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②국과수 현장검안 2223일의 기록 최초 공개

가난한 죽음이 남긴 숙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변고로 사망한 고인의 첫 번째 조문객이자 마지막 관찰자였다. 현장 구석구석에 짙게 눌러 붙은 죽음의 흔적으로 고인의 마지막 숨을 살폈다. 6년1개월, 2223일의 기록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했다.

한국 법의학계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을 뽑을 때 ▲대구 지하철 참사(2003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노숙자 오인 사건(2014년) ▲충북 증평 사건(2016년)은 빠지지 않는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대외적으로 한국 법의학의 수준을 알렸다는 점에서, 뒤의 두 사건은 현행 검시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손꼽힌다. 

병사 관행
화 불렀다

2014년 6월12일 전남 순천의 한 매실밭에서 반백골화된 변사체가 발견됐다. 사체는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만큼 훼손된 상태였다. 경찰은 사체 발견 직후 무연고자로 판단, 순천 지역의 촉탁의를 통해 부검을 진행했다. 부검을 진행해도 사인이 나오지 않자 경찰은 단순 노숙자 변사사건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서 사체의 대퇴부뼈와 머리카락으로 유전자 감정을 한 결과, 사체의 신원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유 전 회장의 소재를 찾고 있던 경찰은 ‘유령을 쫓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동시에 변사사건 현장에 사체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2015년 3월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이하 서울연구소)를 중심으로 ‘현장검안’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서울경찰청 광역과학수사 8권역인 강서·양천·구로 지역에서 교통사고 사망사건을 제외한 모든 변사사건에 국과수 법의관이 직접 현장에 출동하고 검안하는 업무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현장검안은 법의관 1명과 법의조사관 1명이 짝을 이뤄 24시간 대기하다가 변사사건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출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법의관, 법의조사관, 법의학 교수 등이 휴일 없이 24시간 현업근무체제로 참여했다.

여기에 서울연구소 법의조사과에서 시행 중이던 ‘365부검’과 연계해 부검도 진행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에서 활동하던 거의 모든 법의학자가 이 사업에 동참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5월 충북 증평에서 80대 노인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충북 증평군 증평읍의 한 마을에서 80대 여성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불에 덮인 채 발견된 사체는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은 인근 병원 의사가 쓴 시체검안서를 참고해 ‘병사’로 결론내렸다. 유족은 경찰의 말을 믿고 장례를 치렀다. 

현장에 ‘죽음 전문가’ 필요성 ↑
2014·2016년 사건 결정적 이유

유족이 사망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방안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노인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유족으로부터 CCTV 영상을 전달받았지만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으로 변사사건 처리지침이 개정됐다. 변사 처리 기준을 강화하고 부검 권고 대상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실제 증평 사건을 계기로 국과수 부검 건수가 증가했다. 

변사사건 처리지침에는 ▲영아 및 아동 돌연사 ▲구금‧조사 등 법 집행 과정에서의 사망 ▲중독사 ▲탄화 ▲부패 ▲백골화 ▲익사나 추락사에서 목격자나 CCTV가 없는 경우 ▲기타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필요한 경우 부검을 권고한다고 돼있다. 또 사인이 불명확한 경우 반드시 변사사건으로 처리하고 단순 병사 등으로 처리를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법의학계 관계자는 “변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담당 수사관은 먼저 현장과 변사자를 조사한다. 이후 변사자를 영안실로 옮기면 그곳에서 수사관의 진술을 토대로 검안의는 현장조사를 하지 않고 시체검안서를 작성하는 관행이 있다”며 “담당수사관은 사인이 무엇인지보다 범죄 연루 여부를 중심으로 사건을 보는 경향이 강해서 타살 혐의점이 보이지 않으면 내인사(병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변사자의 사인이 병사로 판명되면 그다음부터는 경찰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유족이 사체를 인수해 장례를 치르면 된다. 수사기관의 영역에서 개인의 영역으로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외인사 혹은 기타 및 불상으로 처리되고 부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그때부터는 경찰→검찰(검사)→법원→국과수 등 복잡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변사 처리
업무 늘어

연 3만건 전후의 변사사건을 다루는 경찰로선 까다롭게 느낄 수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노숙자 오인 사건과 증평 사건으로 변사사건 현장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를 계기로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현장검안은 2016년 정식사업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국과수 서울연구소는 2015년 3월1일부터 2021년 3월31일까지 강서·양천·구로지역의 현장검안을 진행했다. 2018년 2월부터는 경기 부천까지로 지역이 확대됐다.

<일요시사>가 국과수 서울연구소에서 6년1개월, 2223일 동안 진행한 현장검안 출동장부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기간 동안 국과수 법의관은 총 1만279건의 현장에 출동했다. 하루 평균 4.6건 꼴이다. 지역별로 강서 3094건, 양천 2352건, 구로 2463건 등의 변사사건이 일어났다. 한 달 평균 각각 42건, 32건, 34건이다.

부천은 원미‧소사‧오정으로 구분했고 2370건으로 집계됐다. 부천은 2016년 원미‧소사‧오정구 등 3개 일반구를 폐지하고 36개 일반동, 10개 책임동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했다. 10개 책임동은 원미1동·심곡2동·중동·중4동·상2동(이상 원미구), 심곡본동·소사본동·괴안동(이상 소사구), 성곡동·오정동(이상 오정구) 등이다. 

연도별로는 2015년(3월부터) 803건, 2016년 1121건, 2017년 1197건, 2018년 1992건, 2019년 2122건, 2020년 2337건, 2020년(3월까지) 707건으로 나타났다. 2018년 2월부터 부천이 포함되면서 2018~2020년에 검안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하루 평균
5건 출동

현장검안을 진행한 전 지역에서 남성 사망자가 여성 사망자에 비해 많은 경향을 보였다. 전체 건수로 따지면 남성(6664건)이 여성(3605건)보다 1.8배 더 사망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사망자 31만7680명 가운데 남성은 17만1967명, 여성은 14만5713명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1.1배 많다. 변사사건에서 남녀 간 차이가 전체 평균보다 크게 벌어진 것이다.

전체 변사자의 연령 평균은 65.8세로 나타났다. 사망자의 연령대는 전체 지역에서 50~80대에 두껍게 분포됐다. 50대 1699명, 60대 1706명, 70대 1961명, 80대 2122명 등이다. 생후 1년 미만 아동의 사망은 28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2명은 검안으로는 사인을 파악하지 못해 ‘기타 및 불상’으로 기재됐다.

사망의 종류별로는 전체 1만279건 중 병사가 4762건(46.3%)으로 가장 많았고, 외인사가 2699건(26.3%)으로 나타났다. 외인사는 극단적 선택·타살·사고사 등 자연사를 제외한 모든 죽음을 뜻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사인 불명’ 사망자 수다.

전체의 2818건(27.4%)은 사인이 판명되지 못했다. 강서 770건, 양천 626건, 구로 716건, 부천 706건 등이다. 비율로는 부천에서 29.8%, 구로에서 29.1%로 높았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 이른바 R코드에 잡힌 사망자 수를 확인할 수 있다. R코드에는 ‘원인미상의 기타 돌연사’(R96) ‘증상의 발생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일어난 달리 설명되지 않는 사망’(R961) ‘지켜본 사람이 없었던 사망’(R98) ‘기타 불명확하고 상세불명의 사망원인’(R99) 등이 포함된다.

24시간 근무체제 모든 변사사건 투입
강서·양천·구로·부천 네 지역 검안

2017년부터 지난 5년간 2만5497건, 2만8466건, 2만8176건, 3만1801건, 3만7833건 등으로 늘어났다. 

전체 사망자 수 대비 8.6%(2017년), 9.5%(2018년), 9.5%(2019년)의 비율이 2020년 10.4%, 지난해 11.9%로 증가했다. 변사사건의 원인불명 사망자 비율은 전체 사망자 수 대비 R코드 비율과 비교해 2.3배 이상 높다.

대한법의학회 학회지에 게재된 <2015년도 서울과학수사연구소 검안사례들에 대한 통계분석> 논문에 따르면 사인불명인 경우에도 부검률은 40%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사인 규명을 위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최민성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은 “한국 사회는 사망자의 죽음 이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특히 사인을 밝히려는 노력이 없다. 심지어 병사로 죽어도 무슨 병인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오로지 범죄 혐의점에만 집중해 사망을 판단한다. 현장에 나가 변사사건을 마주하면서 당장 먹고사는 게 바쁜 사람은 사인에 관심을 가질 새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외된 죽음을 위한 국가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한법의학회는 2018년 11월23일 ‘변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민의 건강, 안전, 범죄와 관련해 사망원인을 밝히고 국가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하는 죽음’을 변사로 정의했다. 형사소송법이나 의료법에는 변사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대한법의학회는 변사를 정의하면서 ‘사인 규명’이라는 법의학의 사명과 ‘국가의 책임’을 담았다. 

국가 책임
어디까지?

현장검안 사업에 참여했던 법의학자들은 “한 생명이 다할 때 그 생명의 사망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주는 것, 그리고 남아있는 유가족에게 망인의 사인을 명확하게 밝혀주는 것 또한 국가의 의무이며 변사사건 현장에서 근무하는 모든 이들이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과수 최민성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 인터뷰

“송파 세모녀 또 나올 것”

최민성 법의관은 현장검안 사업 이후 가치관까지 바뀌었다고 말했다.

변사사건 현장에서 가난한 죽음을 숱하게 목격하면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국가적 복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빈곤과 소외로 인한 죽음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보호 부재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하게 된 것.

지난달 2일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최 법의관을 만났다. 

-현장에서 법의학자의 역할은 뭐였는지. 

▲변사체를 확인하고 경찰에 제출하는 서류(수사용 서류)의 부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내는 일을 했다. 이때 법의관이 내는 의견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결정은 경찰과 검찰이 한다. 일반적으로 사인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부검을 해야 하지만 한국은 검찰과 경찰의 의견에 따라 ‘복불복’이다.

국가의 역할 필요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는지.

▲부자가 살고 있던 집에서 아버지가 사망했다. 아들이 완전히 넋이 나가있어 사연이 궁금했는데 알고 봤더니 장례 치를 돈이 없던 거였다. 심지어 그들이 살고 있던 임대주택은 아버지 명의로 돼있어 아들은 한 달 내로 집을 비워줘야 할 상황이었다. 또 한 번은 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신고를 받았다. 이불을 들췄더니 결박된 상태였다. 할머니를 살해한 사람은 소주살 돈을 훔치기 위해 그 집에 침입했다고 했다. 

-현장검안 과정에서 느낀 바가 있다면.

▲검찰과 경찰, 심지어 법의학자까지도 소외된 이들의 죽음에는 큰 관심이 없다. 과거 ‘송파 세모녀 사건’이 있지 않았나. 또 다른 송파 세모녀가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가난한 사람의 죽음에 국가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법의학자는 죽음을 다루지만 국가는 소외된 죽음 자체를 줄일 수 있다. 국가가 관심을 기울이면 애초에 죽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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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