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캠프 관계자 사망 사건’ 구자근 의원 공소장 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30 10:21:15
  • 호수 12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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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한 측근이 죽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캠프 관계자 사망 사건’이 결국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됐다. 사망자인 황모씨 측은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황씨에게 보좌관직을 약속한 후 이를 이행하지 않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구 의원 측은 그런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일요시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해당 사건의 공소장을 공개한다. 
 

▲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은 지난 10월8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구 의원은 21대 총선이 열리기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지금은 고인이 된 황모씨를 세 차례 찾아가 선거를 도와주면 보좌관직을 주겠다고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참모

<일요시사>는 지난 24일 해당 사건의 공소장을 입수했다. 단 공소장에 담긴 범죄 사실은 검찰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은 아님을 알린다.

공소장에 따르면, 21대 총선에 출마할 계획을 하고 있던 구 의원은 구미 지역 내부 사정에 밝고, 선거 관련 기획 업무에 능한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다. 이에 구 의원은 경북 칠곡군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황모씨를 찾아갔다.

황씨는 지난 수십년간 여러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도운 이력의 소유자다. 19대 총선을 시작으로 6회 지방선거, 20대 총선, 7회 지방선거 등에서 선거 관련 기획 업무를 도맡았다.

황씨의 지인은 “구미 지역에서 선거 기획을 가장 오래한 전문가를 꼽으라면 황씨일 것”이라며 “선거철마다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후보자가 줄을 섰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선거 도와주면 보좌관” 약속
불이행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

구 의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세 차례 황씨를 찾아가 21대 총선의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공소장에는 구 의원이 황씨에게 다음과 같은 취지로 말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자신 있어. 준비 많이 했잖아. 선거 공부를 많이 했어. 이번 선거는 수월해. 공천은 100% 받을 수 있어. 끝나고 나면 니(‘너’의 경상도 방언) 맘대로, 구미는 하고 싶은 대로 해.”

황씨는 국회 보좌관직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이에 여러 후보자들이 선거를 도와달라고 요청할 때면 황씨는 보좌관직 내지는 시장 비서관직 제공을 약속받고 캠프에 합류했다. 그러나 후보자의 낙선 또는 약속 불이행 등 여러 사유로 황씨의 바람은 무산됐다.

구 의원과 황씨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함께 선거를 준비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예비후보자 신분이었던 구 의원은 황씨를 찾아가 선거운동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고, 황씨는 승낙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황씨가 보좌관직을 원하고 있음을 구 의원이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구 의원은 새누리당 경선에서 탈락했고, 황씨 역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황씨의 아내는 이 같은 남편의 열망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찾아와 “구미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하는 구 의원에게 “구미를 어떻게 마음대로 하느냐. 구미를 마음대로 하려면 보좌관이나 돼야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구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그럼”이라고 답했다.
 

황씨 부부는 그때까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황씨의 아내는 서울에서 내려와 구 의원을 돕는 사람 중 한 명에게 보좌관직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고 구 의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구 의원은 “아니다. 선거 끝나면 집에 갈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황씨의 아내는 지난 7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도 소위 ‘서울팀’의 존재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황씨는 구 의원의 선거 캠프에 정식으로 합류하지 않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구 의원은 망설이는 황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아, 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느냐. 니 방 다 꾸며놨다. 니만 오면 되는데, 왜 안 나오냐.”

진실공방 결국 법정으로
검 “고인에 이익제공 표현”

구 의원은 황씨의 아내에게 황씨가 캠프에 출근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황씨의 아내는 그런 구 의원에게 황씨가 선거 캠프에 합류해 선거운동을 돕는 대가로 보좌관직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 재차 확인했다.

구 의원은 “에이, 나도 알고 있지. 그런 것은 신경쓰지 말라”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장 말미에 ‘이로써 피고인(구 의원)은 선거운동과 관련해 고 황씨에게 이익 제공을 약속했다’고 적시했다.

결국 황씨는 구 의원 캠프에 합류했다. 그러나 기획 담당이 아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구미갑 정당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로 신고됐다. 미래통합당 구미갑 정당선거사무소는 구 의원의 선거사무소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다. 황씨는 이곳에서 ‘실장’ 내지는 ‘기획실장’으로 불렸다.

회계책임자로 신고됐지만, 담당 업무는 구 의원의 선거 관련 기획이었다. 그는 선거 슬로건과 공약을 짰다. 통합신공항 이전, 금오산 케이블카 연장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보도자료도 작성했다. 각종 언론 인터뷰 답변서 작성도 황씨의 몫이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14일부터 4월18일까지 황씨가 구 의원의 활동과 관련해 제작한 보도자료만 43건에 달한다.

황씨는 21대 총선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5월1일 사망했다.

황씨 측은 “선거가 끝난 후 평소 앓던 간경화가 급속히 악화돼 혼수상태에 빠진 뒤 급성 간부전으로 사망했다”며 “구 의원의 배신으로 남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황씨가 구 의원에게 배신을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구 의원은 당선 후 황씨를 보좌관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구 의원은 선거운동의 대가로 황씨에게 보좌관직을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다.

진실은?

지난 27일 구 의원 측은 <일요시사>에 “당시 구미 발전을 위해(황씨에게) 도와줄 것을 요청했을 뿐 당선 후 특정한 직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바가 전혀 없다. 검찰 측 자료를 검토한 결과 고소인 측의 일방적인 주장 외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고소인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검찰이 기소를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며, 향후 재판 과정을 통해 당당히 진실을 밝히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구 의원의 재판은 12월 초순에 열린다.
 

<chm@ilyosisa.co.kr>


<구자근 의원 입장문>
캠프 관계자 사망 관련 공직선거법 기소 사건

1. 당시 구미 발전을 위해 황씨에게 선거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을 뿐 당선 후 특정한 직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바가 전혀 없다. 검찰 측 자료를 검토한 결과 미망인의 일방적인 주장 외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었다. 객관적 증거가 없음이 수사결과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검찰이 기소를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 

2. 황씨의 미망인은 선거 직후 약속했던 보좌관직을 이행하지 않아 그 충격으로 황씨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황씨는 이미 4월초 병원진단을 통해 간경화 진단을 받았고 황달과 각종 병세의 악화로 인해 선거캠프에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3. 검찰과 고소인은 황씨가 보좌관직을 제안받고 선거캠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황씨의 통화이력을 살펴 보면 선거운동 기간 동안 황씨가 당시 후보자와 통화한 이력은 문자 3건이 전부이다. 

미망인의 주장대로 황씨가 보좌관직을 약속받았다면 선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했다. 하지만 황씨는 선거캠프에서 보도자료 작성 역할만 주로 하였을 뿐 보좌관직을 받을 만한 활동을 한 바가 없다. 

4. 황씨가 선거기간 동안 병세 악화에도 불구하고 본 의원을 도와준 것과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슬픔에 대해서는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하지만 구미 발전을 위해 선거를 도와달라는 순수한 요청을 보좌관직 제안으로 왜곡하고, 건강악화로 인한 사망의 책임을 본 의원에게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5. 본 의원은 향후 재판을 통해 당당히 진실을 밝히겠다. 또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구미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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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