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좌충우돌’ 미래통합당 총선 시나리오

김형오 칼날에 성적표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총선을 앞두고 중도·보수 세력이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뭉쳤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전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낼 과제도 남았다. 아울러 중도층을 공략해야 총선서 승산이 있다. <일요시사>는 총선 전 미래통합당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예상해봤다.
 

▲ 미래통합당 출범식 갖는 지도부 ⓒ나경식 기자

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이하 전진당)을 비롯해 중도·보수세력이 합당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지난 17일 출범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분열한 이후 3년여 만이다. 이번 통합으로 범보수 세력들이 다시 뭉치면서 21대 총선의 정치 지형이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선거용
대통합?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출범식은 인산인해를 이루며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통합당은 당일 출범과 동시에 총선 체제로 전환, 선거 준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출범식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며 “이제 하나의 목표, 정권 심판의 고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자”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정당 통합을 넘어 이젠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우리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담은 것이 미래통합당”이라고 했다.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 공동위원장은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뜨거운 명령으로 통합당을 출범시키고 정권 심판의 길에 나서게 됐다”며 “통합의 키워드는 혁신, 확장, 미래”라고 강조했다.


통합당의 상징색은 ‘해피 핑크’로 정해졌다. 해피 핑크에는 자유를 원하는 국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당이 국민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통합당의 설명이다. 아울러 당의 로고는 한 사람의 가슴에 모여 국민들의 행복과 희망을 끌어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통합당 홍보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민국의 주인인 나 한 사람의 소중한 땀방울이 모여 국민의 땀방울이 되고, 모든 것은 국민의 입장서 출발해야 한다는 미래통합당의 변화된 관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보수통합은 지난해 11월6일 황 대표가 공식석상서 제안한 이후 104일 만에 이뤄졌다. 통합당의 총 의석수는 한국당 105석, 새보수당 7석, 전진당 1석 등 총 113석이다.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5석을 합하면 118석이다. 129석의 민주당에 이어 원내 2당의 자격을 갖게 된다. 총선에선 통합당과 민주당과 민주통합당(가칭), 정의당, 국민의당(가칭) 등 5개 정당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탄핵 3년 만에 뭉친 중도·보수
전략공천 이언주, 컷오프 이혜훈

통합당 지도부로는 황 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전 최고위원이었던 심재철 원내대표, 김재원 정책위의장, 조경태·정미경·김광림·김순례·신보라 최고위원이 그대로 합류하게 됐다. 아울러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와 전 새보수당 이준석 젊은정당비전위원장, 김원성 전진당 최고위원, 김영환 전 의원 등 4명이 통합당 최고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통합당의 출범으로 뿔뿔이 흩여졌던 중도·보수 세력이 하나로 규합된 듯 보이지만 곳곳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은 현재 한국당과 새보수당, 전진당을 비롯해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구 안철수계 인사, 친이명박계 등으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모두 한국당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당의 실권은 사실상 한국당이 꽉 잡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총선 전 당을 좌지우지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천관리위원회 역시 한국당 출신인 김형오 위원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통합당이 새누리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일제히 혹평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새 인물도, 새로운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돌고 돌아 결국 ‘도로 새누리당’을 선택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통합당이 보수의 혁신과 개혁을 추구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원한다면 오직 총선용으로 급조된 이합집산 정당, 탄핵을 불러온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도권을 둘러싼 새보수당과 한국당의 기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출범식서 새보수당 출신인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 하태경, 지상욱 의원이 불참한 점이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유 의원과 황 대표가 출범식서 연출하는 모습이 보수통합의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예상 밖의 행보로 볼 수 있다. 이는 새보수당이 보수통합 방식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도권
신경전

새보수당 출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출범식부터 한국당 중심으로 계획된 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 외에도 통합당 첫 의원총회서 새보수당과 한국당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이 새보수당을 ‘흡수 통합’한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의원총회 앞쪽 좌석에는 통합당 최고위원들과 새보수당 출신 의원들, 이언주 의원 등의 자리가 마련됐으며 각자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반면 옛 한국당 의원들의 자리에는 이름표가 없었다. 이에 새보수당 출신 정병국 의원이 따로 자리를 만든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새보수당은 그동안 통합의 형태가 ‘흡수 통합’이 아닌 양당이 동등한 입장서 신설 합당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첫 의총서 새보수당 세력들이 한국당에 합류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대놓고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총선은 정치 생명이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공천을 둘러싼 치열한 기싸움이 불가피하다. 양당 간 크고 작은 기싸움이 계속되는 배경에는 총선 전 공천서 밀리지 않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우려됐던 양당의 공천 갈등은 통합당 이혜훈 의원의 문제 메시지가 보도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9일 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이혜훈 의원에게 공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유 의원이 새보수당 출신 현역이나 원외인사의 공천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게 항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발표되자 통합당 공관위는 유감을 표명하며 엄중 경고에 나섰다. 공관위는 “최근 공관위의 원칙과 방향을 흔들려는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기존의 관행과 이해관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책임과 헌신을 망각하는 일부의 일탈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며 반복될 경우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


이후 공관위는 지난 21일 이 의원에 대한 컷오프를 결정했다.

아울러 전진당 출신 이언주 의원의 영도 ‘전략 공천’ 논란도 내홍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통합당 김무성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구에 이 의원의 전략공천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공천 문제는 공관위 소관사항이고 불출마하신 분께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자신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기득권을 주장하고 뒤에서 공관위원도 아니면서 아직도 막후정치 하고자하는 행태는 매우 심각한 구태 정치”라며 정면 반박했다.

통합당 내에선 김 의원을 두둔하는 기류가 강하다. 당이 통합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서 이 의원이 너무 과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SNS를 통해 “이 의원은 자중하기 바란다. 통합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경거망동은 삼가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공천 관련으로 당 내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흘러 나오자 황 대표는 “우리 안에서도 경쟁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총선 압승이라는 최종 목표 앞에서 아름다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며 논란 불식에 나섰다.
 

▲ 대화 나누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이언주 의원

통합당의 또 다른 관건은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극복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이번 총선서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역할이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역대 총선 결과를 돌이켜보면 인적 쇄신과 물갈이에 성공한 정당이 승리를 거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통합당은 탄핵 정국 이후 처음 치루는 총선이기에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의 인적 쇄신 요구에 직면해있다.

공관위의 인적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김 위원장의 행보가 힘을 받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칼날이 어느 때보다 매섭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에 이어 비박·친박계 불출마 선언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시중일관 버티던 TK(대구·경북) 지역서도 서서히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도로 새누리당? 김의 선택 주목
안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 높아


인적 쇄신의 핵심 지역은 통합당의 지지 기반인 영남권이다. 공관위 주변에서는 TK 지역의 현역 절반을 교체하고, PK(부산·경남) 지역까지 확장해 불출마 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TK 지역의 통합당 의원 20명 중 15명을 차지하는 초·재선 의원 상당수가 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 PK는 현역 28명 중 현재 10명이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그러나 통합당 내 공천 불만이 ‘내분’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천심사서 배제된 영남권 인사들이 탈당 후 친박신당과 연대해 선거판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세력인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은 합당을 발표한 상태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다음 주부터 여러 의원이 우리 당으로 입당할 것”이라며 “총선 전까지 30명의 의원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미래통합당의 친박 세력은 TK가 낙천됐을 때 절대 그대로 있지 않는다”며 “그들이 뭉쳐서 더 큰 위력을 영남에서는 발휘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도층 확장 여부도 통합당의 중요 이슈다. 통합당은 외연 확장을 위해 바른미래당서 탈당한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일부에게 입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 발 빠르게 움직인 사람은 대표적인 안철수계 사람으로 꼽히는 무소속 이동섭 의원인데, 지난 21일 통합당 입당 의사를 밝혔다. 보수진영 통합으로 4·15 총선 구도서 안철수계의 제3 지대 독자 생존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탈락자들
또 딴살림?

만일 이들이 또 다른 안철수계 인물들이 통합당에 합류한다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선거 연대’ 형식으로 통합당과 손을 잡을 공산이 높다. 통합당 역시 중도 확장을 위한 차원서 안 전 대표를 받아들인다면 중도층 확장에도 어느 정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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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