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김건희 디올백 몰카’ 최재영 목사에 물었다

“선물 준비한 사람 더 있을 것”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목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함정 취재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북한 개입설’을 거론하면서 자충수를 두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김 여사와 접촉한 최재영 목사를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들어봤다.

“남북 문제나 국제 정세 등을 김건희 여사에게 조언하려 접촉했다.” 지난달 30일 최재영 목사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한 말이다.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했던 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성공에 대한 축하의 의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양평 사건’에 관한 김 여사의 대처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폭로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극단적 관점
고치려 조언

최 목사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모처서 진행됐다. 그는 여러 번을 북한에 다녀온 미국 시민권자인 재미교포다. NK(New Korea) Vision 2020이라는 단체의 대표와 손정도 목사기념학술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관점이 굉장히 극단적이라고 평가한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내용 중 선제타격론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북, 반김, 반통일, 친일, 친미 스탠스가 뚜렷했다. 한국은 한쪽으로 치우쳐지면 안 되는 나라”라며 “중립적으로 현명한 외교·안보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부는 통일과 대북정책을 이원화해왔다. 이 두 가지는 명백하게 다르다. 하지만 현재의 통일부는 두 개를 하나로 묶은 상황이다. 통일부가 아니라 북한 자체를 적대시하는 대북부가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지난해 1월부터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김 여사에게 극단적으로 바라보면 해결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쌓인 신뢰를 계기로 윤 대통령 취임식 행사는 물론, 신라호텔 영빈관서 열린 와인 만찬에도 초청됐다.

환대를 받은 최 목사는 취임식 40일 뒤인 지난해 6월20일 윤 대통령의 당선 축하 인사를 하기 위해 김 여사를 찾았다.

같은 해 9월13일에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은 최 목사는 김 여사를 만났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준비되지 않아 윤 대통과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김 여사는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있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최 목사는 소형카메라가 내장된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고 이를 통해 김 여사와의 만남을 촬영했다. 당시 코바나컨텐츠 앞에서 대통령실 경호처 소속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최 목사에 대한 보안검색을 진행했지만 최 목사의 손목시계를 풀도록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는 총 5차례 김 여사에 줄 선물을 준비했다. 두 번은 디올과 샤넬 명품이었고, 나머지 세 번은 자신이 쓴 책과 5만~6만원 상당의 술, 비싸지 않은 일반 의류였다.

김 여사는 6월에는 직접, 9월에는 비서를 시켜 최 목사와 면담 약속을 잡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그를 만나 명품 선물을 받았다.

취임 40일 후 6월·9월 인사차 방문
소형카메라 내장 손목시계 차고 촬영


최 목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4개월 간 총 10차례 정도 김 여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 중 딱 두 번만 면담이 이뤄졌다. 명품 선물을 준비했던 지난해 6월과 9월이다.

이후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가방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 폭로 당사자인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로부터 건네졌다. 또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 건네줬던 명품들과 두 번째 만남을 촬영했던 손목시계 카메라 등의 출처도 이 기자였다.

이 기자는 “목사님이 김 여사를 자주 만나서(취재를 위해) 그 사람 행보를 좀 알고 싶었다”며 “최 목사가 김씨와 더 친해지게 만들기 위해 해당 물품을 건넨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던 지난해 3월, 같은 진보진영서 활동하며 김 여사와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기자에게는 <서울의 소리> 관계자를 통해 내가 먼저 연락했다. 처음에는 김 여사와 이 기자가 만나 화해하게 하려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여사와 최 목사 간의 카카오톡 대화록을 보면 김 여사는 이 기자를 극도로 싫어했다. 김 여사는 최 목사에게 “인간도 아니다. 공손하게 양해를 구했고 사연까지 말했다. 어머님이 구속됐을 때라서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던 건 최 목사만이 아니다.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접견한 날 쇼핑백을 준비한 인물 3명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쇼핑백 3개 중 하나는 ‘Shilla Duty Free’라는 영문이 보이는 신라면세점 쇼핑백이었다.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들고 있던 쇼핑백 안에는 김 여사에게 주려는 선물이 있었던 건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면담자들

최 목사는 “김 여사를 접견할 다음 차례 사람들이었다. 내가 사무실을 나오자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연이어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부인이 가져간 물품에 대해 내용물까지 확인하는 대통령실 경호처의 보안 절차 특성상 다수의 경호원이 두 차례나 자신이 가져간 명품들을 확인했다. 그때마다 당황함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보안검색을 했다”며 “김 여사가 여러 사람과 면담해왔다면 그만큼 선물을 준비했던 사람도 더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했다.

논란이 된 지 일 주일이 돼가고 있으나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튜브 채널의 일방적 주장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일단 ‘로키’로 대응하면서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함정 취재 문제를 제기하며 북한 배후설, 독수독과론 등으로 초점을 이동시키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최 목사가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이력을 언급하며 “<서울의 소리>가 어디서 공작금을 받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선물 구입을 위해)북한 자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가방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독수독과론을 내세워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당 동영상이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므로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위반 등 위법 여부를 따져보더라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BBS라디오서 “선대 부친과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찾아오고 하면서 결국에는 함정을 파서 정치공작을 펼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취재나 정치공작에 대해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리적 문제?
공익적 목적?

최 목사는 김 여사와 접촉한 날 최측근들을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논란이 됐던 수행원들이었다. 이들은 코바나컨텐츠 출신으로 정모씨는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와 함께 코바나컨텐츠서 여론조작 의혹을 받던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씨는 김 여사의 ‘그림자’로 알려졌다. 최측근으로서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왔다. 지난해 이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코바나컨텐츠 정식 직원이 아니었다.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왔다.

이 기자도 코바나컨텐츠를 드나들면서 정씨를 여러 번 대면했다. 그는 “김 여사를 포함한 일부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심 박사, 정씨가 이 자리서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 외에도 공식적인 대선 캠페인에도 참여한 바 있다. 특히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서 윤 대통령의 SNS 계정 관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지만, 김 여사의 외부 행보가 번번이 논란을 부르자 여권 내부서도 김 여사를 보좌할 공식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했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서 찍은 사진이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사건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더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폐지 전, 언론을 통해 ‘제2부속실(대통령 부인 관련 업무 담당 부서)’을 되살려 김 여사 일정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비공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모르겠다)”며 “저도(대통령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국민 여론을 들어가며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왜 갑자기 폭로했나
“함정 취재? 알 권리 먼저”

이어 ‘김 여사 회사 직원들이 일정에 동행하고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논란을 묻는 말에 “(처가)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어 혼자 다닐 수도 없다. 어떻게 방법을 알려주시라”고 맞받았다.

이번 사건은 김 여사의 명품 수수 논란 외에도 함정 취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장인수 전 MBC 기자가 함정 취재에 대해 <서울의 소리>에 출연해 했던 발언을 반박했다.

장 전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가 함정 취재의 위험성이나 비윤리성보다 현저하게 높을 경우 ▲함정 취재를 하지 않고는 취재원 접근이나 취재가 불가능할 경우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권력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세계적으로) 함정 취재를 인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평론가는 “동의할 수 없다”며 한국기자협회가 ‘윤리적 언론은 취재 대상을 존중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할 가치가 있는 정보를 취재하고 전달할 경우에도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한다’고 한 언론윤리헌장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함정 취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정당한 취재라고 보기 힘들다. 다만 윤리적 문제와 공익적 목적이 부딪힐 때, 우리 사회는 취재 결과물에 대해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옳고 그름에 관한 정의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통상 위법을 동원한 취재, 신분을 속인 취재나, 기자 대리인을 통한 취재 등을 말한다. 이번 <서울의 소리> 보도는 수사기관의 함정 수사를 연상시킨다. 범죄 수사 과정서 경찰이 미성년자 성매매 범죄 혐의자를 검거할 때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를 벌이기도 한다.

위법적 함정 수사인 ‘범의 유발형’도 떠오른다.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는 일부러 범죄를 유발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당사자가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서울의 소리>의 취재가 어떤 형태였는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함정 취재’라는 사실은 숨기지 않고 있다. 명품백을 직접 사서 최 목사에게 제공했다는 등 취재 취지와 과정을 세세히 밝히고 있다.

정치 공작?
북한 개입?

그러나 수사기관의 분위기는 조용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낙인찍고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김 여사가 함정 취재의 피해자라고 인정하면 사실상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서울의 소리>의 취재 과정에 관해 법적 대응을 하는 순간 이슈가 지속돼 버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최소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의 행방 등 사실관계가 특정돼야 한다. 자칫 수사기관이 김 여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이 쉽사리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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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