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예비후보들의 임대료 전쟁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24 10:18:48
  • 호수 12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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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듯한데…’ 사무실 두 배로 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선거는 ‘쩐의 전쟁’이다. 예비후보 신분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복수의 예비후보자가 말한다. “움직이나 가만히 있으나 돈이 나간다.” 그중 선거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목돈이 나가는 부분이 바로 임대료다. <일요시사>는 예비후보들이 짊어지고 있는 임대료 부담 실태를 취재했다.  
 

▲ 선거 유세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선거철만 되면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사통팔달’(사방으로 통하고 팔방으로 닿아 있음. 즉 길이나 통신망이 막힘없이 통하는 모습)해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정치권서 말하는 소위 명당이다. 

목 좋은
빌딩으로

일례로 5선의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사용했던 사무실은 광진을 지역구의 중심이자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자양 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광진을에 도전장을 내민 미래통합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무실 역시 추 장관이 사용했던 사무실과 차로 1분,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8월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인사는 <일요시사>에 “보통 사무실은 그 지역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잡는다. 오 전 시장이 사무실을 추미애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잡았다는 것은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한 바 있다.

사통팔달만이 명당의 조건은 아니다. 종로 출마를 선언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 때 정세균 국무총리가 사무실로 썼던 광화문 인근 빌딩에 사무실을 차렸다. ‘당선 프리미엄’이 붙은 명당이다. 앞서 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박진 전 의원이 이곳서 당선됐다.


황 대표와 대결을 펼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역시 당선의 기운을 받는 곳에 사무실을 꾸렸다. 이 전 총리 사무실이 있는 종로6가 금자탑빌딩은 정 총리가 20대 총선 때 사용하던 곳이다. 이 전 총리는 기존에 계약한 빌딩 3층과 정 총리가 자리를 비운 5층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종로가 대한민국의 정치 1번지라면 대구의 정치 1번지는 수성갑이다. 이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 중 많은 수가 유동인구가 많은 범어네거리 일대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해당 일대는 전통적으로 지역의 요충지로 통한다. 해당 지역구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이 일대에 사무실을 차렸다. 경쟁자였던 김문수 당시 예비후보는 당초 만촌네거리 쪽으로 사무실을 물색했으나, 김부겸 측이 범어네거리에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소식을 듣고 계획을 수정, 해당 일대에 사무실을 열었다.

명당 선점 경쟁 ‘쩐의 전쟁’
수지타산 맞지 않아 이전도

21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현재, 예비후보들은 이런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정치 신인들에게 명당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홍보가 공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들은 비싼 임대료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하곤 한다. <일요시사>와 대화를 나눈 예비후보들은 고충을 털어놨다. 

최근 수도권의 한 예비후보는 시세보다 두 배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고 사무실을 계약했다. 원래도 인기가 많은 자리였지만, 본인에 대한 출마설이 지역에 돌자 임대료가 기존 금액서 두 배로 뛰었다고 한다. 해당 예비후보는 탄탄한 조직과 인지도 등을 갖춘 현역 의원과의 대결서 승리하기 위해 비싼 임대료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총선을 앞두고 사무실을 이전하는 예비후보도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요시사>가 만난 예비후보는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비싼 임대료 대비 공간이 협소해서였다. 그는 접근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훨씬 넓은 사무실을 선택했다.

충청의 한 현역 의원실 관계자는 캠프 시절을 떠올리며, 예비후보들이 느끼는 임대료 부담에 대해 설명했다. 좋은 자리는 한정돼있고, 선거 때마다 거점으로 쓰는 자리는 정해져 있으니 부당하다고 느끼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웃돈을
주고라도

누군가 당선됐다고 하면 웃돈을 주고라도 사무실을 임대하고 싶어 하는 후보의 심리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자 등록 기간이 되면 지역에서는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된다.  

대구·경북(TK)의 한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뛰는 임대료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7일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선거철만 되면 임대료를 높게 부른다. 예를 들면 월세를 30만원 더 부르는 식이다. 관행이다. 이런 것도 사실은 선거법을 바꿔서라도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니 목 좋은 곳은 엄청나게 부른다. 이게 불공정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관행이라 말했다. 즉 임대료 상승은 총선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요시사>는 지난 6·13지방선거서 뛰었던 한 인사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임대료가 많이 세진다. 두 배가 뛰고, 그것보다 더 뛰는 경우도 있다. 진짜 자리가 좋으면 조금 더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선거철에 아쉬운 건 우리라서 건물주들이 조율을 잘 안 해줘도 ‘울며 겨자 먹기’하는 심정으로 계약해야 한다.”

지방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또 다른 인사는 “이런 경우도 있다. 건물주가 ‘난 무조건 1년 계약해야 한다. 아니면 계약을 안 하겠다. 계약하려면 하고 안 하려면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경우인데 실제로 1년 계약하는 사람도 봤다”며 “공천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보통은 선거가 다가와서 사무실을 급하게 구하는 편이라 우리가 절대적 ‘을’”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수막도
비용 지불

사무실 외벽에 설치하는 현수막 비용도 고민거리다. 현수막 설치는 사무실 임대만큼이나 중요한 선거 과정이다. 당연히 후보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크고 퀼리티 좋은 현수막을 설치하고자 한다. 문제는 현수막 설치하는 데 드는 추가적인 비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사례는 다양하다. 현수막이 건물에 입점해 있는 매장의 간판을 가리는 경우, 통상 후보자가 매장 측에 배상해야 한다. 지불 금액은 지역별로, 매장 측의 요구별로 천차만별이다. 매장 측이 후보자에게 현금 대신 선풍기나 에어콘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건물주가 현수막을 설치하는 데 따른 추가 비용을 후보자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현수막이 건물의 외관을 해치니 비용을 지불하라는 이유다. 이 또한 지역별로 사람별로 천차만별이라 일반화하기는 힘들다. 어떤 건물주는 비용을 요구하지만, 또 어떤 건물주는 요구하지 않기도 한다.
 

▲ 선거는 돈과 떼래야 뗄 수 없는 정치 이벤트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복수의 예비후보자들이 이러한 선거철 관행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 같은 관례로 선거가 ‘쩐의 전쟁’이라는 굴레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를 포함해 선거에 드는 비용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불만을 드러내는 후보자만큼이나 건물주·임대인(임대차 계약에 따라 돈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빌려준 사람)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선거철 사무실은 단기계약이 주를 이룬다. 두 달서 세 달 정도가 일반적이다. 경우에 따라서 1년 계약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따라서 단기계약을 하는 입장에서 1년, 2년 계약하는 사람과 같은 임대료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단기 임대라서…
‘떴다방’ 닮았네∼

수도권의 한 예비후보는 “나는 (건물주를)이해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두 달 정도 사무실을 쓰는 동안 그 곳을 임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느냐”며 “건물주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선거 때문에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주·임대인의 입장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예비후보는 ‘떴다방’(부동산 분양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해 일시적으로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데서 유래한 이름)을 예로 들었다. 

“(선거철 사무실은) 재고처리하려고 한두 달 장사하고 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정상적으로 1년, 2년 계약하면 되는 일 아닌가. 그 룰을 깨고 세 달 가량 사무실을 쓰는 건데(임대료를) 똑같이 내려고 하면 안 된다.”

추가적인 현수막 비용 역시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라고 여기는 예비후보가 적지 않았다. 다만 현수막이 건물을 가리는 일에 대한 배상은 ‘합당하다’와 ‘그렇지 않다’로 예비후보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합당하다는 측은 건물주의 사유재산을 이용한다는 점을, 그렇지 않다는 측은 건물주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준 적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선거는 ‘빈익빈 부익부’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정치 이벤트로 그 부담은 현역 의원들보다 예비후보에게 더 가중된다. 임대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역의 경우 통상 기존 지역 사무실을 선거 사무실로 전환한다. 반면 예비후보들은 단기로 새로운 사무실을 찾아 계약해야 한다. 현역보다 예비후보에게 가중되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더 큰 것이다. 

여전히 높은
‘15%’의 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대 총선의 선거비용 제한액을 지역구 후보자 평균 1억8200만원으로 설정했다. 지역별로 차등이 있지만, 빚내서 선거에 나온 예비후보자들에게는 여전히 부담되는 액수다. 또 현행 선거법에 따라 후보자는 15% 득표 시 선거비용 전액, 10% 득표 시 반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지도가 낮은 예비후보자들에게 15%는 여전히 높은 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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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