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리 동생의 ‘이상한 취업’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30 09:46:09
  • 호수 1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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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하던 사람이 건설사 대표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 동생의 취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표로 취업한 기업과 무관한 경력이 도마에 올랐다. 잘 이해되지 않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일까. 아니면 그 힘을 이용하려는 것일까.

지난달 25일, 농협캐피탈은 경영공시를 통해 이계연씨가 사외이사·감사·감사위원회 위원에서 ‘중도퇴임’했다고 밝혔다. 퇴임 이유는 ‘일신상의 사유’. 그 다음날 이씨는 SM그룹이 인수한 삼환기업의 대표이사가 됐다. SM그룹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회생절차 종결 결정으로 이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보험맨의 변신
건설 수장으로

앞서 같은 달 8일, 이씨는 두산그룹이 최근 매각한 HSD엔진(두산엔진 전신)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농협캐피탈 사외이사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퇴임한 것은 ‘사외이사 겸직 금지’ 규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사직은 상장사나 비상장사 구분 없이 2곳까지만 겸직이 허용된다.

그런데 이씨의 삼환기업 대표이사 선임은 그의 경력과 전혀 무관한 업종인 만큼 자격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씨는 20년 가까이 보험업에 종사한 ‘보험맨’이다. 


실제로 그는 ▲삼성화재보험 기획조사실, 상품개발 팀장 등(1986.8∼2005.3) ▲코리아크레딧뷰로 기획실장(2005.3∼2007.1) ▲한화손해보험 법인영업 총괄 상무(2007.2∼2010.1)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2010.8∼2016.8) 등으로 근무했다.

이씨는 한국보험학회, 한국리스트관리학회 등 보험과 관련된 학술 단체에도 소속돼있다. 관련 논문도 세 차례나 썼다.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무역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학교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외래교수기도 하다. 
 

지난 30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건설업서 일한 경험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SM그룹에 인수된 삼환기업을 이씨가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HSD엔진 사외이사도 전문성이 의심되기는 마찬가지. HSD엔진은 선박 엔진을 제조하는 회사로 이 또한 이씨의 경력과 무관하다.

이 총리 동생 삼환기업 대표이사 선임
20년 가까이 보험업…무관한 경력 도마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씨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친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리는 7남매(4남3녀)의 장남이고, 이씨는 이 총리의 셋째 동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평생 보험업계 있던 사람이 건설업 대표이사로 가는 건 말도 안 된다. 실세 총리 친동생이기 때문에 영입한 게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며 “SM그룹 우 회장과 이 총리는 같은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씨의 선임 이유가 뭘까. 먼저 삼환기업 측은 ‘회장님(우오현 SM그룹 회장) 판단’이라고 했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삼환기업은 72년 된 회사다. 보수·진보라는 표현이 그렇지만, 너무 움직이지 않은 기업이 됐다. 그러다 보니깐 역동적인 회사가 필요하다고 회장님이 판단했다”며 “이번에 취임한 대표이사는 전남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성, 한화에 근무하면서 경영에 필요한 자질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HSD엔진 측은 ‘다양성을 위해 영입했다’고 밝혔다. 

HSD 관계자는 “주총을 통해 선임됐다. 전남신용보증재단, 중앙대 교수, 농협캐피탈 사외이사 경력 등이 있었다“며 “금융전문가라고 판단했다. 전문성보다는 다양성 때문에 영입했다. 총리 친동생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간 기업들은 정부 고위직이나 권력자와 가까운 인사를 대표·사외이사로 영입해 ‘로비용’이나 ‘방패막이’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제개혁연구소도 “기업의 사외이사 상당수가 전문성 없는 로비성”이라고 지적한 바 있으며 정치권서도 비판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왔다.
 

이씨의 농협캐피탈 ‘취직’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이씨는 2016년 8월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서 퇴직했지만, 지난해 4월1일 취업 제한 기업인 농협캐피탈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퇴직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취업 제한 기업의 재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제대로 이끌까
사내외 의문도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르면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나 그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업체 또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전남신용보증재단은 전라남도청 소관 유관단체로 이사장은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이다. 농협캐피탈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한 취업제한대상 기업이며, 전남신용보증재단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다. 

이씨는 적법하게 취업심사를 거쳤지만, 고위공직자 취업제한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 고위공직자 취업제한 심사는 무의미하다. 심사 대상자 684명 중 취업 제한을 받은 사람은 5%도 안 된다”며 “같은 업종인 만큼 적절한 취업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 오를 당시 이 총리와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의 관계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호남 출신의 한 보좌관은 “박 전 지사와 이 총리는 같은 호남이며 언론인 출신이다. 둘은 정치적 동지다. 전남지사 선거 때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정치적 고비 때마다 함께했다”고 귀띔했다. 

공직 퇴직 1년 되지 않아 사외이사
심사 통과…취업제한 유명무실 지적

실제로 이 총리는 2004년 박 전 지사의 전남도지사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으며, 박 전 지사의 당선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이 총리가 박 전 선거를 돕다가 목을 너무 많이 사용해 성대결절 수술까지 받은 건 유명한 일화다. 

이외에도 2006, 2010년 지방선거 때 박 전 지사의 당선을 위해 지지유세에 나서는 등 박 전 지사의 전남도지사 3선에 큰 역할을 했다.

박 전 지사 역시 이 총리의 전남도지사 당선에 일조했다. 2014년 3월 이 총리가 전남도지사 출마 선언을 한 이후 박 전 지사는 측근들을 이 총리의 선거 캠프로 보내 선거운동을 도왔다. 당시 박 전 지사는 이 총리를 노골적으로 지지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감수했다.
 

공교롭게도 이씨는 박 전 지사가 2010년 6월 3선에 성공한 직후인 그해 7월 선임됐다. 박 전 지사가 도지사로 있는 기간 이씨는 연임에도 성공했다.


한편 이 총리는 동생 이씨 때문에 진땀을 흘린 적이 있다. 총리 임명 당시 이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 병역 회피 의혹으로 발목이 잡힐 뻔한 것.

지난해 5월 청문회 때 이 총리가 실제 거주하지 않은 모친 명의의 부동산을 거래해 2억원 이상 차익을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이 총리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이씨의 투기 의혹에 대해 공식사과까지 했다. 

‘셋째 동생 이씨가 시골의 모친을 서울서 모시기 위해 모친의 명의로 (서울 강남 소재)아파트를 2억6500만원에 매입했다. 당시 삼성화재보험에 근무하던 셋째 동생이 모친을 모시겠다고 했으나 모친이 서울 생활을 거부했다. 2004년 총선 과정서 동생에게 조기 매각토록 권유해 2005년 3월에 매각했다.’

당시 이씨는 시세차익 1억5000만원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형으로서 동생의 위법사항을 파악해 조기 매각 권유 등 조치를 취했지만,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총리 형님 덕분? 
“능력 있어서 선임”

이씨 아들이 병역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씨 아들은 캐나다로 유학을 간 후 자진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씨 측은 “아들이 오래 전부터 외국서 살았고 개인의 선택이었다”며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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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총리 동생에 물었더니… “양아치 같은 질문 하지 마라”

이낙연 총리의 셋째 동생 이계연씨는 자신의 자격 논란에 대해 “그런 양아치 같은 질문하지 마라”고 발끈했다. 다음은 이씨와 일문일답이다. 

-농협캐피탈 사외이사를 사임했다.

▲삼환기업 대표이사로 올 때 사표를 내고 왔다. 일정이 겹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삼환기업 대표이사 등기랑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법상 두 군데 못하게 돼있다. 뭘 그런 걸 취재하고 그럽니까. 그게 중요한 내용입니까. 앞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세요. 

-건설 경력이 없는데 건설사 대표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여보세요. 그게 지금 내 신상과 무슨 관계가 있어요? 당신은 지금 이런 걸 취재하고 다니는 사람이요? 정상적인 거 하세요. 이상한 거 하지 말고. 끊으세요. 어떤 ○○이 제 번호 알려줬어요. 그건 그룹이 알아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한 거지. 그런 거랑 무슨 상관있어요. 똑바로 쓰세요. 이상하게 쓰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니깐. 

-혹시 큰형인 이낙연 총리와 상관이 없나?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니깐. 어디 신문이라고 그랬죠? 쓸 데 없는 그런 신문 만들어가지고, 그런 식으로 왜 해요. 그건 주주가 알아서 선정한 거지. 국무총리랑 무슨 상관있어. 그런 양아치 같은 질문하지 마세요. 쓸 데 없는 그런 짓이나 하고 있어. 그게 언론이 할 짓이에요?

-과거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때도 말이 많았는데?

▲당신은 머릿속에 그런 생각만 들었어. 어디서 이런 사이비 취재만 배웠소? 전공이 사이비요? 되지도 않는 거 하지마세요. 국민들이 누가 그런 거 알고 싶겠소.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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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