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정난’ 정의당 회계장부 공개

‘살림 거덜’ 빚 내서 당 굴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진보정당 정의당의 재정난이 사상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빚 변제를 두고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일요시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지난 3년간의 정의당 회계 보고서와 정의당 중앙당 후원회 자료를 입수했다.
 

▲ 김종철 정의당 대표 ⓒ박성원 기자

<일요시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로부터 입수한 지난 3개년 정의당 회계 보고서에 따르면 21대 총선 이후 정의당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2월31일 기준으로 정의당의 재산은 38억원이었다. 1년 뒤인 2019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11억원이 됐다. 거대 양당에 비해 급격히 적은 규모로 줄어들었지만, 그때까지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총선 후…

하지만 지난해 5월 정의당의 재산은 마이너스 76억원을 기록하면서, 변제가 쉽지 않은 수준이 됐다. 지난해 6월 정의당은 중앙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을 일부 보전받았지만, 현재 40억원 적자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정의당 회계 보고서에 따르면 정의당은 지난해 선거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권에서 43억원을 대출받았다. 21대 총선에서 당원들의 지역구 출마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253개 지역구에 73명의 후보를 냈고, 1명당 4000만원씩 지원했다. 대략 28억원가량을 후보 지원액으로 쓴 셈. 지역구 후보의 당선이 어려운 당 특성을 무마하고 후보들의 출마를 독려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물론 선거철에 지출만 있었던 건 아니다. 당은 21대 총선 전 중앙선관위로부터 보조금을 두 차례 지급받았다. 지난해 2월 중앙선관위로부터 경상보조금으로 6억3000만원을,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선거보조금 27억80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또 선거가 끝나면 정당은 쓴 선거비용을 다시 보전받을 수 있다. 정의당은 21대 총선에서 선거비용으로 총 48억5000만원을 썼다. 선거비용 제한액인 48억8600만원 중 99%에 육박하는 비율로,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 35개 중 1위였다.

2018년 38억…지난해 6월 기준 -40억
선거 자금용으로 은행서 43억 대출도

다만 선거비용은 당이 당선인을 내면 보전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정의당은 지난해 중앙선관위로부터 48억5000만원 중 46억원을 보전받았다.

지역구 후보자의 경우에도 선거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후보자가 거둔 득표율에 따라 상이하다.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선거비용 청구금액의 100%를 돌려받을 수 있다.

득표율이 10% 이상 15% 미만일 경우 청구금액의 50%만 돌려받는다. 득표율이 10% 미만이면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 정의당 후보 대다수는 득표율 10%를 넘지 못해 선거비 보전을 크게 받지 못했다. 득표율 10%를 넘긴 지역구 후보는 심상정(39.4%)의원과 여영국(34.9%)·이정미(18.4%)·윤소하(11.9%) 전 의원 등 소수에 불과했다.
 

▲ 일요시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정의당 회계 보고서

당이 들인 공에 비해 21대 총선 결과는 아쉬웠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5석을, 지역구 의원 1석을 배출했다. 20대 총선과 동일한 6석이지만, 당이 총력 지원한 지역구에서 1석이 줄어든 규모다.

당은 21대 국회가 열리고 빚 변제 방안을 고심해왔다. 지난해 8월 정의당 혁신위원회는 매월 발생하는 경상적자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당권자 5%를 목표로 하는 1만원 당비 인상 캠페인 진행 ▲20억원 모금을 목표로 하는 정치자금모금위원회 신설 ▲중앙당 후원회를 통해 매월 1000만원의 후원금을 납부하는 후원회원 조직 등을 혁신안에 담았다.

현재 당직자들도 빚 변제를 위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당의 위기 속에서 취임한 김종철 대표는 당 재정난을 고려해 300만원이던 당 대표 업무추진비를 100만원으로 자진 삭감했다.

6명의 부대표단도 업무추진비를 각 2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인 상태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본인의 페이스북에 “정의당 재정이 어렵다”며 “정의당이 열심히 활동하기 위해 후원금이 필요하다”고 후원금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정의당 현역 의원 6인은 매달 세비의 절반인 450만원을 특별당비로 납부하고, 의원에게 들어오는 후원금 3000만원은 당에 기부하고 있다. 보좌진의 경우에는 매달 ‘공직특별당비’로 4급 보좌관은 5만원, 5급 비서관은 3만원을 기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보좌진의 경우 강제사항은 아니고 권고사항이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 부채 변제를 위해 “재정대책 관련해 당비 배분 비율을 조정해 중앙당과 광역시도당 모두 비용을 줄여나가고 있다. 대표단 변경 당시 정무직 공식 등은 신규 채용하지 않고 전체사업비, 문자사용비, 업무지도비 등 축소를 일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표단 등 업무활동비 감액을 추진해 당원 및 시민대상 후원 독려 캠페인을 전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성적 적자 구조…출구는? 
당직자 변제 위해 적극 동참

하지만 당 재정 상황은 한동안 여의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빚 변제를 위해서는 당원들의 후원 역시 절실한 상황.

중앙당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정의당은 2018년 16억9000만원, 2019년 12억2000만원, 선거철인 2020년 1월에서 5월까지 10억원의 후원금을 얻었다. 원내 정당 중에서는 후원금이 높은 편이지만 빚을 변제하기에는 적은 규모다.

정의당 관계자는 “완전한 변제가 불가능하다. 고정비용만 나가더라도 1년에 1억원씩 적자를 보는 구조다. 당이 위축돼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깔끔한 빚 변제를 위한 방법은 없을까. 정의당이 22대 국회에서 20석 이상의 교섭단체가 된다면 가능하다. 중앙선관위는 정치자금법에 따라 원내 교섭단체에 정당 경상보조금 총액의 50%를 정당 국고보조금으로 지원한다. 나머지 50%는 전체 정당에 나눠주도록 하고 있다.

정의당 교섭단체가 될 경우 받게 되는 보조금 액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거대양당의 비례정당 ‘꼼수’가 없었다면 정의당은 21대 국회에서 6석에서 7석을 더 가져가 13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22대 국회에서 국회개혁의 일환인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정립된다면 마냥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의당 역시 진보정당다운 뚜렷한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한 과정을 고심해야 한다. 최근 정의당은 진보적 의제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큰 차별화를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파산?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만약 정의당이 자진 해산하는 경우에 이 빚은 어떻게 될까. 정당법 48조에 따라 당의 잔여재산은 국고에 귀속할 수 있다. 다만 채무의 경우에는 ‘처분되지 아니한 정당의 잔여재산’으로 잡혀 국고에 귀속되지 않고, 당헌에 따라 처분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