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갔던’ 친문 기업의 추락

‘문’ 달아준 날개 ‘윤’ 다 떼버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좋은 날이 마냥 이어질 순 없다는 뜻이다. 경제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는 기업은 부침이 더 있는 편이다. 호황과 불황을 넘나드는 시장의 시류에 잘 올라타야 한다. 그와 동시에 기업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바로 정치권이다. 특히 정부의 성향이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정부서 추진됐던 정책들이 여럿 뒤집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권은 ‘문재인정부 지우기’가 윤정부의 핵심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과거 정권교체가 10년 주기로 이뤄질 때는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되는 편이었다. 

5년 만에
바뀐 분위기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5년 만에 정권을 내주면서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서 다수 의석을 차지해 국회서 우위를 점했다. 국민의힘은 영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서 궤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대선서 승리해 균형의 추가 맞춰졌다.

여소야대 국면서 민주당이 의석수를 무기삼아 입법을 시도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식이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정국은 경색됐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의 행보는 특히 외교와 경제정책서 두드러진다. 윤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를 줄타기했던 문정부의 중립외교를 뒤엎고 한‧미‧일 동맹 강화를 강조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세일즈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자청하면서 순방 외교에 몰두 중이다. 경제와 외교를 접목해 대한민국 전체 파이를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친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역시 ‘친노동’ 정책을 우선시했던 문정부와 상반되는 행보다. 

이 과정서 문정부서 흥했던 기업이 윤정부 들어 쪼그라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정부서 이른바 잘나가던 기업이 정권교체 이후 타격을 입는 경우는 흔한 일이지만 윤정부에선 그 정도가 노골적이라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책에 이어 그 대상이 되는 기업까지 엎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첫손에 꼽히는 기업은 카카오다. ‘공룡기업’으로 불리는 카카오는 내수시장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배경으로 각종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골목상권을 파괴한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지만 별다른 제재가 없어 문정부와 ‘밀월관계’라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전 정부 정책 뒤엎기
외교부터 경제까지

하지만 카카오 계열사가 100여개가 넘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 여론이 급속도로 냉각됐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문정부 말에 이르러 정치권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칼을 뽑았다. 점유율 90%가 넘는 메신저 앱(카카오톡)을 등에 업은 카카오 계열사가 표적이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카카오가 임대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서 화재가 발생해 주요 서비스 접속에 장애가 발생했다. 이 과정서 카카오의 사후 처리가 문제로 떠올랐다. 양적으로는 크게 확장됐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미숙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민 밉상’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윤정부는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카카오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단순 규제를 넘어 카카오 계열사에 처벌의 칼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이 선봉에 섰고 칼끝은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까지 겨누고 있다.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이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카카오는 의혹에 연루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야심차게 금융업에 뛰어든 초반 기세는 사라진 지 오래고 향후 금융 관련 사업은 ‘꿈도 못 꾼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카카오를 ‘콕’ 찝어 ‘철저한 조사’ ‘반드시 제재’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해당 발언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서 나왔다. 이 자리서 윤 대통령은 카카오 택시에 대해 언급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며 “이 부도덕한 형태에 대해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대책을 내놓겠다며 즉각 반응했다. 

국민 기업
국민 밉상

카카오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가려졌을 뿐 문정부서 승승장구했던 건설사의 입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호반건설·중흥건설 등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정부가 호남기업을 타겟으로 잡았다는 말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벌떼 입찰’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호반건설·대방건설·중흥건설·우미건설·제일건설 등이 대상으로 떠올랐다.

먼저 호반건설이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공정위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으로 호반건설에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삼성웰스토리(2349억원), SPC(647억원)에 이어 부당지원으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3번째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해 공공택지 추첨 입찰에 참가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다수의 공공택지를 확보한 후 이를 총수 자녀 소유 회사와 그 자회사에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호반건설은 “조사 과정에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 측은 지난 9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소송을 서울고법에 제기했다. 공정위 결정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2심 법원서 다룬다. 과징금 폭탄 외에도 호반건설 앞에 놓인 산은 높고 험하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이 호반건설을 겨냥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직후다.


장관이 직접
“화가 난다”

원 장관은 “호반건설이 벌떼 입찰로 알짜 공공택지를 대거 낙찰받은 뒤 그걸 두 아들 회사에 양도해 아들을 번듯한 회사 사장으로 만들었다”며 “2013~2015년 벌어진 일에 대해 공정위에서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지만 호반건설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분양이익만 1조3000억원 이상 벌었다”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그러면서 “국토부서 해당 시기에 택지를 낙찰받은 업체가 입찰 등록기준을 충족했는지 등을 조사한 뒤 더 자세한 불법성 여부는 경찰, 검찰 수사로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공정위는 공소시효(5년) 소멸을 들어 김상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지만 국토부 입장은 다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한 셈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호반건설의 승계 작업을 들여다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계 순위가 껑충 뛴 중흥건설 역시 공정위가 불붙인 벌떼 입찰 의혹으로 표적이 된 상태다. 문정부서 ‘벌떼 입찰’로 총 178필지의 공공택지 중 67필지를 5개 건설사가 낙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호반건설이 18필지로 가장 많았고 중흥건설이 11필지로 나타났다.

우미건설(17필지), 대방건설(14필지), 제일건설(7필지) 등도 이름을 올렸다. 


문정부서 보조금을 몰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에디슨모터스는 여권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이 관계 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에디슨모터스 자금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회사에 지원된 정부 자금 1960억원 중 문정부 시절 집행된 금액은 193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에디슨모터스는 2017년 당시 강영권 회장이 한국화이바 차량사업부를 인수한 뒤 지금의 사명으로 바꿔 운영한 회사로 전기차 사업을 주력으로 삼았다.

카카오·호반건설·에디슨모터스
전폭적인 지원→조사·감사 대상

사업 규모를 키우는 과정서 문정부와 전북 등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법정관리와 경영진 기소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에디슨모터스에 돈을 댄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전북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전북도가 에디슨모터스로부터 입은 직접 피해 추계액은 52억3700만원에 이른다. 앞서 문정부 당시 행정안전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지원사업, 군산형 일자리 산업을 추진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전북도와 군산시는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에디슨모터스에 막대한 금융지원은 물론 빚보증까지 해줬다. 2021년 7월 전북도와 군산시는 각각 50억원씩 출연해 100억원을 빌려줬고 전북도 산하기관인 전북신용보증재단은 이 대출에 대한 빚보증을 섰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는 경영 악화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고 전북신보는 올해 초 보증에 따라 대신 빚을 갚았다. 

전북신보는 국정감사에서 “에디슨모터스 대위변제에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군산형 일자리를 이끌기 위해 대승적으로 사업을 지원했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에디슨모터스로 인한)피해는 고스란히 전북도민이 지게 됐다”며 “왜 이런 피해를 보게 됐는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통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서 에디슨모터스로 지원한 돈에 대해서도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진공은 2018년 1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5회에 걸쳐 에디슨모터스에 약 129억원을 지원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에디슨모터스 특혜 지원 의혹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고 곧 감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국감서 밝혔다. 

5년 뒤엔
또 누가?

한 경제계 인사는 기업의 흥망성쇠 주기가 5년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대권의 향배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결정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엎는 과정서 이른바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됐던 기업이 철퇴를 맞고 있다. 반대로 또 다른 기업은 친정부라는 바람을 타고 위로 오르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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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