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막말 잔치’ 인권위 회의록 공개

얼굴만 맞대면 아수라장 ‘이념 전쟁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위 관계자 2명이 인권위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충상, 김용원 상임위원이 그 주인공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회의록에는 이들의 정제되지 않은 말과 궤변이 담겨있다. 사건 피해 유가족들을 향한 막말도 적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인권침해 및 차별 행위를 조사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기관이다. 회의를 통해 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본연의 업무를 이행할 수 없다.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내홍은 자연스레 ‘직무유기’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례적
관행 파괴

인권위의 결정은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11명 인권위원의 판단으로 내려진다. 전원위원회 안건은 인권위원들의 표결로 처리한다. 보통 인권위원 과반인 6명의 동의를 받으면 대부분 통과된다. 임기 3년의 인권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4명, 대법원장이 3명, 국회가 4명을 지명한다.

국회 지명 4명은 여당 몫 2명과 야당 몫 2명으로 나뉜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바뀐 상임·비상임위원은 총 6명이다.

11명의 인권위원은 전원회의 이전 진정인 또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소위원회 회의를 진행한다. 이 중 침해구제제1위원회(이하 침해1소위)는 김용원 상임위원이 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침해1소위의 마지막 회의는 지난 8월1일이다. 이날 침해1소위는 정의기억연대 정기 수요시위 현장에서 터진 욕설을 제지해 달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가 낸 진정을 기각했다. 인권위 사무처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라며 침해1소위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현행법상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소위 표결에는 김 위원을 포함한 3명의 위원이 참여해 김용원·김종민 위원은 기각, 김수정 위원은 인용 입장을 냈다.

김수정 위원은 “의견이 엇갈린 경우 소위원장이 기각을 결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근거는 인권위법 제13조 제2항의 “소위원회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조항이다.

그동안 인권위는 인용 또는 기각을 결정할 때 이 조항을 적용해 소위원회를 운영해왔다. 소위원회 3인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전원위원회에 넘겨 처리해왔던 것이 ‘관례’다.

사무처는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지난 9월, 진정 재논의 방침을 담은 언론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김 위원은 소위 결정에 대해 사무처가 일방적으로 해명자료를 냈다면서 송두환 인권위원장에게 해명자료 작성 직원들의 인사조처를 요구하며 회의 진행을 미루고 있다.

김 위원이 소위를 열지 않으면서 누적된 안건만 이달 초 기준으로 230건이 넘는다.

이충상·김용원 잇단 말 끊기에 혐오 발언
위원장 중재 불가능…질문에 동문서답도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소위를 열지 않는 행태는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김 위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다”며 “소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음으로써 ‘진정은 이를 접수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있는 인권위 운영규칙 제4조 제1항을 위반한 혐의”라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또 있다. 침해구제2소위 위원장을 맡은 이충상 상임위원은 지난 5월, 군 신병 훈련소 인권 상황 개선을 권고하는 인권위 결정문 초안에 성소수자 혐오 소지가 있는 문구를 넣었다.

그는 ‘해병대 훈련병에게 짧은 머리를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임을 인권위가 인식해야 한다’는 당시 결정문에 반발해 ‘남성 동성애자가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는 경우 인권침해를 당하면서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고, 이를 인권위가 인식시켜야 하는가’라는 소수 의견을 적었다.

인권단체 등은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인권위 상임위원이 오히려 혐오와 차별을 선동했다’며 인권위에 인권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축제를 즐기려고 모였다가 밀려 넘어져 발생한 참사가 국가 권력이 시민을 고의로 살상한 5·18 민주화운동보다 더 귀한 참사냐”고 말해 유족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두 위원이 도를 넘은 행동에 관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어느 기관이나 내부갈등은 있지만 특정 인물로 인해 회의가 수개월째 미뤄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인권위의 위상이 추락했다”고 토로했다.

인권 아닌
법률 해석

인권위는 감사원, 중앙선관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같은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대통령실을 포함해 타 기관에 ‘권고’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조직의 특수성 때문에 강한 독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위원과 이 위원의 합류 이후 인권위의 독립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거세다. 지난달 30일, 인권단체는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규칙 개정안 철회와 사태에 책임이 있는 김용원 위원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의 강도 높은 비판은 왜 나왔을까?

김 위원은 이날 회의서 “접수 사실을 모든 인권위원들이 알고 있다. 운영지원과장이나 사무총장이 접수하거나 보고할 필요도 없는데 마치 사무총장이 접수해야만 심의를 할 수 있는 것처럼 해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진 사무총장에 관해 “자신이 인권위원들의 상관인 것처럼 하는 무식하거나 오만방자한 행동이며 그에 대해서는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으니 사무총장과 운영지원과장은 그 자리서 비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의 발언에 관해 한 인권위원은 “공개된 공식회의 자리서 사무총장에게 ‘오만방자하다’와 같은 말을 함부로 쓰는 것을 제지하지 못한 데 대해 같은 인권위원으로서 사과드린다”며 “다른 인권위원도 타인에 대한 그런 언동에 대해선 경각심을 가지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갈등이 격화되자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송 위원장은 “위원들께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누구에게 무식하다, 오만방자하다, 심부름이나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는 말은 조심해야 한다. 방청인들도 지켜보고 있는 회의다. 회의의 품위나 권위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말의 무게에 대해 위원님들이 더 엄격하게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방청이 가능한 회의서 이 정도인데 비공개 자리에서는 얼마나 심하겠느냐”고 전했다. <일요시사>가 야권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인권회 회의록을 보면 인권위원들은 회의 때마다 갈등을 겪었다.

비상식적
대응 일관

5월22일에 진행된 제7차 전원위원회 회의 결과 및 회의록 보고 자리서 김 위원은 송 위원장에게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이 위원님이 작성했던 초안상에 다른 인권위원이나 직원들이 보기에 거북한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결정문서 빼기로 했다. 이 내용이 자유게시판에 올라가더니 언론사에 제공됐다”며 “몰지각하다고 표현하겠다. 누가 언론사 기자에게 알려 기사화되게 만들었는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희 위원은 “최종 결정문에 삭제되면 결정문만 보고받는다. 삭제가 안 됐으면 인권위원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국민이 안다. 동성애자가 기저귀를 차고 다니냐”고 하자 이 위원은 “다닌다. 객관적 진실이다. 관련 보도 언론사에 대해서는 정정보도 청구뿐만 아니라 단체가 형사고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이 위원에게 “왜 인권위원으로 있냐”고 물었고, 이 위원은 “게이 중에 기저귀 찬 사람 없나?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했다.

6월12일에 진행된 제8차 전원위원회 회의 결과 및 회의록 보고 자리서 윤 위원은 이 위원에게 “위원회 관련 의견을 주셨는데 이 위원님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적 발언을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혐오발언이 아니다”고 반박하자, 윤 위원은 “혐오발언하지 말라. 그것이 혐오”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은 “혐오발언 제발 하지 말아라. 많은 사람이 울고 있다”고 재차 요구했다.

같은 달 26일 진행된 회의서 서미화 위원은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이 위원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서 위원은 “너무 모욕적이고 옆에 앉아 있기 힘들다. 어떻게 희생자들 5·18 희생자와 비교하냐. 사과해야 하고 인권위원 상임위원과 정말 안 맞으시는 것 같다. 사퇴하시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5·18 비교해 유가족 2차 가해
야 추천위원 임기 얼마 안 남아 갈등 커지나

이 위원도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비하한 게 아니다. 서 위원님 말씀이 인권침해적”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방청하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관계자는 “애들이 왜 죽은 지 아는가! 공권력이 아무것도 안 하니까 죽었다. 5·18이 왜 나오냐”고 반발했다.

9월7일에 진행된 상임위 결과 및 회의록 보고 자리서 남규선 위원은 침해1소위의 회의 진행이 미뤄지는 것에 관해 지적했다.

김 위원이 “우선 좀 더 말씀드리겠다”고 하자 송 위원장은 “잠깐만요”라고 제지했고, 김 위원은 “말씀을 먼저 드리겠다”고 반복해서 언급했다.

송 위원장이 “충분히 얘기했다”고 했지만 김 위원은 “이미 기각을 결정했고 어떤 형태의 재고도 있을 수 없다. 위원장을 포함한 누구의 조언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고 제3자에 해당되는 인권위 내부 구성원들이 엉뚱한 주장을 일삼아서 따를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회의록에 담긴 이 위원과 김 위원의 말을 살펴보면 법조계 출신다운 언어를 구사한다. 사법기관의 판단과 판례를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진행된 인권위만의 ‘관행’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법조계 출신 인사들이 많아지면서 인권적 문제보다는 법리적 해석으로 접근해 의결하려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만 해석이 이뤄지면 현장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다. 글로벌 스탠다드도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위원과 김 위원의 논란은 지속되고 있으나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인권위원들의 남은 임기를 보면 윤 위원이 내년 2월, 김수정 인권위원이 내년 8월까지다. 두 위원 모두 대법원장 추천으로 임명된 사람이다. 송 위원장의 임기도 내년 9월 초까지고, 남 위원의 임기도 내년 8월까지다.

갈등 해결
대책 전무

이들의 임기가 끝나면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인권위원은 2명만 남게 된다. 사실상 여권이 추천한 위원들에게 둘러싸여 회의 진행 과정에 의사를 표명할 순 있지만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이념의 전쟁터가 돼버렸다. 아무리 보수진영 인사라고 해도 사무처나 직원들이 존경하는 인권위원들도 있었다. 두 위원이 오고 난 이후부터 이른바 ‘아수라장’이 돼버린 상황”이라며 “참담하다. 회의 진행도 되지 않아 유가족들과 진정인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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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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