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6.18 01:01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조조, 유비, 손권이 중화를 세 갈래로 갈라쳤던 중국의 역사가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수십개에 달하던 민주당 계파는 이제 큰 세 갈래 세력으로 정리됐고, <삼국지>만큼이나 치열하고 재밌는 정치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민주당의 세가지 세력은 ‘친문’의 사의재, ‘비명’의 민주당의 길, ‘친명’의 처럼회다. 더불어민주당 계파만큼 복잡한 것도 없었다. 정치 성향에 따라, 가까운 원로 정치인에 따라, 연구모임에 따라 이리도 모이고 저리도 모였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수십년간 수십개의 계파를 형성해왔다. 여의도에 오래 있던 전문가들도 헷갈릴 만큼 다양했던 민주당 계파는 정계에 입문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공부해야 하는 ‘숙제’였다. 여러 계파 단순 정리 그랬던 민주당의 계파가 단순하게 정리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근 출범한 몇 개의 연구모임을 중심으로 계파가 명확히 나뉘고 있다는 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수십년간 민주당을 지키던 복잡한 계파가 이제 명쾌해졌다”며 “지난달 출범한 계파 모임을 잘 보면 당내서 계파가 어떻게 나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전당대회서 초선 이재명 의원을 당 대표로 추대하며 당 개편의 서막을 올렸다. 수십년간 민주당 헤게모니를 갖고 있던 친문(친 문재인), 친노(친 노무현) 계열은 주도권을 친명(친 이재명)계로 넘겼고, 그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적 노선을 다시 짜게 됐다. 기존의 ‘민주주의 4.0’이나 ‘초금회’ 등으로 일컬어지던 친문계 의원들은 내년 총선 전에 다시금 세를 규합해야 했고, 이미 힘이 빠져버린 친노계와 친정세균계 의원들은 내년 선거에 나설 명분을 쌓아야만 했다. 그런 이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새로운 연구모임의 출범이었다. 첫 신호탄은 친문 모임인 ‘사의재’가 먼저 날렸다. 지난달 18일 출범된 이 모임은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서 일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모임이다. 친문계의 원로, 장·차관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으며, 박범계·전해철·도종환·정태호·이용선 등 현역 의원들도 이 모임에 이름을 올렸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조대엽 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사의재의 공동 대표를 맡았고, 방정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 ‘친문’계의 좌장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고문직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서 열린 창립 기자회견서 방 운영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부의 좋은 정책들을 발굴 개선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포럼을 창립한 계기”라며 “윤석열정부는 (민주당 정부의)모든 정책을 왜곡·폄훼하고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합적 위기 극복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심지어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급증하고 있다”며 사의재 출범 이유를 밝혔다. 친문계 ‘사의재’서 모여 결의 다짐 문정부 인사 친문 원로 현역의원 합세 공개적인 자리서 친문 인사들의 모임 출범을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한 이들은 계파 분열을 우려하는 당내의 우려를 의식한 듯 현재 민주당의 현안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사의재란 ‘맑은 생각, 엄숙한 용모, 과묵한 말씨, 신중한 행동을 가진 자가 머무는 곳’이라는 뜻으로, 신유박해 당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수년간 머물렀던 유배 거처다. 천주교도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전남 강진으로 유배 간 다산에게 지역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가락질하며 욕을 해댔고, 이 때문에 다산은 당시 머무를 거처 하나조차 쉽게 구하지 못했다. 그 지역에서 주막을 운영하던 주모는 그런 다산 선생을 안쓰럽게 여겨 작은 방을 하나 내줬는데, 다산은 이 방을 사의재라고 명명했다. 술을 마시며 허송세월하던 다산 선생은 주모의 배려에 감동받아 이 방에서 다시금 학문에 정진하게 됐다. 다산의 대표 저서인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이 바로 이 사의재서 탄생했다. 정치싸움서 패배한 뒤 세를 잃고 유배 갔던 다산의 당시 상황은 현재 친문계와 닮아 있다. 친문계는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부터 당원과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 정치적 입지가 쪼그라든 상태다. 지난 20대 대선 경선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내세우며 정권 재창출의 주인공이 되려 애썼다. 그러나 이들은 주인공은커녕 악역으로 전락했다. 대통령 후보 경선서 이 대표에게 많이 뒤처져 있었던 친문계는 ‘네거티브’ 전략을 선거전에 활용했고, 이때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거센 공격을 가했다. 현재까지 이 대표를 괴롭히고 있는 ‘대장동 특혜 의혹’도 이때 친문계에서 내놓은 전략이었다. 이 전 총리는 “(이재명 대표 같은)불안한 후보로는 본선을 이길 수 없다”며 민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취했고, 대장동 의혹을 방송 토론에서 언급하는 등 ‘도 넘은’ 네거티브를 연일 이어갔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친문계 의원들은 각종 라디오와 방송 인터뷰서 이 대표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경선 막바지까지 시끄러운 잡음을 만들어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친문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이 대표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지난해 10월10일 최종 마무리된 경선 결과, 이 대표가 50.3%의 득표율로 과반을 차지했다. 절반이 넘은 득표 수는 결선투표를 노리고 있던 이 전 총리에게 비보였고, 친문계는 좌절감을 그대로 맛봐야 했다. 얽히고 설키다 그러나 최종 결과 발표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좌절감은 엉뚱하게 발현됐다. 이 전 총리가 경선 결과에 불복을 선언한 것이다. 친문 진영 측은 사퇴한 후보들의 표를 무효 처리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이 대표가 과반을 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선 경선에 뛰어든 후보 중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는 총 6명으로 이재명·이낙연·박용진·추미애·정세균·김두관 후보였다. 이 중 김두관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가 중도 사퇴하며 논란의 씨앗을 만들었다. 문제는 정 전 총리가 득표한 23731표와 김 의원이 득표한 4411표가 결선투표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표를 모두 무효표 처리해 분모서 뺄 경우 이 대표의 득표율은 당초 발표된 50.29%가 맞으나, 이를 그대로 인정해 분모에 포함시킨다면 과반이 안 되는 49.32%가 된다. 표를 인정하면 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친문 진영에선 이를 무효로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결선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지자들은 연일 민주당사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때 이들이 시위 현장에 들고온 피켓에는 ‘현대판 사사오입’이라는 다소 과격한 문구도 적혀 있었다. 이때 친명 진영에 행했던 거센 공격들을 친명계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사법 리스크 등으로 현재는 힘이 빠졌지만, 지난해 민주당 경선서 친명계는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고, 지도부를 현재의 친명계 인사들로 꽉 채웠다. 정치적 영향력을 잃고 유배지로 향했던 다산 선생처럼 친문계는 요즘 민주당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추세다. 세간에선 사의재를 두고 암울한 상황인 친문계가 계파를 다시금 규합하기 위해 만든 연구 모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소식에 정통한 한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친문계가)어느 정도 소속감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오래된 연구모임이나 추상적인 ‘친문계’ 같은 용어는 소속감을 주기 부족하다. 새로 출범한 ‘사의재’에 소속돼있다는 사실은 본인의 계파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의재가 당장 정치적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 대표가 버티고 있는 만큼 상황을 보다가 총선 전에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악역? 지난 경선서 보여준 ‘악의적인 네거티브’와 대선 패배의 궁극적 이유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지지자들의 동력을 쉽게 얻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현재 평론가들의 시각이다. 사의재가 친문계의 거점이 되려 한다면, 비명계의 거점은 지난달 31일 첫 토론회를 가진 ‘민주당의 길’이 되려 한다. 해당 모임의 출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김종민 의원은 이날 토론회 모두발언서 “민주당의 길 토론회는 비명 모임이 아니라 비전 모임이다. 한 글자가 틀린데 (그 뜻이)엄청나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비전과 전략, 정치개혁과 민생 개혁 등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면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 지도부, 이재명 대표가 될 것”이라며 비명 모임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들은 자리에 참여한 의원들 대부분이 친명계에 쓴소리를 던지던 인물들이라는 점은 이미 모임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가 보궐선거에 출마할 때, 또 전당대회에 출마할 때 그에 대한 비판과 설득을 했던 비명계 의원들 대부분이 ‘민주당의 길’에 합류했다. 이 중 이인영·홍영표·강병원·김영배·김종민 등이 눈에 띄었으며 친문계의 신동근·윤영찬 의원, 또 지난해 이 대표를 거세게 비판했던 이원욱·박용진·조응천 의원이 합세했다. 이름만 보면 모두 ‘비명’의 색채를 띄고 있는 의원들 뿐이기 때문에 당내에선 민주당의 길이 비명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첫 토론회에 직접 참석해 모두발언을 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은 이 대표의 뜻이 컸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가 비명계를 끌어안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대표도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 비명계니 친명계니 하는 많은 말들이 있는 줄 모르고 참석했다”며 “민주적 정당이라면 당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 진지한 토론,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국민의 뜻에도,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이런 자리는 많을수록 좋다”고 모임 출범을 축하했다. 이처럼 이 대표도, 민주당의 길을 만든 김 의원도 모두 ‘비명 모임’이라는 단어 사용을 극도로 꺼리고 있지만, 이 대표가 두 번이나 검찰에 출석하며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와중에 ‘비명계’ 의원들로 구성된 모임이 출범했다는 점은 민주당이 사실상 플랜B를 염두해두고 있다는 세간의 의심을 피해갈 순 없다. 친명계 비판 ‘민주당의 길’ 털고 기지개 켜는 ‘처럼회’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김 의원이 말한 것처럼 이 모임을 ‘비명 모임’으로 해석하는 건 지양해달라”며 “민주당의 길은 지난해 두 차례 선거서 민주당이 왜 졌는지에 대한 분석과 이름 그대로 앞으로 민주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고민하는 모임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몇몇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나온 발언들로 모임의 성격을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비명계 의원실 보좌관은 “당연히 그렇게 말할 것이다. 비록 많이 흔들리고 있지만 어쨌든 현재 민주당의 대표는 이재명 의원”이라며 “내년 총선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의원들이 ‘비명’이라는 색채를 쓰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그러나 이 대표의 낙마가 현실화된다면 상황은 많이 바뀔 것이다. 현재 친명계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의원은 대부분 말을 아끼려 하지만 친명계가 와해되면 민주당의 길에 소속된 의원들을 중심으로 힘을 뭉치려 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고 예상했다. 즉, 상황을 보다가 비로소 세력을 규합할 명분이 생기면 ‘민주당의 길’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시각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두 차례나 검찰에 출석하며 사법 리스크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성남FC와 관련된 ‘제3자뇌물죄’와 ‘대장동 특혜 의혹’은 현재 검찰 주요 인력 대부분이 붙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끝내 기소가 이뤄지고 재판에 넘겨지게 될 경우, 이 대표가 내년 총선까지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위기에 빠진 이 대표를 지키고 있는 것은 현재 민주당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처럼회’다. 강성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들로 이뤄진 처럼회는 민주당 지도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및 비명계 모임이 잇따라 출범하며 언론의 관심이 이들에게 쏠린 모양새지만 처럼회 세력은 아직 건재하다. 지난해부터 민주당의 스피커 역할을 해온 최강욱·김남국 의원 등이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데다 재선의 박주민 의원,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같은 세력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헤게모니를 넘겨받은 친명계는 처럼회를 중심으로 세력을 지키고 있고, 이 대표도 현재 지도부와 더불어 이들을 가장 많이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세력 과시를 뒤로 했던 이들 모임은 지난달 25일, 이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며 의원들 간 교류를 다시 시작했다. 친문의 사의재, 비명의 민주당의 길, 친명의 처럼회는 현재 민주당의 가장 큰 세 가지 세력인 것으로 파악된다. 권력을 잡고 있는 처럼회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사의재, 그리고 이들의 정치싸움을 맹렬히 비판하고 있는 민주당의 길은 내년 총선 전까지 쉴 새 없는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쉴 새 없는 자리싸움 <일요시사>와 민주당사 앞에서 만난 한 지지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저렇게 헛발질을 하는데, 민주당의 인기가 그만큼 올라가지 않고 있다. 이는 뭔가 민주당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대선서 극심한 계파 갈등으로 정권을 국민의힘에 헌납한 민주당은 이제 하나로 뭉쳐야 할 때다. 처럼회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해결해야 하고, 사의재는 문재인정부의 실책을 반성해야 하며, 민주당의 길은 생산적인 비판을 해야 한다. 이들의 변화 여부에 따라 다음 총선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ingyun@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 의혹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그때 왜 그랬지?’라는 의문에 하나둘 답이 나오는 모양새다. 당시 관계자의 말과 행동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부족했던 퍼즐이 나타나면서 그림이 완성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탄조끼가 부서지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판에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도전해 배지를 달았다. 당 대표 선거에도 출마해 당선됐다. 검찰 수사에 대한 방어막을 몇 겹으로 친 셈이다. 조여 오는 검찰 수사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한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2018년 한 변호사의 고발로 시작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기업으로까지 번진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이 줄지어 있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이 대표의 측근이 연이어 구속되면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어떤 사건으로 스타트를 끊을 지를 두고 법조계, 언론 등에서 다양한 말이 오갔다. 그러던 중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검찰의 레이더에 걸린 것.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금을 줬다는 내용이다. 2018년 장영하 변호사가 이 내용으로 고발할 당시 후원금 액수는 161억원에 달했다. 연루된 기업이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두산건설), 제2사옥 건축허가(네이버), 분당경찰서·분당보건소 부지 용도변경(차병원) 등 이른바 혜택을 받았다는 게 골자다. 6개 기업 중 주목도가 높은 건 네이버다. 다른 5개 기업과 달리 ‘우회 지원’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후원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15년 5월19일 성남시·사단법인 희망살림·성남FC 등과 ‘빚 탕감 프로젝트 참여와 확대를 위한’ 4자 간 협약을 맺었다. FC바르셀로나 벤치마킹 주장 ‘돈 주고 새겼다’ 전혀 달라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40억원을 후원하면 희망살림이 39억원을 성남FC에 광고료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4자 간 협약서는 네이버의 우회 지원을 두고 의문을 제기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이 대표가 직접 SNS에 공개한 문서다. 성남시 시민단체 ‘성남공정포럼’은 4자 간 협약서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를 입증하는 스모킹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자 간 협약서 내용대로 진행된 게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4자 간 협약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5~2016년 2년에 걸쳐 희망살림에 40억원의 후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지급일자와 방법은 네이버와 희망살림의 별도 합의에 의해 정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두긴 했지만 네이버는 독특하게도 ‘법인회비’ 명목으로 돈을 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세제 혜택도 받지 않았다. 희망살림은 19억5000만원씩 2년 동안 총 39억원을 성남FC에 광고료로 지급한다고 했다. 희망살림은 취약계층의 금융복지를 위한 사단법인이다. 모금 활동을 통해 장기 연체된 부실채권을 싸게 사들인 뒤 이를 소각해 채무자의 빚을 없애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고유 목적사업은 ‘채무자의 빚 탕감’이다. 수많은 채무자의 빚을 없애줄 수 있는 돈을 성남FC에 광고료로 낸 셈이다. 성남FC는 그 조건으로 희망살림의 ‘롤링 주빌리’ 로고를 메인스폰서 광고로 표출하기로 했다. 선수 유니폼에 롤링 주빌리를 새겨 빚 탕감 프로젝트를 알리자는 것. 문제는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성남FC 유니폼을 살펴보면 의아한 구석들이 많다. 돈 내고 흔적 없어 4자 간 협약은 2015년 5월에 진행됐다. 하지만 2015년 2월 이미 성남FC 유니폼에는 ‘Rolling Jubilee(롤링 주빌리)’가 새겨져 있었다. 성남FC는 2015년 2월16일 롤링 주빌리를 메인 유니폼 로고로 채택했다며 국내서 공익캠페인을 메인 유니폼 로고로 사용하는 것은 성남FC가 처음이라고 홍보했다. 당시 성남FC 관계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서도 이 로고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어 아시아 전역에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희망살림 등에서 광고료를 지급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2015년 5월 4자 간 협약 이후 유니폼의 변화다. 성남FC의 2016년 유니폼을 보면 ‘Jubilee Bank(주빌리 뱅크)’가 새겨져 있다. 4자 간 협약서에 따르면 성남FC는 롤링 주빌리를 유니폼에 넣었어야 한다. 하지만 성남FC는 원래 로고로 쓰고 있던 롤링 주빌리 대신 주빌리 뱅크를 넣어 유니폼을 만들었다. 게다가 39억원의 광고료도 지급받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성남FC가 롤링 주빌리 로고를 유니폼에 새길 당시 ‘FC바르셀로나’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FC바르셀로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대표하는 축구단으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오래 몸담은 곳으로 유명하다. 성남FC는 2017년 네이버의 우회 지원 의혹이 불거지자 ‘성남FC-네이버-희망살림 후원 협약 관련 정치적 의혹 보도에 대한 성남FC 입장’을 발표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성남FC의 공익켐페인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로셀로나가 유니세프를 유니폼에 노출한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국내 프로스포츠구단 최초로 공익캠페인을 유니폼 메인 스폰서로 사용함으로써 구단 이미지와 사회공헌 가치를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표는 2015년 11월19일 FC바르셀로나 구단을 방문했다. 성남FC 구단주 자격으로 FC바로셀로나를 벤치마킹하려는 의도였다. 당시 이 대표는 “시민구단인 성남FC가 벤치마킹하고 싶은 구단이 바로 FC바르셀로나”라며 “조합원을 구성해 운영하는 민주적인 방식이 우리가 크게 배울 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했나 2018년 1월12일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도 자신의 SNS에 성남FC 관련 글을 쓰면서 FC바르셀로나를 언급했다. 제 전 의원은 4자 간 협약에서 희망살림을 대표해 협약서에 서명한 인물이다. 당시 대표권을 가진 대표가 따로 있었는데도 제 전 의원이 상임이사 자격으로 협약식에 참석해 서명을 하면서 대표성 논란이 불거졌다. 제 전 의원은 “2006년 세계적인 축구 구단인 FC바르셀로나의 유니폼에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유명 기업의 로고 대신 ‘유니세프(UNICEF)’의 로고가 새겨진 것”이라며 “유명 구단의 경우 유니폼에 상업 로고(스폰서)를 달아 막대한 수익을 본다. 그러나 세계서 가장 유명한 구단 중 하나인 FC바르셀로나는 그런 상업적 수익 대신 오히려 공익 목적의 국제연합 아동기금, 유니세프를 홍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그런 일을 한 곳이 있다. 바로 성남FC”라며 “당시 성남시는 2014년부터 ‘빚 탕감 프로젝트(롤링 주빌리, Rolling Jubilee)’를 펼치고 있었고 이후 성남FC의 유니폼 메인 로고로 채택, 국내 프로스포츠구단 최초로 공익캠페인을 스폰서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공익캠페인의 참여와 확대를 목적으로 성남시, 내가 상임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희망살림, 성남의 대표 기업인 네이버, 그리고 FC바르셀로나처럼 시민구단이었던 성남FC가 뜻을 모아 공개 협약식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FC바르셀로나를 벤치마킹했다는 성남FC, 이 대표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협약서 내용과 다른 로고 이재명 정책 홍보용으로?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성남FC와 FC바르셀로나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FC바르셀로나는 1899년 창단 이후 무려 106년 동안 유니폼에 클럽 문장과 선수 이름 외에 어떤 표시도 붙이지 않았다. 그 전통을 깨고 유니폼에 새긴 로고가 바로 ‘유니세프(UNICEF)’다. 여기에 FC바르셀로나는 향후 5년 동안 매년 150만유로(약 18억원)를 유니세프에 기부한다는 내용의 협력협정을 맺었다. 심지어 FC바르셀로나는 유니폼에 로고를 새기고 되레 돈을 냈다. 광고료를 지급받고 유니폼에 로고를 새긴 성남FC와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여기에 성남FC는 협약서에 명시된 롤링 주빌리 대신 주빌리 뱅크를 새긴 점도 의문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실제 돈을 준 네이버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말 그대로 돈만 낸 셈이다. 주빌리 뱅크, 이른바 주빌리 은행은 2015년 8월27일 설립됐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채권을 싸게 구입해 채무자에게 원금의 일부만 갚으면 빚을 탕감해 준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당시 이 대표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장과 공동 은행장을 맡았다. 2015년 2월 성남FC 유니폼에 새겨져 있던 롤링 주빌리는 1년 뒤인 2016년 2월 주빌리 뱅크로 바뀌었다. 2015년 5월 성남시‧네이버‧희망살림‧성남FC가 4자 간 협약식을 맺었고 3개월 뒤 주빌리 은행이 출범했다. 성남FC 유니폼에 새긴 주빌리 뱅크라는 로고가 이 대표를 ‘띄우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지점이다. 1년 동안 무슨 일이?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는 네이버의 39억원으로 ‘빚 탕감 프로젝트’라는 본인 정책을 홍보한 것”이라며 “희망살림, 주빌리 은행과 연관된 이헌욱 GH 사장, 제윤경 전 의원, 유종일 원장 등도 전부 출세가도를 달리지 않았나. 그들 입장에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민단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고발 이유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없던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부각되고 있다. 성남시 시민단체인 성남공정포럼서 이 GIO를 ‘제3자 뇌물죄’ 혐의로 고발한 것.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김진철 사무국장은 지난달 2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GIO와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을 제3자 뇌물죄로 조사해달라고 수원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GIO는 2013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김 사무국장은 “네이버는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상장기업 회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며 “거액의 자금을 희망살림에 후원금으로 지출하기 위해선 내부 결재 및 이사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GIO가 당시 이사회 의장으로 40억원 후원금 지출에 대해 최종 결정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장동 의혹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녹취록’ 전문이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로 연결되는 지점 외에도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로비 행위까지 드러났다. 50억 클럽 의혹에 대해 소극적 수사로 일관하던 검찰은 대외적 비판을 의식한 분위기다. 급작스레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한 소환조사에 나선 것이다. 검찰이 박 전 특검을 시작으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해서도 칼날을 들이밀지는 아직 미지수다. ‘50억 클럽’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로비 의혹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금까지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을 제외하면 재판에 넘겨진 인물이 없다.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이는 박영수 전 특검과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곽 전 의원,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이다. 지지부진 물밑으로 검찰은 소극적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이후 이들에 대해 핀셋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수사1부(부장검사 김명석)는 최근 박 전 특검 등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수수 및 공여 혐의 사건을 배당받아 고발장을 분석하는 등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17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가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 등 ‘50억 클럽’으로 지목됐던 이들을 공수처에 고발한 건이다. 홍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은 공수처 수사 대상에 속한다. 다만 공수처 안팎에서는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됐던 점을 고려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는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춰 볼 때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 검찰은 지난해 초 ‘정영학 녹취록’에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박 전 특검을 불러 조사하고, 그다음 달인 2월 아들 퇴직금 등 명목으로 대장동 민간사업자 쪽에게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을 구속 기소했다. 오랜 시간 동안 관련 사건을 진행해온 검찰에 사건을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검찰 수사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당시 성남시청의 의사 결정 과정을 중심으로 한 배임 의혹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50억 클럽 관련 수사가 사실상 멈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수처가 직접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공수처가 사건 이첩을 요청하면 다른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곽 전 의원 측은 “법원에서도 녹취록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녹취록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해명되는 중”이라고 밝히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총장과 최 전 수석은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바가 일체 없다. 따라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녹취록은 그 내용이 사실과 다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사실 확인이나 검증 절차 없이 녹취록 또는 실명을 보도하는 것은 심각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양철한)도 녹취록만으로는 유무죄를 따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녹취록이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피고인 결백이나 공소사실이 입증되기는 어렵다. 객관적 증거가 중요하다”고 했다. 소극적 수사 비판 의식했나…박영수 급소환 홍선근 회장까지 소환…김수남·최재경 검토 다만 50억원 클럽을 수사하는 검찰의 소극적 태도를 두고는 ‘제 식구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곽 전 의원과 달리 구체적 돈거래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실명이 거론된 검찰 고위직 출신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박 전 특검과 홍 회장은 중앙지검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박 전 특검의 딸 박모씨의 주택법 위반 혐의 사건을 지난해 10월 중순 수원지검으로부터 넘겨받아 배당한 뒤 자료 검토 등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씨는 지난해 6월 화천대유가 보유하던 성남시 대장동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A1·2블록)’ 아파트(84㎡)를 비정상적으로 분양받은 혐의를 받는다. 주택법상 분양 계약이 해지돼 미분양으로 전환된 아파트는 공모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지만, 화천대유는 이런 절차 없이 박씨 등 2명에게 아파트를 분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특검의 인척으로 알려진 대장동 분양대행사 대표 이모씨는 김씨로부터 109억원을 전달받아 이 중 100억원을 2019년경 토목업자 나모씨에게 전달한 데 대해 검찰은 이 과정에서 돈의 일부가 박 전 특검에게 흘러갔을 가능성도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9월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와 박씨, 박씨와 같은 경위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일반인 1명 등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중앙지검은 수원지검으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아 지난 10월 중순 대장동 수사를 진행 중인 반부패수사3부에 배당했다. 홍 회장 사건도 마찬가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11월 홍 회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홍 회장은 2019년 10월 김씨로부터 아내와 아들 명의로 총 50억원을 빌렸다가 약 두 달 뒤 이자 없이 원금만 갚은 혐의를 받는다. 소극적 태도 식구 봐주기? 수원지검은 같은 달 29일,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했다. 50억 클럽 관련 사건이 대장동을 수사하는 중앙지검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출소 후 대장동 사건에 대한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최근 대장동 공판서 “김만배씨가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의 뇌물 수수 사건을 잘 봐달라고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게 얘기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씨가 (내게) 사업에서 빠지라고 할 때 ‘재경이형이나 수남이형도 네가 있으면 문제가 되니까 빠지라고 했다’”고도 했다. 검찰도 최근 남 변호사를 불러 권 전 대법관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다시 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검찰은 남 변호사에게 “김만배씨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성남 제1공단 공원화 무효 소송 등 두 사건을 대법원에서 뒤집었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대법관에게 부탁해 사건을 해결했다는 취지의 전언 진술이다. 앞서 남 변호사는 2021년 10월 검찰 조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이다. 2019년 9월 항소심은 이 대표에게 경기도지사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상태였다. 당시 현직이던 권 전 대법관은 이 대표 사건에 대한 유무죄 의견이 대법관 사이에서 팽팽히 엇갈리던 가운데 무죄 취지 의견을 밝히면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2020년 9월 퇴임한 권 전 대법관은 그해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했는데, 이 같은 재판거래의 대가로 고문이 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남 변호사가 언급한 성남시 제1공단 공원화 무효 소송은 성남시와 민간사업자 사이에 제기된 행정소송이다.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 대표가 제1공단 개발을 취소하고 공원화에 나서자, 시행사가 성남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걸었다. 당시 2심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는데, 2016년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성남시의 승소 판결을 냈다. 검찰은 남 변호사의 전언 진술의 진위와 더불어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고문직에 오른 경위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간 끌기” 지적 부담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최 전 수석과 김 전 총장에 대해 지난해 7월 50억 클럽 관련 서면조사를 진행했다. 박 전 특검과 홍 회장, 권 전 대법관에 대해 자세한 사건 파악을 진행하고 있어 최 전 수석과 김 전 총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곧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도 50억 클럽에 대한 시간 끌기 비판을 듣고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박 전 특검과 홍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지난해부터 진행됐고 권 전 대법관은 조만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가 답보 상태였다기보다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다 보니 50억 클럽 수사가 대외적으로 속도감이 없어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재경지검 검사도 “중앙지검 내부에서 50억 클럽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장동 수사팀도 이 대표 수사를 마무리지으면 순차적으로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검증하고 문제가 된다면 수사에 나설 것이다. 박 전 특검과 김 전 총장, 최 전 수석 등에 대해 아예 손을 놓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했다. 50억 클럽 멤버는 아니지만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역임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도 정영학 녹취록에서 여러 번 언급된다. 윤 전 고검장은 2013년 4월까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그해 4월부터 12월까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를 맡았는데, 김씨가 직전 성남지청장이었던 윤 전 고검장을 통해 어떤 사건을 해결했다는 내용의 대화가 오간다. 2012년 8월18일, 남 변호사는 김씨와의 대화 내용을 정영학 회계사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윤갑근 차장이 검사장인데, 검사장이 직접 계장(성남지청 계장)한테 전화하는 예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차장님도 (계장에게) 전화를 하셨다고, 얼마나(김만배씨가 윤갑근 전 지청장을) 달달 볶았으면 전화했겠어요. 그래서 그것도 그렇게 정리를 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마무리해서 무혐의로 종결하겠다고 저한테 대놓고 얘기했으니까, 다시 안 부르겠다고”고 말했다. 즉, 김씨가 윤 전 고검장에게 수사를 무마해달라고 청탁했고, 윤 전 고검장이 압력을 행사해 무혐의 종결로 처분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남 변호사는 “보니까 만배형이 고생을 많이 했네”라며 고마워하기도 했다. 이재명 마무리 후 속도 높일 듯 재판부, 누구의 말 더 신뢰할까 ‘박근혜 청와대’ 정보를 입수해, 수사 등에 미리 대비했던 흔적도 보인다. 2014년 7월28일, 남 변호사는 김씨가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과 만나 대화한 내용이라고 전하며, 청와대가 대장동 사업자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한다. 김씨가 “다 스톱하라”고 했다며, 남 변호사도 “휴대폰을 다 부수고, 아무도 만나지 말자”고 얘기했다. 정 회계사는 “저도 웬만하면 자료를 다 없애야겠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정영학 녹취록에서 언급된 이들은 연관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씨도 최근 곽 전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회적으로 권력 있는 분들을 팔아서 얘기한 측면이 있어 죄송하다”며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화천대유 직원들 인센티브를 부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허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허언인지, 실체가 있는 혐의인지는 검찰 수사에 속도감이 붙으면 밝혀질 전망이다. 특히 제한된 기간의, 제한된 대화 내용이 담긴 만큼 녹취록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50억 클럽 멤버들에 대한 청탁 의혹은 검찰 수사를 통해 추가로 밝혀져야 한다. 정영학 녹취록 속 대화들이 일부 허언일 가능성 때문인지 검찰은 곽 전 의원의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향후 50억 클럽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50억원의 성격 및 김씨 진술의 신빙성 등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 다른 인물에 대한 수월한 수사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당초 지난달 25일 1심 선고기일로 정했다가 오는 8일로 변경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대장동 비리사건에서 중요한 부패의 한 축”이라고 규정하며 곽 전 의원에게 징역 15년형과 벌금 50억여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곽 전 의원은 “왜 재판받고 있는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지급된 50억원의 정체를 두고 대장동 일당 등은 엇갈리는 진술을 내놨다. 재판부가 누구의 말을 더 신뢰할만하다고 판단하는지가 관건이다. 검찰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토대로 곽 전 의원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녹취록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가 정 회계사, 유동규 전 본부장 등과 대화하면서 ‘(곽 전 의원이)아들을 통해 돈 달라고 한다’고 말한 것, 곽 전 의원에게 돈을 전달할 방법을 논의한 상황 등이 담겼다. 남 변호사도 “곽 전 의원이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줬다는 이야기를 김씨한테 들었다”며 검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대장동 사건 중요한 한 축 곽 전 의원이 자신의 몫을 요구해 김씨와 다툼이 있었다는 서울 서초동 한 식당에서의 식사 자리도 재판에서 여러 번 다뤄졌다. 검찰은 당시 저녁 식사에서 곽 전 의원이 “돈을 많이 벌었으면 나눠야지”라며 자신의 몫을 요구해 김씨와 다툼이 벌어졌다고 봤다.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도 “당시 둘 사이 언쟁이 있었다”고 공통적으로 증언했다. 검찰은 이를 곽 전 의원과 김씨 사이에 50억원 약정이 사전에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주요한 근거로 내세웠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에게 국민의힘 문제는 뒷전이었다. 당 대표를 끌어내리던 윤핵관이 실언하던 민주당은 그들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 그러나 3월로 다가온 전당대회에는 비로소 눈길을 돌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누가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본인들에게 유리할지 벌써 계산해두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차기 국민의힘 대표는 요즘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기현 의원이었다. 월드컵 개막식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이 조 추첨식이다. 보통 월드컵 개막 반년 전쯤 실시되는 월드컵 조 추첨은 본선 참가국 모두의 관심사다. 상대국이 누구냐에 따라 출전 엔트리를 달리 선발할 수 있고, 그 나라의 특색에 따라 전술을 새로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 유명 감독과 코치진은 조 추첨 전까지는 어떤 전략도, 엔트리도 결정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엎치락 뒤치락 상대에 따라 전략을 달리 짜는 문제는 비단 스포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당 간의 선거전에서도 종종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지난해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있었던 양당 싸움이 그 좋은 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맞붙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자 같은 리스크를 갖고 있는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바 있다. 상대 후보가 같은 리스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행운이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당시 대장동 문제와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공금횡령 문제, 또 성남FC 뇌물 혐의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발 사주,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설수를 타며 지지율 부진을 겪었다. 이때 양 후보는 본인 리스크를 감추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히 드러내며 상대 리스크도 함께 강조하는 전략을 취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각자에게 성공적이었으며 결국 사법 리스크와 배우자 리스크는 양 후보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만일 리스크가 없는 후보와 맞붙었다면 양 진영은 다른 전략을 취했을 것이다. 이 정치싸움이 내년에도 벌어질 예정이다. 여의도는 벌써부터 내년도 총선 준비에 한창이다. 정당 관계자들은 지난해 있던 민주당 전당대회와 오는 3월에 있을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준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차기 당 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는 만큼 당이 총력전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요즘 민주당의 관심사는 온통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쏠려 있는 모양새다. 이미 이재명 대표 체제로 굳힌 이들은 ‘2024 총선’이라는 링에 이미 올라가 있는 상태다. 전당대회를 치른 지 반년가량 지난 민주당은 이제 국민의힘의 대표가 누가 될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3월8일 제3차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 선거에서 국민의힘 당원들은 당대표 한 명과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을 뽑게 된다. 말 많았던 공천룰은 당원투표 100%로 굳어졌고,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직에 이미 출사표를 던진 후보가 수두룩하다. 주요 당권주자에는 울산에서만 내리 5선을 한 김기현 의원과 3선의 안철수 의원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윤상현 의원이 그 뒤를 잇는 상태다. 최고위원 선거에는 광명을 당협위원장인 김용태 최고위원이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고, 송파갑에서 당선된 초선 김웅 의원이 출마 선언을 했다. 청년최고위원직에는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과 김가람 전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이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김기현 초반 부진 속 당권주자 급부상 나경원-대통령실 갈등 속 어부지리 1등 친윤(친 윤석열)과 비윤(비 윤석열)으로 나눠진 구도에서 각 후보는 나름의 전략을 들고 고군분투 중이다. 친윤은 본인이 윤 대통령의 사람이라는 전략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고, 비윤은 ‘균형 잡힌 당 대표’라는 슬로건으로 어필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역시 당 대표 경쟁에 몰렸다. 친윤 세력의 대표를 자처하고있는 김기현 의원은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를 공공연하게 알리며 ‘김장 연대’라는 별칭도 얻었다. 지난 5일 장 의원과 김 의원은 서울 송파을 당원 강연회에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들이 참석한 행사는 배현진 의원의 지역구 당원 행사였는데, 배 의원 역시 지난해 7월 ‘이준석 때리기’에 앞장선 친윤계 대표 격 의원이다. 당시 최고위원직을 맡고 있던 배 의원은 모두가 이준석 전 대표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제일 먼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친윤 세력의 규합을 도모했다. 배 의원의 사퇴로 힘을 받은 친윤계 인사는 줄줄이 지도부를 박차고 나오며 이 전 대표 몰아내기에 힘을 보탠 바 있다. 이때의 주역들이 이날 행사에 모인 셈이다. 배 의원 양 옆에는 김 의원과 장 의원이 배석했고 현직 의원 30명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안 의원의 참석도 눈길을 끌었다. 사실 본인과 관련 없는 지역구 당원 행사에 주요 의원들이 참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의원들은 타 의원 지역구에 가는 일이 거의 없고, 더군다나 이날 행사처럼 수십명이 모이는 것은 극히 드물다. 정계에서는 이날 행사를 두고 당권에 출마한 후보들이 ‘친윤’ 색을 입기 위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시 행사장에 있었던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친윤이 아닌 사람도 대거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원투표 100% 반영인 상황에서 ‘친윤’으로 인식되는 것은 표 결집에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장 연대’가 공고한 만큼 ‘친윤 후보’는 김기현 의원이 가져가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김장철 지났다? 이 관계자가 말한 ‘김장 연대’란 김 의원과 장 의원의 연대를 말한다. 지난 5일, 권성동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불출마할 뜻을 밝히자 국민의힘 여론은 ‘누가 그럼 친윤 후보냐’는 논란이 벌어졌고, 윤 대통령의 복심인 장 의원은 김 의원을 공개석상에서 두둔하는 등 그에게 대놓고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은 이런 국민의힘 기류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누가 대표가 되느냐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고, 그에 맞춘 전략을 구상 중이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사실상 ‘친윤’ 후보가 대표에 당선될 것이라 보고 있다”며 “김기현 의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바라는 것도 그(김 의원)”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초반 부진을 이겨내고 현재는 1위 후보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여론조사업체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당 지지층 397명에게 ‘당 대표 적합도’를 물었다. 그 결과 김 의원은 35.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나 전 의원은 21.6%로 2위, 안철수 의원이 19.9%로 3위를 기록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ARS(자동응답‧RD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응답률은 1.2%였다(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에서 20.3%를 받았던 김 의원은 지지율이 약 15%p나 올라 이제야 비로소 ‘친윤 바람’을 등에 업었다고 평가받았다. 당초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던 김 의원의 약진이 윤심 덕분으로 1위까지 올랐다는 해석이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그 이면에 대통령실과 나 전 의원의 갈등이 한 몫 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당권주자로 인기가 높았던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의 갈등으로 논란에 휩싸이자 당원들의 마음이 김 의원 측으로 기울었다고 해석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던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의 마찰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13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이 받아든 결과는 ‘사직서 수리’가 아닌 ‘해임 통보’였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같은 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이날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화사회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고 일방 통보했다. 2연패 설욕? 대통령실이 부위원장직은 물론, 기후대사에서도 나 전 의원의 직함을 몰수한 셈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나 전 의원이 발 벗고 윤 대통령을 지원한 점을 볼 때, 해당 결정은 많은 사람의 의아함을 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 전 의원과의 갈등에 대해 “윤 대통령께서는 나 전 의원이 공직을 ‘자기 정치’를 위해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며 “준장관급 자리를 저버리고 전당대회에 나간다는 것이 사실 사리에는 안 맞는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대통령실과의 불화로 당권에서 멀어지고 있는 나 전 의원을 대신해 김 의원이 각광받으면서 민주당은 속으로 웃고 있는 중이다. 민주당이 원하는 게 ‘친윤’을 등에 업은 후보가 나와 대표에 당선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요시사>와 만난 민주당 관계자들은 김 의원이 대표가 되는 것이 오히려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 주장한다. 우선 이들은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다음 총선전의 성격이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유승민 전 의원이나 나 전 의원같이 비윤계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대표가 된다면 중도층 세력 확장에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대승으로 이끈 이 전 대표가 그 좋은 예다.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로 당 대표에 뽑힌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두 차례 선거에서 전면에 나서며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다. 30대 젊은 남성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국민의힘은 2030세대는 물론 중도층까지 표를 흡수하며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몇 달 후의 지방선거까지 승리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수도권 선거 역시 국민의힘이 이긴 것이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와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은 ‘중도층’으로 분류된 수도권 민심을 사로잡은 것으로 평가받았고, 많은 선거 전략 전문가는 그 공이 이 전 대표에게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측은 그런 이 대표와 비교적 정치적으로 가까운 유 전 의원이 대표가 되는 것을 매우 꺼려하는 분위기다.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 대표는 수도권 민심 챙기기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고, 여기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 당 대표가 PK지역에서만 유리한 김기현 대표라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라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존재감 없고 이슈파이팅 못해…환영” 친윤 업은 당 대표 상대로 차기 대권? 민주당은 수도권에서의 승리에 더해 ‘김기현표’ 국민의힘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더러 있다고 밝혔다. 우선 이들은 김 의원의 낮은 인지도에 국민의힘 표가 잠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함 특성상 선거전에서 자주 선거운동을 지원하러 다녀야 하는 당 대표가 인지도가 낮다면, 그 파급력이 이 대표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이다. 대통령선거까지 치른 이 대표의 선거 지원에 비해 5선이지만 울산 지역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해온 김 의원은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이 덜 알려진 인물이다. ‘김장 연대’로 주목받기 전까지만 해도 김 의원의 당내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으며 현재 나와 있는 여러 당권주자들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물론 여의도에 오래 있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 의원의 이름이 익숙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파급력이 약한 것은 사실 아니냐”며 “그런 분이 대표로 국민의힘 선거운동을 이끈다면 민주당에 한참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이슈 파이팅 능력도 상당이 저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알려지지 않은 무명 세월이 긴 만큼 이슈를 메이킹한 적도, 그에 대응한 경험도 상당히 적은 편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국민의힘 내홍 문제에서도 그는 존재감 없는 모습을 연일 보여줬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와 윤 대통령 간의 갈등으로 연일 매스컴을 장식한 바 있다. 유례없었던 지도부와 대권후보 간의 갈등은 시민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고, 언론은 둘 사이의 기사를 쏟아내며 싸움을 부추겼다. 당시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인물이 바로 김 의원이었다. 그는 당내 지도부로서 내홍을 끝낼 책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해내지도, 주목도 끌지 못했다. 비록 울산에서 두 사람의 회동을 주선해 화해의 밑거름을 깔았지만, 이날 언론의 관심도 역시 이 전 대표에게만 쏠렸을 뿐이었다. 민주당은 그런 김 의원의 존재감이 민주당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존재감이 곧 리더십으로 비춰지는 요즘 여의도 분위기에 리더십 없는 김 의원이 대표가 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또, 김 의원이 친윤을 대표하고 있다는 이미지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대결 구도를 가져가는 것이 여러 모로 도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를 이 대표로 사실상 내정해놓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번 총선이 이 대표의 ‘첫 승리’로 끝나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두 번의 선거에서 윤 대통령에게 모두 패배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이 대표를 2024년 총선서 승리하게 한 뒤 차기 대권후보로 다시 한번 발돋움시키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대당 후보가 친윤 바람을 등에 업은 후보라는 점은 필수적인 요소다. 유권자들에게 현직 대통령이라 비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막상 뚜껑 열어봐야 민주당은 현재 상대 진영의 간판이 누가 될 것인가를 두고 이런저런 셈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이 대표에게 닥친 사법 리스크는 점점 더 그를 압박해가고 있다. 이 대표가 다음 총선까지 대표직을 유지하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에게 가장 중요한 현안은 이 대표의 ‘대표직 유지’다. <ingyun@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입국했다. 1년 가까이 해외 도피를 이어갔으나 검찰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사실상 일부러 잡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전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를 부인하면서 검찰이 두 사람 간 확실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김 전 회장과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인물들은 회사 내 비선 실세가 따로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타인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맡기지 않는 ‘짠돌이’로 유명하다. 특히 경제 관련 지식이 얕다 보니 회사 경영과 자금흐름 등 조언을 해준 인물이 따로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보다 10살 어린 A씨다. 쌍방울 내에서 대장동을 설계한 정영학 회계사와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는 게 김 전 회장 측근들의 주장이다. 회장님 그림자 쌍방울그룹 실소유주인 김 전 회장은 전북 남원 출신으로 전주 지역을 연고로 활동하다 2000년대에 상경해 대부업을 시작했다. 주가조작 세력에게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자산을 키워온 김 전 회장은 2010년 위기를 겪던 쌍방울 인수에 성공했다. 이후 과거부터 깊은 친분을 유지해온 배상윤 KH그룹 회장과 거래를 이어왔다. 배 회장은 김 전 회장의 돈을 빌려 쌍방울을 인수하려 했으나 이를 갚지 못하고 지분을 대신 넘겼다. 쌍방울은 KH와 전환사채(CB)를 주고받으며 무자본 인수합병(M&A)을 상호 지원해왔다. 이 때문에 쌍방울 사업과는 관계없는 특장차 제조사와 연예기획사 등을 계열사로 끌어들이며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을 키운 이후 검사와 정치인 보좌관 출신 인사들을 쌍방울 본사 및 계열사 사외이사 또는 고문으로 대거 영입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이 향후 있을 검찰 수사에 대비해왔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화영 전 국회의원이 경기도 평화부지사 역임 시절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를 등에 업고 대북 사업까지 노렸다.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의 사업 목적에 해외자원 개발업을 신설하고 북한으로부터 희토류 등 북한 광물에 대한 사업권을 약정받은 것이다. 지난해 5월 말 쌍방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김 전 회장은 싱가포르로 도주했다. 호화로운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김 전 회장은 최근 태국 빠룸타니에 위치한 골프장에서 8개월 만에 양선길 회장과 함께 검거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24일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달 초 김 전 회장을 기소할 방침인 가운데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사실상 명절 휴가를 반납하고 김 전 회장을 둘러싼 각종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김 전 회장은 ▲4500억원 상당의 배임 및 수백억원에 이르는 횡령 ▲200억원 전환사채 허위 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500만달러(약 60억원) 대북 송금 의혹 ▲이 전 의원에 3억여원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임직원들에게 PC 교체 등 증거인멸 교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큰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타입” 김성태 오른팔 격…투자·자금흐름 등 책사 역할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계열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CB를 발행하고 이를 매각, 매입하면서 불법적인 자금흐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비자금이 대북 송금 또는 이 대표 변호사비로 쓰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 거액의 달러를 보낸 배경에 당시 경기도 사업과 연관성은 없는지 따져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북한 인사에게 500만달러(약 60억원)를 전달했는데, 그 이유를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또 ‘경기도가 주기로 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억원을 (쌍방울이)내달라’는 북한의 요구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기소 전까지 대북 송금의 정확한 배경을 밝혀낼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의 최측근들 사이에서는 김 전 회장이 사실상 일부러 잡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요시사>와 만난 김 전 회장의 최측근들은 그가 한 달에 여러개의 대포폰과 차명계좌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해왔다고 강조했다. 쌍방울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온 B씨는 “붙잡히기 전까지 김 전 회장과 연락한 적은 없지만 도피 과정에서 여러개의 대포폰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음만 먹으면 잡히지 않았을 양반”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과 수십년간 알고 지낸 C씨도 “이재명 대표 때문에 잡혀준 게 아닌 건 명확하다. 본인이 꾸려온 사업에 대한 문제점과 법적 리스크를 털 준비가 됐기 때문에 아무런 저항 없이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있는데 그게 사실이다. 둘이 아는 사이라는 것은 이름만 전해 들었다 정도이지, 소문이 난 것은 쌍방울 내에서 이 대표에게 줄을 대려한 인물들이 많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 측근들은 ‘쌍방울 비선 실세’로 불릴 만큼 회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쌍방울 내에서 대장동을 설계한 데 이어 검찰에 핵심 물증을 전달한 정영학 회계사와 비슷한 역할을 해온 인물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투자업계 인맥왕 A씨는 쌍방울 경영과 자금흐름·투자분석과 관련해 김 전 회장에게 조언하는 등 책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음지 출신인 김 전 회장에게 투자 관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게 김 전 회장 측근들의 주장이다. 무자본 M&A 대가로 소문난 A씨는 여러 코스닥 상장사에도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 유명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해외 증권사를 거쳐 금융투자업계에서 큰손으로 불릴 만큼 인정받은 인물이다. 김 전 회장 측근들의 말이 사실이었을까? A씨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지금까지 쌍방울과 KH와 연관된 인물들의 이름은 거의 다 나왔으나 A씨의 이름은 언론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자기관리가 굉장히 확실하다. 문제가 되지 않을 선까지만 투자하고 위험하다 싶으면 손을 떼는 성향”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A씨에게 쌍방울 투자와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유의미한 진술을 받아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이 여러번 조사받았다고 털어놓은 B씨는 “대부분의 인물이 구속 기소되거나 언론에 이름이 나왔다. A씨가 철저했거나 대장동 핵심 인물 중 유일하게 구속을 피한 정영학 회계사처럼 검찰과 거래를 하는 ‘플리바게닝’ 방법을 쓴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A씨의 이름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들여다봐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쌍방울 계열사인 비비안 100만주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언급이 되지 않을 정도다. 비비안은 쌍방울 핵심 계열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연루된 나승철 변호사와 이태형 변호사는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와 비비안의 사외이사직을 맡았었다. 일부러 잡혔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이 전 의원은 2017년 3월 쌍방울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9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그는 쌍방울 사외이사직을 마친 뒤 경기도 부지사를 역임한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이어 킨텍스 대표를 맡은 2020년 9월부터 3년여간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외제차 등 차량 3대를 받는 등 뇌물 2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어 자신의 측근을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 기재해 임금 9000여만원을 수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2018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부임한 뒤 경기도의 대북사업 창구 역할을 맡았던 아태협에 쌍방울과 KH는 17억원 상당의 기부를 했다. 2018년 쌍방울이 6억원,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가 3억원을 기부했다. 2019년에는 쌍방울 및 계열사 3곳에서 현금 2억1300만원과 7600만원 상당의 의류를 지원했다. 2020년 쌍방울 및 KH 계열사가 기부금 4400만원과 1억4000만원 상당의 현물을 아태협에 제공했다. 쌍방울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이어지기도 한다. 천화동인1호 대표 이한성씨는 이 전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다. 이와 관련해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는 검찰 조사에서 “19대 총선 당시 이화영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8000만원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3년 전부터 법조계 인사들을 회사로 끌어오기 시작했다. 쌍방울 간부였던 한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A씨만 김성태 회장에게 조언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김 전 회장이 유독 A씨의 말은 깊이 있게 들었다”고 말했다. A씨가 김 전 회장에게 향후 있을 검찰 수사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던 걸까? 쌍방울 관계사에 검사·판사·변호사 등 법조인이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우는 꽤 많다. 대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원만 23명이다. 이들이 A씨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중 11명은 검사나 판사 경력이 없었고, 검사 출신인 경우가 무려 9명(판사 출신 3명)이었다. 또 검사 출신 인사들 대부분은 최근 3년 동안 집중적으로 쌍방울그룹에 영입됐는데, 그중 7명이 2021년 1월∼2022년 9월 사이 자진사임했다. 무자본 M&A 대가로 알려져…인수 진두지휘 3년 전부터 특수통 출신 변호사 대거 포진 지난해 9월 공시 기준 검사 출신 현직 사외이사는 1명이다. 이들 중에는 검사 시절 김 전 회장 측을 직접 수사했거나 과거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등에서 김 전 회장 측을 변호한 경우도 있었다. 사법연수원 29기인 김영현 변호사는 금융감독원 법률자문관,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 대검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 2팀장, 전주지검 정읍지청장,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대구고검 검사 등을 역임했다. 2021년 3월 변호사 개업을 했고, 같은 달 비비안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2022년 9월 자진사임했다. 사법연수원 38기인 김인숙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광주지검 순천지청, 청주지검, 서울동부지검, 대전지검 등에서 검사로 일했다. 2020년 8월 변호사 개업을 했고, 2021년 3월 디모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2022년 2월 자진사임했다. 송찬엽 변호사는 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공안1과장, 부산지검 1차장, 서울중앙지검 1차장, 서울고검 차장, 대검 공안부장, 서울동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변호사 개업을 했고, 2017년 2월 SBW생명과학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2022년 9월 자진사임했다. 양재식 변호사는 광주지검 부부장,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의정부지검 형사2부장,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2011년 3월부터 변호사로 일하다가 그해 8월 쌍방울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박영수 전 특검이 국정 농단 특별검사로 임명되기 전까지 대표변호사로 있었던 법무법인 강남에서 2013년부터 일했다. 2016년 박 전 특검과 함께 국정 농단 특검보로 일하면서 2016년 12월 사외이사직을 자진사임했다. 이들 중 우선 눈에 띄는 인물은 양 변호사다. 그는 박영수 전 특검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동 민간개발업체에 1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 조우형의 변호를 박 전 특검과 함께 맡았다. 특히 양 변호사는 사외이사 신분으로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전 회장 측 변호를 직접 맡았던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은 2010년 3월∼4월에 이른바 주가 조작꾼들과 김 전 회장이 짜고 차명계좌를 이용한 통정매매 등으로 시세 조종을 해서 30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이다. 2013년 6월 금융감독원의 긴급 조치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출범한다. 당시 수사단에 합류한 이가 바로 김 변호사다. 인천지검 부부장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팀장으로 파견돼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직접 수사를 진행했다. 김 전 회장은 구속 기소됐고, 2018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자기 배를 가를까” 최근까지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한 쌍방울 출신 관계자는 “검찰이 쌍방울 수사를 제대로 하려면 자기 배를 갈라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에만 수사를 몰두하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의심은 되지만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공소 내용도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보통 짜놓은 판에는 불법으로 규정하기 애매한 게 많다. 검찰도 자금흐름을 추적하다 머리가 상당히 아픈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