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권위 막말 회의록 ‘블랙 마킹’의 비밀

어설픈 가리개 걷어내니…

[일요시사 취재1팀·정치팀] 오혁진·박희영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멍들고 있다. 피해자와 진정인을 위한 회의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갈등과 막말로 인한 파행의 연속이다. 회의록에 처리된 어설픈 블랙 마킹도 문제다. 인권위 내부 상황을 더욱 적나라하게 알 수 있으나 피해자와 진정인의 민감한 정보까지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일요시사>는 야권 의원실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했다. 회의록에는 상임위원의 막말과 끼어들기가 여러 차례 언급된다. 민감한 정보를 보호할 때 쓰이는 ‘블랙 마킹’조차 어설펐다. 오히려 이들의 막말을 가리기도 했다. 블랙 마킹이 피해자와 진정인 보호가 아닌 갈등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다 가려진
육두문자

인권위의 결정은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11명 인권위원의 판단으로 내려진다. 전원위원회 안건은 인권위원들의 표결로 처리한다. 보통 인권위원 과반인 6명의 동의를 받으면 대부분 통과된다. 임기 3년의 인권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4명, 대법원장이 3명, 국회가 4명을 지명한다. 국회 지명 4명은 여당 몫 2명과 야당 몫 2명으로 나뉜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바뀐 상임·비상임위원은 총 6명이다. 사실상 의견 불일치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60페이지 분량의 인권위 제7차 전원위원회 회의 결과 및 회의록 보고 문건은 50페이지가량이 ‘블랙 마킹’으로 처리돼있다. 피해자와 진정인의 정보를 보호하기보다는 이충상·김용원 위원과 이들의 비상식적 발언에 동조하는 문구를 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킹 처리도 황당할 만큼 어설펐다. 문건을 인쇄할 때는 보이지 않지만 파일 형태에서는 마우스로 드래그 후 복사·붙여넣기가 가능했다.

7차 전원회의는 지난 5월22일 오후에 열렸다. 이날 한석훈 위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관계자에 관해 “방청인이 이충상 위원에 대해 상당히 위협적인 언동을 했다. 원만한 회의 진행을 방해하면 퇴장을 명했어야 한다. 이해당사자가 방청인으로 들어온 상태서 회의를 진행하면 위협적인 상황서 자유롭게 의사를 발표할 수 있겠냐. 방청인이 위협적 언동을 하면 바로 퇴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석원정 위원은 한 위원의 발언에 대해 “유족분이 방청하신 것이고 이분들이 어떤 이익이나 불이익의 당사자라고 보는 건 어불성설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를 이해당사자라고 일반적으로 규정짓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김 위원은 “이게 무슨 봉숭아 학당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인권위 갈등은 직원들의 걱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굴만 맞대면 진흙탕 싸움
부끄러운 위원들의 ‘말말말’

박진 사무총장은 “현 상황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 인트라넷서 직원들이 글을 쓰고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언급된 내용 중 모 조사관이 진정된 사건이 있다”며 “담당조사관과 과장이 이충상 위원에게 불려간 자리서 이 위원으로부터 인트라넷 게시글에 관한 언급을 들은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이 위원은 모 조사관에게 이 사실을 알리라고 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윤 위원은 박 사무총장에게 “‘조사관을 징계해야 한다. 이중처벌이 안 되니 지금 말고 내가 위원장이 되면 중징계를 내릴 것. 조사관에게 전해라. 곧 서기관하고 부이사관 승진이 있는 거 안다’는 발언이 사실이라는 거냐”고 물었다.

서미화 위원은 박 사무총장에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다시 물었으나 김 위원이 “잠깐만”이라며 끼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이 위원이 “‘내가 위원장이 되면’이라고 안 했다. 차기 위원장은 다른 분이 될 수 있고 김용원 상임위원님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될 수도 있는데 차기 위원장 취임 후에 징계한다면, 징계감”이라며 “무겁게 징계할 텐데 지금 위원장님 재직 중에 아주 가볍게라도 징계하면 징계를 두 번 할 수는 없으니까 조사관에게 나을 것이다. 위원장님 재직 중에 아주 가볍게 징계하면 심지어 징계위원회서 불문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해석은 달랐지만 발언을 인정했다.

남규선 위원은 “피진정인 자격으로 조사관에게 피해자의 징계를 운운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으나 이 위원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수정 위원은 “이 위원이 여러 말씀을 했는데 기본적으로 피해자 보호에 관한 생각이 과연 인권위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해결 아닌
갈등 유발

이 위원은 곧바로 “내가 피해자고 조사관이 가해자다. 갑질? 피해자가 아니라 진정인, 피진정인이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에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다. 이 위원님 말을 내가 따라야 하냐”고 했다.

서 위원은 “이 위원님께 충언하겠다. 인권위 상임위원이면 인권에 대한 어떤 감수성,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 위원님은 차관급 상급자다. 일개 직원에게 이런 사안이 벌어졌다면 자중해야 한다. 내가 이충상 위원이라면 자진해서 사퇴한다”고 지적했다.

타 회의록서도 유가족과 피해자를 향한 막말은 적지 않았다. 혐오 발언에 관한 블랙 마킹 처리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드래그 후 복사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은 적지 않았다.

11명의 인권위원은 전원회의 이전 진정인 또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소위원회 회의를 진행한다. 이 중 침해구제제1위원회(이하 침해1소위)는 김 위원이 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침해1소위의 마지막 회의는 지난 8월1일이다. 이날 침해1소위는 정의기억연대 정기 수요시위 현장에서 터진 욕설을 제지해달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가 낸 진정을 기각했다.

인권위 사무처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라며 침해1소위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현행법상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소위 표결에는 김 위원을 포함한 3명의 위원이 참여해 김용원·김종민 위원은 기각, 김수정 위원은 인용 입장을 냈다.


김수정 위원은 “의견이 엇갈린 경우 소위원장이 기각을 결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근거는 인권위법 제13조 제2항의 “소위원회는 구성 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조항이다.

그동안 인권위는 인용 또는 기각을 결정할 때 이 조항을 적용해 소위원회를 운영해왔다. 소위원회 3인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전원위원회에 넘겨 처리해왔던 것이 ‘관례’다.

제자리걸음
감추기 급급

현재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주도로 한석훈·한수웅·김종민·이한별 비상임위원까지 6명은 ‘소위원회서 의견 불일치 때의 처리’에 대한 의안을 전원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는 인권위가 탄생한 2001년 이후 단 한 번도 제기된 바 없다. 행정법무담당관도 실제 회의 운영 관행과 전혀 다르다는 의미서 의결정족수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법제처의 판단도 같았다.

법제처 관계자는 “유권해석은 가결이 되지 않으면 부결이 된다는 식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인권위원회법 제13조의 의결을 가진 가결로 축소 해석할 필요가 없고 성문법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서 법령 규정의 문자나 문장이 의미하는 바에 입각해 해석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법제처는 인권위의 오랜 관례를 깨려는 위원들의 판단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법제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소위원회서 진정 사건을 처리할 때 가결이 아니면 부결이라고 보거나, 위원회법 제13조를 권고 결정에 한정하여 가중된 의결정족수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타당하지 않다 ▲의결과 가결, 부결의 개념, 법 문언의 형식, 다른 유사한 합의제 행정기관의 입법례와 이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 더 나아가 위원회법의 목적과 취지, 위원회 결정의 효력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위원회 설립 이후 지속돼온 의결정족수 규정에 관한 해석과 적용을 위 새로운 주장에 근거해 변경할 수는 없다 ▲소위원회는 위원회법 제13조에 따라 각하, 기각, 권고 등 결정에 3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진정에 관해 의결할 수 있으므로, 어느 하나의 결정에 3인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의결할 수 없다. 따라서 의결정족수에 미달할 경우, 위원들 간에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공통의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면 본래 전원위원회에서의 위임 취지에 따라 전원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이 위원회 위원들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다.

입맛대로 고쳐먹는 관례
단 1명만 반대해도 리셋

법제처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을 포함한 인권위원 6인은 관례를 깨려는 의지를 표출 중이다. 그는 자신이 작성한 의견서를 언급하면서 “헌법의 여러 조항과 민법, 상법 등 의결이나 결의, 가결만을 의미함이 명백하지만 법제처는 반박하지 못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권위법의 새 해석하에서도 종전에 비해 실무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다. 소위서 1명만 진정 기각 의견인 경우에는 인권위법의 새 해석하에서는 소위 기각이 가능하지만 인권위의 실무에 있어서는 2명의 인권위원의 의견이 존중돼 소위서의 기각 처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위서의 기각 처리는 없을 것이라는 이 위원의 주장과는 다르게 인권침해나 차별 행위의 피해자가 제기한 진정 사건이 기각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피해자와 진정인의 입장서 신중한 판단을 기해야 함에도 단 1명의 반대로 사건이 초기부터 기각되는 건 인권위의 역할 축소나 다름없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인권위원 6인의 움직임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관례가 깨지면 그만큼 피해를 보는 진정인이 늘어난다는 거다. 이충상 위원이 주장한 “‘소위서의 기각 처리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말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며 “전원회의서 기각돼도 울분을 토하시는 분들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공무원 노조는 이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약 80%는 소위원회서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다를 경우, ‘다시 위원끼리 논의(40.6%)’를 하거나 ‘전원위 상정 논의 후 3인이 동의하면 전원위에 상정(39.6%)’해야 한다고 답했다. ‘3인 정족수 미달로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은 2%에 불과했다.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쌍방이 더 주장하고 자료를 제출할 것이 없어 재상정할 것이 아니다. 이 안건은 인권위의 운영에 관한 것이라서 인권위원들이 이 안건에 관해 최고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고 외부에 최고의 전문가가 따로 없기에 노동조합의 주장처럼 외부의 전문가에게 사실 조회를 하거나 청문회를 할 필요가 없다.”

법제처 무시
의견 고집만

송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전원회의서 “위원장으로서 위원들께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누구에게 무식하다, 오만방자하다, 심부름이나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는 말은 조심해야 한다. 방청인들도 지켜보고 있는 회의다. 회의의 품위나 권위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말의 무게에 대해 위원님들이 더 엄격하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이 공무원 노조를 향해 오만함이 섞인 발언을 하기 이전에 송 위원장이 했던 말을 곱씹어보는 게 어떨까? 그는 인권위의 추락이 자신을 포함한 일부 인권위원들에 의한 결과라는 걸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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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