에 있다 보면 많은 사람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죽음, 늦게 발견되는 죽음 등이 사회의 허술한 안전망에 매달려 있다. 국가가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이런 죽음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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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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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