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대참사> ‘긴급 인터뷰’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김호중 교수

“답이 있는데 풀지 못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언제나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곤 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로 핼러윈을 즐기던 156명이 사망했고, 187명(3일 기준)이 부상을 입었다. 사상자 대부분은 20, 30대 청년들이었다. 

사고 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거리 곳곳에서 구조대원, 시민 할 것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 심정지가 된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지만, 이미 늦었다. 현재는 많은 이들이 참사의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순천향대 응급의학과 김호중 교수를 만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통제 중요

지난달 29일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실외 마스크 해제가 된 이후의 첫 핼러윈이었던 만큼 분위기를 즐기러 방문한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태원 인파는 계속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가득 찼다. 이때부터 사고가 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이도 적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다.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 사고가 발생하면서 앞에 있던 사람들이 넘어지는 등 서로 뒤엉켰다. 이 과정에서 인파에 깔리게 된 수많은 사람 대부분이 숨 쉬기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사망자가 청년인데 이들은 보통 심장에 문제가 거의 없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호흡 곤란에 의한 또는 호흡에 어떤 마비로 인한 어떤 심정지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사고 발생 이후 시민들은 심정지가 온 이들에게 CPR을 시도했다. 그러나 살리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현장에 있던 피해자들은 전국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교수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도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다수 실려왔다.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웠던 순천향대 병원에는 8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방역당국의 환자 분류 및 이송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살릴 수 있는 환자부터 인근 병원으로 옮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위중한 환자들만 거의 이송됐습니다. 병원이 가까워 그랬을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수술해서 치료가 가능했던 분들도 왔었으면 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대부분 좋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에 현장 진료소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위중한 환자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심정지의 골든타임은 통상 4분 이내다. 의료진이 현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웠고, 이미 아수라장이 된 현장 속에서 4분이라는 시간을 지키기에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골든타임 놓쳐
사건 발생 전 미리 대책 세웠어야

“이번 참사의 경우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사람이 엉켜 구조 과정에서 끄집어내거나 희생자를 안정된 위치로 옮기기까지 시간도 많이 소요된 것으로 보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권역센터 및 사고 관련 보완책들이 마련됐지만, 또다시 참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대응 3단계까지 빠르게 격상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도로 통제, 시민 통제가 그랬다. 현장도 아수라장인 상태인데,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도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탓에 ‘책임’을 누가 지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소방 구조 시스템은 대부분 잘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통제와 정비입니다. 통제선을 만들어 애초에 예방했어야 합니다. 출구와 입구를 정하는 문제는 소방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재난에 관련된 부분으로 컨트롤타워가 아직도 미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력 배치는 사고가 터지고 난 뒤 신속하게 이뤄졌다. 다만 사고가 발생하기 전 충분하게 예방과 대비책을 미리 세웠었는지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사고가 발생한 뒤 인력을 어떻게 배치한다까지는 어느 정도 마련돼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 단계, 즉 사고가 나기 전에 대한 부분이 지금도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부상자들의 피해 정도도 심각한 편이다.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문제는 현장에서 받았던 신체적 압박 등 때문에 다른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거운 물건, 인파 등에 오랜 시간 근육이 눌렸기 때문이다.

“징후는 굉장히 분명했다” 
현장 구조자도 치료 필요

“부상자에 대한 처지 자체는 수술도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압박된 부위에 멍이 발견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합니다. 현재 온라인상에 부상을 당해 멍이 다리 등 신체부위에 발생한 사진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분들도 망설이지 말고 검사와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구조하던 이들도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일손을 보탰던 시민들은 참혹한 광경에 그대로 노출됐다. 대부분은 더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빠진 상태다. 이들 역시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 작업에 참여하셨던 분들도 얼마나 타격이 있겠습니까. 심리적인 부분을 치료받으셔야 합니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도 차별을 둬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징후들은 이미 곳곳에서 포착됐다. 신고 전화는 여러 번 있었다. 참사 관련 첫 신고 역시 ‘압사가 발생할 것 같다’는 취지의 전화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던 시간이자 경고였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신고가 있기 전 미리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사고 안전관리 지침을 제정하고, 법적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공연장 재난 대응 매뉴얼 등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사고가 터지고 난 뒤다.


미리 대비해야

“사실 (참사의) 징후라는 건 굉장히 분명했습니다. 징후는 큰 사건이 일어나기 전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이건 답이 나와 있던 겁니다. 인원이 많이 모인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생각해 미리 대비했어야 합니다. 주최 측이 없더라도 정부, 지자체에서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게 맞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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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