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김건희 디올백 몰카’ 최재영 목사에 물었다

“선물 준비한 사람 더 있을 것”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목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함정 취재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북한 개입설’을 거론하면서 자충수를 두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김 여사와 접촉한 최재영 목사를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들어봤다.

“남북 문제나 국제 정세 등을 김건희 여사에게 조언하려 접촉했다.” 지난달 30일 최재영 목사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한 말이다.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했던 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성공에 대한 축하의 의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양평 사건’에 관한 김 여사의 대처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폭로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극단적 관점
고치려 조언

최 목사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모처서 진행됐다. 그는 여러 번을 북한에 다녀온 미국 시민권자인 재미교포다. NK(New Korea) Vision 2020이라는 단체의 대표와 손정도 목사기념학술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관점이 굉장히 극단적이라고 평가한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내용 중 선제타격론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북, 반김, 반통일, 친일, 친미 스탠스가 뚜렷했다. 한국은 한쪽으로 치우쳐지면 안 되는 나라”라며 “중립적으로 현명한 외교·안보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부는 통일과 대북정책을 이원화해왔다. 이 두 가지는 명백하게 다르다. 하지만 현재의 통일부는 두 개를 하나로 묶은 상황이다. 통일부가 아니라 북한 자체를 적대시하는 대북부가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지난해 1월부터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김 여사에게 극단적으로 바라보면 해결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쌓인 신뢰를 계기로 윤 대통령 취임식 행사는 물론, 신라호텔 영빈관서 열린 와인 만찬에도 초청됐다.

환대를 받은 최 목사는 취임식 40일 뒤인 지난해 6월20일 윤 대통령의 당선 축하 인사를 하기 위해 김 여사를 찾았다.

같은 해 9월13일에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은 최 목사는 김 여사를 만났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준비되지 않아 윤 대통과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김 여사는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있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최 목사는 소형카메라가 내장된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고 이를 통해 김 여사와의 만남을 촬영했다. 당시 코바나컨텐츠 앞에서 대통령실 경호처 소속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최 목사에 대한 보안검색을 진행했지만 최 목사의 손목시계를 풀도록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는 총 5차례 김 여사에 줄 선물을 준비했다. 두 번은 디올과 샤넬 명품이었고, 나머지 세 번은 자신이 쓴 책과 5만~6만원 상당의 술, 비싸지 않은 일반 의류였다.

김 여사는 6월에는 직접, 9월에는 비서를 시켜 최 목사와 면담 약속을 잡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그를 만나 명품 선물을 받았다.

취임 40일 후 6월·9월 인사차 방문
소형카메라 내장 손목시계 차고 촬영


최 목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4개월 간 총 10차례 정도 김 여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 중 딱 두 번만 면담이 이뤄졌다. 명품 선물을 준비했던 지난해 6월과 9월이다.

이후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가방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 폭로 당사자인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로부터 건네졌다. 또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 건네줬던 명품들과 두 번째 만남을 촬영했던 손목시계 카메라 등의 출처도 이 기자였다.

이 기자는 “목사님이 김 여사를 자주 만나서(취재를 위해) 그 사람 행보를 좀 알고 싶었다”며 “최 목사가 김씨와 더 친해지게 만들기 위해 해당 물품을 건넨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던 지난해 3월, 같은 진보진영서 활동하며 김 여사와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기자에게는 <서울의 소리> 관계자를 통해 내가 먼저 연락했다. 처음에는 김 여사와 이 기자가 만나 화해하게 하려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여사와 최 목사 간의 카카오톡 대화록을 보면 김 여사는 이 기자를 극도로 싫어했다. 김 여사는 최 목사에게 “인간도 아니다. 공손하게 양해를 구했고 사연까지 말했다. 어머님이 구속됐을 때라서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던 건 최 목사만이 아니다.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접견한 날 쇼핑백을 준비한 인물 3명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쇼핑백 3개 중 하나는 ‘Shilla Duty Free’라는 영문이 보이는 신라면세점 쇼핑백이었다.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들고 있던 쇼핑백 안에는 김 여사에게 주려는 선물이 있었던 건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면담자들

최 목사는 “김 여사를 접견할 다음 차례 사람들이었다. 내가 사무실을 나오자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연이어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부인이 가져간 물품에 대해 내용물까지 확인하는 대통령실 경호처의 보안 절차 특성상 다수의 경호원이 두 차례나 자신이 가져간 명품들을 확인했다. 그때마다 당황함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보안검색을 했다”며 “김 여사가 여러 사람과 면담해왔다면 그만큼 선물을 준비했던 사람도 더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했다.

논란이 된 지 일 주일이 돼가고 있으나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튜브 채널의 일방적 주장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일단 ‘로키’로 대응하면서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함정 취재 문제를 제기하며 북한 배후설, 독수독과론 등으로 초점을 이동시키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최 목사가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이력을 언급하며 “<서울의 소리>가 어디서 공작금을 받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선물 구입을 위해)북한 자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가방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독수독과론을 내세워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당 동영상이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므로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위반 등 위법 여부를 따져보더라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BBS라디오서 “선대 부친과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찾아오고 하면서 결국에는 함정을 파서 정치공작을 펼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취재나 정치공작에 대해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리적 문제?
공익적 목적?

최 목사는 김 여사와 접촉한 날 최측근들을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논란이 됐던 수행원들이었다. 이들은 코바나컨텐츠 출신으로 정모씨는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와 함께 코바나컨텐츠서 여론조작 의혹을 받던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씨는 김 여사의 ‘그림자’로 알려졌다. 최측근으로서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왔다. 지난해 이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코바나컨텐츠 정식 직원이 아니었다.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왔다.

이 기자도 코바나컨텐츠를 드나들면서 정씨를 여러 번 대면했다. 그는 “김 여사를 포함한 일부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심 박사, 정씨가 이 자리서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 외에도 공식적인 대선 캠페인에도 참여한 바 있다. 특히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서 윤 대통령의 SNS 계정 관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지만, 김 여사의 외부 행보가 번번이 논란을 부르자 여권 내부서도 김 여사를 보좌할 공식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했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서 찍은 사진이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사건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더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폐지 전, 언론을 통해 ‘제2부속실(대통령 부인 관련 업무 담당 부서)’을 되살려 김 여사 일정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비공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모르겠다)”며 “저도(대통령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국민 여론을 들어가며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왜 갑자기 폭로했나
“함정 취재? 알 권리 먼저”

이어 ‘김 여사 회사 직원들이 일정에 동행하고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논란을 묻는 말에 “(처가)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어 혼자 다닐 수도 없다. 어떻게 방법을 알려주시라”고 맞받았다.

이번 사건은 김 여사의 명품 수수 논란 외에도 함정 취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장인수 전 MBC 기자가 함정 취재에 대해 <서울의 소리>에 출연해 했던 발언을 반박했다.

장 전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가 함정 취재의 위험성이나 비윤리성보다 현저하게 높을 경우 ▲함정 취재를 하지 않고는 취재원 접근이나 취재가 불가능할 경우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권력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세계적으로) 함정 취재를 인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평론가는 “동의할 수 없다”며 한국기자협회가 ‘윤리적 언론은 취재 대상을 존중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할 가치가 있는 정보를 취재하고 전달할 경우에도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한다’고 한 언론윤리헌장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함정 취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정당한 취재라고 보기 힘들다. 다만 윤리적 문제와 공익적 목적이 부딪힐 때, 우리 사회는 취재 결과물에 대해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옳고 그름에 관한 정의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통상 위법을 동원한 취재, 신분을 속인 취재나, 기자 대리인을 통한 취재 등을 말한다. 이번 <서울의 소리> 보도는 수사기관의 함정 수사를 연상시킨다. 범죄 수사 과정서 경찰이 미성년자 성매매 범죄 혐의자를 검거할 때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를 벌이기도 한다.

위법적 함정 수사인 ‘범의 유발형’도 떠오른다.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는 일부러 범죄를 유발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당사자가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서울의 소리>의 취재가 어떤 형태였는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함정 취재’라는 사실은 숨기지 않고 있다. 명품백을 직접 사서 최 목사에게 제공했다는 등 취재 취지와 과정을 세세히 밝히고 있다.

정치 공작?
북한 개입?

그러나 수사기관의 분위기는 조용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낙인찍고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김 여사가 함정 취재의 피해자라고 인정하면 사실상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서울의 소리>의 취재 과정에 관해 법적 대응을 하는 순간 이슈가 지속돼 버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최소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의 행방 등 사실관계가 특정돼야 한다. 자칫 수사기관이 김 여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이 쉽사리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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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