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들킨 우오현 SM그룹 회장 ‘보복성 줄고소’ 막전막후

실패로 돌아간 언론 길들이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속이 빤히 보였던 SM그룹의 <일요시사> 길들이기가 수포로 돌아갔다. 회장님의 치부를 들춰낸 죄를 묻고자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본인들이 원했던 결말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던 속내만 여지없이 들통난 꼴이다. 

최근 들어 언론을 대하는 대기업의 대처법은 이전과 많은 부분에서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기사에 주목하기보단, 기사에 담긴 사실 자체에 불편함을 쏟아내며 언론중재위원회를 찾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언중위를 거치는 수순은 그나마 양반이다. 몇몇 대기업은 앞뒤 정황을 따지기보다는 사법적 판단을 앞세우려 한다.

빤히 보이는
불편한 속내

이렇다 보니 언론사와 기자는 꼼꼼해질 수밖에 없다. 취재 과정에서 사실 여부를 몇 번이나 검토해야 하고, 상반된 입장에 대한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하고자 애쓴다. 거의 모든 기사 속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에 담긴 표현의 어긋남을 인정하고 반론보도를 수용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기사를 사이에 둔 언론사와 대기업 간 시시비비는 끊이지 않는다. 이쯤이면 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은 대기업 입장에서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사실 여부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본인들의 치부를 공개한 언론과 기자의 펜을 어떻게든 길들이겠다는 목표만 강해질 뿐이다.

<일요시사>에 대한 SM그룹의 노골적인 괴롭힘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일요시사>는 2019년 10월18일 ‘<단독> SM그룹 후계열쇠 쥔 회장님 내연녀의 정체’라는 기사를 송고했다. 해당 기사는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모씨에 초점을 맞췄고, 한발 더 나아가 우 회장과 김씨 사이에서 태어난 우기원씨가 그룹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당시만 해도 김씨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룹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한 인물치곤 노출된 정보가 극히 미미했던 까닭이다. 어떤 계기로 SM그룹과 인연을 맺었고, 계열사 지분을 취득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진 게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일요시사>는 SM그룹 전·현직 관계자를 비롯한 다수의 취재원과 접촉해 취합한 증언을 토대로 김씨와 우 회장의 사실혼 관계를 파악했다. 당시 우 회장은 본처인 신모씨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수년 동안 ‘두 집 살림’을 해왔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었다.

경영 개입 ‘사모님 실체’ 단독 보도
그동안 게시된 기사 모두 모아 고소

물론 우 회장의 사생활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일요시사>가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SM그룹 총수의 이야기를 보도하는 데 열중하기보다는, 우 회장의 사생활이 후계구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줄 것인지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실제로 당시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김씨는 SM그룹 승계 작업의 큰 축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씨는 ▲동아건설산업 ▲삼라 ▲삼라산업개발 ▲경남디앤티 등 SM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한 상태였다.

김씨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신씨와 그의 딸들보다 많았고 <일요시사>는 이를 두고 김씨에 대한 우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인식했다. 당시 신씨의 경우 SM그룹 관련 지분이 단 1주도 없었다는 점에서 김씨와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씨의 세 딸이 보유한 SM생명과학 지분 역시 기원씨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었다.

우 회장과 김씨의 관계를 조망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승계 구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줄지 주목한 해당 기사에 대해 SM그룹 측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는 데 인색했다.

당시 SM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도, 확인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승계에 관한 질의에도 “후계구도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했을 뿐이었다.

사실혼 들통
개념은 어디로…

이처럼 <일요시사>의 질의에 명확한 답변을 꺼렸던 SM그룹은 정작 해당 기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자 상식 밖의 행동을 꺼내 들었다. 의도가 뻔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5월 SM그룹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및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을 이유로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해당 기사가 온라인에 공개된 지 7개월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2019년 7월1일자로 송출된 ‘<단독> SM그룹 우오현 회장, 총리 동생에…대통령 동생도 품었다’와 2019년 12월2일 <일요시사> 홈페이지에 등록된 ‘<단독> SM그룹-한미동맹친선협회-K사 기막힌 동거 내막’, 2018년 7월30일 보도한 ‘<단독> 총리 동생의 ‘이상한 취업’ 역시 같은 이유로 고소 절차를 밟았다.

‘SM그룹 우오현 회장, 총리 동생에…대통령 동생도 품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동생 문재익씨가 2018년부터 SM그룹 계열사인 KLCSM에서 선장으로 근무 중이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총리 동생의 이상한 취업’은 이낙연 전 총리의 셋째 동생인 이계연씨가 2018년 삼환기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지난 30년 동안 건설업에서 일한 경험이 없었던 계연씨가 삼환기업의 적임자인지 의문을 표한다.

의도 뻔한
꼬리물기

‘SM그룹-한미동맹친선협회-K사 기막힌 동거 내막’은 과거 김씨의 개인회사로 인식됐던 K사에 관한 기사였다. 이 회사는 우 회장의 친여동생 우현의씨가 운영하는 사단법인 한미동맹친선협회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사가 작성될 무렵 K사의 대표이사는 이모씨였고, K사는 이씨의 개인회사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일요시사>는 취재를 통해 K사가 SM그룹의 영향력 아래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을 다뤘다. 


<일요시사>는 K사(2009년)와 한미동맹친섭협회(2010년)는 설립할 때부터 같은 사무실을 썼다는 점을 주목했다. 한미동맹친선협회는 SM그룹의 특수관계사였고, 현의씨는 한미동맹친선협회 회장이자 SM그룹 대외협력 총괄사장을 맡던 상태였고, 우 회장은 한미동맹친선협회 고문이었다.

앞에서 열거한 기사들은 세간에 공개되지 않았던 SM그룹 내부 사안을 다룬 <일요시사> 단독 보도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국민의 알 권리에 충분히 부합할만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SM그룹이 고소를 앞세웠다는 건,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어떻게든 기사의 생명을 단절시키겠다는 의도기 자명했다. 이 같은 SM그룹의 의도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에서 또 한 번 여지없이 드러났다.

SM그룹은 앞서 열거한 네 편의 기사 이외에도 ▲17개 SM그룹 좀비기업 대해부(등록 2018년 6월15일) ▲우오현 SM그룹 회장, 1인 36역(등록 2018년 6월1일 겸직왕) ▲<탄핵 후폭풍> 좌불안석 친박기업 백태(등록 2017년 3월10일) ▲박근혜와 특별한 SM그룹, 왜?(등록 2016년 12월19일) 등 SM그룹을 언급한 대다수 <일요시사> 기사를 문제 삼았다. 작성 시기가 4년을 훌쩍 넘긴 기사를 걸고넘어지는 일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자본 권력 앞세운 대기업 무리수
노골적인 ‘재갈 물리기’ 수포로

이 과정에서 해당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들은 물론이고, 편집인과 발행인까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논조를 나타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SM그룹 후계열쇠 쥔 회장님 내연녀의 정체’를 작성한 기자에게 ‘이 기사로 인해 다른 기자들마저 송사에 휘말린 것’이라는 심적 부담을 짊어지게 하려는 얕은 수마저 엿볼 수 있다.

물론 개인이든 집단이든 누구나 소송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 소송은 단순 횡포에 불과하다. 의도가 뻔한 겁주기식 고소와 소송 돌입을 계획했던 SM그룹의 행위야말로 ‘전략적 봉쇄 소송’의 본질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행위는 커다란 위험요소를 내포한다. 무엇보다 힘을 가진 자의 심기를 거슬렀을 경우 적잖은 고초가 뒤따른다는 공포심을 조성할 수 있다.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우다 오히려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약자가 되레 범죄자로 전락하는 광경은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SM그룹의 <일요시사> 길들이기는 수포가 돼 버린 상황이다. 지난달 13일 서울방배경찰서는 SM그룹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안에 대해 일제히 ‘불송치(혐의 없음)’결정을 내렸다. 법률상 범죄가 성립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SM그룹이 지난 1년간 <일요시사>에 재갈을 물리고자 심혈을 기울였던 모든 작업이 소득 없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제 공은 SM그룹으로 넘어갔다. 단지 본인들이 불편하다는 속내를 내비치며 언론을 상대로 무력행위를 거듭해 온 SM그룹이 자정의 노력을 갖지 않는다면 지금껏 불거진 구설 이상으로 세간의 의혹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당연했던
‘혐의 없음’

언론계 관계자는 “바른 보도를 추구하는 기자들은 대기업 입장에서 언제나 위협의 대상이다. 덕분에 기자를 향한 고소·고발이 일상화되는 양상”이라며 “재력이 펜을 꺾으려는 경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SM그룹이 벌인 이번 행동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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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