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설 밥상머리’ 화두

명절 술상 오를 안주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여야는 총선 승리를 위한 이슈 선점에 몰입하고 있다. 설 연휴가 가까워지자 이른바 ‘밥상머리’에 오를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분주한 상태다. 온 가족이 모이는 이번 명절에 어떤 이슈가 식탁에 오르냐에 따라 총선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정치권이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숨 쉬듯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실제 정치는 살아 있는 존재처럼 온갖 것의 영향을 받는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유권자의 표심은 요동치고 정부 정책이 선거 전 예상을 완전히 뒤엎기도 한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이슈를 먼저 차지하는 쪽이 이번 선거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표심 흔들
화제 잡아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 경선 과정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의혹을 시작으로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선거법 위반 등 재판 중인 사건만 여러 건이다. 이 대표는 물론 당 입장서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문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총선 전 선거법 위반 재판의 1심 선고 여부는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던 이슈였다. 선거법 재판은 6개월 안에 1심 선고를 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 대표가 선거 전 낙마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맡고 있던 강규태 판사가 돌연 사표를 내면서 국면이 달라졌다. 이미 ‘6개월 규정’을 한참 어긴 상황에 판사까지 교체되면서 총선 전에 1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낮아졌다. 


피습 사건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갑작스럽게 습격을 당해 수술까지 진행했지만 부산대병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이동 당시 응급의료헬기를 이용한 것을 두고도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이 대표가 응급의료체계를 망가뜨렸다며 의료계는 분노했고 여론도 싸늘한 편이다. 

국민의힘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뚫어야 한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는 지난해 김 여사가 2022년 9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무실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의 소리>는 김 여사를 고발했고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배당된 상태다. 

여·야 이슈 선점 싸움
이재명·김건희 리스크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도 큰 리스크 중 하나다. 김건희 특검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김 여사에 대한 여론도 좋지 못하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0%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잘못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김 여사와 관련된 리스크를 털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영입 인재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김 여사가 국민에게 사과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역시 “(명품백 수수 논란은)심각한 사건”이라며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안고 있는 당 대표·영부인 리스크는 선거는 물론 향후 국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사건의 파급력이 큰 만큼 여야는 자신의 치부는 감추고 상대 진영의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물과 정책은 명절 밥상머리 이슈의 스테디셀러다.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은 “선거는 공천과 정책이 전부”라고 말했다. 누구를 후보로 내세우고 어떤 무기를 쥐어주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바뀐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서 가장 두드러지게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다. 윤석열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돼 파격 인사 꼬리표를 달더니 국민의힘 당 대표로 정치에 입문했다.

누가 먼저
떨쳐내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등 국민의힘이 어수선한 상태서 한 비대위원장이 조기 등판하면서 총선 구도가 순식간에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개편됐다. 

한 비대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은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방 일정서 사람이 구름처럼 모이고 발언마다 언론보도가 이어지는 중이다. 실제 한 비대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총선 구도와 결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 혜성처럼 나타난 ‘뉴페이스’인 만큼 선거 기간 내내 이슈 몰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비대위원장은 인재영입위원장을 겸하면서 ‘사람 모으기’에 나선 상태다. 그러면서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귀책 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50명 감축 ▲출판기념회 등을 통한 정치자금 수수를 금지하는 법안 추진 등 정치개혁 공약을 내놓고 있다. 

정책으로는 ‘저출생’이 총선 화두로 이미 자리 잡은 상태다. 지난 14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올해 0.68명(전망치)으로 나타났다. 출산율과 기대수명, 국제이동 등을 중간 수준으로 가정한 중위 시나리오다.

연간 출생아 수는 50년 후인 2072년 16만명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2026년에는 0.59명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초저출산 후폭풍은 이미 시작됐다. 노동시장은 물론 국가재정에 치명적인 타격도 동시에 시작됐다. 문제는 출산율을 반등시킬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출산율 상승을 위해 수백조원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출산율은 최근 몇 년 새 단 한 차례의 반등도 없이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

선거용 정책
판 뒤엎는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저출생은 청년층의 취업·주거·양육과 직결돼있는 문제다. 제대로 된 저출생 대책을 내놓는 쪽에 국민의 표심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이 대표는 지난 18일 나란히 저출생 공약을 발표했다. 저출생 문제가 현재 청년 상황과 맞닿아 있는 만큼 여야서 내놓는 정책에 따라 표심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경제 상황도 변수다.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 상황이 나쁘면 그 화살은 현 정부에 가게 마련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 차원의 경제정책이 연이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당이 선거 때에 맞춰 정부가 내놓는 정책을 ‘총선용’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21대 총선이 진행된 2020년 4월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무렵이었다. 2019년 말 창궐하기 시작한 ‘역병’은 전국을 발칵 뒤집었다.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도 함께 들끓었다. 하지만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예상을 깨고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그 배경으로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꼽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실제 문정부는 총선 직전 긴급재난지원금 논의를 진행했다. 이후 같은 해 5월 1차 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박영수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코로나에 따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이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금권선거’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한동훈 전면 내세운 국민의힘
“저출산, 경제가 선거 흔든다”

경제정책만큼이나 국민 여론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치인의 ‘말실수’다. 특히 공천이 완료돼 선수가 결정된 상황서 후보자의 말실수는 선거판 전체를 뒤흔들 만큼 영향력이 크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굵직한 정책보다 후보자의 말 한마디가 선거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며 “말실수를 안일하게 처리하면 바닥 민심부터 싹 바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인 민경우 수학연구소 소장은 과거 자신이 한 노인 발언이 문제로 떠오르자 사퇴했다. 민 전 비대위원은 지난해 10월 한 보수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지금 가장 최대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거다.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면서 대한노인회 등 노인 단체의 비판이 제기됐다. 


한 비대위원장은 대한노인회를 찾아 민 소장의 발언에 대해 거듭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저출생으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노인 표는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의 자산 중 하나이기 때문. 민 소장의 빠른 사퇴와 한 비대위원장의 사과가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는 평이 나왔다. 

정치권은 말이 선거에 끼치는 영향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특히 특정 계층을 비하하는 발언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2004년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비하 논란 발언이 선거 기간 내내 화제가 됐고 지난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유족 비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여야 모두
입단속 중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여야 간 네거티브가 강해지는 양상을 띠는데 그 시기 말실수는 치명적인 수준이다. 여야는 막말, 비하 발언 등 설화로 빚어질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입단속에 나섰다. 문제 발언이 나오면 발언자에게 엄중 경고하거나 직에서 사퇴시키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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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