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②국과수 현장검안 2223일의 기록 최초 공개

가난한 죽음이 남긴 숙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변고로 사망한 고인의 첫 번째 조문객이자 마지막 관찰자였다. 현장 구석구석에 짙게 눌러 붙은 죽음의 흔적으로 고인의 마지막 숨을 살폈다. 6년1개월, 2223일의 기록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했다.

한국 법의학계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을 뽑을 때 ▲대구 지하철 참사(2003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노숙자 오인 사건(2014년) ▲충북 증평 사건(2016년)은 빠지지 않는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대외적으로 한국 법의학의 수준을 알렸다는 점에서, 뒤의 두 사건은 현행 검시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손꼽힌다. 

병사 관행
화 불렀다

2014년 6월12일 전남 순천의 한 매실밭에서 반백골화된 변사체가 발견됐다. 사체는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만큼 훼손된 상태였다. 경찰은 사체 발견 직후 무연고자로 판단, 순천 지역의 촉탁의를 통해 부검을 진행했다. 부검을 진행해도 사인이 나오지 않자 경찰은 단순 노숙자 변사사건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서 사체의 대퇴부뼈와 머리카락으로 유전자 감정을 한 결과, 사체의 신원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유 전 회장의 소재를 찾고 있던 경찰은 ‘유령을 쫓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동시에 변사사건 현장에 사체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2015년 3월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이하 서울연구소)를 중심으로 ‘현장검안’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서울경찰청 광역과학수사 8권역인 강서·양천·구로 지역에서 교통사고 사망사건을 제외한 모든 변사사건에 국과수 법의관이 직접 현장에 출동하고 검안하는 업무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현장검안은 법의관 1명과 법의조사관 1명이 짝을 이뤄 24시간 대기하다가 변사사건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출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법의관, 법의조사관, 법의학 교수 등이 휴일 없이 24시간 현업근무체제로 참여했다.

여기에 서울연구소 법의조사과에서 시행 중이던 ‘365부검’과 연계해 부검도 진행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에서 활동하던 거의 모든 법의학자가 이 사업에 동참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5월 충북 증평에서 80대 노인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충북 증평군 증평읍의 한 마을에서 80대 여성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불에 덮인 채 발견된 사체는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은 인근 병원 의사가 쓴 시체검안서를 참고해 ‘병사’로 결론내렸다. 유족은 경찰의 말을 믿고 장례를 치렀다. 

현장에 ‘죽음 전문가’ 필요성 ↑
2014·2016년 사건 결정적 이유

유족이 사망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방안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노인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유족으로부터 CCTV 영상을 전달받았지만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으로 변사사건 처리지침이 개정됐다. 변사 처리 기준을 강화하고 부검 권고 대상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실제 증평 사건을 계기로 국과수 부검 건수가 증가했다. 

변사사건 처리지침에는 ▲영아 및 아동 돌연사 ▲구금‧조사 등 법 집행 과정에서의 사망 ▲중독사 ▲탄화 ▲부패 ▲백골화 ▲익사나 추락사에서 목격자나 CCTV가 없는 경우 ▲기타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필요한 경우 부검을 권고한다고 돼있다. 또 사인이 불명확한 경우 반드시 변사사건으로 처리하고 단순 병사 등으로 처리를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법의학계 관계자는 “변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담당 수사관은 먼저 현장과 변사자를 조사한다. 이후 변사자를 영안실로 옮기면 그곳에서 수사관의 진술을 토대로 검안의는 현장조사를 하지 않고 시체검안서를 작성하는 관행이 있다”며 “담당수사관은 사인이 무엇인지보다 범죄 연루 여부를 중심으로 사건을 보는 경향이 강해서 타살 혐의점이 보이지 않으면 내인사(병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변사자의 사인이 병사로 판명되면 그다음부터는 경찰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유족이 사체를 인수해 장례를 치르면 된다. 수사기관의 영역에서 개인의 영역으로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외인사 혹은 기타 및 불상으로 처리되고 부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그때부터는 경찰→검찰(검사)→법원→국과수 등 복잡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변사 처리
업무 늘어

연 3만건 전후의 변사사건을 다루는 경찰로선 까다롭게 느낄 수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노숙자 오인 사건과 증평 사건으로 변사사건 현장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를 계기로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현장검안은 2016년 정식사업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국과수 서울연구소는 2015년 3월1일부터 2021년 3월31일까지 강서·양천·구로지역의 현장검안을 진행했다. 2018년 2월부터는 경기 부천까지로 지역이 확대됐다.

<일요시사>가 국과수 서울연구소에서 6년1개월, 2223일 동안 진행한 현장검안 출동장부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기간 동안 국과수 법의관은 총 1만279건의 현장에 출동했다. 하루 평균 4.6건 꼴이다. 지역별로 강서 3094건, 양천 2352건, 구로 2463건 등의 변사사건이 일어났다. 한 달 평균 각각 42건, 32건, 34건이다.

부천은 원미‧소사‧오정으로 구분했고 2370건으로 집계됐다. 부천은 2016년 원미‧소사‧오정구 등 3개 일반구를 폐지하고 36개 일반동, 10개 책임동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했다. 10개 책임동은 원미1동·심곡2동·중동·중4동·상2동(이상 원미구), 심곡본동·소사본동·괴안동(이상 소사구), 성곡동·오정동(이상 오정구) 등이다. 

연도별로는 2015년(3월부터) 803건, 2016년 1121건, 2017년 1197건, 2018년 1992건, 2019년 2122건, 2020년 2337건, 2020년(3월까지) 707건으로 나타났다. 2018년 2월부터 부천이 포함되면서 2018~2020년에 검안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하루 평균
5건 출동

현장검안을 진행한 전 지역에서 남성 사망자가 여성 사망자에 비해 많은 경향을 보였다. 전체 건수로 따지면 남성(6664건)이 여성(3605건)보다 1.8배 더 사망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사망자 31만7680명 가운데 남성은 17만1967명, 여성은 14만5713명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1.1배 많다. 변사사건에서 남녀 간 차이가 전체 평균보다 크게 벌어진 것이다.

전체 변사자의 연령 평균은 65.8세로 나타났다. 사망자의 연령대는 전체 지역에서 50~80대에 두껍게 분포됐다. 50대 1699명, 60대 1706명, 70대 1961명, 80대 2122명 등이다. 생후 1년 미만 아동의 사망은 28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2명은 검안으로는 사인을 파악하지 못해 ‘기타 및 불상’으로 기재됐다.

사망의 종류별로는 전체 1만279건 중 병사가 4762건(46.3%)으로 가장 많았고, 외인사가 2699건(26.3%)으로 나타났다. 외인사는 극단적 선택·타살·사고사 등 자연사를 제외한 모든 죽음을 뜻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사인 불명’ 사망자 수다.

전체의 2818건(27.4%)은 사인이 판명되지 못했다. 강서 770건, 양천 626건, 구로 716건, 부천 706건 등이다. 비율로는 부천에서 29.8%, 구로에서 29.1%로 높았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 이른바 R코드에 잡힌 사망자 수를 확인할 수 있다. R코드에는 ‘원인미상의 기타 돌연사’(R96) ‘증상의 발생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일어난 달리 설명되지 않는 사망’(R961) ‘지켜본 사람이 없었던 사망’(R98) ‘기타 불명확하고 상세불명의 사망원인’(R99) 등이 포함된다.

24시간 근무체제 모든 변사사건 투입
강서·양천·구로·부천 네 지역 검안

2017년부터 지난 5년간 2만5497건, 2만8466건, 2만8176건, 3만1801건, 3만7833건 등으로 늘어났다. 

전체 사망자 수 대비 8.6%(2017년), 9.5%(2018년), 9.5%(2019년)의 비율이 2020년 10.4%, 지난해 11.9%로 증가했다. 변사사건의 원인불명 사망자 비율은 전체 사망자 수 대비 R코드 비율과 비교해 2.3배 이상 높다.

대한법의학회 학회지에 게재된 <2015년도 서울과학수사연구소 검안사례들에 대한 통계분석> 논문에 따르면 사인불명인 경우에도 부검률은 40%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사인 규명을 위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최민성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은 “한국 사회는 사망자의 죽음 이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특히 사인을 밝히려는 노력이 없다. 심지어 병사로 죽어도 무슨 병인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오로지 범죄 혐의점에만 집중해 사망을 판단한다. 현장에 나가 변사사건을 마주하면서 당장 먹고사는 게 바쁜 사람은 사인에 관심을 가질 새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외된 죽음을 위한 국가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한법의학회는 2018년 11월23일 ‘변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민의 건강, 안전, 범죄와 관련해 사망원인을 밝히고 국가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하는 죽음’을 변사로 정의했다. 형사소송법이나 의료법에는 변사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대한법의학회는 변사를 정의하면서 ‘사인 규명’이라는 법의학의 사명과 ‘국가의 책임’을 담았다. 

국가 책임
어디까지?

현장검안 사업에 참여했던 법의학자들은 “한 생명이 다할 때 그 생명의 사망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주는 것, 그리고 남아있는 유가족에게 망인의 사인을 명확하게 밝혀주는 것 또한 국가의 의무이며 변사사건 현장에서 근무하는 모든 이들이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과수 최민성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 인터뷰

“송파 세모녀 또 나올 것”

최민성 법의관은 현장검안 사업 이후 가치관까지 바뀌었다고 말했다.

변사사건 현장에서 가난한 죽음을 숱하게 목격하면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국가적 복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빈곤과 소외로 인한 죽음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보호 부재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하게 된 것.

지난달 2일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최 법의관을 만났다. 

-현장에서 법의학자의 역할은 뭐였는지. 

▲변사체를 확인하고 경찰에 제출하는 서류(수사용 서류)의 부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내는 일을 했다. 이때 법의관이 내는 의견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결정은 경찰과 검찰이 한다. 일반적으로 사인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부검을 해야 하지만 한국은 검찰과 경찰의 의견에 따라 ‘복불복’이다.

국가의 역할 필요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는지.

▲부자가 살고 있던 집에서 아버지가 사망했다. 아들이 완전히 넋이 나가있어 사연이 궁금했는데 알고 봤더니 장례 치를 돈이 없던 거였다. 심지어 그들이 살고 있던 임대주택은 아버지 명의로 돼있어 아들은 한 달 내로 집을 비워줘야 할 상황이었다. 또 한 번은 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신고를 받았다. 이불을 들췄더니 결박된 상태였다. 할머니를 살해한 사람은 소주살 돈을 훔치기 위해 그 집에 침입했다고 했다. 

-현장검안 과정에서 느낀 바가 있다면.

▲검찰과 경찰, 심지어 법의학자까지도 소외된 이들의 죽음에는 큰 관심이 없다. 과거 ‘송파 세모녀 사건’이 있지 않았나. 또 다른 송파 세모녀가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가난한 사람의 죽음에 국가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법의학자는 죽음을 다루지만 국가는 소외된 죽음 자체를 줄일 수 있다. 국가가 관심을 기울이면 애초에 죽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