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들킨 우오현 SM그룹 회장 ‘보복성 줄고소’ 막전막후

실패로 돌아간 언론 길들이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속이 빤히 보였던 SM그룹의 <일요시사> 길들이기가 수포로 돌아갔다. 회장님의 치부를 들춰낸 죄를 묻고자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본인들이 원했던 결말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던 속내만 여지없이 들통난 꼴이다. 

최근 들어 언론을 대하는 대기업의 대처법은 이전과 많은 부분에서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기사에 주목하기보단, 기사에 담긴 사실 자체에 불편함을 쏟아내며 언론중재위원회를 찾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언중위를 거치는 수순은 그나마 양반이다. 몇몇 대기업은 앞뒤 정황을 따지기보다는 사법적 판단을 앞세우려 한다.

빤히 보이는
불편한 속내

이렇다 보니 언론사와 기자는 꼼꼼해질 수밖에 없다. 취재 과정에서 사실 여부를 몇 번이나 검토해야 하고, 상반된 입장에 대한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하고자 애쓴다. 거의 모든 기사 속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에 담긴 표현의 어긋남을 인정하고 반론보도를 수용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기사를 사이에 둔 언론사와 대기업 간 시시비비는 끊이지 않는다. 이쯤이면 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은 대기업 입장에서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사실 여부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본인들의 치부를 공개한 언론과 기자의 펜을 어떻게든 길들이겠다는 목표만 강해질 뿐이다.

<일요시사>에 대한 SM그룹의 노골적인 괴롭힘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일요시사>는 2019년 10월18일 ‘<단독> SM그룹 후계열쇠 쥔 회장님 내연녀의 정체’라는 기사를 송고했다. 해당 기사는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모씨에 초점을 맞췄고, 한발 더 나아가 우 회장과 김씨 사이에서 태어난 우기원씨가 그룹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당시만 해도 김씨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룹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한 인물치곤 노출된 정보가 극히 미미했던 까닭이다. 어떤 계기로 SM그룹과 인연을 맺었고, 계열사 지분을 취득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진 게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일요시사>는 SM그룹 전·현직 관계자를 비롯한 다수의 취재원과 접촉해 취합한 증언을 토대로 김씨와 우 회장의 사실혼 관계를 파악했다. 당시 우 회장은 본처인 신모씨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수년 동안 ‘두 집 살림’을 해왔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었다.

경영 개입 ‘사모님 실체’ 단독 보도
그동안 게시된 기사 모두 모아 고소

물론 우 회장의 사생활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일요시사>가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SM그룹 총수의 이야기를 보도하는 데 열중하기보다는, 우 회장의 사생활이 후계구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줄 것인지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실제로 당시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김씨는 SM그룹 승계 작업의 큰 축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씨는 ▲동아건설산업 ▲삼라 ▲삼라산업개발 ▲경남디앤티 등 SM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한 상태였다.

김씨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신씨와 그의 딸들보다 많았고 <일요시사>는 이를 두고 김씨에 대한 우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인식했다. 당시 신씨의 경우 SM그룹 관련 지분이 단 1주도 없었다는 점에서 김씨와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씨의 세 딸이 보유한 SM생명과학 지분 역시 기원씨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었다.

우 회장과 김씨의 관계를 조망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승계 구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줄지 주목한 해당 기사에 대해 SM그룹 측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는 데 인색했다.

당시 SM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도, 확인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승계에 관한 질의에도 “후계구도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했을 뿐이었다.

사실혼 들통
개념은 어디로…

이처럼 <일요시사>의 질의에 명확한 답변을 꺼렸던 SM그룹은 정작 해당 기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자 상식 밖의 행동을 꺼내 들었다. 의도가 뻔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5월 SM그룹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및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을 이유로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해당 기사가 온라인에 공개된 지 7개월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2019년 7월1일자로 송출된 ‘<단독> SM그룹 우오현 회장, 총리 동생에…대통령 동생도 품었다’와 2019년 12월2일 <일요시사> 홈페이지에 등록된 ‘<단독> SM그룹-한미동맹친선협회-K사 기막힌 동거 내막’, 2018년 7월30일 보도한 ‘<단독> 총리 동생의 ‘이상한 취업’ 역시 같은 이유로 고소 절차를 밟았다.

‘SM그룹 우오현 회장, 총리 동생에…대통령 동생도 품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동생 문재익씨가 2018년부터 SM그룹 계열사인 KLCSM에서 선장으로 근무 중이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총리 동생의 이상한 취업’은 이낙연 전 총리의 셋째 동생인 이계연씨가 2018년 삼환기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지난 30년 동안 건설업에서 일한 경험이 없었던 계연씨가 삼환기업의 적임자인지 의문을 표한다.

의도 뻔한
꼬리물기

‘SM그룹-한미동맹친선협회-K사 기막힌 동거 내막’은 과거 김씨의 개인회사로 인식됐던 K사에 관한 기사였다. 이 회사는 우 회장의 친여동생 우현의씨가 운영하는 사단법인 한미동맹친선협회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사가 작성될 무렵 K사의 대표이사는 이모씨였고, K사는 이씨의 개인회사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일요시사>는 취재를 통해 K사가 SM그룹의 영향력 아래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을 다뤘다. 

<일요시사>는 K사(2009년)와 한미동맹친섭협회(2010년)는 설립할 때부터 같은 사무실을 썼다는 점을 주목했다. 한미동맹친선협회는 SM그룹의 특수관계사였고, 현의씨는 한미동맹친선협회 회장이자 SM그룹 대외협력 총괄사장을 맡던 상태였고, 우 회장은 한미동맹친선협회 고문이었다.

앞에서 열거한 기사들은 세간에 공개되지 않았던 SM그룹 내부 사안을 다룬 <일요시사> 단독 보도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국민의 알 권리에 충분히 부합할만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SM그룹이 고소를 앞세웠다는 건,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어떻게든 기사의 생명을 단절시키겠다는 의도기 자명했다. 이 같은 SM그룹의 의도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에서 또 한 번 여지없이 드러났다.

SM그룹은 앞서 열거한 네 편의 기사 이외에도 ▲17개 SM그룹 좀비기업 대해부(등록 2018년 6월15일) ▲우오현 SM그룹 회장, 1인 36역(등록 2018년 6월1일 겸직왕) ▲<탄핵 후폭풍> 좌불안석 친박기업 백태(등록 2017년 3월10일) ▲박근혜와 특별한 SM그룹, 왜?(등록 2016년 12월19일) 등 SM그룹을 언급한 대다수 <일요시사> 기사를 문제 삼았다. 작성 시기가 4년을 훌쩍 넘긴 기사를 걸고넘어지는 일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자본 권력 앞세운 대기업 무리수
노골적인 ‘재갈 물리기’ 수포로

이 과정에서 해당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들은 물론이고, 편집인과 발행인까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논조를 나타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SM그룹 후계열쇠 쥔 회장님 내연녀의 정체’를 작성한 기자에게 ‘이 기사로 인해 다른 기자들마저 송사에 휘말린 것’이라는 심적 부담을 짊어지게 하려는 얕은 수마저 엿볼 수 있다.

물론 개인이든 집단이든 누구나 소송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 소송은 단순 횡포에 불과하다. 의도가 뻔한 겁주기식 고소와 소송 돌입을 계획했던 SM그룹의 행위야말로 ‘전략적 봉쇄 소송’의 본질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행위는 커다란 위험요소를 내포한다. 무엇보다 힘을 가진 자의 심기를 거슬렀을 경우 적잖은 고초가 뒤따른다는 공포심을 조성할 수 있다.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우다 오히려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약자가 되레 범죄자로 전락하는 광경은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SM그룹의 <일요시사> 길들이기는 수포가 돼 버린 상황이다. 지난달 13일 서울방배경찰서는 SM그룹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안에 대해 일제히 ‘불송치(혐의 없음)’결정을 내렸다. 법률상 범죄가 성립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SM그룹이 지난 1년간 <일요시사>에 재갈을 물리고자 심혈을 기울였던 모든 작업이 소득 없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제 공은 SM그룹으로 넘어갔다. 단지 본인들이 불편하다는 속내를 내비치며 언론을 상대로 무력행위를 거듭해 온 SM그룹이 자정의 노력을 갖지 않는다면 지금껏 불거진 구설 이상으로 세간의 의혹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당연했던
‘혐의 없음’

언론계 관계자는 “바른 보도를 추구하는 기자들은 대기업 입장에서 언제나 위협의 대상이다. 덕분에 기자를 향한 고소·고발이 일상화되는 양상”이라며 “재력이 펜을 꺾으려는 경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SM그룹이 벌인 이번 행동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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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