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6.18 01:01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검찰과 경찰의 마약사범 검거율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검찰은 최근 수사 과정에서 효성·남양유업 등 재벌 오너 일가 자제들과 고위공직자 아들이 마약을 투약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중 일부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추가 피의자가 있을 것이라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대한민국이 ‘마약청정국’이라는 말도 옛말이다.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를 비롯해 효성가·고려제강·JB금융지주 등 오너 일가 자제들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수사 포위망이 좁혀오자 전직 경찰청장의 아들도 자수했다. 이들은 해외 유학파 출신인 자기들만의 모임인 ‘이너서클’까지 구성해 투약에 그치지 않고 판매와 공급까지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 명단 더 나올까 상습적 마약 투약 혐의로 재벌가 3세 등을 넘긴 검찰은 이들에게 마약을 유통한 공급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재미교포 사업가인 30대 A씨(구속 기소)는 미국 유학을 온 부유층 자제 등과 관계를 맺은 뒤 이너서클을 중심으로 장기간 마약을 공급해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현재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사용하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등 방법으로 그와 연결된 마약 투약범을 추적 중이다. 지난달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A씨가 해외 공급선을 통해 마약을 제공받아 남양유업 창업주의 손자 홍모(40·구속 기소)씨 등에게 유통한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홍씨는 ‘버닝썬 게이트’ 핵심 인물이던 황하나씨의 사촌 오빠다. A씨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중인데, 수사팀은 그가 마약 거래에 사용했던 아이폰을 확보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마약 수사 경력이 많은 한 변호사는 “마약 공급책이 수사 과정에서 함구하는 이유는 자신이 최상위 공급책이거나 직접적으로 해외 공급망과 연계됐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가 운영하는 서울의 한 헬스클럽에서도 범행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근 해당 헬스클럽을 압수수색했다. 그는 미국 현지의 한인 커뮤니티에서 유학생들과 친분을 쌓으며 함께 대마를 투약하고, 한국에 입국한 뒤에도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마약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통상 불특정 다수에게 마약을 판매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메신저가 아닌, 국내 유명 메신저 대화방을 통로로 마약을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신뢰관계가 있고 마약을 지속적으로 살 여력이 되는 검증된 지인들에게만 마약을 판매해온 것으로 보인다. 효성·고려제강·남양유업 일가에 경찰청장 아들까지 해외유학 모임 결성해 상습 투약 ‘황하나 닮은꼴’ A씨의 범행은 홍씨가 소지하고 있던 대마의 전달 경로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꼬리가 잡혔다. 최근 구속 기소된 홍씨에게 적용된 주요 공소사실은 지난 10월부터 대마 매도·소지 및 흡연 혐의다. 수사 경과에 따라 홍씨에게 추가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홍씨 외에도 이번 검찰 수사로 재벌가·부유층 자녀 등 9명이 마약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30일에는 범효성가 3세인 조모(39)씨와 JB금융지주사 전 회장의 사위인 임모(38)씨 등이 대마 매수 및 흡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직 경찰청장 아들 등 3명이 자수를 하기도 했다. 마약사범이 자수하게 되면, 초범일 경우 기소유예나 약식기소(벌금) 정도로 검찰의 사건 처분 수위가 내려갈 수 있다. 최근에는 고려제강 창업주의 손자인 홍모씨가 구속됐다. 검찰은 상당 기간 전부터 홍씨의 마약 거래·투약 혐의를 인지하고 수사를 벌여 왔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17일 밤 11시쯤 홍씨를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체포하고 동시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홍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겁이 나서(소지했던 대마를) 모두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제강 관계자는 “홍씨는 고려제강 창업주 홍종열 회장의 손자”라면서도 “현재 고려제강과는 완전히 무관한 인물이며 고려제강의 3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홍씨는 여전히 고려제강 계열사 상무로 재직 중이다. 재벌 3세 등 부유층 자녀들이 마약에 빠지게 된 것은 유소년 시절에 미국 등지로 유학을 가 어린 나이에 대마 등 마약을 접한 뒤 끊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판단 후 수사 확대 마약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부모와 따로 살며 자유분방하게 지낸 재벌가 자제들이 귀국 후에도 대마를 끊지 못하고 상습적으로 흡연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최근에는 대마 등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거리낌 없이 투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대부분이 부유층 자제로 해외 유학 등을 하며 쌓은 인연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암암리에 상당 기간 마약을 서로 사고팔았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공급책 역할을 했던 A씨의 입을 여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액상 대마는 대마 잎을 압착해 추출한 원액으로 만든 것으로, 대마 잎을 말려서 피는 기존 대마보다 농도가 10배 이상 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대마보다 환각 증상과 중독성이 강하지만, 주로 시중에 유통되는 전자담배 용기 등에 담아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적발이 어렵다고 한다. 국내 마약은 대부분 해외에서 들어온다. 반입 경로도 굉장히 많다. 소규모 마약의 경우 국제특급우편(EMS)을 통해 바로 배송된다. 1~3kg의 마약은 보통 ‘지게꾼’을 활용한다. 동남아시아 현지 밀반입 전문가들을 고용해 몸과 짐에 숨겨 국내로 반입하고 kg당 1000만원 정도의 돈을 챙겨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 가장 많이 퍼진 필로폰은 캄보디아와 라오스, 태국 등에서 많이 생산된다. 국내에 들어오는 필로폰의 50%가 동남아산일 정도다. 동남아산 마약은 기업 간 택배를 이용하거나 중국을 거쳐 인천에서 어선과 어선을 통해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비행기와 선박 등은 대량 운반이 가능하지만 적발 위험이 크다. 특히 알약·결정·잎사귀 형태는 적발 가능성이 커서 술·구강청결제 등 액체 형태로 들어오기도 한다. 부잣집 네트워크 검찰이 지난 1~10월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하는 필로폰 등을 투약해 입건한 인원은 9802명, 코카인 등 마약을 투약한 인원은 2425명, 대마사범은 295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압수된 마약류는 635.4kg으로 지난해의 406.1kg보다 56.5% 증가했다. 검찰에 입건된 전체 마약류 사범 중 남성은 72.3%, 여성은 27.7%로 남성 투약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을 투약한 이들은 남성이 51.3%, 여성이 48.7%로 비슷했다. 적발된 마약사범의 직업은 대마·마약·향정 모두 무직이 4919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대마사범은 ▲직업 미상 372명 ▲회사원 342명 ▲학생 113명 ▲마약사범은 농업 396명 ▲직업 미상 143명 ▲가사 101명 ▲향정사범은 직업 미상 991명 ▲노동 518명 ▲회사원 485명 ▲학생 285명으로 나타났다. 마약류 사범의 연령대는 20~30대가 8308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이 2045명으로 뒤를 이었다. 40대는 2329명, 50대는 1676명으로 확인됐다. 15~19세 미성년자도 379명에 달했고 15세 미만 마약류 사범도 40명이나 적발됐다. 현재 수사기관은 마약류 확산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마약류의 공급 및 유통사범 단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단속 강화에 비례해 지난해 하반기에 마약사건을 다루는 로펌에도 마약류의 공급사범, 유통사범, 판매사범의 방문 역시 증가했다. 대마 공급·투약 매수까지 수년 전부터 이뤄진 행위? 마약류 판매 피라미드의 상단에 위치한 사범들은 추적이 불가능한 다수의 전자지갑과 가상화폐를 사용해 마약류 판매 금원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마약류 사건에 대한 수사기법은 마약 판매 방식이 정교해지는 것 못지 않게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추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마약류 사범의 검거율을 점차 높이고 있다. 마약류 판매 피라미드의 하단에 위치한 사범들 역시 잦은 휴대폰 교체, 계정 변경, 던지기 좌표 변경, 드라퍼에 대한 인증 등이 ‘안전장치’라고 믿으나 수사기관에서는 이미 마약류 판매 방식을 꿰뚫고 있다. 결국 언젠가는 현행범으로 체포를 당하게 되고, 이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까지 받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마약 투약 이후 2차 범죄도 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살인과 같은 마약류 투약 후 2차 범죄 사례 역시 연평균 217건이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밀수·판매 등 공급사범 비율은 2018년 39.4%에서 지난해 9월 기준 27.3%로 감소했지만, 이는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구매·투약사범 검거가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공급사범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실제 마약류 구매·투약사범 비중은 같은 기간 60.6%에서 72.7%로 연례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 외국인 마약사범 비율 역시 지난 2017년 7.1%에서 2021년 15.7%까지 치솟으며 2배 이상 증가했다. 마약사범으로 검거된 외국인 중 태국인 국적 사범이 2971명(44.4%)으로 가장 많고 중국 1613명(24.1%) 베트남 677명(10.1%) 순이었다. 마약류 투약 후 2차 범죄 역시 2018년 221건에서 2021년 230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는 폭행과 강간이 각각 87건과 81건으로 발생했다. 또 살인은 9건이나 일어났다. 형을 마치고 출소한 한 마약사범은 <일요시사>와 만나 “투약자 대부분이 화류계 종사자다. 의외의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많지만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연예계-재벌가-범죄자 순”이라고 말했다. 허술해진 당국 문턱 그는 “아직 잡히지 않은 연예계 인물도 상당하다. 내 밑 식구들과 소매상이 직접 공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은 과거와 다르게 톱급 배우 외에도 인플루언서, 유튜버들도 많이 한다”며 “유학을 다녀온 재벌가 사람 10명 중 8~9명은 마약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인은 동맹에 살고, 동맹에 죽는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결국 윤핵관 중 복심인 장제원 의원의 손을 잡았다. 일단 이득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이지만 어쩐지 존재감이 크지 않다. 이러다 당 대표 꿈만 꾸다가 끝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김 의원이 자신의 원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2월 초 당 대표 후보자 등록을 시작하고 중순부터 본경선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3월8일 정진석 비대위원장 임기가 끝나기 직전이다. 후보 간 합동토론회, TV토론회 등 전체 일정은 한 달가량 소요된다. 일찍부터 출마 욕심 이번에는 새로 도입된 결선투표 등이 처음으로 시행된다. 결선투표는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절반을 넘지 못하면 1위와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재투표를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경선 일정 등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맡는다. 이에 따라 당권주자들도 한 명씩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일찍부터 시작된 물밑싸움이 이제는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전당대회 포문을 열었다. 이번 전당대회는 룰이 바뀌었다. 18년간 고수해온 방식에서 당원투표 비중 100%로 당 대표가 결정된다. 여론조사를 포함하면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인물이 당선되기 힘들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일정과 룰이 확정되자, 김기현 의원도 본격적으로 당 대표 경쟁에 뛰어들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문에서 김 의원은 “민주당과 겨뤄 매번 이겼던 사람”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민주당과의 협상을 늘 주도하며, 상대를 제압해왔고, 당을 화합 모드로 이끌어가는 적임자라고 자부했다. 공약으로는 100년을 지속하는 집권여당의 초석을 마련하고, 공명정대한 공천시스템 마련, 디지털 플랫폼 정당 구현 등을 들고 나왔다. 이와 함께 된장찌개도 끓이고, 따끈따끈한 공기밥도 만들고, 국민이 보기에 풍성한 식단을 만들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대 출마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 시기에 김 의원의 행보를 뒷받침할 캠프 구성도 끝이 났다. 총괄본부장에는 박창식 전 의원, 메시지 단장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보좌했던 이수원 전 비서실장, 수석대변인에는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 상황실장은 현재 선임 보좌관인 김용환 보좌관이 맡는다. 현재 김 의원 캠프는 당협위원장 등 다양한 인사가 포진돼있다. 이들은 대부분 비공식적으로 김 의원을 지원한다. 김 의원은 지난 3·9 대선 기간 원내대표를 맡았다.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이준석 전 대표와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끌었으며 대선 당시 공동선거대책 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갈등을 풀기 위해 중재하기도 했다. 이렇듯 정치권에서 김 의원의 중재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당내에서도 현역 의원들에게 김 의원의 이미지는 좋은 편이다. 그는 대선이 끝난 뒤 일찌감치 전대 출마 준비에 들어갔었다. 앞선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도 일찍부터 당권 도전에 뜻이 있음을 밝혔던 바 있다. 혼자 힘으로는 부족한 현실 친윤계가 힘 보탤지 미지수 반윤계는 윤핵관 동맹 반칙 김 의원은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미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사실 처음에 이 둘은 김장 연대를 부인했다. 5개월 전 김 의원은 “김장 담그는 철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이어 “누구든지 뜻을 같이하면 같이 간다. 뜻을 달리하면 변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장 연대가 확실시된 것은 지난 달부터다. 장 의원은 김 의원이 모두 국민 공감에 참석하고 나서다. 그는 본격 데이트에 나서면서 이젠 대놓고 김 의원을 밀겠다는 액션을 취한다. 부산에서 장 의원 주도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서 두 인물은 서로를 치켜세웠다. 특히 장 의원은 김 의원을 “연대와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사실상 연대를 공고히 한 셈이다. 그러나 김 의원의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2개월가량 남은 전대 룰과 일정이 확정되자 당권주자들의 견제 수위도 한껏 더 높아진 모양새다. 이른바 친윤, 반윤 세력 간의 대립각이 뚜렷하다. 김 의원이 당내에서 가장 빨리 전대 출마 선언을 한 이유는 윤심을 우위에 차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윤심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먼저 치고 나와 당원에게 자신이 윤심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셈이다. 김 의원은 단독으로 3시간가량 윤 대통령과 독대 자리까지 가졌다. 해당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전당대회와 관련된 말이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김 의원은 윤심인 장 의원을 등에 업었지만 크게 의미있는 성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현재 지지율은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안철수 의원에 못 미친다. 현재 김 의원의 당내 지지율은 10% 선에 그친 상태로 당내로 한정해도 지지율은 압도적이지 못한 편이다. 윤핵관 중의 윤핵관을 등에 업었음에도 이렇다 할 결과는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미약한 존재감 일각에서는 김 의원 혼자 힘으로는 당 대표에 당선되기는 무리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결국 이 때문에 윤핵관의 손을 잡은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도 변수다. 김 의원이 전대 출마를 공식화하자, 눈길이 나 부위원장에게도 쏠린다. 현재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나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당내 선호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 부위원장은 이미 교통정리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언제라도 뛰쳐나올 기세다. 나 부위원장이 김장 연대와 손을 잡지 않고, 단독으로 출마하는 경우 김장 연대의 존재감이 더욱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김장 연대만으로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4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은 “연대론이 나온 이유는 자신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며 “진정한 연대는 윤당 연대(윤상현과 당원)”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다른 당권주자들도 김장 연대에 불만을 표출했다. 조경태 의원도 “3월이면 김장철이 지나버린다”며 이들의 연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은 “대놓고 혼자서 못 이긴다는 고백”이라고 김장 연대를 직격했다. 가장 큰 불만을 가진 이는 유승민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김장 연대를 두고 “윤심을 향한 재롱잔치”라며 친윤 주자로 알려진 후보들에 대해 싸잡아 불만을 터뜨렸다. 개정된 전대 룰 역시 유 전 의원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유 전 의원은 당 외에서는 거의 40%에 육박하는 지지세를 받고 있으나 당내에서는 나 부위원장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김장 연대는 윤심에 딱 알맞다. 윤석열 대통령에 마음에 들고, 당원을 위한 정책을 펼치려는 기조가 강해서다. 다만 이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당만 바라보고 간다면 중도층을 잡기가 어려워져서다. 당장 차기 당 대표는 총선 승리를 거둬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무리한 외치기 정치권에서는 보편적 민심을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에서의 승리는 필수다. 민주당이 다수 점령하고 있는 수도권을 재탈환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힘쓸 수 있는 인물이 절실하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울산, 장 의원 지역구는 부산이다. 우선 텃밭을 다지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결국 수도권으로의 확장력이 필요하다.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확장력이 떨어진다는 전망이 난무한다. 지난 대선서 든든한 지원군이 됐던 20대 청년층 역시 국민의힘을 배척하려는 성격을 띤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불명예 퇴진한 후부터는 좀처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주류 세력인 친윤 세력에게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차기 총선에서 청년층에 역풍을 맞게 되는 단초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김장 연대를 두고 당 외에서도 공격이 들어온다. 설상가상으로 이 전 대표가 김장 연대에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긴 침묵을 이어오던 이 전 대표의 침묵이 깨진 시점은 변경된 전대 룰에 대해 입을 열면서다. 그는 전당대회 룰에 대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정당법상 한 사람이 복수 정당에 가입하는 게 불가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발적인 당원을 제외하면 단체활동을 하는 명단이 통으로 가입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종교집단에서 같은 필적으로 입당원서가 들어오기도 한다. 주소지 확인도 힘들다. 정당 가입 시 써내는 주소지가 실제 거주지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게 거의 불가한 셈이다. 이 밖에 이 전 대표는 당원 100% 확정에 대한 여러 폐단에 대해 다수 지적했다. 최근에는 김장 연대와 관련해 “새우 두 마리가 모여도 새우”라며 날을 세웠다. 우회적으로 김장 연대를 저격한 셈이다. 당내서 평가는 합격점 당외에선 인지도 부족 이 전 대표는 당권을 흔들 수 있는 또 하나의 변수로 거론된다. 당 밖에서 국민의힘을 흔들면 그를 따르는 청년층 당원 다수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재임 기간 국민의힘 책임 당원 수는 급증했던 바 있는데 현재 당원 수는 80만명까지 늘었다. 전대가 열리는 시점에는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20대와 30대 책임 당원 비중이 높아졌다. 결론적으로 당원 100%인 상태에서도 20·30대와 나머지 당원들이 갈리면 이번 전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윤심에 방점을 찍고 질주 중이다. 다행인 점은 현재의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의 벽을 넘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었다는 점은 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당 지지율까지 추월한 상태서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 가능성이 생겨서다. 김 의원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자신의 지지율 상승효과까지 이끌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무리하게 윤심만 외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지금의 지지율에서 정체하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 결국 윤 대통령의 지지를 계속 받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김 의원이 윤심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윤심을 완벽히 대변하는 주자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당원들 사이에서 차기 당 대표감이라고 확실하게 인정받지 못해서다. 사실 김 의원은 중도 확장성이 떨어진다. 출마 선언문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한낱 뜬구름만 잡을 뿐이다. 게다가 인지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 울산시장과 4선 중진이라는 점에 비하면 뼈아픈 점이다. 앞으로 김 의원은 민심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해 보이는데 이는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가장 먼저 출마 선언한 이유도 이 같은 불안감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 의원이 김 의원과 손을 잡았지만 다른 친윤계도 김 의원을 지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나 부위원장, 윤 의원 역시 모두 친윤을 외치는 후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윤계끼리의 분화도 우려할 점이다. 공천 파동 다시 재현? 김 의원의 당 대표 당선 시 공천 파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장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게 될 확률이 높다. 당장 반발할 이들은 비윤 세력이다. 현재도 친윤과 비윤은 대립각이 한층 더 심화한 양상이다. 본격적인 공천 시기가 도래하면 내홍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친윤과 비윤 갈등을 깊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갈등이 깊어지면 공천을 아무리 공정하게 진행해도 결국 과거와 같은 공천 파동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정치 9단’ ‘능구렁이’ ‘마당발’ ‘킹메이커’ 오래된 정치 커리어만큼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게 붙는 수식어는 다채롭기만 하다. 약 6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온 박 전 원장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 그동안 그에게 ‘배신자’로 낙인찍던 세력과 대립해야 하고, 새로운 동지가된 세력과 힘을 합쳐야 한다. 지난 한 달간 더불어민주당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거취를 두고 많은 내부 토론이 오갔다. 과거 민주당을 ‘배신’하며 문을 박차고 나간 그를 버려야 한다는 반대 의견과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복당시켜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갈리며 물밑 다툼을 펼친 것이다. 민주당 산증인 팽팽한 의견 대립을 이어가던 중 이재명 대표가 찬성 측에 힘을 실어주며 박 전 원장의 복당은 결국 승인으로 일단락됐다. 박 전 원장은 민주당의 흥망성쇄를 함께한 잔뼈 굵은 정치인이다. 사실 그는 정치와는 인연이 크게 없는 사업가 출신이다. 본래 큰 꿈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에서 크게 성공한 청년 사업가였다. ‘미주 이민 1세대 성공신화’를 써내려가던 박 전 원장을 본격적으로 정계에 끌어들인 인물은 다름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박 전 원장은 1970년대 ‘아메리카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이른바 ‘뷰티서플라이’라 불리는 가발 가게를 오픈해 큰 성공을 거두며 상당한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인을 상대로 하는 뷰티서플라이 사업은 당시 대한민국의 가발 수출을 선도하는 효자 산업이었고, 박 전 원장과 같은 소매점주들은 그 과정에서 생기는 유통 마진 등을 챙기며 돈을 벌었다. 국위선양이라는 이름하에 애국심을 느끼며 일하던 박 전 원장에게 김 전 대통령은 갑자기 찾아온 귀인이었다. 1980년 뉴욕경제인협회장을 지내던 박 전 원장은 <독립신문>이라는 주간지를 발행하던 김경재 전 총재에게 김 전 대통령을 소개받아 인연을 쌓았다.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정권 당시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후 미국으로 2차 망명을 떠나온 상태였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에 도착해 한인 교포들과 인권운동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미국 정치인들과 꾸준히 인연을 쌓아나갔다. 이때 인연이 된 미국 정치인 중엔 현재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 중인 조 바이든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생활 전반과 정치인과의 교류를 바로 옆에서 도왔던 인물이 바로 박 전 원장이다. 두 사람은 뉴욕에서부터 정치적 동질감을 느꼈고, 관계를 한국에서까지 이어나갔다.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 바람을 타고 사면을 받자, 박 전 원장은 모든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박 전 원장이 비로소 중앙정치 무대를 밟게 된 건 국민의정부 출범 당시였다. 그는 당시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민주당 대선후보로 뛰었던 김 전 대통령 캠프에 들어가 대변인 역할을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박 전 원장은 곧바로 청와대의 부름을 받아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거치며 중앙정치 경험을 쌓았다. 명실상부 김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은 박 전 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퇴임 후에도 정치 커리어를 이어나가려 노력했지만, 대북 송금 특검에 휘말리며 한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다. ‘영원한 비서실장’ DJ 발탁 후 승승장구 2016년 분당에 가장 난도질한 주범으로 모두가 그의 커리어가 끝났다고 평가할 때였던 2008년 무렵,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전남 목표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며 화려하게 정계복귀에 성공했다. 이때 그에게 붙은 별명이 ‘정치 9단’이다. 여의도에 입성하게 된 박 전 원장은 재선이지만 과감한 결단력과 정보력, 정치감각 등을 뽐내며 민주당을 휘어잡았고, 곧바로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당의 주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 기세를 몰아 2012년 3선에 성공했고, 같은 해 민주당 비대위원장까지 역임했다. 그러나 시련은 곧 찾아왔다.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가 동시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돌아갔다. 박 전 원장은 공석이 된 당 대표 자리를 차지하려 전당대회에 뛰어들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2위로 밀렸다. 어수선했던 민주당 분위기 속에 박 전 원장은 큰 결단을 내리게 된다. 2016년 안철수 전 대표가 새로 창당한 국민의당에 전격 합류한 것이다.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출범한 정당이었기에 목포에서 꾸준히 당선된 박 전 원장의 합류는 큰 호재였다. 반면, 민주당에는 박 전 원장의 합류가 호남의 핵심기반을 잃는 뼈아픈 손실이 됐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국민의당이 호남 등에서 38석이라는 의석을 차지하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가져갔다. 사실상 제20대 국회의 주인공 자리를 국민의당에 빼앗긴 셈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국민의당의 약진에 박 전 원장이 크게 기여했다고 믿고 있다. 문 전 대통령과의 불화로 민주당을 나온 안 전 대표가 만든 정당이지만 ‘호남 정신’의 산증인인 박 전 원장이 합류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샀다고 평가한 것이다. 모든 정치인생을 민주당에서 보냈던 박 전 원장이기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고, 곧이어 ‘배신자’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이때 배신감을 느낀 이들 중에는 현재 민주당의 현역으로 있는 의원들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이다. 한 번 배신 두 번 배신? 정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본인의 SNS에 “지난 1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나의 발인이 왜곡·편집돼 보도되고 박지원 전 원장이 ‘민주당 복당 보류 뒤 정청래에 사과라는 기사가 나왔다”며 “박 전 원장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 법”이라고 쏘아붙였다. 정 최고위원이 문제삼는 부분은 박 전 원장의 탈당 이력이다. 정 최고위원은 박 전 원장이 국민의당에 합류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이력을 두고 “민주당 당헌 84조에 경선불복 탈당자는 10년간 복당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그의 복당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박 전 원장이 전당대회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지자 이에 불복하고 당을 나갔던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박 전 원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 전 대통령을 과도하게 비판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박 전 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자 ’너무 오만하다‘며 그를 맹렬 비판했던 바 있다. 그는 김대중정권 말기 때의 이회창 전 총재에 문 전 대통령을 빗대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그의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계속됐다. 박 전 원장이 대표로 있던 국민의당 측은 매일같이 문 전 대통령의 정책과 인사에 대해 비판했고, 사안에 따라서는 당시 제1야당이었던 새누리당보다 그 수위가 높았다. 이때 정계에 등장했던 말이 ’문모닝‘이다. 매일 아침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아침을 시작한다는 신조어다. 친명(친 이재명)계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시다시피 ’문모닝‘이란 말을 만들어낸 게 박 전 원장 본인 아닌가”라며 “등에 칼 꼽고 나간 정당에 다시 돌아오는 속내가 뻔히 보인다. 본인 사법 리스크 떄문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대로 많은 이들이 박 전 원장이 민주당에 기어코 돌아오려는 이유로 ’검찰 수사‘가 한몫 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현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관련된 참고인 수십명을 불러 소환조사했고, 이 중 몇몇은 구속 수사 중이다. 특히,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박 전 원장과 함께 사건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2020년 있었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망사건 당시 국가안보실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결론내고 보고서를 만들어 윗선에 전달하게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안보실장 국정원장 즉, 북한군에 의해 억울하게 살해당한 피해자인지, 월북을 하다가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거절당하고 피살당한 월북자인지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이 개입해 이씨를 단순 월북자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 같은 의심은 당시의ㅐ 정치적 상황과도 맞아 떨어진다. 북한과 관계를 공고히했던 문재인정부는 재임시절 남북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개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현재 여권은 당시 북한과의 관계를 공고히 해온 문재인정부가 이씨의 사망이 ’북한과의 관계를 망칠까봐‘ 일부러 사건을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씨의 사망은 당시 청와대에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아직 검찰의 수사가 끝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그 당시 사건을 조작할 동기는 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 전 실장처럼 박 전 원장도 구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조작하려면 국가안보실 혼자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정원 또한 여기에 협조해야 하고, 그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법원은 서 전 실장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사건을 맡은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의 중대성, 피의자의 지위,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서 전 실장이 구속되자 마음이 급해진 쪽은 박 전 원장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경우처럼 박 전 원장이 이대준씨 사망과 관련된 ’문건 삭제 지시‘와 평범한 시민을 강제로 ’월북몰이‘를 했다고 보고 있다. 교도소보다 당으로 가는 게 낫다? 친명계로? 야당탄압 프레임 필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지난 14일 박 전 원장을 소환조사해 그가 이대진씨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려 했는지, 또 월북몰이에 불리한 증거들을 강제로 삭제하게 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서 전 실장처럼 박 전 원장도 구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고, 박 전 원장 본인도 이를 알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박 전 원장이 최근 복당에 대한 의견을 지도부 쪽에 강력히 어필한 것으로 안다”며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그 시기가 검찰이 박 전 원장을 거세게 몰아붙인 시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원장이 당 차원에서 그를 보호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이 복당을 최종 허가한 이유도 박 전 원장의 이 같은 바람과 전혀 연관 없지 않다. 민주당은 박 전 원장을 당내로 끌어들여 ‘야권탄압’이라는 프레임 안으로 넣으려 하고,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더불어 검찰에 집단적으로 대응하려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양팔이 진즉에 잘려나간 이 대표가 전격적으로 박 전 원장을 받아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박 전 원장이 정치적 재기를 꿈꾸고 있는 것도 알고, 사법 리스크로부터 민주당 도움을 받으려하는 것도 안다”며 “그런 이해관계가 현재 이 대표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아예 없지 않아 보인다”고 <일요시사>에 알렸다. 이 대표도 박 전 원장과 함께 검찰로부터 ‘탄압받는’ 모양새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명계는 박 전 원장이 전통 민주당 정치인인 만큼 친문계 세력들과의 통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그에게 기대하고 있다. 비록 지난 탈당 과정에서 친문계에 많은 적을 만들고 떠난 박 전 원장이지만 그는 구심점을 잃은 친문계 의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있는 데다, 특유의 화술과 리더십으로 각종 협상에서 친문계와 친명계, 양측을 잘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다. 즉, 박 전 원장의 복당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이뤄진 것이다. 박 전 원장은 정치적 재기와 사법 리스크로부터의 보호가 필요하고, 친명계 지도부는 ‘야당탄압’의 프레임과 민주당의 대통합이 필요하다. 정 최고위원을 비롯한 몇몇 인사의 거센 반대가 있었음에도 박 전 원장이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다. 이해관계 대통합? 민주당은 두 번의 선거 패배, 계파 갈등 고조 등으로 좋지만은 않았던 한 해를 보냈다. 민주당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박 전 원장의 복귀로 민주당이 내년엔 재도약할 수 있을지 민주당 지지자들은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와 대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들의 기대가 현실이 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전 정권 수사, 감사원 파고 마무리? 전임 정권을 수사하는 데는 전통적인 방법이 있다. 검찰이 수사를하거나 특검이 임명돼 수사하는 것이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이 봐왔던 광경이었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정권 들어서는 유독 감사원이 활약을 펼친다. 서훈, 박지원, 서욱 등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것도 감사원이었으며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도, 이번에 있었던 통계청의 ‘집값 통계 조작 의혹’도 모두 감사원에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여의도에선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출신 대통령이라 수사에 부담이 된 것 같다. 검찰이 감사원에게 그 역할을 일임하고, 그 다음 사건을 마무리짓는 게 요즘 관례”라며 “속이 뻔히 보인다. 어차피 목표는 문재인 대통령 구속”이라고 말했다. <정>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1일 활동을 시작했다. 참사 발생 후 무려 54일 만이다. 당초 45일로 정해졌던 활동 기간 중 27일을 날렸다. ‘맹탕 국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요시사>는 유사한 국정조사 사례를 돌아봤다. 이번 국정조사는 ‘모범사례’로 꼽히는 삼풍백화점 조사보다 국회 ‘흑역사’로 꼽히는 세월호 조사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한 연장이 사실상 필수적인데,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는 지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조문을 시작으로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날 국조특위는 참사 현장과 이태원 파출소·서울경찰청·서울시청 등을 찾아 조사했다. 분향소에서 위원들을 마주한 유족들은 “국정조사 진실규명” 구호를 연신 울부짖었다. 절반 지나 겨우 개시 국조특위는 지난 23일 용산구청·행정안전부를 찾아 2차 현장조사를 벌였다. 오는 27일에는 국무총리실 등 8개 기관을, 29일에는 서울시청 등 10개 기관을 대상으로 기관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국조특위는 이후로도 계속 속도를 붙이며 일정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가 숨 가쁜 일정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활동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조특위는 다음 달 7일이면 활동 기간이 끝난다. 활동 기간이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건 정치권이 전체 활동 기간 중 60%를 정쟁의 불쏘시개로 활용하다 날려버린 탓이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사퇴 의견을 전달하고 결정권을 내맡겼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상정·의결하자 이에 반발하는 의미였다. 여야가 지난달 말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면서 내건 ‘예산안 통과 후 국정조사 실시’ 조건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예산안 세부 협의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국정조사 일정도 덩달아 표류했다. 결국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은 지난 19일 ‘개문발차’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뒤늦게나마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은 열어놓되, 각종 일정과 기관 증인 채택 건은 단독으로 처리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튿날 유가족 간담회를 마친 뒤 국정조사 합류를 선언했다. 주 원내대표는 간담회 후 특위 위원들을 불러 면담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조사 참여를 권유하며 국조특위 사퇴를 최종 반려했다. 국조특위 위원들 역시 특위 복귀 의사를 밝혔다. 국정조사에 늦게라도 활동 동력이 마련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다. 사회적 참사를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가 명확한 성과를 거둔 전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례 중 활동 기간 절반 이상을 날리고 시작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국조특위 27일 만에 완전체 활동 개시 실질 활동 18일…전례 없이 짧은 기간 이번 국정조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역대 참사 국정조사 중 ‘가장 적은 기간’ 안에 ‘가장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정조사는 제헌의회부터 운용된 제도다. 다만 과거에는 실시 근거가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돼있었다. 그러다 13대 국회 들어 국정조사에 관한 구체적 법률을 따로 정하도록 국회법이 개정됐다. 이후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총 106건의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됐다. 이 중 사회적 참사에 관한 사례는 ▲제14대 국회 삼풍백화점(1995년7월12일~8월11일) ▲제19대 국회 세월호 (2014년6월2일~8월30일) ▲제20대 국회 가습기살균제 (2016년7월7일~10월4일) 등 3건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역대 네 번째 참사 국정조사다. 전체 활동 기간만 놓고 보자면, 이번 국정조사는 이 중 세 번째다.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각각 90일, 삼풍백화점은 30일간 활동했다. 하지만 실질 활동 기간을 따져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먼저 삼풍백화점 국정조사는 1995년7월20일 본격적인 조사 일정을 시작해 22일 뒤 끝났다. 당시 국조특위는 이날 서울시와 서초구청의 기관보고를 받았다.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2016년7월25일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출범 18일 만에 활동을 본격화해 실질적으로 72일간 활동한 것이다. 세월호 국조특위는 구성 이후 약 20일을 허비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활동 종료까지 한 달 정도 남겨둔 시점에 예비조사와 추가 현장조사 등을 모두 매듭지었다. 반면 이번 국정조사의 실질적 활동 기간은 18일에 불과하다. 성과 평가 천차만별 다만 활동 기간과 성과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앞선 세 사례 중 가장 짧게 활동한 삼풍백화점 국정조사가 가장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히려 90일을 활동한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마무리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같은 기간을 부여받았던 세월호 국정조사는 청문회 한 번 열어보지 못한 채 ‘맹탕’으로 끝났다. 삼풍백화점 국조특위는 한 달 사이 회의를 6번, 조사를 8번 진행했다. 이들은 사고가 ▲공사의 일관성 상실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부실화 ▲형식적 감리 등 공사 추진상의 문제점과 공무원 유착비리 등 행정관청의 감리·감독 소홀로 일어난 사고라고 규정하는 결과보고서 채택에도 성공했다. 이 보고서는 훗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재난방지 법안을 제·개정하는 기준점이 됐다. 삼풍백화점 국정조사가 모범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현장조사와 관계자 면담·청문회 등을 거치며 관련 기업들이 살균제의 인체 안전성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이후 여야 합의를 통해 결과보고서가 채택됐고, 이 내용을 반영한 ‘화학물질등록평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삼풍백화점 사례처럼 객관적인 활동 성과를 확보했다는 의의를 남긴 셈이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사이에서는 피해 구제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측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조특위의 성과가 ‘진상규명’에만 집중됐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국조특위는 활동 기간 연장을 논의했지만, 결국 여야가 방안 구체화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불발됐다. 세월호 국조특위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문으로 활동을 개시한 이래로 계속 불협화음을 냈다. 기관보고 일정 합의가 수차례 무산되며 “활동 기간을 허비한다”고 비판받았다. 설상가상으로 국정조사 활동 기간이 브라질월드컵, 7·30 재보궐선거,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 등과 겹쳤다. 또 다른 흑역사? 이 과정에서 국정조사는 정치권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이 국조특위 의원 중 일부를 선거전 일정에 동원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국조특위는 우여곡절을 겪는 와중에도 각종 조사 등 ‘기본작업’을 신속히 처리해냈다. 아울러 이들은 이를 통해 ‘정부의 초동대응이 부실했다’는 정황을 찾아내기도 했다. 세월호 국조특위가 활동 중반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야는 활동 기간 한 달을 남기고 청문회를 제외한 일정 대부분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국정조사의 꽃’이라던 청문회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여야가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비롯한 청문회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강 대 강 대치만 고집한 결과였다. 결국 세월호 국정조사는 결과보고서 채택 없이 종료됐다. 아울러 청와대 책임 규명이 불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유가족을 중심으로 ‘세월호특별법’ 제정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국정조사를 둘러싼 상황은 세월호 국정조사 때와 유사하다. 공통점으로 ▲정부 책임론이 강하게 일면서 여당은 수성, 야당은 공세로 일관했다는 점 ▲국정조사 시행 합의 이후에도 정쟁 때문에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던 점 ▲활동 개시 이후에도 파행을 불러올 수 있는 뇌관이 곳곳에 남아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번 국정조사는 세월호 국정조사 때보다 기한이 훨씬 촉박하다는 것이다. 16곳에 달하는 기관보고를 이틀 만에 끝마쳐야 하고, 1월 초에는 곧바로 청문회 일정에 돌입한다. 세월호 국정조사 당시에는 기관보고만 11일간 진행됐다. ‘세월호 국조’처럼 정쟁 불쏘시개로 희생? 촉박한 일정에도 연장 불투명…어두운 앞날 반면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남은 일정상 11일 사이 기관보고와 청문회를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자칫해서 여야가 또다시 충돌해 일정이 파행된다면, 세월호 국정조사 때처럼 청문회를 마무리 짓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간 주된 갈등 요인이었던 예산안이 통과됨으로써 ‘한숨 돌렸다’는 게 중론이지만, 증인 채택을 두고 예견되는 갈등이 변수로 꼽힌다. 현재 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여당은 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한 국무총리는 참사의 최종 책임 주체 중 한 명인 동시에 관련 실언으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신 의원은 참사 당일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도왔던 걸로 알려졌으나, 뒤늦게 닥터카·관용차 탑승 의혹 등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당초 신 의원은 야당 측 국조특위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논란 직후 물러났다.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은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놓고 의견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 측 국조특위 위원들은 실질 활동 기간이 짧은 만큼 국정조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부정적인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당 회의에서 “여당이 의도적으로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켜 국정조사 기간을 허비한 만큼 반드시 상응하는 기간 연장을 관철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이날 유가족 간담회 직후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기한 연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고, 야당 단독 의결 일정을 보더라도 1월7일 기한 내 마치는 것을 목표로 진행돼서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동안 친윤(친 윤석열)계가 국정조사 시행을 강하게 반대했던 만큼, 향후 여당의 국정조사 연장 동의는 낙관하기 어렵다. 관건은 연장 여부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야당의 활동 기간 단독 연장 의결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정감사·조사법’ 제9조에 따르면, 본회의 의결을 통해 활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이 단독 연장을 강행한다면 여당이 국정조사에서 재차 이탈할 확률이 높다. 어느 쪽이든 깔끔한 마무리는 어려워진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앞날이 어두워 보이는 이유다. <jeongun15@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이 올라 자신감이 붙은 모양새다. 미리 열일 모드로 전환해 개혁 의지가 강하다. 이번에는 제대로 일 잘하는 대통령 모습을 보여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여러 위기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탓이다. 내년 경제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나올 만큼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를 대비하기 위해 경제를 살릴 대책을 고심 중이다. 동시에 최근 오른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책을 모색하면서 3대 개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어설픈 지난 날 이와 함께 제12차 비상민생경제회의가 열렸고, 각 부처의 내년 업무보고가 시작됐다. 신년 업무보고 대상은 18개 부와 4개 처, 4개 위원회, 국세청 등 청 단위 일부 기관이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는 온도 차가 극명하다. 최근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압도적이다. 이런 탓에 윤정부는 지지율 40%를 굳히기 위한 신년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 당선 후 약 9개월간 윤정부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취임 초 ‘레임덕’이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국정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대통령의 허니문 기간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지지율은 20% 선까지 떨어졌고, 탄핵 이야기까지 나왔다. 거친 표현과 정제되지 않은 대통령, 정치 초보라는 말이 윤 대통령을 괴롭혔다. 결국 몇 개월 만에 촛불집회까지 열려 윤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발생했다. 인사 부분에서도 여러 논란들이 터져 나와서다. 여러 사적 채용 논란과 임명된 장관들의 크고 작은 리스크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갉아먹었다. 결국 인적개편을 통해 대통령실을 정리하고 나섰지만 좀처럼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다. 국민의힘도 윤정부를 챙길 틈이 없었다. 당내 분란이 발생해 여러 차례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당을 수습한 국민의힘은 본격적으로 윤정부와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오름세인 지지율을 발판 삼아 국정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얼마 전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는 노동시장의 개혁 추진 방안과 교육, 연금개혁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노동계와 전쟁을 선포한 만큼 내년에 강력히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노동개혁은 시작도 전에 벌써부터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개혁으로 묵은 숙제 해결 예정 문재인정부와 반대 방향 선택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도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밑그림은 일찍부터 그려놨다. 지난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노동정책 개편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연장 근로시간을 주에서 월‧분기‧연 단위로 개편하는 게 골자다. 선택근로제는 3개월로 확대하고,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파업 대체근로‧사업장 점거 개선,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등이 함께 포함됐다. 아직 노동개혁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업계의 반발 기류는 이미 거세게 불고 있다. 결국 노동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커서다. 연장 근로시간을 개편하면 주 52시간으로 제한돼있는 노동시간이 주 69시간까지 늘어난다. 휴일수당을 받고 1주일 내내 일하면 최대 80.5시간까지 늘리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근로시간 연장에 따른 여러 우려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혁은 향후 여야의 큰 정쟁거리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문정부의 52시간제와 대치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윤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노동개혁에 이어 윤정부가 힘을 들이는 부분은 교육개혁이다. 유보 통합(유아 교육+어린이집 보육 통합), 초등늘봄교실, 지방대 살리기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 밖에 교육감 직선제 개편 등 여러 분야를 손본다. 이 역시 벌써부터 교원단체서 강력하게 반발 중이다. 초등학생 학부모의 가장 큰 고민은 어린이집, 유치원보다 빨라진 초등학교의 하교 시간이다. 이를 위해 학부모의 부담을 내려놓겠다는 취지에서 정부마다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왔다. 앞서 문정부 때도 초등 돌봄교실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윤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방침이다. 돌봄교실 이용 시간을 8시까지 확대하고, 현재 저학년 중심의 돌봄 서비스를 고학년까지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유보 통합도 밀어붙일 계획이다. 유보 통합이란 교육을 책임지는 유치원과 보육을 하는 어린이집을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30년동안 역대 정부마다 유보 통합을 꾸준히 추진해왔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여러 이해관계들이 꼬여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유보 통합은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흐른다. 유보 통합추진단이 출범할 예정이고, 이를 통해 묵은 숙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가 있다. 줄곧 실패한 이유는 교사 통합의 문제가 발생해서다.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반면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 이수제만 거치면 가능하다. 북 치고 장구 치고 이런 차이 때문에 근무시간 기준, 수당 등이 차이가 있다. 즉 이를 해결할 사회적 협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역대 정부가 실패해온 만큼, 유보 통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교육감 직선제 문제도 교육개혁에 포함됐다. 교육감은 본래 1991년까지 대통령이 임명해왔다. 이후 2000년대 들어 교육위원회 혹은 선거인단이 뽑는 간선제로 선출했는데, 여러 문제가 발견되자 2007년부터 직선제를 도입해 뽑기 시작했다. 직선제로 전환됐음에도 여러 문제가 뒤따른다. 정치적 중립성은 이미 내다 버린지 오래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함에도 대부분 이념에 따라 투표하는 성향이 짙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로 불린다. 유권자의 관심도가 낮고, 정책 등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는 부작용이 생겨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교육감 선거는 무효표가 무려 90만표에 달했을 만큼 관심도가 낮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윤 대통령은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러닝메이트 제도는 시장‧도지사 선거 후보자가 교육감 후보자를 지명한 뒤 선거에 함께 출마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시·도교육감들과 야당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해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즉, 시장·도지사의 정치 성향에 따라 교육정책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게 이유다. 교육개혁과 더불어 윤정부는 또 다른 묵은 숙제인 연금개혁도 손본다. 연금개혁 역시 교육개혁과 비슷하게 역대 정부에서 시도해왔으나 무위에 그쳤다.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적자는 2042년부터 시작된다. 15년 뒤인 2057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 윤정부 연금개혁의 핵심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집중하겠다는 분위기다. 즉 차라리 더 내고, 더 받자인 셈이다. 이를 통해 기초연금 인상과 국민연금 부담과 급여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게 목표다. 연금 문제는 최근 청년층에서 관심도가 높다. 결국 연금개혁을 통해 청년층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받을 수 있는 계기다. 곳곳에 장애물 문제는 지나친 대결주의 구도로 흘러갈 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윤정부는 문정부 탓만 거듭하며 정책을 뒤집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것들이 오히려 윤정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는 당과의 호흡도 중요하다. 당장 닥친 문제는 차기 당 대표로 누가 선출되느냐다. 차기 당 대표 선정 역시 정부와 정당 간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룰을 기존 당원 70% 국민여론 30%에서 당원 100%로 개편하는 등 윤 대통령 마음에 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 뛰어들 당시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상태서 정치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하고 친윤(친 윤석열), 비윤(비 윤석열) 세력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다. 전당대회 룰이 개편되자 비윤계는 폭발했다. ‘골목대장’ ‘윤심의힘’ 같은 거친 말들이 쏟아져나왔다. 2선으로 물러나 있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이 돌아오면서 윤 대통령의 마음을 다시 대변하고 나서부터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장 의원은 아예 대놓고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을 밀어주는 듯한 액션을 취하고 있다. 김 의원이 만든 공부모임에 참석하는 등 ‘김장 연대론’에 대해 딱히 부인하지도 않는다. 최근 각종 현안에 훈수를 두기 시작한 또 다른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도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차기 당 대표의 조건으로 “대통령과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원하는 차기 당 대표는 자신의 마음을 완벽히 읽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물을 원한다. 결국 윤정부와 당을 통한 세력화를 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이를 위해 차기 총선에서 윤 대통령 심복 차출설 등 여러 가지 하마평이 난무하고 있다. 윤심으로 세력화 통해 총선 승리? 김 여사 리스크 터지면 다시 추락 총선까지는 아직 1년3개월가량 남아있다. 그전까지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를 버텨내야 한다. 민주당이 씌우려는 무능의 덫에 빠져버린다면 총선 승리 가능성은 낮아진다. 차기 총선 패배 시 윤 대통령은 그나마 남아있던 국정동력마저 잃게 된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리스크가 아직 남아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장모 최모씨가 무죄를 선고받아 장모 리스크는 어느 정도 털어냈다는 평가가 내려졌지만, 김 여사에 대한 여러 의혹들은 윤 대통령에게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다. 대선 기간에도 윤 대통령 본인의 리스크보다 김 여사의 의혹이 문제가 됐다. 허위 이력서, 논문 표절 문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대표적이다. 동남아 해외순방 일정 중 ‘빈곤 포르노’ 등 김 여사는 공식 등판만 하면 각종 논란에 휩싸여왔다. 최근 김 여사가 비공식 행보를 보이는 이유도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읽힌다. 현재도 김 여사에게는 여러 의혹들이 따라다니고 있는 가운데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자금책 역할을 했다는 주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과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선수들은 1년 전에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 김 여사는 공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시간만 끌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결론도 내리지 않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이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권 전 회장은 내년 2월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방심하다간 제대로 터질 수도 있다. 끊이지 않는 논문 표절 의혹도 걸림돌이다. 국민대는 표절이 아니라고 결론지었지만, 14개 교수단체가 참여한 범학계 국민검증단은 표절이라고 봤다. 약점 커버 반드시 필요 표절률이 7~17%라고 발표한 국민대와 반대로 검증단은 표절률이 평균 40%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증단은 최근 <영부인의 논문>이라는 백서를 발간했다. 정식 백서 역시 조만간 발간될 예정이다. 해당 논란이 재차 수면으로 떠오르면 김 여사뿐 아니라 윤 대통령 역시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논란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돌파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재 상황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개혁에 더욱 방점을 찍고,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싸늘한 대통령실 칼바람 예고? 조만간 대통령실에 또 다시 칼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가 새해가 시작되면 개각할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개혁에 힘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인적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연초 혹은 설 전후로 개각을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5일 적절한 계기에 인사권자와 협의한다며 개각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최근 복무평가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개각 대상으로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또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당대회와 연관돼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태원 참사 책임론에 자유롭지 못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도 주목된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