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예비후보들의 임대료 전쟁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24 10:18:48
  • 호수 12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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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듯한데…’ 사무실 두 배로 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선거는 ‘쩐의 전쟁’이다. 예비후보 신분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복수의 예비후보자가 말한다. “움직이나 가만히 있으나 돈이 나간다.” 그중 선거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목돈이 나가는 부분이 바로 임대료다. <일요시사>는 예비후보들이 짊어지고 있는 임대료 부담 실태를 취재했다.  
 

▲ 선거 유세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선거철만 되면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사통팔달’(사방으로 통하고 팔방으로 닿아 있음. 즉 길이나 통신망이 막힘없이 통하는 모습)해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정치권서 말하는 소위 명당이다. 

목 좋은
빌딩으로

일례로 5선의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사용했던 사무실은 광진을 지역구의 중심이자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자양 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광진을에 도전장을 내민 미래통합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무실 역시 추 장관이 사용했던 사무실과 차로 1분,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8월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인사는 <일요시사>에 “보통 사무실은 그 지역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잡는다. 오 전 시장이 사무실을 추미애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잡았다는 것은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한 바 있다.

사통팔달만이 명당의 조건은 아니다. 종로 출마를 선언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 때 정세균 국무총리가 사무실로 썼던 광화문 인근 빌딩에 사무실을 차렸다. ‘당선 프리미엄’이 붙은 명당이다. 앞서 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박진 전 의원이 이곳서 당선됐다.


황 대표와 대결을 펼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역시 당선의 기운을 받는 곳에 사무실을 꾸렸다. 이 전 총리 사무실이 있는 종로6가 금자탑빌딩은 정 총리가 20대 총선 때 사용하던 곳이다. 이 전 총리는 기존에 계약한 빌딩 3층과 정 총리가 자리를 비운 5층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종로가 대한민국의 정치 1번지라면 대구의 정치 1번지는 수성갑이다. 이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 중 많은 수가 유동인구가 많은 범어네거리 일대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해당 일대는 전통적으로 지역의 요충지로 통한다. 해당 지역구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이 일대에 사무실을 차렸다. 경쟁자였던 김문수 당시 예비후보는 당초 만촌네거리 쪽으로 사무실을 물색했으나, 김부겸 측이 범어네거리에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소식을 듣고 계획을 수정, 해당 일대에 사무실을 열었다.

명당 선점 경쟁 ‘쩐의 전쟁’
수지타산 맞지 않아 이전도

21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현재, 예비후보들은 이런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정치 신인들에게 명당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홍보가 공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들은 비싼 임대료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하곤 한다. <일요시사>와 대화를 나눈 예비후보들은 고충을 털어놨다. 

최근 수도권의 한 예비후보는 시세보다 두 배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고 사무실을 계약했다. 원래도 인기가 많은 자리였지만, 본인에 대한 출마설이 지역에 돌자 임대료가 기존 금액서 두 배로 뛰었다고 한다. 해당 예비후보는 탄탄한 조직과 인지도 등을 갖춘 현역 의원과의 대결서 승리하기 위해 비싼 임대료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총선을 앞두고 사무실을 이전하는 예비후보도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요시사>가 만난 예비후보는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비싼 임대료 대비 공간이 협소해서였다. 그는 접근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훨씬 넓은 사무실을 선택했다.

충청의 한 현역 의원실 관계자는 캠프 시절을 떠올리며, 예비후보들이 느끼는 임대료 부담에 대해 설명했다. 좋은 자리는 한정돼있고, 선거 때마다 거점으로 쓰는 자리는 정해져 있으니 부당하다고 느끼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웃돈을
주고라도

누군가 당선됐다고 하면 웃돈을 주고라도 사무실을 임대하고 싶어 하는 후보의 심리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자 등록 기간이 되면 지역에서는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된다.  

대구·경북(TK)의 한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뛰는 임대료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7일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선거철만 되면 임대료를 높게 부른다. 예를 들면 월세를 30만원 더 부르는 식이다. 관행이다. 이런 것도 사실은 선거법을 바꿔서라도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니 목 좋은 곳은 엄청나게 부른다. 이게 불공정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관행이라 말했다. 즉 임대료 상승은 총선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요시사>는 지난 6·13지방선거서 뛰었던 한 인사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임대료가 많이 세진다. 두 배가 뛰고, 그것보다 더 뛰는 경우도 있다. 진짜 자리가 좋으면 조금 더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선거철에 아쉬운 건 우리라서 건물주들이 조율을 잘 안 해줘도 ‘울며 겨자 먹기’하는 심정으로 계약해야 한다.”

지방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또 다른 인사는 “이런 경우도 있다. 건물주가 ‘난 무조건 1년 계약해야 한다. 아니면 계약을 안 하겠다. 계약하려면 하고 안 하려면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경우인데 실제로 1년 계약하는 사람도 봤다”며 “공천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보통은 선거가 다가와서 사무실을 급하게 구하는 편이라 우리가 절대적 ‘을’”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수막도
비용 지불

사무실 외벽에 설치하는 현수막 비용도 고민거리다. 현수막 설치는 사무실 임대만큼이나 중요한 선거 과정이다. 당연히 후보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크고 퀼리티 좋은 현수막을 설치하고자 한다. 문제는 현수막 설치하는 데 드는 추가적인 비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사례는 다양하다. 현수막이 건물에 입점해 있는 매장의 간판을 가리는 경우, 통상 후보자가 매장 측에 배상해야 한다. 지불 금액은 지역별로, 매장 측의 요구별로 천차만별이다. 매장 측이 후보자에게 현금 대신 선풍기나 에어콘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건물주가 현수막을 설치하는 데 따른 추가 비용을 후보자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현수막이 건물의 외관을 해치니 비용을 지불하라는 이유다. 이 또한 지역별로 사람별로 천차만별이라 일반화하기는 힘들다. 어떤 건물주는 비용을 요구하지만, 또 어떤 건물주는 요구하지 않기도 한다.
 

▲ 선거는 돈과 떼래야 뗄 수 없는 정치 이벤트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복수의 예비후보자들이 이러한 선거철 관행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 같은 관례로 선거가 ‘쩐의 전쟁’이라는 굴레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를 포함해 선거에 드는 비용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불만을 드러내는 후보자만큼이나 건물주·임대인(임대차 계약에 따라 돈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빌려준 사람)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선거철 사무실은 단기계약이 주를 이룬다. 두 달서 세 달 정도가 일반적이다. 경우에 따라서 1년 계약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따라서 단기계약을 하는 입장에서 1년, 2년 계약하는 사람과 같은 임대료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단기 임대라서…
‘떴다방’ 닮았네∼

수도권의 한 예비후보는 “나는 (건물주를)이해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두 달 정도 사무실을 쓰는 동안 그 곳을 임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느냐”며 “건물주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선거 때문에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주·임대인의 입장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예비후보는 ‘떴다방’(부동산 분양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해 일시적으로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데서 유래한 이름)을 예로 들었다. 

“(선거철 사무실은) 재고처리하려고 한두 달 장사하고 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정상적으로 1년, 2년 계약하면 되는 일 아닌가. 그 룰을 깨고 세 달 가량 사무실을 쓰는 건데(임대료를) 똑같이 내려고 하면 안 된다.”

추가적인 현수막 비용 역시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라고 여기는 예비후보가 적지 않았다. 다만 현수막이 건물을 가리는 일에 대한 배상은 ‘합당하다’와 ‘그렇지 않다’로 예비후보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합당하다는 측은 건물주의 사유재산을 이용한다는 점을, 그렇지 않다는 측은 건물주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준 적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선거는 ‘빈익빈 부익부’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정치 이벤트로 그 부담은 현역 의원들보다 예비후보에게 더 가중된다. 임대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역의 경우 통상 기존 지역 사무실을 선거 사무실로 전환한다. 반면 예비후보들은 단기로 새로운 사무실을 찾아 계약해야 한다. 현역보다 예비후보에게 가중되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더 큰 것이다. 

여전히 높은
‘15%’의 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대 총선의 선거비용 제한액을 지역구 후보자 평균 1억8200만원으로 설정했다. 지역별로 차등이 있지만, 빚내서 선거에 나온 예비후보자들에게는 여전히 부담되는 액수다. 또 현행 선거법에 따라 후보자는 15% 득표 시 선거비용 전액, 10% 득표 시 반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지도가 낮은 예비후보자들에게 15%는 여전히 높은 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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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