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⑤양경무 국과수 법의학부 부장 인터뷰

21년 부검대서 마주하는 가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의학자는 ‘공식적으로’ 사체를 만나는 사람이다. 법의학자의 사명은 사체가 하는 말을 듣고 ‘진실’을 밝히는 데 있다. 실체적 진실과 과학적 진실. 한국 사회에서 진실은 대체로 전자에 머무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과학적 진실에 닿으려는 법의학자의 노력은 오랜 시간 제자리걸음이다.

팔순을 넘긴 아버지는 여전히 아들을 놓지 못했다.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어 속을 태운 게 38년이다. 생의 절반을 아들의 사인 규명을 위해 살았다. 그동안 진실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가공됐다. 유일한 진실은 아버지의 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허 일병 사건’ 아버지 허영춘씨의 이야기다.

사인 규명
국가 책무

1984년 4월2일 강원 화천군 육군 7사단에 복무하던 허 일병이 가슴에 2발, 머리에 1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허 일병의 사인을 두고 군 수사기관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문사진상위)의 조사 결과가 엇갈렸다. 군 수사기관은 극단적 선택, 의문사진상위는 타살로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도 엇갈렸다. 2007년 허 일병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은 타살, 서울고등법원은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내렸다. 2015년 9월 대법원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단정해 타살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며 사인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유족의 재심 청구도 기각되면서 허 일병의 사인은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아들의 죽음에서 끝내 진실을 찾지 못한 허영춘씨는 검시제도 개혁에 나섰다. 2005년 유시민 전 의원의 ‘검시를 행할 자의 자격 및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는 데 앞장섰다. 검시관 양성과 독립성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거듭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검시를 위한 법의관 자격 및 직무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진 의원은 “허 일병 아버님께서 (통과를)정말 염원하고 계신 법안”이라며 “아버님 연세도 벌써 여든이 넘으셨다”고 말했다. 

끝내 밝히지 못한 사인은 유족의 마음에 멍에로 남았다. 윤창륙 조선대 치과대학 법의치과학교실 명예교수는 “고인이 사망했을 때 편안하게 영면에 들도록 할 수 있는 건 가족밖에 없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게 안 될 때는 국가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인을 알지 못한 채 이른바 ‘묻히는 죽음’이 한국에 상당하다는 점이다. 특히 변사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사기관과 전문가 사이의 견해 차이가 일종의 공백을 만든다는 지적이다. 검시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첫머리에 ‘억울한 죽음’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극단적 선택? 타살? 사인 모르는 부모
자식 못 보내고 40년 끌어안아

한국에서 한 해에 발생하는 변사자 수는 3만명 전후다.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은 매년 변사자 현황을 파악해 공개한다. 경찰청은 극단적 선택‧타살‧과실사‧재해사‧기타 등으로 구분해 변사 현황을 조사한다. <2020 경찰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변사자는 2만1573명이다.


최근 5년 동안 2016년 2만2964명, 2017년 2만2282명, 2018년 2만4417명, 2019년 2만4204명 등의 변사자가 나왔다.

해양경찰청은 해난사고·본인 과실·극단적 선택·타살·병사·원인불명·기타 등으로 변사를 구분했다. <해양경찰 백서 2021>에 따르면 2016년 673명, 2017년 636명, 2018년 665명, 2019년 623명, 2020년 646명의 변사자가 발생했다. 총 변사자 수는 2016년 2만3637명, 2017년 2만2918명, 2018년 2만5082명, 2019년 2만4827명, 2020년 2만2219명으로 확인된다.

일부 법의학자는 이 수치를 6만~7만명까지 보는 경우도 있다. 대한법의학회지에 게재된 <2017년도 법의부검에 대한 통계적 고찰> 논문에 따르면 2017년 변사자는 3만7096명이다. 경찰청 3만6460명, 해양경찰청 636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청 변사자 수에서 국과수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변사사건으로 집계됐다가 조사 혹은 부검 후 자연사로 빠진 사건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 변사사건으로 접수됐다가 자연사로 빠진 건수는 1만4178건이다.

이 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8777건을 부검했다. 변사자 수 대비 부검률은 23.7%, 전체 사망자(28만5534명) 수 대비 부검률은 3.1%다. 4건의 변사사건이 일어나면 1건만 부검하는 셈이다. 이때 최소 2만명, 최대 6만명의 죽음에서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어딘가에
구멍 있다

이 구멍 사이로 정말 놓쳐서는 안 될 죽음이 새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양경무 국과수 법의학부 부장은 “법의학의 기능은 ‘억울함을 방지하고 범죄를 밝히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이 꼭 범죄에 의해서만 사망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고나 감염에 의해서도 사망할 수 있는데 그 경우 진실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통계청에서 매년 발표하는 사망원인 통계에서도 사회가 놓치고 있는 혹은 놓칠 수 있는 죽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른바 ‘R코드’의 존재다. 통계청은 시체검안서와 사망진단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원사인’으로 사망원인 통계를 작성한다. 원사인은 죽음에 이르게 한 최초의 근원적인 질병이나 손상을 뜻한다. 

통계청은 시체검안서나 사망진단서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건강보험자료, 국립암센터 암환자 자료, 경찰청 변사자 자료, 질병관리청 감염병 자료 등 21종의 행정자료를 이용한다. 이렇게 수집한 사망원인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따라 분류한다.

이 중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R00-R99)’를 R코드라고 한다.

R코드에는 ‘영아 돌연사 증후군’(R95) ‘원인미상의 기타 돌연사’(R96) ‘순간적 사망’(R960) ‘증상의 발생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일어난 달리 설명되지 않는 사망’(R961) ‘지켜본 사람이 없었던 사망’(R98) ‘기타 불명확하고 상세불명의 사망원인’(R99) 등이 포함된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관계자는 “사인불명을 포함한 알지 못하는 특정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라고 R코드를 정의했다. 

2017년부터 지난 5년간 한국의 R코드 사망자 수는 2만5497명, 2만8466명, 2만8176명, 3만1801명, 3만7833명으로 증가했다. OECD 국가 간 인구 10만명당 R코드(Symptom, Sign, Ill defined causes) 사망자 수를 비교하면 한국은 67명으로 2019년 기준 폴란드(113.7명) 다음으로 높다. 일본은 56.6명, 미국은 14.8명이다. 

지난 7월4일 국과수 원주 본원에서 만난 양경무 법의학부 부장은 “한국의 법의학은 사인 규명이 아니라 범죄 규명에 시스템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병사로 처리해 부검을 하지 않은 사건에서 가끔씩 놓치는 사건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R코드 수

그는 인터뷰 동안 사인 규명, 진실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양 부장은 2001년 입사 이후 21년 동안 국과수에서만 근무했다. 공보의 기간을 국과수에서 보내면서 법의학의 매력에 빠져 법의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국과수 법의학부 부장을 맡아 정책 수립, 인사 관리, 중요 사건 대응 등 행정부터 실무까지 총괄하고 있다. 2015~2021년 국과수 현장검안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사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사체가 많다고 봅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범죄가 묻혔는지 구체적인 데이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후에 어떤 계기가 있어 재조사를 하려 해도 이미 화장으로 사체를 처리했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누군가는 ‘얼마나 문제길래 그래?’라고 묻는데 사실 몇 건이 문제인지도 모르는 게 문제입니다.”

사인 규명이 부실하면 필연적으로 통계청으로 가는 정보도 부실해진다. 통계청은 ‘국민의 정확한 사망원인 구조를 파악해 국민 복지 및 보건의료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 제공’을 목적으로 사망원인 통계를 작성한다. 사망자로부터 얻은 정보로 산 사람을 위한 정책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늘 주검을 접하지만 궁극적으로 산 자를 위한 학문’이라는 법의학의 목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한국의 사망원인 통계는 선진국과 비교해 질적으로 굉장히 떨어집니다. 사망자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여서 시체검안서에 쓸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어요. 그러다 보면 의학용어 같지만 실제로는 정확한 사인분류표에 의거하지 않은 진단명을 쓰게 됩니다. 그 자료가 통계청으로 가면 사망원인 통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죠.”

양 부장은 코로나19 사태를 예로 들었다. 그는 2020년 8월 코로나가 한창 확산될 무렵 법의학부 부장으로 취임했다. 국과수도 이 정도 확산력을 가진 감염병을 처음 경험한 터라 코로나 초반에 상당한 부침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크를 확보하는 문제부터 법의관의 복장, 코로나 감염 사망자의 부검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앞서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를 겪으면서 위험한 바이러스와 병원체를 부검하는 BL3 실험실이 생겼고 이곳에서 코로나 양성 감염자 부검을 진행했다.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지자 이번에는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제도 개선·인력 충원시
순식간에 선진국 될 것”

코로나 창궐 1년 만에 만들어진 화이자, 아스트로제네카 등을 맞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국민이 나타났다.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두고 부검 의뢰가 늘어났다.

양 부장은 코로나 사망자를 대부분 ‘병사’로 처리한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코로나 양성 상태에서 사망한 사람은 부검하지 않고 대부분 화장됐다. 그는 “나도 코로나에 걸렸다가 나았다. 확진됐다고 해서 모두 사망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사망 당시에 코로나에 감염돼있으면 ‘코로나 사망자’로 잡혔다. 어떤 원인이 작동해서 사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제도를 바꿔야 해요. 지금은 변사를 사법시스템 내에서 정의해 ‘범죄 의심만 부검하겠다’고 하고 질병관리청은 질병으로 사망하면 유족이 힘들어하기 때문에 부검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병사로 처리하는 거거든요. 법의관 같은 죽음에 대한 전문가가 범죄와 질병을 구분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결국 인력 문제로 귀결된다. 양 부장은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법의학자가 전국적으로 80명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영상 의학 관련 자문을 줄 수 있는 의사, 약‧독물 검사를 해줄 수 있는 독성 전문가 등이 있어야 부검 전 일종의 분류작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과수 법의관 수는 양 부장을 포함해 35명이다. 

양 부장은 21년 동안 3000구가 넘는 사체를 부검했다. 20년이 지났어도 그는 여전히 부검대에 올라온 사체를 보면서 ‘내가 사인을 밝히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를 고민한다.

“구체적으로 통계를 내본 적은 없지만 경제력이 있는 사람보다는 가난한 사람의 부검율이 높아요. 예를 들어 똑같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어도 가난한 사람은 거주지 주변에 CCTV가 없다거나 골목이 외지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부검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인 같아도
환경에 영향

“3000구 이상의 사체를 부검하는 동안 그들(사망자)이 저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고 생각해요. 그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사회에 환원하고 싶습니다. 지금 한국의 법의학 현실은 ‘미완의 상태’예요. 경찰도, 국과수도, 대한법의학회도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어느 순간 이게 딱 통합되면 한국의 법의학은 순식간에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갈 겁니다. 그러니 현재 법의학에 종사하고 있는 후배들, 입문할 학생들 모두 소명의식을 가지고 전진하셨으면 합니다.”


<jsjang@ilyosisa.co.kr>

 

[양경무 부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부 부장
▲대한법의학회 부회장
▲대한법의학회 인정의
▲광주건물붕괴 버스매몰 희생자 부검 총괄
▲이대목동신생아 4명 사인분석 총괄
▲고 백남기씨 검안
▲빅뱅 멤버 양화대교 교통관련 사망 분석
▲산후조리원 신생아 연속 사망사건 원인분석 및 예방법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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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