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예비후보들의 임대료 전쟁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24 10:18:48
  • 호수 12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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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듯한데…’ 사무실 두 배로 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선거는 ‘쩐의 전쟁’이다. 예비후보 신분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복수의 예비후보자가 말한다. “움직이나 가만히 있으나 돈이 나간다.” 그중 선거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목돈이 나가는 부분이 바로 임대료다. <일요시사>는 예비후보들이 짊어지고 있는 임대료 부담 실태를 취재했다.  
 

▲ 선거 유세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선거철만 되면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사통팔달’(사방으로 통하고 팔방으로 닿아 있음. 즉 길이나 통신망이 막힘없이 통하는 모습)해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정치권서 말하는 소위 명당이다. 

목 좋은
빌딩으로

일례로 5선의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사용했던 사무실은 광진을 지역구의 중심이자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자양 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광진을에 도전장을 내민 미래통합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무실 역시 추 장관이 사용했던 사무실과 차로 1분,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8월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인사는 <일요시사>에 “보통 사무실은 그 지역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잡는다. 오 전 시장이 사무실을 추미애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잡았다는 것은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한 바 있다.

사통팔달만이 명당의 조건은 아니다. 종로 출마를 선언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 때 정세균 국무총리가 사무실로 썼던 광화문 인근 빌딩에 사무실을 차렸다. ‘당선 프리미엄’이 붙은 명당이다. 앞서 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박진 전 의원이 이곳서 당선됐다.


황 대표와 대결을 펼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역시 당선의 기운을 받는 곳에 사무실을 꾸렸다. 이 전 총리 사무실이 있는 종로6가 금자탑빌딩은 정 총리가 20대 총선 때 사용하던 곳이다. 이 전 총리는 기존에 계약한 빌딩 3층과 정 총리가 자리를 비운 5층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종로가 대한민국의 정치 1번지라면 대구의 정치 1번지는 수성갑이다. 이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 중 많은 수가 유동인구가 많은 범어네거리 일대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해당 일대는 전통적으로 지역의 요충지로 통한다. 해당 지역구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이 일대에 사무실을 차렸다. 경쟁자였던 김문수 당시 예비후보는 당초 만촌네거리 쪽으로 사무실을 물색했으나, 김부겸 측이 범어네거리에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소식을 듣고 계획을 수정, 해당 일대에 사무실을 열었다.

명당 선점 경쟁 ‘쩐의 전쟁’
수지타산 맞지 않아 이전도

21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현재, 예비후보들은 이런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정치 신인들에게 명당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홍보가 공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들은 비싼 임대료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하곤 한다. <일요시사>와 대화를 나눈 예비후보들은 고충을 털어놨다. 

최근 수도권의 한 예비후보는 시세보다 두 배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고 사무실을 계약했다. 원래도 인기가 많은 자리였지만, 본인에 대한 출마설이 지역에 돌자 임대료가 기존 금액서 두 배로 뛰었다고 한다. 해당 예비후보는 탄탄한 조직과 인지도 등을 갖춘 현역 의원과의 대결서 승리하기 위해 비싼 임대료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총선을 앞두고 사무실을 이전하는 예비후보도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요시사>가 만난 예비후보는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비싼 임대료 대비 공간이 협소해서였다. 그는 접근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훨씬 넓은 사무실을 선택했다.

충청의 한 현역 의원실 관계자는 캠프 시절을 떠올리며, 예비후보들이 느끼는 임대료 부담에 대해 설명했다. 좋은 자리는 한정돼있고, 선거 때마다 거점으로 쓰는 자리는 정해져 있으니 부당하다고 느끼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웃돈을
주고라도

누군가 당선됐다고 하면 웃돈을 주고라도 사무실을 임대하고 싶어 하는 후보의 심리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자 등록 기간이 되면 지역에서는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된다.  

대구·경북(TK)의 한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뛰는 임대료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7일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선거철만 되면 임대료를 높게 부른다. 예를 들면 월세를 30만원 더 부르는 식이다. 관행이다. 이런 것도 사실은 선거법을 바꿔서라도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니 목 좋은 곳은 엄청나게 부른다. 이게 불공정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관행이라 말했다. 즉 임대료 상승은 총선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요시사>는 지난 6·13지방선거서 뛰었던 한 인사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임대료가 많이 세진다. 두 배가 뛰고, 그것보다 더 뛰는 경우도 있다. 진짜 자리가 좋으면 조금 더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선거철에 아쉬운 건 우리라서 건물주들이 조율을 잘 안 해줘도 ‘울며 겨자 먹기’하는 심정으로 계약해야 한다.”

지방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또 다른 인사는 “이런 경우도 있다. 건물주가 ‘난 무조건 1년 계약해야 한다. 아니면 계약을 안 하겠다. 계약하려면 하고 안 하려면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경우인데 실제로 1년 계약하는 사람도 봤다”며 “공천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보통은 선거가 다가와서 사무실을 급하게 구하는 편이라 우리가 절대적 ‘을’”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수막도
비용 지불

사무실 외벽에 설치하는 현수막 비용도 고민거리다. 현수막 설치는 사무실 임대만큼이나 중요한 선거 과정이다. 당연히 후보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크고 퀼리티 좋은 현수막을 설치하고자 한다. 문제는 현수막 설치하는 데 드는 추가적인 비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사례는 다양하다. 현수막이 건물에 입점해 있는 매장의 간판을 가리는 경우, 통상 후보자가 매장 측에 배상해야 한다. 지불 금액은 지역별로, 매장 측의 요구별로 천차만별이다. 매장 측이 후보자에게 현금 대신 선풍기나 에어콘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건물주가 현수막을 설치하는 데 따른 추가 비용을 후보자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현수막이 건물의 외관을 해치니 비용을 지불하라는 이유다. 이 또한 지역별로 사람별로 천차만별이라 일반화하기는 힘들다. 어떤 건물주는 비용을 요구하지만, 또 어떤 건물주는 요구하지 않기도 한다.
 

▲ 선거는 돈과 떼래야 뗄 수 없는 정치 이벤트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복수의 예비후보자들이 이러한 선거철 관행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 같은 관례로 선거가 ‘쩐의 전쟁’이라는 굴레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를 포함해 선거에 드는 비용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불만을 드러내는 후보자만큼이나 건물주·임대인(임대차 계약에 따라 돈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빌려준 사람)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선거철 사무실은 단기계약이 주를 이룬다. 두 달서 세 달 정도가 일반적이다. 경우에 따라서 1년 계약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따라서 단기계약을 하는 입장에서 1년, 2년 계약하는 사람과 같은 임대료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단기 임대라서…
‘떴다방’ 닮았네∼

수도권의 한 예비후보는 “나는 (건물주를)이해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두 달 정도 사무실을 쓰는 동안 그 곳을 임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느냐”며 “건물주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선거 때문에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주·임대인의 입장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예비후보는 ‘떴다방’(부동산 분양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해 일시적으로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데서 유래한 이름)을 예로 들었다. 

“(선거철 사무실은) 재고처리하려고 한두 달 장사하고 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정상적으로 1년, 2년 계약하면 되는 일 아닌가. 그 룰을 깨고 세 달 가량 사무실을 쓰는 건데(임대료를) 똑같이 내려고 하면 안 된다.”

추가적인 현수막 비용 역시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라고 여기는 예비후보가 적지 않았다. 다만 현수막이 건물을 가리는 일에 대한 배상은 ‘합당하다’와 ‘그렇지 않다’로 예비후보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합당하다는 측은 건물주의 사유재산을 이용한다는 점을, 그렇지 않다는 측은 건물주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준 적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선거는 ‘빈익빈 부익부’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정치 이벤트로 그 부담은 현역 의원들보다 예비후보에게 더 가중된다. 임대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역의 경우 통상 기존 지역 사무실을 선거 사무실로 전환한다. 반면 예비후보들은 단기로 새로운 사무실을 찾아 계약해야 한다. 현역보다 예비후보에게 가중되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더 큰 것이다. 

여전히 높은
‘15%’의 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대 총선의 선거비용 제한액을 지역구 후보자 평균 1억8200만원으로 설정했다. 지역별로 차등이 있지만, 빚내서 선거에 나온 예비후보자들에게는 여전히 부담되는 액수다. 또 현행 선거법에 따라 후보자는 15% 득표 시 선거비용 전액, 10% 득표 시 반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지도가 낮은 예비후보자들에게 15%는 여전히 높은 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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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