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윤석열정부 걱정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자지 말고 놀지 말고 일하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장관됐다고 박수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열심히 일할 때라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걱정이 담긴 말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아직도 윤석열정부가 갈 길이 멀다는 걱정이기도 하다. 황 전 총리는 정권 초기 잠도 못 자고 일했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황 전 총리는 민생은 신경쓰지 않는 정쟁만 일삼는 여야, 장관, 총리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박근혜정부 2인자가 돌아왔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17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면서 공식행보에 나섰다. 한동안 잠잠하던 황 전 총리는 ‘교안이형’이 되겠다며 청년층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일요시사>는 황 전 총리를 만나 당 대표 출마 선언 이유, 윤석열정부에 대한 평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의견, 정치 현안, 검수완박에 대한 의견 등을 물었다. 다음은 황 전 총리와 나눈 일문일답. 

-한동안 언론과의 접촉이 없었습니다. 최근 근황은?

▲제일 가까이 가까이 있었던 일이 제가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것입니다. 지난달 17일이었습니다. 지금 나라도 힘들고, 당도 힘들기 때문에 같이 당도 세우고 나라도 지켜보자는 생각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콘셉트를 교안이형으로 잡으셨다. 어떤 의미인지

▲제 주변에 사실은 청년이 많이 있습니다. 한번은 이 청년들과 토론을 하다가 대표님을 형이라고 부르면 안 되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된다고 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청담동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여러분이 나를 교안이형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하니 그 학생들도 교안이형이라고 불렀습니다.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당은 현재 안에서 서로 분란이 일고 있고 그것이 또 국민에게 실망을 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나라를 살릴 줄 아는 사람이 집권해야 합니다. 과거 문재인정부는 나라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아니었습니다. 문정부는 편협한 나라를 만드려 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정권교체를 이뤄냈는데 여전히 힘듭니다.

저는 입법, 사법, 행정을 거쳐 정부도 잘 알고 국회도, 법원의 문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인물은 사실 드뭅니다. 그래서 나라를 정상화하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했고, 최선을 다해서 국민과 함께 뜻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당 대표 후보군으로 여러 인물이 거론됩니다. 이 중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이 좀 높게 나오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시는지

▲여론조사는 공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지금 얘기되는 여론조사 기관이 중앙선관위에 등록도 안 된 기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하기는 하지만 유 전 의원이 여론조사 1위를 한다고 해서 일희일비할 일은 아닙니다.

여론이라는 건 늘 바뀌기도 하고 또 심지어는 여론조사가 왜곡되기도 합니다. 제가 국민을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헤쳐나가면 결국 국민이 저를 선택해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 위해 출마 선택
문정부 당시 편협한 나라 만들어


-국민의힘 비대위가 힘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당무 감사·당협 정비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비대위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지난번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1년 넘게 하면서 정상 대표로서의 할 일을 다 했습니다. 통상 이제 비대위원들은 단기간인 3개월 내지 길면 4~6개월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정 위원장이 추진하는 당무 감사·당협 정비로 당협위원장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바꾸는 과정에서 아마 비대위원 임기가 다 끝날 텐데 이렇게 되면 다음 당 대표가 다시 만들어가야 할 건 사실상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시기의 문제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시기의 문제를 언급하셨습니다. 다음 총선을 위해 자기 사람 알박기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국민은 다 알고 있습니다. 알박기인지, 정상적인 당협위원장 선임인지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그런 결정은 이제는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저는 공정한 공천을 했었고, 정말 국민의 선택을 받는 사람을 공천해서 선거에 내세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양보도 했었습니다. 제가 그런 것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 사람이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공정한 공천을 위한 당협 정리와 당무 감사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가 위기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여야가 첨예한 대립만 펼칩니다

▲정책 정부에 있는 사람들도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은 정부도, 정치도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자신을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걸 고쳐야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새로운 정치를 해보려고 국민 중심의 정치를 했는데 아직 때가 안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계속 반복되면 결국 국민 중심의 정치가 이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하시는 국민 중심의 정치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면 내가 당선되기 위해, 표를 얻기 위해 하는 정치를 버려야 합니다. 현재의 정치는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그런 정치입니다. 퍼주는 형식의 정책 남발을 두고 당장은 국민이 박수 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돈이 땅에서 파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문정부가 그랬습니다. 이것을 바로잡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국 퍼주는 방식과 다르게 해 나가야 우리 미래 비전이 생깁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입니다. 검찰에 있으면서 특별수사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습니다. 어떤 한 영역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였다고 하는 것은 ‘가능성’을 얘기해줍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가능성이 또 다른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를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정치인이 되는 건 아닙니다. 정권교체를 통해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조금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이제는 대통령이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영웅주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함께해야 합니다. 네 편 내 편 가르던 상황하고는 달리 같이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모아서 협치 정신을 발휘해야 합니다. 

“대통령실, 정제된 메시지 내놔야”
서해 공무원 사건은 ‘납치 피살’

-지지율 30%를 넘어설 타개책을 말씀해주신다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뒤 초기에 상당히 지지율이 높았는데 노동개혁을 하고, 지지율이 굉장히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진정성을 가지고 노동개혁을 이뤄가니까 다시 지지율도 높아지고 국민이 신뢰를 갖게 된 적 있습니다.

윤 대통령 역시 여론조사를 가지고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정책 방향이 잘 가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살펴야 합니다. 지지율은 다음 문제입니다. 이 부분이 잘 구동이 되면 경제도 살릴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라인들이 대통령실에 많이 포진돼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런 탓에 MB정부와 정책이 똑같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저는 사실 큰 당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입각해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MB정부도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와 법치를 중시했던 정부고 아마 새 정부도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 강조점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시장경제를 강조하던 정권과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던 정권이 다른 게 아닙니다. 결국 같은 한 목적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균형 정책이 필요합니다. 

-현재 한덕수 총리가 ‘신문에서 봤다’ 등의 발언으로 현안 파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전직 총리로서 조언하신다면? 

▲총리뿐 아닙니다. 장관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장관다운 장관이 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관이 된 이유는 역량이 되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좀 열심히 하고, 자지 말고 놀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초기에 열심히 하고, 그림이 딱 잡히면 다음부터는 수월합니다. 책임 있는 사람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공부하면 그때는 망하는 겁니다.

초기에 혹시 준비가 덜 됐다 하더라도 매진해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변에서도 장관됐다고 박수 칠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일할 때입니다. 

-윤 대통령이 내는 메시지와 대통령실에서 내는 메시지가 엇박자가 날 때가 있습니다

▲메시지는 잘 정제된 것이 필요합니다. 그냥 듣기 좋고, 기분 좋게 만드는 이런 것은 필요가 없습니다. 준비하고 정제된 그런 메시지가 국민에게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건 통제하고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런 시스템에 조금 이제 불충분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도 빨리 시정해서 잘 논의해서 내보내야 합니다. 

-최근 검찰이 서훈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정치적 정쟁으로까지 번져있습니다

▲감사 결과를 참고하고 그동안에 이제 논란이 됐던 것들에 대한 증거들을 수집해서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그 결론이 구속입니다. 자꾸 정권이 ‘감놔라 배놔라’ 하면 검찰 안에서도 갈등도 생기고 중심을 잘 못 잡는 검사들은 흔들리기도 합니다.

다만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구속할 사람은 구속했고, 입건할 사람이 있으면 입건하는 형식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해 공무원 사건은 납치 피살입니다. 국민은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걸 그냥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 지난 정권이었습니다. 철저하게 검찰이 수사해서 기소하고 또 그에 상응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두고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구속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범죄의 단서가 나오면 수사하는 사람들이 검사입니다. 전국 검사가 3000명 가까이 됩니다. 많은 사람이 매일 한 300백건씩 사건 처리를 합니다. N분의 1인 사건들을 이제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는 겁니다. 경우에 따라 특정 사안에 대해서 정부가 제약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정부가 그랬습니다. 검찰을 그만둔 지 오래돼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몰라도 제가 아는 검찰은 압박에 수사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는 압박 세력이 물러나게 돼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수사를 해왔습니다. 결국 정의는 반드시 이깁니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없는 죄를 밝혀내려 한다면 이게 편파수사인데, 수사해서 죄가 나왔다고 하면 전 정부의 것이든 지금 정부의 것이든 무조건 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 앞으로 더 잘할 것”
이재명 대표 방패 벗어던져야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서 검수원복 시행령에 대한 생각은

▲우리는 늘 사람을 판단할 때 원인을 봐야 합니다. 검수원복이라고 하는 것의 원인은 검수완박입니다.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민주당에서 충분히 국민에게 의견을 물은 것도 아니고 소통한 것도 아니고 그냥 밀어붙인 형국입니다. 그게 잘못됐으니 바로잡자는 게 검수원복입니다. 그러니까 잘못된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제 검수원복을 빨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검수완박법을 폐지해야 됩니다. 민주적 기본 시스템에 맞지 않는 제도입니다. 검찰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잘못한 게 있으면 고쳐야 합니다.

문정부에서 공수처 같은 거 만들어가지고 제대로 했습니까? 국민은 공수처가 잘 지켜준다 생각 안 합니다. 어떻게 보면 하자를 가지고 몸통을 없애버리려고 하는 게 검수완박입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도 겨누고 있습니다. 민주당 당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과 검찰이 장시간 대치했는데요

▲미국은 국회의원이라도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같은 조항을 어기면 수갑을 채워 연행합니다. 정당한 법 집행을 막을 경우, 여든 야든 국회의원이든 일반인이든 법대로 처리해야 합니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이 대표에 대한 평가를 하신다면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왔습니다. 당 대표에 나온 이유도 대선후보를 노리고 당 대표가 됐을 겁니다. 제가 볼 때는 나라의 지도자감이 아닙니다. 어디서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은 모르지만 말장난하고 거짓을 말하고, 큰 부정·비리 사건에 연루돼있습니다. 그렇다면 처벌을 피하기 위한 방패를 만들어갈 게 아니라 당당하게 그 방패를 벗어던지고, 그런 다음 사법 정의에 일조해야 합니다. 

-부정선거 주장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부정선거를 옛날 일라고 말씀하시는데, 현재 일이고, 미래 일입니다. 조금 있으면 총선이 있습니다. 이제 2년도 안 남았는데 그때 또 부정선거를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는 정말 선거 정의와 공정선거의 틀을 만들어가는 게 자유민주주의 국가라 생각합니다.

선거 정의를 세워나가야 합니다. 고치지 않으면 반복됩니다. 부정선거는 분명하게 있었습니다. 재검표할 때 도저히 유권자가 집어넣었다고 볼 수 없는 그런 투표용지가 나왔습니다.

-최근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애통합니다. 청년들의 희생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큰 책임을 느낍니다. 지금부터라도 방법을 찾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하며 애도를 표해야 할 때입니다. 국민적 아픔을 정쟁으로 몰고 가서도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는 세계 최빈국으로부터 이제 경제 강국이 됐습니다. 그 70년 가까이 그런 성장의 길을 걸어왔는데 좌파 세력들이 힘을 얻을 때마다 나라가 힘들어졌습니다. 이제는 나라 흔드는 일은 멈춰야 합니다. 국민 속이는 일도 그만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가 그동안 꿈꿔오던 세계 정상 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 정쟁을 멈추고, 미래 얘기를 하는 정치, 미래를 꿈꾸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저도 그런 정치를 해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약속드립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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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