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6.18 01:01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진 이후 유독 지지부진했던 ‘50억 클럽’ 수사를 재개했다. 군불만 때다가 본격적으로 밥을 짓는 모양새다. 50억 클럽 멤버는 여야 정치권을 넘나들고 있다.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정치권이 검찰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유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2021년 8월의 일로 대장동 사건이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를 달군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대장동 사건과 연루된 인물, 심지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까지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사건 재판인데… 하지만 대장동 사건의 가장 큰 곁가지라고 할 수 있는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는 진행 속도가 더뎠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법조계 등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0억 클럽은 로비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을 가리킨다.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전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6명이다. 이 가운데 곽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곽 전 의원 역시 기소 이후 1심 재판서 뇌물죄 관련 부분은 무죄가 나와 검찰 수사가 좌초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곽 전 의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을 당시 하나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하나금융지주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화천대유에 입사해 근무, 2021년 3월 퇴사하면서 퇴직금과 위로금 등 명목으로 약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일반 사원에게 지급하기엔 퇴직금이나 위로금 규모가 커 곽 전 의원에게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곽 전 의원의 경우 비교적 혐의 입증이 쉬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에 “벌금 800만원에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정치자금법에 대해서는 유죄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아들 병채씨의 담당 업무, 액수를 볼 때 50억원은 이례적으로 과하다”면서도 “아들이 받은 성과급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뇌물수수에 대한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곽, 1심에서 뇌물죄 무죄 검찰 보강 수사 압수수색 곽 전 의원의 뇌물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50억 클럽에 관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 향후 검찰 수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 실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판결을 두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사이 정치권에서는 50억 클럽을 특별검사를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과 검찰 수사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맞부딪쳤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특검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의 집단 퇴장에도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50억 클럽 특검법(민주당 진성준·정의당 강은미·기본소득당 용혜인)을 병합 심사해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특검 후보 추천권을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이 갖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사 대상은 ▲화천대유 및 성남의뜰 관련자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된 불법로비 및 뇌물 제공 행위 ▲위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의 불법행위 ▲화천대유와 성남의뜰 사업자금과 관련된 불법행위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이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대장동, 화천대유 관련자에 관해 많은 사실관계가 수사로 밝혀지는 시점에 특검을 강행한다면 기존의 검찰 수사는 중단되고 수사 지연과 증거 멸실로 이어져 신속한 진실 규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뇌물 무죄 특검 가나 정치권이 특검법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사이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재수사에 돌입했다. 곽 전 의원 부자에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것. 곽 전 의원이 뇌물을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속여 받은 것은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곽 전 의원 부자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호반건설과 부국증권 및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하나은행에 성남의뜰 컨소시엄 이탈을 이끌어내는 듯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곽 전 의원을 재수사하면서 50억 클럽에 연루된 인사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두 번째 표적은 박영수 전 특검이 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결재 서류 및 은행 거래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김만배씨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부국증권을 배제하는 등 컨소시엄 구성을 도운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에서 일하면서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전 특검은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해 참담하다”며 혐의를 부인한 상태다.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또 다른 50억 클럽 멤버인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 등에 대한 수사도 곧 전개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50억 클럽 외에도 김만배씨와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고 김 전 총장은 김만배씨의 공소장에 등장한다. 대부분 법조계 검찰은 김씨가 2021년 8월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자 김 전 총장과 대책회의를 했다고 보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50억 클럽 인사의 면면이다. 대부분 법조계 인사라는 점을 제외하면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에 쏠려있지 않다. 일단 곽상도 전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놨지만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이 때문에 곽 전 의원이 1심 재판서 뇌물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야당인 민주당서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박영수 전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 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수사팀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불러들이면서 재기의 발판이 마련됐다. 여기에 대장동 사건과 함께 언급되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친분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검찰은 대장동 사건의 ‘숨은 핵심’으로 꼽히는 조우형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조씨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의 핵심 인물로도 꼽힌다. 2011년 대검 중수부는 ‘조씨에게 대출 알선 수수료를 줬다’는 취지의 진술과 계좌 추적 자료를 확보했지만 조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에 대해서만 조사하고 알선수재 혐의는 제대로 조사하거나 기소하지 않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 주임검사가 중수2과장인 윤 대통령이었다. 박 전 특검은 조씨가 부산저축은행 비리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친분이 작용, 조씨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박영수·권순일·김수남 표적 정치권, 특검이냐 검찰이냐 권순일 전 대법관은 벼랑 끝에 몰렸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건져낸 인물이다.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까지 당선 무효형을 받았던 이 대표는 대법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으로 기사회생했다. 당시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었으면 이 대표는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대법관 퇴임 이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한 달에 1500만원씩 10개월 동안 총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2020년 7월 선거법 위반 판결 전후로 김만배씨를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나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김수남 전 총장은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부터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11일 재판서 김만배씨가 이 대표의 수사를 무마해준 적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김 전 총장을 언급했다. 유씨는 “김만배로부터 ‘수원지검서 청소용역 업체 관련 이 대표를 수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김씨에게 ‘형이 힘을 좀 써달라, 우리를 빼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남(당시 수원지검장)이 그거를 뺐다고 김만배한테서 들었다”며 “이재명과 김수남이 통화를 했다고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청소업체 특혜 선정 의혹은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 김미희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와 야권연대를 이룬 대가로 경기동부연합 인사가 주축이 된 사회적 기업을 청소용역 업체로 선정해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는 불기소 처분됐다. 김 전 총장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 “수원지검장 재직 당시 RO 관련 모든 사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했으며 이와 관련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대해 어떠한 청탁도 받은 바 없다”며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시장과 통화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총 6명 어디까지 법조계에선 검찰의 ‘늑장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고 2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으면 곽 전 의원뿐만 아니라 박 전 특검,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에 대한 수사까지는 도달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상황에 맞게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립된 지 2년이 넘었다. 출범 이후 기대와는 다르게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가져와 재판에 넘겨도 재판부로부터 뭇매를 맞을 정도로 수사 전문성에도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최근 ‘대우산업개발 뇌물’ 사건 인지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미 검사와 수사관들의 사기는 땅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검사가 직접 프린트를 해야 할 정도로 인력난이 극심하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매력적인 기관이 아니라는 게 외부의 시선이다. 답답하다.” 지난 5일 <일요시사>와 접촉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신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사실상 윤석열정부로부터 외면받은 이후 정치권의 관심도 꺼졌다. 첫 자체 수사에 착수했으나 고질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수처 안팎서 나온다. 첩보 입수 후 강제수사 전환 공수처가 ‘대우산업개발 뇌물’ 사건을 인지한 것은 올해 초다. 경찰 간부가 약 2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상한 자금흐름까지 포착했다. 지난달 13일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송창진)는 김모 서울경찰청 경무관에게 뇌물을 공여한 의혹을 받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이 지인 A씨에게 2억원가량을 송금해 현금화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 회장이 ‘삼촌’으로 부르는 A씨는 2억원을 전액 5만원권으로 인출해 이 회장에게 다시 건넸다. 공수처는 이 돈이 김 경무관이 받기로 했던 3억원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가족의 부동산 매매 대금일 뿐 자금세탁과 무관하고 현재도 금고에 보관 중이라며 의혹을 부인 중이다. 공수처는 분식회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이 회장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계장과 친분이 있는 김 경무관을 통해 수사무마를 청탁했다는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김 경무관은 지난해 하반기 서울경찰청에 보임하기 전 강원경찰청에 재직하며 금품을 수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청탁 대가로 3억여원을 약속하고 실제 1억여원을 김 경무관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추후 자금 거래 추적 결과에 따라 수뢰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통화 분석을 통해 이 회장이 분식회계에 대한 경찰 수사정보를 인지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수처는 수사 과정서 이 회장의 변호인 B 변호사가 수사를 방해한 정황을 포착하고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징계 개시를 신청했다. 자신이 사건관계인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면서 조사 전날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 그 이유다. 공수처는 B 변호사가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이 회장과 사건관계인을 동시에 변론하는 행위 등이 위법하다고 봤다. 이외에도 공수처는 대우산업개발을 법률 자문하는 법무법인의 변호사들이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대우산업개발 압수수색 절차에 참여했다면서 이들에 대한 징계 개시도 변협에 신청했다. 또 지난달 21일과 22일, 이달 3일 서울경찰청, 대우산업개발 사무실, 관련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첫 인지수사…성과 내기 안간힘 “인력난 해소 안 돼” 수사 골머리 공수처가 최근 확보한 대우산업개발 이 회장과 한재준 대표의 통화 녹취록엔 수사정보가 유출된 듯한 대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이 회장이 지난해 8월 한 대표와의 통화에서 “방금 경찰 전화를 받았다”며 경찰 측으로부터 수사정보를 들은 듯한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은 수사에 반발 중이다. 김 경무관은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하면서 억울함을 토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측은 “김 경무관에게 전달했다는 1억여원은 김 경무관이 아니라 이번 사건과 무관한 후배 사업가와 채무관계를 정리한 것이고, 입증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경찰청은 지난 2월, 김 경무관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번 사건은 공수처의 첫 인지 범죄 사건이다. 지난 2월 검찰 출신 ‘특별수사통’ 송창진(사법연수원 33기) 부장검사를 새로 임명한 뒤 수사3부는 공수처의 주력 수사부서로 거듭났다. 이번 수사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으면 사실상 ‘존재 이유’는 증명한 셈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공수처 내부에선 ‘인력난’이라는 고질적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꺼지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공수처 전·현직 관계자들은 산적한 업무량 때문에 휴직계를 마음대로 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대변인실 직원이 행정업무 부서에 발령될 만큼 기본적 사무 업무를 처리할 인력이 타 기관보다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직 공수처 관계자는 “휴직했던 직원이 출산 직전까지 근무하다가 바로 복귀했다. 사람 1명이 없으면 여러 명이 배로 일을 해야 한다. 대변인실 관계자가 행정업무 부서로 가는 등 어쩔 수 없는 인력난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력 문제는 김진욱 공수처장도 직시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 기념 기자간담회서 김 처장은 “인력난이 제일 큰 문제”라고 밝혔다. 공수처 정원은 85명이다.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된다. 2023년 3월 기준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은 각각 23명, 38명으로 정원 미달이다. 특수통 영입 주력 부서로 행정직원도 미달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체 정원이 채워진 바 없다. 한 공수처 검사 출신 관계자는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사정기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거나 수사 의뢰가 온 사건만 수사한다. 인지수사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고 수사 과정상 여건이 되지 않으면 검찰에 다시 넘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서 법 자체가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정치권마저 공수처에 큰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수사 전문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비서·감사·예산·인사·급여·계약·지출·결산·기록관리 등 공수처 운영의 기반이 되는 행정직원들의 환경이 바뀌는 게 급선무다. 현재 공수처는 분야당 1명의 직원으로 구성돼있다. 조직 운영 업무도 밀리고 있는 형국이라 중앙·지자체·공공기관서 정원 외 파견 직원을 받고 있다. 검찰과 경찰로부터 지원받는 수사 담당 인력과는 별개다. 파견된 행정직원들은 통상 6개월~1년 단위로 근무한다. 원소속 기관과 지자체 사정에 따라 파견 기간이 다르지만 업무에 익숙해질 때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와중에 정치권과 법조계로부터 ‘종이호랑이’라는 비판과 함께 “존재 이유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은 검사와 수사관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공수처는 ‘메리트’ 없는 기관으로 낙인찍혔고 ‘가고 싶지 않은 기관’으로 불리게 됐다. 문서 출력할 인원도 없다? 한국정책능력진흥원은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한 뒤 <공수처 조직역량 강화 방안 마련 정책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공수처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 공수처 정원은 85명서 170명으로 2배가량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사(공수처장·차장 포함)는 부장검사 5명·부부장검사 7명·검사 26명 등 총 40명이 필요하고, 수사관은 검사 인력의 두 배인 80명, 행정직원은 50명이 적정 인력이라고 분석했다. 공수처 인력이 늘어나려면 국회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수사관을 40명서 80명, 행정직원을 20명서 5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안은 검사를 25명서 4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그러나 공수처 설립을 주도한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법안에 관심이 없다. 민주당 일각에선 공수처가 자초한 일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과거 감사원이 수사 의뢰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과 대통령 직속 검찰 과거사위원회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것이 ‘태클’이었다는 주장이다. ‘고발 사주’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공수처가 맡았던 사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사건이다. 7개월가량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으나 실패했다는 평가가 전반적이다. 구속영장·체포영장 등이 모두 기각됐다. 문제의 ‘고발장 작성자’도 특정하지 못했다. 그 밖에 공수처 1호 기소 사건인 김형준 전 검사 뇌물수수 혐의 사건 역시 1심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수사 전문성 논란도 지속됐다. ‘공수처 폐지’를 거듭 강조하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도 조용하긴 매한가지다. 지난해 4월 작성된 윤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공수처법 개정이 언급된 것과는 딴판이다. 해당 문서는 총 1170페이지가량의 대외비 문서다. 수사관이 행정업무까지 커버 “국회서 법개정 시급” 설립 주도한 민주당조차 무관심…스스로 자초했다? 이행계획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했던 검찰·경찰·공수처 관련 발언과 공약들이 실천 과제와 함께 담겼다. 대표적 실천 과제로는 ‘공수처법의 독소조항을 폐지,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는 내용이 제시됐다. 이행계획서는 “공수처법 제24조 폐지 등 관련 법령 제·개정을 통해 검찰·경찰·공수처가 함께 부패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사기관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부패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검찰, 경찰, 공수처 3자 협의를 통해 수사중복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수사 지연 등을 방지토록 하고 있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도 애매한 부분으로 꼽힌다. 대상의 한계 때문에 수사에 제동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 정무직 공무원 및 고위공무원단 이상(대체로 2급 이상)과 가족이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정보원, 감사원, 금융위원회 등의 경우 3급 이상 공무원까지 수사 대상에 속한다.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뇌물범죄 ▲허위 공문서 작성, 강요, 공갈, 횡령·배임, 알선수재 등 ▲변호사법 위반, 정치자금 부정수수, 정치 관여, 공무원 등의 선거 관여, 국회 위증 등이다. 통상 고위공직자 비리는 기업인과 얽힌 구조가 많다. 예시로 대장동과 같은 부동산·금융 범죄가 그렇다. 검찰과 경찰은 경제범죄를 수사할 때 공여자인 민간인 조사를 시작으로 자금 흐름을 먼저 파악한다. 정황이 포착되면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을 소환 조사한 이후 고위공직자의 혐의 입증에 매달린다. 현행 공수처법상 이 같은 수사를 할 수 없는 이유는 고위공직자 본인이 부하 직원, 실무자를 거치지 않고 민간으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이 3급 이상이 아니면 수사에 제동이 걸리거나 분리 후 타 수사기관에 이첩해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차이도 크다. 공수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만 재판에 넘길 수 있다. 수사 대상이어도 기소 대상이 아니라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이첩해야 한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사건서 손준성 검사의 공범으로 판단했던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대표적이다. 애매한 수사 대상 김 의원은 사건 당시 변호사였다. 고위공직자가 아니라서 손준성 검사와 따로 떼어내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이첩했지만 불기소 처분됐다. 수사 대상과 수사권, 기소권 역시 공수처 설치법을 둘러싼 국회 여야 합의 과정서 원안이 바뀐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법 설계 문제는 공수처 안팎서도 신중히 검토한 뒤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수처 권한 확대와 직결되는 만큼 학계와 전문가, 관계 기관, 국회 등과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 지도부 측에 화색이 돌고 있다. 이 대표의 재판이 총선은커녕 다음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친명계 지도부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준비를 다시 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공언했던 ‘올해 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판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인정하고 나섰다. 신문을 끝마쳐야 하는 증인만 50명에 달하는 탓이다. 이 대표가 지난달까지 피고인 신분으로 세 차례나 법정에 출석했지만, 검찰은 아직 첫 번째 증인에 대한 주신문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숫자로 보니 장기화 전망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50명에 관한 신문을 모두 끝내는 데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는 2020년 8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개정된 형사소송법하에서는 검찰이 피고인 진술조서 확보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재판 현장에서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조서의 증거 능력이 상실돼 피고인을 법정서 다시 신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312조에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중략)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형사소송법 개정 전에는 재판부가 피의자 진술 과정에서 위법한 사항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진술을 그대로 증거로 인정해줬다. 그러나 이것이 2020년 8월부터 전면 수정돼 피의자가 검찰서 어떤 진술을 했건, 재판장서 뒤집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12조에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즉, 피고인 혹은 변호인이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해당 진술을 재판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검찰은 보다 많은 사람을 조사해 관련 진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한두 명의 참고인 조사만으로 재판에 임하다가 참고인의 변심으로 증거 능력을 상실하느니 최대한 많은 진술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실제 검찰의 신문 시간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30분이 넘는다. 개정된 형사소송법하에서는 그 30분도 1시간으로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법정서 피고인이 조서 내용을 번복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신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호인 신문 시간까지 더하면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관련 증인이 수십 명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이들을 모두 신문하려면 적어도 수개월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증인의 숫자를 본 법조계 사람들은 재판의 장기화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내 판결’ 물거품…증인 신청만 54명 개정된 형사소송법, 재판 지연에 한몫 공직선거법상 1심의 심리 기한은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로 정해져 있다. 또 2심 및 3심 선고도 원심 선고 직후 각각 3개월 이내에 내려져야 한다. 이 대표에 대한 공소가 지난해 9월8일 진행됐으니 1심 선고기일은 지난 지난달 8일까지여야만 했다. 그러나 지켜지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명목상으로는 해당 선고기일을 강행 규정으로 명시해놓고 있지만, 이번 같이 선고기일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법조계에선 해당 규정을 ‘훈시 규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검찰이 증인 신청을 늘리던 지난해 말, 재판부는 “(증인을 이렇게 늘리면)6개월 안에 되겠느냐”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명에 달하는 증인에 대한 신문 시간을 고려하면 6개월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재판부의 걱정이 담겨 있던 발언이었다. 법조계에선 50명의 증인 한 명 한 명을 검사가 신문하고, 변호인이 반대 신문한다면 재판부가 판결을 내릴 때까지 지금부터 적어도 4개월 이상 걸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이 대표 재판 자체가 격주로 금요일마다 열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그가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22일 방송 인터뷰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 데서 출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방송서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김 전 처장을)알지 못했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덧붙였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 검찰 조사를 받던 2021년 12월21일 경기도 성남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인물이다. 당시 여권은 “이 대표가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그를 기억서 지워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혐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전 처장 발언으로부터 2개월 전인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국토교통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언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해당 발언은 사실상 “국토부로부터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줬다”고 언론에 보도되며 일파만파로 퍼졌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들은 “선거서 불리하게 작용할 거 같으니 국토부 직원들을 범법자로 만들었다”고 반응하며 이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내년으로 넘어가나 검찰은 이 두 사건을 묶어 이 대표가 재판서 이기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판단했고, 사건 조사를 마친 뒤 그를 재판부에 넘겼다. 그 관련한 재판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재판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이 대표의 의원직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서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해당 법률에 따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거기에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다만 해당 재판서 유죄를 선고받아도 민주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표에게 당헌80조 예외 조항을 적용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목소리가 나왔다. 한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명분상 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비명계로부터의 거센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현재도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은데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받아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당 대표를 누가 인정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번 공직선거법 재판에 검찰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징역 1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돼야 하는 중대범죄”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앞서 진행된 세 번째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 출석이 언론에 특히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마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석방된 뒤 지속해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재판과 관련된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와의 관계서 “절대 모를 수 없는 사이”라고 주장하며 검찰 측에 힘을 실어줬다. 현장 취재진에 따르면,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은 법정서 처음 마주한 뒤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법정에 들어서자 고개를 들어 그를 한 번 쳐다본 뒤 시선을 돌렸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재판에만 집중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왔다는 취지로 일관된 주장을 펼쳤고, 이 대표는 계속 “모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유 전 본 부장은 “(이 대표가)궁금한 사항을 물어봐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말씀드린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김문기씨가 이재명과 따로 통화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이 대표가 민주당 부대변인이었기 때문에 자랑거리는 아니었지만 ‘성남시장 나올 이재명씨’라고 이야기해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띄우려고 한다”는 등 구체적인 상황을 증언했다. 재임 중 재판 익숙한 이재명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급해진 건 이 대표 측이었다. 이 대표 측은 앞서 “안다, 모른다는 어떤 시기의 인지상태를 말한 것 뿐인데,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만나 보고를 받거나 해외출장서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처럼 변형해 기소했다”며 “이상하고 무리한 기소”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난 사실은 수차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김 전 처장을 기억할 특수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과 같은 성남시 소속 팀장급은 600명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검찰은 김 전 처장의 휴대폰을 주요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김 전 처장 휴대폰에 이 대표의 연락처가 저장돼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검찰 측은 이날 유 전 본부장에게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피고인(이 대표)이 김씨와 따로 통화한다는 말을 어떤 경위로 들었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행사에 누가 오냐고 묻길래 이재명씨가 온다고 했더니 (김 전 처장이)나하고도 말을 했다. 세미나 때 봐서 서로 좀 아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 측이 불리한 재판을 최대한 끌어 다음 선거를 대비하려는 전략을 세운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임기 중 공직선거법상으로 재판을 받은 경험이 한 차례 있었다. 2018년 당시 경기도지사직에 부임하고 있던 그는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패소하며 지사직 상실 위기에 몰렸다. 5년 전, 이 대표가 몰린 혐의 역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 소송이었다. 법조계 “신문만 수개월” 길어질수록 웃는 친명계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직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던 당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킨 경험이 없다”고 말했고, 검찰은 이것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판단해 재판부에 넘겼다. 2심서 이 대표가 받은 형은 벌금 300만원으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 대표는 당선 무효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서 극적으로 이기며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다시 날개를 달았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지사직 상실을 넘어 정치생명 위기까지 거론되던 그가 다시 살아나던 순간이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당시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소됐는데 최종 무죄 판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이 대표는 당시 도지사 임기의 절반 이상을 재판받으며 보냈다”며 “이번 소송 또한 그보다 더 걸렸으면 걸렸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의 국회의원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의원 임기를 모두 채운 뒤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계 관계자들도 검찰이 ’급하게‘ 재판을 끝내려는 것보다는 최대한 많은 증인을 신문해 ’유죄 확정‘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증인 50여명 중 40여명이 이 대표 측이 아닌 검찰 측에서 신청한 증인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판을 끌면 이 대표에게도 좋은 상황”이라며 “(재판부의 유죄판결이 없으면)대표직을 내려놓은 명분이 생기지 않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검찰도 이를 알지만 속도보다는 정교함에 초점을 두고 재판을 준비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 측과 검찰이 신청한 증인 중에는 김 전 처장의 유족, 유 전 본부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민용 변호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라가는 입꼬리 법조계 관계자는 “(증인들)대부분이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 FC 의혹 등에도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인물들로 주요 증인이기도 하다”며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증인들의 출석 스케줄을 조율하는 데도 버거움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나 저렇게나 재판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 대표의 입꼬리는 올라가고 있다. 재판 관련 뉴스에 여론이 더 이상 동요하지 않는 데다 본인의 임기를 계속 채울 수 있어 영향력을 잃지 않는 탓이기도 하다. 파기환송심까지 염두한다면, 이 대표에 대한 최종 판결을 수년 뒤에나 나올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재판 패배 시 400억원 물어내야? 재판에 지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만 큰일 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 입장서도 그의 패소는 중대한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벌금 100만원형 이상을 선고받는다면, 민주당이 지난 대선서 보조받은 434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뱉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금액은 여의도에 위치한 민주당 당사 건물을 팔아도 마련하기 힘든 금액이다.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서 “선거법에 당선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비용을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알린 바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주장한다. 대선 비용을 반환했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보전한 선거비용을 반환토록 하는 것에 다양한 법 적용 방법과 해석이 들어가 법정서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정>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현직 당 대표는 집토끼 잡기에 몰두해 있고, 전직 당 대표는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빈틈을 메우기 위해 손을 보태기도, 내밀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다른 활로로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전전긍긍하지만 그럴수록 실점만 거듭 중이다. 과연 정부여당은 차기 총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민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다. 당 지도부서 천 위원장에게 자꾸만 들어오라는 손짓을 해서다. 문제의 발단은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이 천 위원장에게 “이 전 대표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발언으로 시작됐다. 윤핵관 이간질 그러자 천 위원장은 “선의의 경쟁을 하면 했지만, 윤핵관의 이간질에 넘어가 싸구려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며 이 전 대표와 협력자임을 더욱 공고히 했다. 당 지도부는 천 위원장에게 계속 구애를 보냈다. 청년 지지층은 바닥도 모른 채 추락 중이고, 연속적인 실책으로 보수당에 등 돌리고 있는 호남 민심을 다시 잡기 위한 해법으로 여겨서다. 청년과 호남, 두 가지를 동시에 보완할 수 있는 천 위원장을 포용해 지지율을 반등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천 위원장은 이 같은 김 대표의 손을 과감히 뿌리쳤다. 당의 일반적인 대세론에는 이 전 대표 세력과 함께 갈 수 없다는 기류가 흐른다. 함께 가기 힘든 반윤(반 윤석열)정서로 보는 시각이 강한 탓이다. 사실상 천 위원장, 허은아 의원 등과는 함께 갈 수 있음을 암시하면서도 그들의 중심 격인 이 전 대표와는 불가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전당대회 기간 천 위원장은 ‘천하용인’에 소속돼 한 팀으로 뛰었다. 이 기간 동안 천 위원장도 상당히 많은 공격을 받았다. 배신자로 불렸던 것과는 대비될 만큼 현재 위상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장 국민의힘 지도부는 급할 수밖에 없다.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어서다. 청년을 위한 대책과 호남을 바라본 행보를 하려고는 하지만 어쩐지 순탄치 않다. 물 보내기 운동에 맞춰, 윤석열정부는 4대강 보로 가뭄을 극복하겠다는 방안을 내세웠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신기루 같은 이야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러 여파들로 인해 국민의힘은 위기가 점차 고조되는 모양새다. 위기는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잇따른 말실수 여파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광훈 목사 옹호, 제주 4·3사건 비하 논란 등 벌써 3번째 실책이다. 김 최고위원은 결국 침묵형을 받았고, 당분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지지를 철회한 층이 청년층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도층·수도권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부의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김 대표 당선 직후 아주 잠시 반짝했을 뿐이다. 전통적 지지층 역시 부정 평가가 늘면서 위기감이 느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당 지도부는 우향우 성격이 점점 짙어진다는 게 문제다. 집토끼마저 떠나갈까 노심초사 중인 탓이다. 손 내밀기도 애매한 상황 집토끼 결집도 위태위태? 게다가 김기현 당 대표는 제주 4·3사건 추념식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민생’과 서울에 일정이 있다며 참석 불가 이유를 댔다. 그는 제주도 방문 대신 2030부산세계박람회(EXPO, 엑스포) 유치 분수령인 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을 맞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사단 방한 일정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충실히 따른 것. 김 대표의 판단으로는 엑스포의 경제적 효과 등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의 연장선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제주도는 전당대회 기간 첫 합동연설 지역으로 김 대표가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한 바 있던 만큼 더욱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추념식에도 지도부 일부가 방문하기는 했지만 당 대표가 직접 왔어야 한다는 것. 특히 올해 추념식은 특별법 개정으로 희생자와 유족의 피해보상이 이뤄지는 등 명예회복과 실질적인 피해 해소 등의 의미가 담겼다. 정부여당 대표의 불참에 유가족들의 반발도 상당히 거셌다. 사실 김 대표의 우클릭 행보는 예정돼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당심 100%로 진행되는 선거에서는 중도층을 잡기보다 집 토끼층을 잡으려 했다. 다른 당권 후보들보다도 보수 성향 유튜브에도 출연이 잦았다. 당 대표 당선 때까지는 우클릭 전환이 성공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도부 구성이 시작되자, 우려하던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최고위원들의 발언 줄실수 남발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최고위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사고를 치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다음 빅 이벤트는 총선이다. 현실적으로 텃밭층 민심도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총선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마저 우려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직접적인 우려는 윤 대통령을 향하고 있지만, 사실상 여당에도 보내는 메시지라고 읽힌다. 신 변호사는 이번 전당대회 기간 김 대표의 후보 시절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윤 대통령이 보수만 챙기고 있다”며 “이런 탓에 국민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거는 3:4:3 판으로 중도층의 마음을 누가 더 얻느냐의 싸움이다. 유권자의 다수가 거주하는 수도권 표심이 승패를 결정한다”고 꼬집었다. 대체재 천하람 사실상 자기 지지층을 향한 구애만 치중한다고 진단한 셈이다. 실제로 다음 총선에서는 윤 대통령의 측근인 검사 출신이 대거 총선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이럴 경우 총선 승리를 보장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으로 최근 잠잠한 안철수 의원이 중도층을 공략할 인물로 떠오르는데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안 의원이 중도층을 포섭할 수는 있을지라도, 당내에서의 반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당에서 적으로 낙인찍혀 있는 인물이다. 안 의원이 직접 등판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중도층은 캐스팅 보트로 불린다. 이제껏 중도층이 지지를 보내 준 이유는 민주당에 대한 반감뿐 아니라,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구미를 당길 아이템들을 제시해온 덕이다. 지금은 확장성이 필요한 시기다. 중도층이 빠져나가면서 윤 대통령의 중도층 50% 지지율 선이 붕괴됐고, 이제는 20%대까지 내려앉았다. 여권 전체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중도층은 통상 적극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탓에 중도층을 선점해야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가져갈 수 있다. 이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발목만을 잡는다는 말이 나와도 소용없어졌다. 단순 민주당 핑계만 대는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소리다. 국민의힘이 대선을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도권과 중도층의 지지세가 컸기 때문이다. 충청권 역시 윤 대통령의 당선에 한몫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선심성으로 느껴지는 민심 챙기기보다는 민주당과 중도층의 관심을 끌만한 이슈를 선점해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선 기간보다 중도층 비율은 10%p 넘게 올랐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제1당은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아니라는 말까지 나온다. 결국 제3지대가 탄생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형태다. 중도층 확보를 위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공격하고는 있으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민주당의 지지층이 결집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실책으로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이대론 총선 필패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직접 등판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하나의 악재다. 민주당은 지지층 결집까지 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제는 이 대표가 법원을 출두해도, 사법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터져도 지지율이 오르는 추세다. 더 이상 이 대표의 리스크를 하나의 표 뺏기 수단으로만 삼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 지점을 잘 안다는 듯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지도부와는 다른 형식으로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다시 한번 민심 투어에 나서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서 이 전 대표는 이준석계 후보를 지도부에 단 한 명도 입성시키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많았으나 대신 민심을 얻었다. 당시 전당대회 구도에서 천하용인을 지지세는 민심서 더욱 두드러졌던 바 있다. 천 위원장은 민심으로부터 선두권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팀으로 움직인 점도 많은 이점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윤핵관 대 천하용인의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었던 덕이다. 실제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청년층이 지지율이 빠진 것과 전당대회서 천하용인을 지지했던 수치와 비슷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지도부가 노리는 지역들의 빈틈을 노린다. 이른바 순진(순천-진주)한 계획을 세웠다. 10년 만에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참석해 언어 통역 봉사를 하고 경남 진주서도 교육봉사활동을 한다. 사실상 당 지도부와는 대비되는 행보를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제주도에도 함께 방문했다는 점도 김 대표와 차별화된 전략이다. 이, 중도 노리며 장외 정치 김, 해결책 마련 위해 고심 제주도 참석한 자리서 이 전 대표는 “지역의 아픔을 다루는 사안에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언제나 진상규명과 회복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며 김 전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그는 “(지도부가) 기념식에 참석하는 건 기본이다. 전당대회 과정서 불미스러운 발언이 있었기 때문에 당 모든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려고 왔다”고 강조했다. 천하용인은 지속적으로 민심의 문을 두드려왔는데 이는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이들은 험지 등에서 자꾸만 존재감이 커져간다. 모두 국민의힘 취약 장소들이다. 민주당 강세가 두드러진 지역들을 계속 공격하면서 자신만의 세를 불려나가는 한편, 전국을 순회하면서 국민들을 만나고 있다. 이전 징계 결정 직전 이 전 대표는 민심투어에 나서서 장외 여론전을 펼쳐왔다. 이때까지만해도 성공을 거두는 듯했으나 천하용인 역시 당내만을 공격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모양새다. 최근 천하용인의 주요 공격 지점도 민주당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면서 중도층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이다. 이 부분은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이 담당한다. 이 의원은 팀 블로그인 고공행진에 이 대표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 역시 중도층 민심을 끌어오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단순히 정치적 공격이 아닌, 근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공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를 향한 조직적인 반감을 우려해 마냥 그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한발 더 나아가 이준석계는 개혁 이미지를 한층 더 강화하려는 모습이 감지된다. 전당대회 당시에는 개혁 이미지가 오히려 당원에게 심판을 받았다. 이 같은 행보가 오히려 민심을 자극한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영향력이 줄었지만, 장외서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데 힘쓰고 있다. 한 달 만에 시험대 올라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국민의힘이 본래 지지층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지금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총선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며 “외연확장에 신경써야 한다. 현 상황이 김 대표의 시험대”라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갈 길 바쁜데… 하나씩 터지는 실책 국민의힘 지도부가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실책에 몸살을 앓고 있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실언 이후 이번에는 조수진 최고위원의 발언이 논란이다. 조 최고위원은 민생119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법 개정안에 대한 여당의 대안을 묻자 “밥 한 공기를 다 비워야 한다”고 답변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발언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쓴소리가 터져나왔다. 같은 당 김기현 대표도 “대책이 될 것 같냐”며 우려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1940년대 밥공기 크기로 가면 더 많은 밥을 남기고 더 많이 버려서 해결된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에도 공격거리를 제공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황당무계한 발언이라 뭐라고 표현을 못 하겠다”고 지적하자, 조 최고위원은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 선전 선동을 벌이는 행동에 대해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 쌀 피자 만들기 캠페인을 펼친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차>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오른팔로 알려진 ‘2인자’ 정조은(가명)이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명석 라인’으로 알려진 일부 JMS 간부들이 제기한 부동산 투기·횡령 의혹 때문이다. 대체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성폭력 방조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도 올랐다. 정명석의 유죄 가능성이 큰 만큼 정조은도 구속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MS 2인자’ 정조은(가명)이 받는 혐의는 크게 2가지다. JMS 내부서 제기된 부동한 투기·횡령과 성폭력 방조 혐의다. 그간 JMS 탈퇴자들은 정조은이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성범죄를 알고도 묵인해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준강간 방조? 묵비권 행사 정조은은 정명석이 구속 기소된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가 지난달 12일 새벽에 진행한 예배서 “사실상 넷플릭스 다큐와 보도 내용 등을 인정하고 지난 과오가 있다면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고 밝힌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정명석 라인’으로 분류되는 JMS 간부와 신도 대부분이 ‘배신자’라고 낙인을 찍은 데 이어 사정기관의 칼끝에까지 섰다. 앞서 정조은이 담임목사로 재직 중인 흰돌교회 교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리고 “흰돌 교인 전체를 섭리 표상교회로서 명예를 실추시키고, 교인을 혼란에 빠뜨린 점, 영육으로 삶을 위태롭게 만든 하나님의 귀한 생명들을 잃게 만든 점 등의 책임을 물어 흰돌 교역자 정조은 목사, 주충익 목사(본명 오충익)를 직위해제하는 해임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교역자단은 2년여간 하늘의 말씀 원본을 훼손해 전했고, 모두 정조은 목사와 뜻을 같이해온 바, 교인들은 그 누구의 설교도 들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주충익 목사가 지난달 21일 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을 청년부 예배서 강제로 시청하게 했다. 정조은 목사는 슈스(슈퍼스타·중고등부) 예배 진행 시 2세(JMS 신도들의 자녀)들의 이성관을 혼란스럽게 만듦과 동시에 정명석의 말씀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정명석의 ‘옥중 편지’에는 이들 간 갈등을 수습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정명석은 편지를 통해 “절대 싸움과 분쟁과 다투면 안 된다. 거룩한 성전이 싸움터가 되면 너무나도 큰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조은이 목사도 흰돌교회서 사임하지 말고 교인들과 대화하고 단합하고 풀어주고 잡아주고 여러 가지 육적으로 흐른 신앙을 잡아주고, 하나님 성령님 예수님 사명자 하나 되어 결심대로 잘 좀 해주자”고 덧붙였다. 정명석의 편지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는 “해당 편지의 사인과 필적이 선생님(정명석)의 것이 아니다. 정조은이 선생님의 필적을 위조했다”며 “필적 대조 조사를 맡기고 정조은이 임의로 선생님을 사칭한 것이라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폭력 혐의로 공동정범 피의자 신분 확인 부동산 투기·횡령 혐의도 경찰 소환 조사 소속된 집단마저 등을 돌린 이후 정조은은 지난달 말 분당경찰서 소환조사를 받았다. JMS 간부로부터 고발된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상배임, 횡령, 사기 등의 혐의였다.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정조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압수수색을 받았다. 대전지검과 경찰이 정명석의 성폭력 사건 공범으로 정조은을 겨눈 것이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정명석의 추가 범행과 공범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면서도 “입건된 조력자 인원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JMS의 본거지로 꼽히는 충남 금산군 소재 월명동 수련원뿐 아니라 정조은 주거지와 담당 교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정조은은 성폭력 방조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를 주장했던 인물 대부분과 친한 관계가 아니었고 잘 알지 못한다. (정명석의 범죄를)말리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2018년 7월부터 수차례 정명석에게 성폭행당한 호주 교인 에이미씨는 자신을 처음 정명석에게 데려간 사람이 정조은이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정말 혼란스러웠지만 그전에 있었던 세뇌 교육 때문에 결국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돌이켰다. 에이미씨는 1년 넘게 극도의 혼란을 겪으며 홀로 자책하다가 2019년 10월22일 정조은을 만났다. 에이미씨가 공개한 대화 녹취에 따르면 정조은은 에이미씨에게 정명석에게 더 잘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당시 정조은은 “네(에이미)가 빨리 회복하고 이러는 것이 은혜를 갚는 거야. 네가 선생님(정명석)께 죄송하다면 그러면 더 잘해야 돼. 그리고 네 잘못을 정말 뉘우쳐야 돼. 더 열심히 하는 목소리 보여주는 게 선생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너를)딱 붙잡아줄 수 있는 게 여기 선생님이 계시니까. 어느 정도 상황이 괜찮아질 때까지는 한국에 있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선생님 가는 곳 좀 다 데리고 가달라고 그래. 최대한 갈만한 데 조금 붙어 있어. 어차피 혼자 있어봤자 이상한 생각만 할 거고”라고 덧붙였다. 몰락하는 정 라인 정명석의 성범죄를 막기보다는 여신도들을 회유해 그 옆에 계속 붙여둔 것으로 해석된다. 피해자에게 ‘네 잘못’을 운운한 대목은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시도한 것으로도 읽힌다. 에이미씨는 “정조은이 직접 제가 성폭력당하는 걸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저는 그녀가 닫힌 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매우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은 JMS 피해자와 탈퇴자들로부터 확보한 진술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리를 다지고 있다. 정명석의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추가 기소를 통해 구속기간을 연장도 준비 중이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동종 혐의인 만큼 경찰이 수사 중인 한국인 여신도 성범죄 사건과 관련, 우선 1명과 관련해 추가 기소하고 나머지 2명에 대해 분리해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구속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재판부는 증인을 집중 심리하는 한편 검찰도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심 법원은 구속기간 내에 선고를 마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명석 측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이 너무 많고 그마저도 불출석해 재판이 공전하는 등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심리 중인 대전지법 제12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는 정명석에 대한 지난 4·5차 공판서 “피고인의 ‘특수성’ 때문에 석방을 고려하기 어렵다”며 “넷플릭스 방영이나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니고, 피고인의 과거 행적과 조력자 등 내용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어, 보석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명석 측 변호인이 요청한 22명의 증인에 대해서도 모두 채택하기는 어렵다며 진술서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명석 측 변호인들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공판중심주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명석 측 변호인들은 지난달 21일 열린 5차 공판서 “재판부가 집중 심리를 해서라도 최소 10명에서 15명 이상은 증인 신청을 받아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정작 출석 여부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하루 안에 신문을 마쳐야 한다면 의미가 없어 증인들을 출석시키지 않았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변호인들은 3일 피해자 A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변호인들이 신청한 증인을 추가로 채택하는 한편, 금산 수련원에서 현장검증을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하고 있어 이달 안에 1심 선고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경 증거 확보 올인 정조은은 정명석이 해외로 도주했을 때 밀착 수행을 담당했다. 1999년부터 다수의 성폭행 혐의로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던 중 대만으로 도주한 뒤 홍콩·중국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였을 때다. 정명석은 2003년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에 올랐다. 홍콩서 중국으로 도피한 그는 2007년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됐고, 이듬해 2월 한국으로 강제송환됐다. 당시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사건은 정명석이 한국서 저지른 성폭력이 아니다. 모두 그가 해외도피 중일 때 가했던 성폭력이었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다섯 명으로 이들 중 법원이 최종적으로 피해를 인정한 사람은 4명이다. 그의 범죄 행위는 최근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들은 정명석을 ‘메시아로 믿고 그의 절대적인 권위에 복종’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명석은 법정 진술, 자필 진술문 등을 통해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을 뿐, 실제로 신도들은 그를 이 땅의 재림주 메시아로 믿고 있었다. 피해자 A씨와 B씨는 자매다. 정명석은 도피 생활 초기였던 2003년경,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들였다. 정명석이 누구에게도 홍콩에 간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자, 자매는 부모를 속이고 출국했다. 정명석은 그의 절대 권위에 복종하던 자매를 자기 성욕을 해소하는 데 이용했다. 정명석은 두 사람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정명석은 검찰 조사에서,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 방에서 안마를 받고 양옆에서 팔베개하고 눕도록 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강간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명석과 변호인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두 사람이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을 적시했다. 판결문에는 ‘피해자들이 메시아로 여기며 그 권위를 절대적으로 신봉해오던 피고인과의 관계나, 피해가 일어난 아파트에는 정명석을 신봉하는 소수의 신도밖에 없었던 사정 등에 비춰 심리적으로 반항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정황 확실 유죄 가능성” 구속 기로 JMS 간부들 ‘배신자’ 낙인도 한몫 법원은 정명석의 준강간 사실을 인정했다. 인터폴에 적색수배 중이던 정명석은 2003년 7월 홍콩 이민국에 구속됐다. 이후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정명석은 배를 타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피해자 C씨는 중국서 2006년 4월경 정명석을 만났다. 정명석은 이때 C씨와 단둘이 목욕탕으로 가, C씨에게 속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1심에서는 피해자 3명에게 가한 성폭력만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또 다른 고소인 D씨의 피해 역시 인정해, 정명석에게 4년을 얹어 10형을 선고했다. D씨는 2001년 말레이시아에 머무르던 중 추행을 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명석은 “의학박사 자격증도 있고 하나님을 통해 검사해주니 너희들에게도 (부인과)검사를 해주겠다”며 D씨를 추행했다. 1심 재판부는 “정명석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협박을 가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발생 당시, 주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가 정신적 혼란이 가중돼 반항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명석이 특수 지위에 있는 종교 지도자라고 믿는 회원을 상대로 성 접촉을 한 점, 피해자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점 등을 볼 때 정명석이 고령(당시 63세)이라 하더라도 1심보다 중한 형을 내려야 한다”며 10년형을 선고했다. 정명석은 10년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도, JMS 탈퇴 여성 2명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 손해배상한 사실이 있으며 한국에 있을 때도 여신도 성폭행이 법원서 인정된 바 있다. JMS 탈퇴 여성 7명은 2000년, 정명석에게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무려 8년간 지속된 끝에 정명석과 합의한 4명, 공소시효가 만료된 1명을 제외한 2명에게 각각 1000만원과 50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다. 수년 전부터 방조 정황 JMS 탈퇴자와 피해자들은 정조은이 정명석을 밀착 수행했던 만큼 지금까지 그의 성범죄를 훤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JMS 탈퇴자는 “정조은이 밀착 수행을 하면서부터 정명석의 신뢰를 얻었고 신뢰관계 유지를 위해 여성을 공급한 것”이라며 “정명석의 성폭력을 간접적으로 인정했어도 방조 혐의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