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④최초 확인한 이주노동자 부검률

‘내국인 5배’ 돈벌러 와서 조용히 저 세상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일할 때는 ‘우리 직원’이지만 사고가 나면 ‘남의 나라 사람’이 된다. 없으면 현장이 마비될 정도로 의존도가 높지만 막상 드러날라 치면 내쫓아 버리기 일쑤다.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이주노동자는 먼 타국 땅에서 소리도 없이 스러져 차가운 부검대 위에 오른다. 

2020년 12월20일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기숙사에서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속헹씨가 머물던 비닐하우스 숙소는 난방이 가동되지 않아 영하 16도의 강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였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인 김달성 목사는 당시 속헹씨의 사인을 ‘동사(저체온증)’로 추정했다. 

타국서
쓸쓸하게

속헹씨는 2016년 4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포천의 채소농장에서 4년 넘게 일했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비전문취업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는 최장 4년10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속헹씨는 지난해 1월 프놈펜(캄보디아의 도시)으로 출국하기 위해 비행기 표를 끊어둔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비행기 대신 부검대에 올랐다. 

변사사건이 일어났을 때 검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은 검사에 있다(형사소송법 제222조). 이때 검시(檢視)는 변사자 또는 변사의 의심이 있는 사체를 포함한 현장 상황 등 모든 것에 관해 조사하는 일을 말한다. 법률적인 관점에서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기관의 행위다. 

의학적 관점에서의 검시(檢屍)는 검안과 부검으로 나뉜다. 검안은 사체를 손상하지 않고 외표를 살피는 행위고 부검은 사체를 해부하는 행위다. 검안으로 정확한 사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을 때 부검을 진행한다. 부검은 그 목적에 따라 사법부검·행정부검·병리부검 등으로 나뉘는데 한국은 사체와 범죄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사법부검이 대부분이다.

형사소송법 제139조(검증)는 ‘법원은 사실을 발견함에 필요한 때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동법 제140조(검증과 필요한 처분)는 ‘검증을 위해 신체의 검사, 사체의 해부, 분묘의 발굴, 물건의 파괴,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돼있다.

‘평온하지 못한 죽음’ 많아
사망 관련 자료 거의 없어

동법 제173조(감정에 필요한 처분)도 ‘감정에 관해 필요한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사체의 해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부검의 법률적 근거를 살펴보면 ‘검증’ ‘감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검증은 법률적 정의로 ‘법관이나 수사관이 자기의 감각으로 어떤 대상의 성질이나 상태 따위를 인식해 증거를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감정은 ‘재판에 도움을 주기 위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의견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부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범죄에 연루돼 순탄치 못한 죽음을 맞았다는 의미와 일정 정도 닿아있다. 니시오 하지메 일본 효고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주임교수는 저서 <죽음의 격차>에 “내가 매일 대면하는 사람은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는 (이른바)‘평온한 죽음’을 맞이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저술했다.

한국에서 한 해에 발생하는 변사자 수는 3만명 전후로 추산된다. 2020년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섰다. 2020년 기준 전체 사망자의 약 10%가 변사인 셈이다. 이 가운데 8000~9000명이 부검대에 오른다. 경찰과 의사의 검안, 검사의 검시를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법의관 앞에 놓이는 사람들이다.

범죄 연루
부검 대상

국과수에 따르면 2020년 부검 건수는 8813건이다. 2016년 8046건, 2017년 8538건, 2018년 8530건, 2019년 8566건 등 한 해 평균 8500건을 부검했다. 사망자 대비 법의부검률(법의부검 시행 수/사망자 수)은 2.9~3%, 변사자 대비 법의부검률(법의부검 시행 수/변사자 수)은 23~24%다.

국과수 등을 통해 공개된 법의부검률은 내국인, 즉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산출한 결과다. 그렇다면 외국인 부검률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외국인 부검 관련 자료는커녕 사망 관련 자료도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과수 감정관리시스템 역시 2015년에 이르러서야 외국인 체크란이 생겼다. 

지난 7월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포스트 코로나 다시 시작하는 기초의학’을 주제로 제29회 기초의학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안전사고’를 주제로 진행한 대한법의학회 프로그램에서 이주노동자 부검 현황과 관련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박종필 연세대 법의학과 조교수와 김기하 조교의 ‘이주노동자의 법의부검에 대한 고찰’ 연구다.

김 조교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시작됐고 그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출입과 체류가 증가하면서 한국 사회에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들에 관한 법의부검을 비롯한 사망원인 통계 분석은 이뤄지지 않아 현황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법의부검 중 이주노동자(미등록 이주노동자 포함)의 부검 현황을 조사하고 연도별 부검률, 사망원인 및 사망의 종류에 대해 분석했다”고 밝혔다. 

절차 문제?
위험 노출?

이주노동자 부검과 관련해 유의미한 통계가 발표된 건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박 교수와 김 조교는 이주노동자 사망자 수와 법의부검 시행 수로 법의부검률을 산출했다. 앞서 이들은 외국인과 이주노동자의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UN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개념을 사용했다.

UN의 국제이주노동자권리협약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그 사람이 국적국이 아닌 나라에서 유급활동에 종사할 예정이거나 이에 종사하고 있거나 또는 종사해온 사람’이다. 이 기준에 따라 ▲외국 국적으로 취업활동이 가능한 체류 자격의 종류를 소지한 사람 ▲20세 이상 취업활동을 목적으로 입국한 사람 ▲취업비자 외 경제적인 목적으로 일하는 경우로 이주노동자를 정의했다. 

<일요시사>가 박 교수와 김 조교가 기초의학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이주노동자 부검 관련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부검률은 내국인 부검률과 비교해 최소 4.6배, 최대 6배까지 높았다. 이주노동자가 사망 이후 부검대에 오르는 비율이 내국인에 비해 높다는 뜻이다. 

2016년 이주노동자 사망자 수는 2469명이고 이 가운데 336명(13.6%)을 부검했다. 2017년 17.3%(435명/2515명)로 치솟은 부검률은 2018년 16.4%(425명/2587명), 2019년 17.3%(462명/2670명), 2020년 17.4%(495명/2843명)를 기록했다. 

세부 내용 따라 격차 커질 수도
위험한 환경 노출로 죽음 위기↑

박 교수는 “이주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내국인과 비교해 그 절차가 복잡하다. 수사 후 그 결과를 해당 대사관이나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원칙대로 하다 보니 내국인은 넘어갈 건도 부검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부검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사망 당시 이주노동자가 처해있던 상황이 법의부검의 대상이 된 경우가 많았을 가능성이 있다. 사고사나 산업재해, 타살 등 내국인도 일반적으로 부검을 하는 사례에 높은 빈도로 노출돼있기 때문에 부검률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지점은 후자”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주노동자 부검률이 현재 연구 결과보다 더 높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추락했거나 가격당하는 등 물리적 손상이 아닌 직업병이나 직업성 질환은 산출 과정에서 산업재해가 아니라 질병으로 제외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검률이 내국인과 비교해 5배 넘게 높다는 점은 세부적으로 분석하면 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연령대가 20~60대에 집중돼있는 이주노동자의 특성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내국인 사망자 연령별 분포를 보면 신생아나 노인 등 아주 어리거나 고령일 때 생을 마감하면 부검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는 신생아나 고령층이 많지 않다. 연령대의 양 가장자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부검률이 상당한 수준인 셈이다. 

앞뒤 빼고도
더 높았다

특히 20~40대 등 내국인의 경우 사망률이 낮은 연령대로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이주노동자의 부검률이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 또 내국인 20~40대의 사망원인 1위가 극단적 선택인 반면, 이주노동자의 경우 사고사나 타살의 비율이 높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내국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이주노동자 주변에 ‘죽음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주노동자 법의부검 연구 박종필 연세대 의과대학 조교수·김기하 조교 인터뷰

“외국인 사망 자료 없다”

지난 9월20일 연세대 의과대학 본관에서 ‘이주노동자의 법의부검’에 대해 연구 중인 박종필 법의학과 조교수와 김기하 조교를 만났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해 지난 7월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초의학 학술대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음은 박 교수·김 조교와의 일문일답.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의과대학 학생 때부터 이주노동자라는 특정 계층에 관심이 있었다. 그 관심을 이어오다가 법의학자가 된 뒤 부검을 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특히 이주노동자를 자주 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를 실제로 확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박종필)

-자료는 어떻게 수집했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과 지역사무소, 한국법의의원, 경북대 등에서 부검 자료를 받았다. 이중에서 이름 등을 통해 외국인을 선별했다. 재외동포 등 이름으로 구분이 어려운 때는 부검장부를 확인, 크로스체크를 진행해 누락률을 낮추려고 노력했다.(김기하)

부검하다 자주 접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외국인 사망 자료가 정말 없다. 법의부검률을 사망자 수 대비가 아니라 변사자 수 대비로 산출하려 했는데 기관에서 외국인 변사자에 대한 개념이나 분류 자체가 전혀 안 돼있었다. 이 자료가 없다 보니 법무부에서 받은 총 외국인 사망자를 분모로 해 부검률을 낼 수밖에 없었다.(김기하)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는데. 

▲결과는 유의미하게 나온 게 맞는데 디테일한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 내국인 전체 사망자 수는 통계청에서, 외국인 사망자 수는 외교부나 법무부를 통해 확보했다. 문제는 외교부나 법무부에서 이(사망자 수) 통계를 어떻게 산정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통계의 불확실성이 있어 이 결과에 대해 어디까지 의미 부여를 해야 될 지 조심스러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박종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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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