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새내기 릴레이 인터뷰⑭> 미래통합당 전주혜 “진실이 힘이 되는 사회 만들겠다"

“리모델링 중단 통합당, 벽돌 하나하나 재건축”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에는 151명의 정치 신인들이 여의도에 입성했다. <일요시사>는 여의도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열네 번째 주자로 미래통합당 전주혜 의원과 함께했다.
 

▲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전주혜 의원은 당의 약점으로 꼽히던 ‘여성’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2월 영입된 후 비례대표 15번을 받고 당선됐다. 전 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성희롱 의혹 대학교수의 해임 불복 사건서 ‘성인지 감수성’ 판결을 최초로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비례대표 중 유일한 전남계 출신인 점도 주목할만하다. 통합당은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호남 끌어안기’ 등 외연 확장에 힘을 쓰고 있다.

다시 시작

“국민들은 장외투쟁을 굉장히 싫어하신다. 당내 세대교체도 제대로 안 됐다. 열성적인 콘크리트 지지층에 매달리느라 중도층의 표심을 제대로 못 읽었다. 전광훈 목사 같은 편향적인 사람과는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 여당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선 이슈를 선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정당으로서 거듭나야 한다. 막말 역시 하면 안 된다. 새로 낸 정강정책에는 ‘기본소득’과 같이 당의 가치관으로 담을 수 없는 내용을 많이 담았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벽돌쌓기 하고 있다.”

정치 신인인 그가 당에 내린 진단은 정확했다. 통합당은 탄핵 사태 이후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탄핵당’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콘크리트 지지층에 둘러싸여 중도층을 섭렵하지 못하면서 민심과는 계속 멀어졌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진영 논리서 벗어난 당의 행보가 절실하다.

“정치인으로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국민들은 좋아서보단 덜 싫어서 찍는다. 여당도 싫지만, 야당은 더 싫었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재건축을 해야 하는데, 리모델링하다 그만둔 상태와 같다. 처절한 체질 개선으로 상전벽해가 돼야 한다. 탄핵은 당에 대한 사망선고였다. 탄핵을 인정하고, 민심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역대급 총선 참패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은 절대 안 된다. 국민의 심판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정치인이 법안과 정책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그에게 큰 매력이었다.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은 그가 정치권에 뛰어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김 대법원장 임명 이후 판사들이 수사 조사를 받는 걸 지켜보면서 그는 사법부의 독립과 위상이 심각하게 흔들린다는 걸 느꼈고, 이를 막아야겠다는 소명 의식이 생겼다.

“법사위가 최대 전쟁터다. 현재 검찰과 법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대법관 인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임명되는 코드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22년 판사 생활에 이런 예는 한 번도 없었다. 인사의 균형성이 깨지면 한 쪽에 치우친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 4대 요직이 호남계 인물로만 채워진 점도 굉장히 이례적이다.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게 보이니까, 일선 검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다. 코드인사는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상당히 우려스럽다.”

정치권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임대차 3법이 속수무책으로 통과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는 무력함을 느꼈다고 했다. 설익은 법안들이 정권의 오더에 따라서 처리되는 걸 보면서 국회가 ‘통법부’로 전락한 것과 같아 보였다고도 했다.

호남·여성 법조인 출신
당 외연 확장 적합 평가

"민주당 견제 방법은 국민뿐”

“임대차법을 이런 식으로 통과시키는 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입법 과정서 꼭 필요한 법안이 제때 처리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법안은 그만큼 숙성이 필요하다. 특히 세금 문제나 민생 문제로 직결되는 만큼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에 의견 수렴이 특히 중요하다. 법사위원으로서 굉장한 분노감을 느낀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부장판사 출신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서 변호사로 활동한 베테랑 법조인이다. 국회 법사위서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과 관련된 목소리를 내며 활약 중이다. 지난 25일 전체회의에선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무리한 수사, 피해사실 공표 등 검찰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수사권으로 인한 폐해는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 개혁안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수사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다. 예전부터 정권 말기에는  정권의 비리 등이 나타났다. 정권 초반이 아닌 지금 시점서 검찰을 무력화하는 것은 정권의 충견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전 의원은 여성 정책에 관심이 많다. 그는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7년엔 여성가족부 양성평등진흥 유공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전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양육비 이행확보와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최초로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출국 금지, 명단 공개 도입, 양육비 지급 의무를 위반한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해 양육비 이행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에 들어와서 성폭력 특위도 맡았고, 여성 관련 정책에도 관심이 많다. 당의 여성 정책은 부족한 편인데, 당이 변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변호사 시절에 배드파더스(badfathers) 법률 지원을 하게 됐다.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구본창 대표님과 인연도 있다. 관련 법안이 20대 국회서 발의되고 통과가 안 됐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답답했다. 양육비 미지급은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는 국회를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했다.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삐걱대면서 세 달이 삼 년 같다고. 전 의원은 정치라는 다변적인 종합예술을 겪으며, 조율과 유연성이 많이 필요한 점을 실감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진실의 편

“민주당은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민심을 따르라고 말한다.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갖고 있을 시절에 여론과 동떨어진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민심을 잃었다. 민주당은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국민밖에 없다. 국민만을 바라보면서 국민과 함께 갈 것이다. 진실이 힘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정치인이 되겠다. 난 법조인 출신이라 불의를 못 참고 목숨 거는 타입이다(웃음). 힘이 진실이 되는 것이 아닌, 진실이 힘이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 진실의 편에서 억울한 분들의 마음을 풀어주고자 한다.”


[전주혜는?]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제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미래통합당)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