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윤석열정부 걱정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자지 말고 놀지 말고 일하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장관됐다고 박수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열심히 일할 때라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걱정이 담긴 말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아직도 윤석열정부가 갈 길이 멀다는 걱정이기도 하다. 황 전 총리는 정권 초기 잠도 못 자고 일했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황 전 총리는 민생은 신경쓰지 않는 정쟁만 일삼는 여야, 장관, 총리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박근혜정부 2인자가 돌아왔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17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면서 공식행보에 나섰다. 한동안 잠잠하던 황 전 총리는 ‘교안이형’이 되겠다며 청년층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일요시사>는 황 전 총리를 만나 당 대표 출마 선언 이유, 윤석열정부에 대한 평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의견, 정치 현안, 검수완박에 대한 의견 등을 물었다. 다음은 황 전 총리와 나눈 일문일답. 

-한동안 언론과의 접촉이 없었습니다. 최근 근황은?

▲제일 가까이 가까이 있었던 일이 제가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것입니다. 지난달 17일이었습니다. 지금 나라도 힘들고, 당도 힘들기 때문에 같이 당도 세우고 나라도 지켜보자는 생각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콘셉트를 교안이형으로 잡으셨다. 어떤 의미인지

▲제 주변에 사실은 청년이 많이 있습니다. 한번은 이 청년들과 토론을 하다가 대표님을 형이라고 부르면 안 되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된다고 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청담동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여러분이 나를 교안이형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하니 그 학생들도 교안이형이라고 불렀습니다.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당은 현재 안에서 서로 분란이 일고 있고 그것이 또 국민에게 실망을 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나라를 살릴 줄 아는 사람이 집권해야 합니다. 과거 문재인정부는 나라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아니었습니다. 문정부는 편협한 나라를 만드려 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정권교체를 이뤄냈는데 여전히 힘듭니다.

저는 입법, 사법, 행정을 거쳐 정부도 잘 알고 국회도, 법원의 문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인물은 사실 드뭅니다. 그래서 나라를 정상화하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했고, 최선을 다해서 국민과 함께 뜻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당 대표 후보군으로 여러 인물이 거론됩니다. 이 중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이 좀 높게 나오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시는지

▲여론조사는 공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지금 얘기되는 여론조사 기관이 중앙선관위에 등록도 안 된 기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하기는 하지만 유 전 의원이 여론조사 1위를 한다고 해서 일희일비할 일은 아닙니다.

여론이라는 건 늘 바뀌기도 하고 또 심지어는 여론조사가 왜곡되기도 합니다. 제가 국민을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헤쳐나가면 결국 국민이 저를 선택해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 위해 출마 선택
문정부 당시 편협한 나라 만들어


-국민의힘 비대위가 힘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당무 감사·당협 정비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비대위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지난번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1년 넘게 하면서 정상 대표로서의 할 일을 다 했습니다. 통상 이제 비대위원들은 단기간인 3개월 내지 길면 4~6개월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정 위원장이 추진하는 당무 감사·당협 정비로 당협위원장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바꾸는 과정에서 아마 비대위원 임기가 다 끝날 텐데 이렇게 되면 다음 당 대표가 다시 만들어가야 할 건 사실상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시기의 문제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시기의 문제를 언급하셨습니다. 다음 총선을 위해 자기 사람 알박기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국민은 다 알고 있습니다. 알박기인지, 정상적인 당협위원장 선임인지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그런 결정은 이제는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저는 공정한 공천을 했었고, 정말 국민의 선택을 받는 사람을 공천해서 선거에 내세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양보도 했었습니다. 제가 그런 것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 사람이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공정한 공천을 위한 당협 정리와 당무 감사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가 위기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여야가 첨예한 대립만 펼칩니다

▲정책 정부에 있는 사람들도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은 정부도, 정치도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자신을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걸 고쳐야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새로운 정치를 해보려고 국민 중심의 정치를 했는데 아직 때가 안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계속 반복되면 결국 국민 중심의 정치가 이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하시는 국민 중심의 정치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면 내가 당선되기 위해, 표를 얻기 위해 하는 정치를 버려야 합니다. 현재의 정치는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그런 정치입니다. 퍼주는 형식의 정책 남발을 두고 당장은 국민이 박수 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돈이 땅에서 파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문정부가 그랬습니다. 이것을 바로잡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국 퍼주는 방식과 다르게 해 나가야 우리 미래 비전이 생깁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입니다. 검찰에 있으면서 특별수사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습니다. 어떤 한 영역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였다고 하는 것은 ‘가능성’을 얘기해줍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가능성이 또 다른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를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정치인이 되는 건 아닙니다. 정권교체를 통해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조금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이제는 대통령이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영웅주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함께해야 합니다. 네 편 내 편 가르던 상황하고는 달리 같이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모아서 협치 정신을 발휘해야 합니다. 

“대통령실, 정제된 메시지 내놔야”
서해 공무원 사건은 ‘납치 피살’

-지지율 30%를 넘어설 타개책을 말씀해주신다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뒤 초기에 상당히 지지율이 높았는데 노동개혁을 하고, 지지율이 굉장히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진정성을 가지고 노동개혁을 이뤄가니까 다시 지지율도 높아지고 국민이 신뢰를 갖게 된 적 있습니다.

윤 대통령 역시 여론조사를 가지고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정책 방향이 잘 가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살펴야 합니다. 지지율은 다음 문제입니다. 이 부분이 잘 구동이 되면 경제도 살릴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라인들이 대통령실에 많이 포진돼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런 탓에 MB정부와 정책이 똑같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저는 사실 큰 당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입각해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MB정부도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와 법치를 중시했던 정부고 아마 새 정부도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 강조점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시장경제를 강조하던 정권과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던 정권이 다른 게 아닙니다. 결국 같은 한 목적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균형 정책이 필요합니다. 

-현재 한덕수 총리가 ‘신문에서 봤다’ 등의 발언으로 현안 파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전직 총리로서 조언하신다면? 

▲총리뿐 아닙니다. 장관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장관다운 장관이 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관이 된 이유는 역량이 되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좀 열심히 하고, 자지 말고 놀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초기에 열심히 하고, 그림이 딱 잡히면 다음부터는 수월합니다. 책임 있는 사람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공부하면 그때는 망하는 겁니다.

초기에 혹시 준비가 덜 됐다 하더라도 매진해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변에서도 장관됐다고 박수 칠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일할 때입니다. 

-윤 대통령이 내는 메시지와 대통령실에서 내는 메시지가 엇박자가 날 때가 있습니다

▲메시지는 잘 정제된 것이 필요합니다. 그냥 듣기 좋고, 기분 좋게 만드는 이런 것은 필요가 없습니다. 준비하고 정제된 그런 메시지가 국민에게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건 통제하고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런 시스템에 조금 이제 불충분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도 빨리 시정해서 잘 논의해서 내보내야 합니다. 

-최근 검찰이 서훈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정치적 정쟁으로까지 번져있습니다

▲감사 결과를 참고하고 그동안에 이제 논란이 됐던 것들에 대한 증거들을 수집해서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그 결론이 구속입니다. 자꾸 정권이 ‘감놔라 배놔라’ 하면 검찰 안에서도 갈등도 생기고 중심을 잘 못 잡는 검사들은 흔들리기도 합니다.

다만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구속할 사람은 구속했고, 입건할 사람이 있으면 입건하는 형식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해 공무원 사건은 납치 피살입니다. 국민은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걸 그냥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 지난 정권이었습니다. 철저하게 검찰이 수사해서 기소하고 또 그에 상응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두고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구속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범죄의 단서가 나오면 수사하는 사람들이 검사입니다. 전국 검사가 3000명 가까이 됩니다. 많은 사람이 매일 한 300백건씩 사건 처리를 합니다. N분의 1인 사건들을 이제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는 겁니다. 경우에 따라 특정 사안에 대해서 정부가 제약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정부가 그랬습니다. 검찰을 그만둔 지 오래돼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몰라도 제가 아는 검찰은 압박에 수사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는 압박 세력이 물러나게 돼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수사를 해왔습니다. 결국 정의는 반드시 이깁니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없는 죄를 밝혀내려 한다면 이게 편파수사인데, 수사해서 죄가 나왔다고 하면 전 정부의 것이든 지금 정부의 것이든 무조건 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 앞으로 더 잘할 것”
이재명 대표 방패 벗어던져야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서 검수원복 시행령에 대한 생각은

▲우리는 늘 사람을 판단할 때 원인을 봐야 합니다. 검수원복이라고 하는 것의 원인은 검수완박입니다.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민주당에서 충분히 국민에게 의견을 물은 것도 아니고 소통한 것도 아니고 그냥 밀어붙인 형국입니다. 그게 잘못됐으니 바로잡자는 게 검수원복입니다. 그러니까 잘못된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제 검수원복을 빨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검수완박법을 폐지해야 됩니다. 민주적 기본 시스템에 맞지 않는 제도입니다. 검찰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잘못한 게 있으면 고쳐야 합니다.

문정부에서 공수처 같은 거 만들어가지고 제대로 했습니까? 국민은 공수처가 잘 지켜준다 생각 안 합니다. 어떻게 보면 하자를 가지고 몸통을 없애버리려고 하는 게 검수완박입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도 겨누고 있습니다. 민주당 당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과 검찰이 장시간 대치했는데요

▲미국은 국회의원이라도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같은 조항을 어기면 수갑을 채워 연행합니다. 정당한 법 집행을 막을 경우, 여든 야든 국회의원이든 일반인이든 법대로 처리해야 합니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이 대표에 대한 평가를 하신다면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왔습니다. 당 대표에 나온 이유도 대선후보를 노리고 당 대표가 됐을 겁니다. 제가 볼 때는 나라의 지도자감이 아닙니다. 어디서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은 모르지만 말장난하고 거짓을 말하고, 큰 부정·비리 사건에 연루돼있습니다. 그렇다면 처벌을 피하기 위한 방패를 만들어갈 게 아니라 당당하게 그 방패를 벗어던지고, 그런 다음 사법 정의에 일조해야 합니다. 

-부정선거 주장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부정선거를 옛날 일라고 말씀하시는데, 현재 일이고, 미래 일입니다. 조금 있으면 총선이 있습니다. 이제 2년도 안 남았는데 그때 또 부정선거를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는 정말 선거 정의와 공정선거의 틀을 만들어가는 게 자유민주주의 국가라 생각합니다.

선거 정의를 세워나가야 합니다. 고치지 않으면 반복됩니다. 부정선거는 분명하게 있었습니다. 재검표할 때 도저히 유권자가 집어넣었다고 볼 수 없는 그런 투표용지가 나왔습니다.

-최근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애통합니다. 청년들의 희생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큰 책임을 느낍니다. 지금부터라도 방법을 찾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하며 애도를 표해야 할 때입니다. 국민적 아픔을 정쟁으로 몰고 가서도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는 세계 최빈국으로부터 이제 경제 강국이 됐습니다. 그 70년 가까이 그런 성장의 길을 걸어왔는데 좌파 세력들이 힘을 얻을 때마다 나라가 힘들어졌습니다. 이제는 나라 흔드는 일은 멈춰야 합니다. 국민 속이는 일도 그만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가 그동안 꿈꿔오던 세계 정상 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 정쟁을 멈추고, 미래 얘기를 하는 정치, 미래를 꿈꾸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저도 그런 정치를 해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약속드립니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