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M그룹-한미동맹친선협회-K사 기막힌 동거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2.02 10:02:18
  • 호수 1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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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당마님이 세운 수상한 회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요즘 말 많고 탈 많은 SM그룹. 이번엔 SM그룹 뒤에 숨은 수상한 회사가 포착됐다.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사실혼 관계이자 그룹 2대주주 김혜란 삼라 이사(<일요시사> 1241호 ‘SM그룹 후계열쇠 쥔 회장님 내연녀의 정체’ 참조)가 설립한 ‘K사’다. 실소유주, 매출, 사무실 등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요시사>가 한꺼풀씩 그 베일을 벗겨봤다.
 

K사는 2009년 1월 화물운송 중개, 대리 및 관련 서비스업 등으로 설립됐다. SM그룹 2대주주이자 우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 이사의 개인회사였다. 설립 당시 김 이사는 자본금 1억원에 지분 100%로 K사를 세웠다. K사는 우오현 회장과 김 이사 사이서 태어난 장남 우기원 라도 대표이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회사?
자회사?

대표이사도 김 이사였다. K사 법인등기부등본부에 따르면 김 이사는 ‘대표권 있는 사내이사’로 나타났다. 그는 K사를 설립할 당시 SM그룹의 지주사격인 삼라의 지분 15.00%를 보유한 3대 주주였다. 

김 이사가 K사 경영에 직접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2010년경 한 협력업체가 SM그룹의 수수료 갑질을 견디다 못해 K사 대표이사였던 김 이사에게 호소문을 쓴 적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협력업체 호소문은 다음과 같다. 

“김혜란 사장님 저는 현재 SM그룹 모 계열사에 재료를 납품하고 있는 하청업체 사장입니다. 정말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어 이렇게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우오현)회장님께 보내기는 그룹 총수로 계시는 분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가장 빨리 전달될 곳이 (김혜란)사장님이라 생각돼 보내게 됐습니다. 갑작스럽게 받으시고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저의 얘기를 들어보시고 회장님께 말씀 좀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2012년도 김 이사는 돌연 K사의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모든 등기임원직서 사임했다. 그가 왜 K사의 등기임원직서 물러났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김 이사는 K사에서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김 이사가 사임한 시점으로 SM그룹과 K사는 무관하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 K사의 대표이사는 이모씨다. 2012년 5월 김 이사가 등기이사직서 물러난 이후, 그해 8월 이씨가 K사 지분 100%를 인수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K사는 이씨의 개인회사가 됐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여전히 K사가 SM그룹의 영향력 아래 운영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서 포착됐다. 그동안 K사가 SM그룹 계열사로 보일만한 행적이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제도 개요 및 지정자료 작성 요령’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 범위는 주식 취득과 소유 명의와 상관없이 실질 소유 관계로도 판단할 수 있다. 모기업 혹은 총수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계열사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공정거래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3조’는 지배적인 영향력 판단 기준을 다섯 가지로 명확하게 규정했다. 

K사 실체는? 사실혼 배우자가 설립
그룹 계열 같이 명함·회사간판 만들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3조)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사를, 대기업 총수가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K사는 지배적인 영향력 판단 기준 다섯 가지 중 최소 네 가지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당해 회사가 동일인(대기업 총수)의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로 인정될 수 있는 영업상의 표시행위를 하는 등 사회 통념상 경제적 동일체로 인정되는 회사 = K사는 대외적으로 SM그룹 계열사인 것처럼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K사 임원 A씨 명함에는 ‘SM KOOOOOOO’로 표기돼있다. 명함에 나타난 ‘SM’의 로고는 SM그룹이 사용하는 CI였다. 현재 K사는 이 명함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사 관계자에 따르면 <일요시사>가 입수한 명함을 2013년 초반까지만 사용했다.
 

▲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명예사단장으로 30사단 장병 사열식을 해 논란이 됐다. 당시 우오현 회장의 친 여동생이자 한미동맹친선협회 회장인 우현의씨도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11월4일 <일요시사>는 K사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일신빌딩을 찾았다. K사 사무실 입간판에는 SM KOOOOOOO라고 돼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일요시사>가 K사 사무실 재방문했을 때는 입간판이 사라진 상태였다. 

2010년 5월 우 회장의 친여동생이자 한미동맹친선협회 회장인 우현의씨가 <매경이코노미>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우씨의 인터뷰 사진 뒷배경을 보면 ‘SM KOOOOOOO’ 간판이 있다.  K사 사무실서 인터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우씨는 당시 SM그룹 계열사인 경남티앤디 사장이었다.  

우씨는 최근 논란이 된 우 회장의 ‘명예사단장 30사단 장병 사열식’을 기획한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 회장의 명예사단장 사열식에 우씨도 참석했다. 또 우씨도 지난해 육군 1사단 명예사단장에 위촉돼 열병식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무실도 
함께 쓴다

▲동일인이 직접 또는 동일인 관련자를 통해 당해 회사의 조직변경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 = K사는 우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 이사가 설립한 회사였다. 2012년 K사와 관련된 모든 등기이사직서 사임하면서 SM그룹과 사실상 무관한 회사가 됐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동안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가 ‘한몸’처럼 움직였다. 두 회사는 총 3번의 사무실 이전을 했는데, 매번 같은 사무실을 함께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동맹친선협회는 SM그룹의 계열사로 분류되는 특수관계사다. 현재 우씨는 한미동맹친선협회 회장이자 SM그룹 대외협력 총괄사장이다. 우 회장은 한미동맹친선협회 고문이기도 하다. 

K사(2009년)와 한미동맹친섭협회(2010년)는 설립할 때부터 같은 사무실을 썼다.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의 법인 등기부등본부에 따르면 설립 초창기 두 회사 사무실 주소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381-16 KCC엠파이어리버 208호였다. 

2011년 K사가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한미동맹친선협회도 해당 사무실로 이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두 회사의 법인 등기부등본부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까지 사무실 주소가 서울 여의도동 17-9 잠사회관 403호였다. 

현재도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다. 두 회사의 사무실 주소는 여의동 15-15 일신빌딩 3층이다. 실제로 사무실 입구에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 간판이 함께 걸려 있었다. 


그룹·TNS
“관련 없다”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와 인사(임·직원) 교류가 있는 회사 = SM그룹을 비롯해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는 인사교류가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 

K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를 지냈던 김 이사는 현재 SM그룹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이다. 김 이사는 대한해운·경남티앤디·동아건설산업·삼라산업개발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 외에도 2006과 2007년부터 현재까지 SM그룹 계열사 우방산업의 감사며, 삼라마이다스 사내이사다.

K사 임원 A씨가 SM그룹과 특수관계사인 한미동맹친선협회 사무총장인 것으로 확인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A씨 명함에는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 직함이 표기돼있다. 이 명함에는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 홈페이지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한미동맹친선협회 정관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회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일반사무를 총괄하고 사무를 관장한다. 실제로 A씨는 한미동맹친선협회 실무도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미동맹친선협회의 2015년도 사업실적보고서의 작성자가 A씨였다. 
 

▲통상적인 범위를 초과해 동일인 또는 동일인 관련자와 자금·자산·용역 등의 거래를 하거나 채무보증 관계가 있는 회사 = K사는 설립 초창기부터 SM그룹의 일감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K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2009년 6월 SM그룹 물류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0월 28일 SM그룹 사정에 정통한 핵심 관계자는 “SM그룹이 우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 이사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SM그룹과 K사 사이 구체적인 거래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여전히 SM그룹과 K사 사이 거래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실제로 K사는 설립 초창기부터 수십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일으켰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K사 연간 매출은 ▲2009년 17억원 ▲2010년 30억원 ▲2011년 33억원  ▲2012년 59억원 ▲2013년 120억원 ▲2014년 140억원 ▲2015년 70억원 ▲2016년 50억원 ▲2017년 60억원 ▲2018년 50억원 등인 것으로 파악된다. 

여동생 운영 협회 
‘한몸’처럼 움직여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3조 중 단 하나라도 부합할 경우 반드시 계열사로 신고·편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K사가 SM그룹의 위장 계열사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위장 계열사란 실제로는 계열사지만 외견상 계열관계가 아닌 것처럼 은닉된 회사를 말한다. 공정거래법상 위장 계열사는 불법이다. 그동안 재벌과 대기업들이 위장 계열사를 불공정 거래와 부정한 돈세탁, 비자금 마련, 세금 면탈,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위법성 있는 계열사’나 위장 계열사로 판정하면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검찰 고발까지 가능하다. 

앞서 2016년 공정위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를 위해 설립한 회사를 롯데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판단했다. 신 총괄회장과 서씨 역시 법적인 부부가 아니다. 두 사람이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씨 회사가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결과 두 사람이 법적인 부부가 아니지만 사실상 특수관계인이며, 경영권, 인사권 행사 등 롯데그룹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서씨 회사를 롯데그룹 위장 계열사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신 총괄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서씨 회사를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조치했다. 

신 총괄회장은 1심서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반면 롯데그룹은 서씨 회사 계열사 편입 조치에 반발해 공정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서 승소한 상태다.

SM그룹과 K사는 두 회사가 ‘무관한 회사’라고 밝혔다. 지난 11월28일 <일요시사>는 반론을 듣기 위해 SM그룹 관계자와 직접 만났다. SM그룹 관계자는 “K사와 SM그룹은 전혀 관련이 없다. SM그룹 계열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제대로 된 반론을 듣기 위해 SM그룹 법무팀 임원에게도 여러 차례 통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관계 없다고?
영향력 여전

K사 관계자는 “과거 김 이사가 설립했던 건 맞지만, 지금은 SM그룹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현재 SM그룹 명함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과거 협력사 차원서 SM그룹 명함을 사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K사 직원이 한미동맹친선협회 일을 한 것에 대해)오래 전부터 봉사 차원서 협회 일을 해왔다. 협회 쪽에서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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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