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막말 잔치’ 인권위 회의록 공개

얼굴만 맞대면 아수라장 ‘이념 전쟁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위 관계자 2명이 인권위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충상, 김용원 상임위원이 그 주인공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회의록에는 이들의 정제되지 않은 말과 궤변이 담겨있다. 사건 피해 유가족들을 향한 막말도 적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인권침해 및 차별 행위를 조사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기관이다. 회의를 통해 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본연의 업무를 이행할 수 없다.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내홍은 자연스레 ‘직무유기’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례적
관행 파괴

인권위의 결정은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11명 인권위원의 판단으로 내려진다. 전원위원회 안건은 인권위원들의 표결로 처리한다. 보통 인권위원 과반인 6명의 동의를 받으면 대부분 통과된다. 임기 3년의 인권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4명, 대법원장이 3명, 국회가 4명을 지명한다.

국회 지명 4명은 여당 몫 2명과 야당 몫 2명으로 나뉜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바뀐 상임·비상임위원은 총 6명이다.

11명의 인권위원은 전원회의 이전 진정인 또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소위원회 회의를 진행한다. 이 중 침해구제제1위원회(이하 침해1소위)는 김용원 상임위원이 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침해1소위의 마지막 회의는 지난 8월1일이다. 이날 침해1소위는 정의기억연대 정기 수요시위 현장에서 터진 욕설을 제지해 달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가 낸 진정을 기각했다. 인권위 사무처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라며 침해1소위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현행법상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소위 표결에는 김 위원을 포함한 3명의 위원이 참여해 김용원·김종민 위원은 기각, 김수정 위원은 인용 입장을 냈다.

김수정 위원은 “의견이 엇갈린 경우 소위원장이 기각을 결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근거는 인권위법 제13조 제2항의 “소위원회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조항이다.

그동안 인권위는 인용 또는 기각을 결정할 때 이 조항을 적용해 소위원회를 운영해왔다. 소위원회 3인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전원위원회에 넘겨 처리해왔던 것이 ‘관례’다.

사무처는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지난 9월, 진정 재논의 방침을 담은 언론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김 위원은 소위 결정에 대해 사무처가 일방적으로 해명자료를 냈다면서 송두환 인권위원장에게 해명자료 작성 직원들의 인사조처를 요구하며 회의 진행을 미루고 있다.

김 위원이 소위를 열지 않으면서 누적된 안건만 이달 초 기준으로 230건이 넘는다.

이충상·김용원 잇단 말 끊기에 혐오 발언
위원장 중재 불가능…질문에 동문서답도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소위를 열지 않는 행태는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김 위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다”며 “소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음으로써 ‘진정은 이를 접수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있는 인권위 운영규칙 제4조 제1항을 위반한 혐의”라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또 있다. 침해구제2소위 위원장을 맡은 이충상 상임위원은 지난 5월, 군 신병 훈련소 인권 상황 개선을 권고하는 인권위 결정문 초안에 성소수자 혐오 소지가 있는 문구를 넣었다.

그는 ‘해병대 훈련병에게 짧은 머리를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임을 인권위가 인식해야 한다’는 당시 결정문에 반발해 ‘남성 동성애자가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는 경우 인권침해를 당하면서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고, 이를 인권위가 인식시켜야 하는가’라는 소수 의견을 적었다.

인권단체 등은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인권위 상임위원이 오히려 혐오와 차별을 선동했다’며 인권위에 인권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축제를 즐기려고 모였다가 밀려 넘어져 발생한 참사가 국가 권력이 시민을 고의로 살상한 5·18 민주화운동보다 더 귀한 참사냐”고 말해 유족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두 위원이 도를 넘은 행동에 관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어느 기관이나 내부갈등은 있지만 특정 인물로 인해 회의가 수개월째 미뤄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인권위의 위상이 추락했다”고 토로했다.

인권 아닌
법률 해석

인권위는 감사원, 중앙선관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같은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대통령실을 포함해 타 기관에 ‘권고’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조직의 특수성 때문에 강한 독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위원과 이 위원의 합류 이후 인권위의 독립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거세다. 지난달 30일, 인권단체는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규칙 개정안 철회와 사태에 책임이 있는 김용원 위원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의 강도 높은 비판은 왜 나왔을까?

김 위원은 이날 회의서 “접수 사실을 모든 인권위원들이 알고 있다. 운영지원과장이나 사무총장이 접수하거나 보고할 필요도 없는데 마치 사무총장이 접수해야만 심의를 할 수 있는 것처럼 해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진 사무총장에 관해 “자신이 인권위원들의 상관인 것처럼 하는 무식하거나 오만방자한 행동이며 그에 대해서는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으니 사무총장과 운영지원과장은 그 자리서 비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의 발언에 관해 한 인권위원은 “공개된 공식회의 자리서 사무총장에게 ‘오만방자하다’와 같은 말을 함부로 쓰는 것을 제지하지 못한 데 대해 같은 인권위원으로서 사과드린다”며 “다른 인권위원도 타인에 대한 그런 언동에 대해선 경각심을 가지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갈등이 격화되자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송 위원장은 “위원들께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누구에게 무식하다, 오만방자하다, 심부름이나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는 말은 조심해야 한다. 방청인들도 지켜보고 있는 회의다. 회의의 품위나 권위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말의 무게에 대해 위원님들이 더 엄격하게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방청이 가능한 회의서 이 정도인데 비공개 자리에서는 얼마나 심하겠느냐”고 전했다. <일요시사>가 야권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인권회 회의록을 보면 인권위원들은 회의 때마다 갈등을 겪었다.

비상식적
대응 일관

5월22일에 진행된 제7차 전원위원회 회의 결과 및 회의록 보고 자리서 김 위원은 송 위원장에게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이 위원님이 작성했던 초안상에 다른 인권위원이나 직원들이 보기에 거북한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결정문서 빼기로 했다. 이 내용이 자유게시판에 올라가더니 언론사에 제공됐다”며 “몰지각하다고 표현하겠다. 누가 언론사 기자에게 알려 기사화되게 만들었는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희 위원은 “최종 결정문에 삭제되면 결정문만 보고받는다. 삭제가 안 됐으면 인권위원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국민이 안다. 동성애자가 기저귀를 차고 다니냐”고 하자 이 위원은 “다닌다. 객관적 진실이다. 관련 보도 언론사에 대해서는 정정보도 청구뿐만 아니라 단체가 형사고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이 위원에게 “왜 인권위원으로 있냐”고 물었고, 이 위원은 “게이 중에 기저귀 찬 사람 없나?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했다.

6월12일에 진행된 제8차 전원위원회 회의 결과 및 회의록 보고 자리서 윤 위원은 이 위원에게 “위원회 관련 의견을 주셨는데 이 위원님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적 발언을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혐오발언이 아니다”고 반박하자, 윤 위원은 “혐오발언하지 말라. 그것이 혐오”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은 “혐오발언 제발 하지 말아라. 많은 사람이 울고 있다”고 재차 요구했다.

같은 달 26일 진행된 회의서 서미화 위원은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이 위원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서 위원은 “너무 모욕적이고 옆에 앉아 있기 힘들다. 어떻게 희생자들 5·18 희생자와 비교하냐. 사과해야 하고 인권위원 상임위원과 정말 안 맞으시는 것 같다. 사퇴하시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5·18 비교해 유가족 2차 가해
야 추천위원 임기 얼마 안 남아 갈등 커지나

이 위원도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비하한 게 아니다. 서 위원님 말씀이 인권침해적”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방청하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관계자는 “애들이 왜 죽은 지 아는가! 공권력이 아무것도 안 하니까 죽었다. 5·18이 왜 나오냐”고 반발했다.

9월7일에 진행된 상임위 결과 및 회의록 보고 자리서 남규선 위원은 침해1소위의 회의 진행이 미뤄지는 것에 관해 지적했다.

김 위원이 “우선 좀 더 말씀드리겠다”고 하자 송 위원장은 “잠깐만요”라고 제지했고, 김 위원은 “말씀을 먼저 드리겠다”고 반복해서 언급했다.

송 위원장이 “충분히 얘기했다”고 했지만 김 위원은 “이미 기각을 결정했고 어떤 형태의 재고도 있을 수 없다. 위원장을 포함한 누구의 조언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고 제3자에 해당되는 인권위 내부 구성원들이 엉뚱한 주장을 일삼아서 따를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회의록에 담긴 이 위원과 김 위원의 말을 살펴보면 법조계 출신다운 언어를 구사한다. 사법기관의 판단과 판례를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진행된 인권위만의 ‘관행’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법조계 출신 인사들이 많아지면서 인권적 문제보다는 법리적 해석으로 접근해 의결하려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만 해석이 이뤄지면 현장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다. 글로벌 스탠다드도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위원과 김 위원의 논란은 지속되고 있으나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인권위원들의 남은 임기를 보면 윤 위원이 내년 2월, 김수정 인권위원이 내년 8월까지다. 두 위원 모두 대법원장 추천으로 임명된 사람이다. 송 위원장의 임기도 내년 9월 초까지고, 남 위원의 임기도 내년 8월까지다.

갈등 해결
대책 전무

이들의 임기가 끝나면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인권위원은 2명만 남게 된다. 사실상 여권이 추천한 위원들에게 둘러싸여 회의 진행 과정에 의사를 표명할 순 있지만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이념의 전쟁터가 돼버렸다. 아무리 보수진영 인사라고 해도 사무처나 직원들이 존경하는 인권위원들도 있었다. 두 위원이 오고 난 이후부터 이른바 ‘아수라장’이 돼버린 상황”이라며 “참담하다. 회의 진행도 되지 않아 유가족들과 진정인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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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