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M그룹-한미동맹친선협회-K사 기막힌 동거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2.02 10:02:18
  • 호수 1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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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당마님이 세운 수상한 회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요즘 말 많고 탈 많은 SM그룹. 이번엔 SM그룹 뒤에 숨은 수상한 회사가 포착됐다.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사실혼 관계이자 그룹 2대주주 김혜란 삼라 이사(<일요시사> 1241호 ‘SM그룹 후계열쇠 쥔 회장님 내연녀의 정체’ 참조)가 설립한 ‘K사’다. 실소유주, 매출, 사무실 등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요시사>가 한꺼풀씩 그 베일을 벗겨봤다.
 

K사는 2009년 1월 화물운송 중개, 대리 및 관련 서비스업 등으로 설립됐다. SM그룹 2대주주이자 우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 이사의 개인회사였다. 설립 당시 김 이사는 자본금 1억원에 지분 100%로 K사를 세웠다. K사는 우오현 회장과 김 이사 사이서 태어난 장남 우기원 라도 대표이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회사?
자회사?

대표이사도 김 이사였다. K사 법인등기부등본부에 따르면 김 이사는 ‘대표권 있는 사내이사’로 나타났다. 그는 K사를 설립할 당시 SM그룹의 지주사격인 삼라의 지분 15.00%를 보유한 3대 주주였다. 

김 이사가 K사 경영에 직접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2010년경 한 협력업체가 SM그룹의 수수료 갑질을 견디다 못해 K사 대표이사였던 김 이사에게 호소문을 쓴 적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협력업체 호소문은 다음과 같다. 

“김혜란 사장님 저는 현재 SM그룹 모 계열사에 재료를 납품하고 있는 하청업체 사장입니다. 정말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어 이렇게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우오현)회장님께 보내기는 그룹 총수로 계시는 분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가장 빨리 전달될 곳이 (김혜란)사장님이라 생각돼 보내게 됐습니다. 갑작스럽게 받으시고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저의 얘기를 들어보시고 회장님께 말씀 좀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2012년도 김 이사는 돌연 K사의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모든 등기임원직서 사임했다. 그가 왜 K사의 등기임원직서 물러났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김 이사는 K사에서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김 이사가 사임한 시점으로 SM그룹과 K사는 무관하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 K사의 대표이사는 이모씨다. 2012년 5월 김 이사가 등기이사직서 물러난 이후, 그해 8월 이씨가 K사 지분 100%를 인수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K사는 이씨의 개인회사가 됐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여전히 K사가 SM그룹의 영향력 아래 운영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서 포착됐다. 그동안 K사가 SM그룹 계열사로 보일만한 행적이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제도 개요 및 지정자료 작성 요령’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 범위는 주식 취득과 소유 명의와 상관없이 실질 소유 관계로도 판단할 수 있다. 모기업 혹은 총수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계열사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공정거래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3조’는 지배적인 영향력 판단 기준을 다섯 가지로 명확하게 규정했다. 

K사 실체는? 사실혼 배우자가 설립
그룹 계열 같이 명함·회사간판 만들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3조)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사를, 대기업 총수가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K사는 지배적인 영향력 판단 기준 다섯 가지 중 최소 네 가지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당해 회사가 동일인(대기업 총수)의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로 인정될 수 있는 영업상의 표시행위를 하는 등 사회 통념상 경제적 동일체로 인정되는 회사 = K사는 대외적으로 SM그룹 계열사인 것처럼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K사 임원 A씨 명함에는 ‘SM KOOOOOOO’로 표기돼있다. 명함에 나타난 ‘SM’의 로고는 SM그룹이 사용하는 CI였다. 현재 K사는 이 명함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사 관계자에 따르면 <일요시사>가 입수한 명함을 2013년 초반까지만 사용했다.
 

▲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명예사단장으로 30사단 장병 사열식을 해 논란이 됐다. 당시 우오현 회장의 친 여동생이자 한미동맹친선협회 회장인 우현의씨도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11월4일 <일요시사>는 K사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일신빌딩을 찾았다. K사 사무실 입간판에는 SM KOOOOOOO라고 돼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일요시사>가 K사 사무실 재방문했을 때는 입간판이 사라진 상태였다. 

2010년 5월 우 회장의 친여동생이자 한미동맹친선협회 회장인 우현의씨가 <매경이코노미>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우씨의 인터뷰 사진 뒷배경을 보면 ‘SM KOOOOOOO’ 간판이 있다.  K사 사무실서 인터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우씨는 당시 SM그룹 계열사인 경남티앤디 사장이었다.  

우씨는 최근 논란이 된 우 회장의 ‘명예사단장 30사단 장병 사열식’을 기획한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 회장의 명예사단장 사열식에 우씨도 참석했다. 또 우씨도 지난해 육군 1사단 명예사단장에 위촉돼 열병식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무실도 
함께 쓴다

▲동일인이 직접 또는 동일인 관련자를 통해 당해 회사의 조직변경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 = K사는 우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 이사가 설립한 회사였다. 2012년 K사와 관련된 모든 등기이사직서 사임하면서 SM그룹과 사실상 무관한 회사가 됐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동안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가 ‘한몸’처럼 움직였다. 두 회사는 총 3번의 사무실 이전을 했는데, 매번 같은 사무실을 함께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동맹친선협회는 SM그룹의 계열사로 분류되는 특수관계사다. 현재 우씨는 한미동맹친선협회 회장이자 SM그룹 대외협력 총괄사장이다. 우 회장은 한미동맹친선협회 고문이기도 하다. 

K사(2009년)와 한미동맹친섭협회(2010년)는 설립할 때부터 같은 사무실을 썼다.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의 법인 등기부등본부에 따르면 설립 초창기 두 회사 사무실 주소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381-16 KCC엠파이어리버 208호였다. 

2011년 K사가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한미동맹친선협회도 해당 사무실로 이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두 회사의 법인 등기부등본부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까지 사무실 주소가 서울 여의도동 17-9 잠사회관 403호였다. 

현재도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다. 두 회사의 사무실 주소는 여의동 15-15 일신빌딩 3층이다. 실제로 사무실 입구에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 간판이 함께 걸려 있었다. 


그룹·TNS
“관련 없다”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와 인사(임·직원) 교류가 있는 회사 = SM그룹을 비롯해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는 인사교류가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 

K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를 지냈던 김 이사는 현재 SM그룹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이다. 김 이사는 대한해운·경남티앤디·동아건설산업·삼라산업개발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 외에도 2006과 2007년부터 현재까지 SM그룹 계열사 우방산업의 감사며, 삼라마이다스 사내이사다.

K사 임원 A씨가 SM그룹과 특수관계사인 한미동맹친선협회 사무총장인 것으로 확인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A씨 명함에는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 직함이 표기돼있다. 이 명함에는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 홈페이지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한미동맹친선협회 정관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회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일반사무를 총괄하고 사무를 관장한다. 실제로 A씨는 한미동맹친선협회 실무도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미동맹친선협회의 2015년도 사업실적보고서의 작성자가 A씨였다. 
 

▲통상적인 범위를 초과해 동일인 또는 동일인 관련자와 자금·자산·용역 등의 거래를 하거나 채무보증 관계가 있는 회사 = K사는 설립 초창기부터 SM그룹의 일감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K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2009년 6월 SM그룹 물류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0월 28일 SM그룹 사정에 정통한 핵심 관계자는 “SM그룹이 우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 이사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SM그룹과 K사 사이 구체적인 거래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여전히 SM그룹과 K사 사이 거래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실제로 K사는 설립 초창기부터 수십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일으켰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K사 연간 매출은 ▲2009년 17억원 ▲2010년 30억원 ▲2011년 33억원  ▲2012년 59억원 ▲2013년 120억원 ▲2014년 140억원 ▲2015년 70억원 ▲2016년 50억원 ▲2017년 60억원 ▲2018년 50억원 등인 것으로 파악된다. 

여동생 운영 협회 
‘한몸’처럼 움직여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3조 중 단 하나라도 부합할 경우 반드시 계열사로 신고·편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K사가 SM그룹의 위장 계열사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위장 계열사란 실제로는 계열사지만 외견상 계열관계가 아닌 것처럼 은닉된 회사를 말한다. 공정거래법상 위장 계열사는 불법이다. 그동안 재벌과 대기업들이 위장 계열사를 불공정 거래와 부정한 돈세탁, 비자금 마련, 세금 면탈,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위법성 있는 계열사’나 위장 계열사로 판정하면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검찰 고발까지 가능하다. 

앞서 2016년 공정위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를 위해 설립한 회사를 롯데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판단했다. 신 총괄회장과 서씨 역시 법적인 부부가 아니다. 두 사람이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씨 회사가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결과 두 사람이 법적인 부부가 아니지만 사실상 특수관계인이며, 경영권, 인사권 행사 등 롯데그룹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서씨 회사를 롯데그룹 위장 계열사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신 총괄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서씨 회사를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조치했다. 

신 총괄회장은 1심서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반면 롯데그룹은 서씨 회사 계열사 편입 조치에 반발해 공정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서 승소한 상태다.

SM그룹과 K사는 두 회사가 ‘무관한 회사’라고 밝혔다. 지난 11월28일 <일요시사>는 반론을 듣기 위해 SM그룹 관계자와 직접 만났다. SM그룹 관계자는 “K사와 SM그룹은 전혀 관련이 없다. SM그룹 계열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제대로 된 반론을 듣기 위해 SM그룹 법무팀 임원에게도 여러 차례 통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관계 없다고?
영향력 여전

K사 관계자는 “과거 김 이사가 설립했던 건 맞지만, 지금은 SM그룹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현재 SM그룹 명함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과거 협력사 차원서 SM그룹 명함을 사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K사 직원이 한미동맹친선협회 일을 한 것에 대해)오래 전부터 봉사 차원서 협회 일을 해왔다. 협회 쪽에서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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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