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키워준’ 카카오의 배신 ①비굴한 창업주 구하기

정권에 무릎 꼬리 내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궁지에 몰린 쥐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다. 고양이를 물거나 납작 엎드려 죽은 척을 하거나. 순응을 택한 쥐는 고양이의 눈을 피해 살길을 찾으려 든다. 깊게 몸을 수그리고 살살 눈치를 보면서 때를 기다린다. 고양이는 그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보다가 앞발을 휘두른다. 쥐는 바닥에 늘어진다.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퇴로가 차단된 상태서 ‘가둬놓고 패는’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다. 무너진 하늘 틈으로 솟아날 구멍을 찾아보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다. 문재인정부와는 ‘밀월 관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독했던 터라 윤석열정부의 태도에 더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꽃길 끝나고
가시밭길로

결국 카카오는 꼬리를 내리고 무릎을 꿇었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십분 활용해 정부의 방향에 발 맞추기로 한 것. 현재 최대 화두인 윤정부의 ‘언론 길들이기’에 카카오가 힘을 더하는 방식으로 뛰어들었다. 문제는 카카오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이 뉴스 검색 결과서 뉴스 제휴 언론사 기사만 노출되도록 기본값을 변경했다. 다음은 지난달 22일 “지난 5월부터 전체 언론사와 뉴스 제휴 언론사를 구분해 검색 결과를 제공한 6개월 간의 실험을 바탕으로 검색 결과의 기본값을 전체 언론사에서 뉴스 제휴 언론사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다음에 따르면 뉴스 제휴 언론사의 기사 소비량은 전체 언론사 대비 22%p 많았다. 뉴스 제휴 언론사의 기사가 전체 언론사보다 높은 검색 소비량을 보이고 있는 점을 기본값 변경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설정 변경을 통해 전체 언론사 기사를 볼 수 있도록 기본값 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음의 발표 이후 뉴스 제휴를 하고 있지 않은 언론사를 비롯해 언론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다음과 뉴스 제휴를 맺고 있는 언론사는 대부분 대형·주류 언론으로 분류된다. 다음이 뉴스 제휴 언론사의 우선 검색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의도적으로 중소 언론사를 배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이하 인신협)는 지난달 24일 ‘국민의 다양한 뉴스선택권을 원천 봉쇄한 포털사이트 다음의 악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놨다. 인신협은 “100개 남짓한 다음 CP(콘텐츠 제휴)사 가운데 제평위(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면밀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곳은 단 8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CP사들은 포털사이트가 자체 계약을 통해 입점한 매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P사라는 타이틀이 해당 언론사의 뉴스 품질을 담보하는 것도 결코 아니며 언론사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며 “올해 들어 포털은 기사의 품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제평위 활동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 뉴스 품질 심사기구의 가동도 중단하면서 이제는 국민의 다양한 뉴스 선택권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 뉴스 검색 시스템 바꿔
정부 언론 길들이기 발 맞춰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카카오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뉴스 검열 쿠데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가 정권의 입맛에 맞춰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다음이 뉴스 검색 기본값을 전체 언론사에서 CP사로 변경한 것은 카카오 사주 구하기, 정권의 입맛 맞추기가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이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유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인터넷신문 검열(심의) 주장 등 현 정권에 비판적인 인터넷 언론 등을 그냥 두지 않겠다는 속내의 반영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판적 인터넷 언론의 언로를 차단, 통제하는 현 정권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검색 사이트 카카오의 이 같은 행태는 권력과 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한국 검색서비스 사업자의 추악한 민낯의 단면”이라고 일갈했다.  


윤정부는 최근 언론에 대해 강경일변도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민 KBS 사장 등이 계속 입길에 오르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서 이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자 이 전 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KBS는 박 사장의 행보에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서 카카오가 뉴스 검색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CP사만
알 권리?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을 들고 있다. 카카오에 대한 검찰의 전 방위적 수사에서 창업자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뉴스 검색 시스템 변화로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이미 카카오는 강도 높은 검찰 수사로 누더기가 된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토스하고 검찰이 스파이크를 때리는 방식으로 두들겨 맞는 사이 핵심 관계자는 구속까지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달 1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배 대표는 올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기업지배권 경쟁 과정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 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정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이런 혐의로 배 대표와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강모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이모씨 등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 가운데 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배 대표 등의 법률대리인은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사업 강제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의 양벌 규정에 따라 배 대표와 함께 카카오 법인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만일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은행 대주주 지위를 박탈당한다.

검찰 수사
막아보려?

카카오뱅크 지분 27.17% 중 10%만 남기고 모두 매각도 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인 만큼 대주주 지위가 박탈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검찰의 칼끝이 정조준하고 있는 곳은 김 전 의장이다. 김 전 의장은 지난달 15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 전 의장을 비롯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진수·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등도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카카오그룹 핵심 경영진 대부분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셈이다. 

지난달 22일에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그룹의 일부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에 김 전 의장의 자택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날 카카오는 다음의 뉴스 검색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가 몸을 바짝 낮춰 ‘항복’ 의사를 표했지만 검찰은 전선을 확대했다.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 과정서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바람픽쳐스를 200억원에 사들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인수 당시 바람픽쳐스가 3년간 매출을 내지 못한 자본잠식 상태 이른바 ‘깡통회사’였다는 점이다. 검찰은 바람픽쳐스 인수 과정서 불법 리베이트가 있었는지, 김 전 의장이 관여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플랫폼 관련 고발 건도 있다. 카카오가 2018년 구축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발행한 가상자산(암호화폐) ‘클레이’(KLAY)와 관련해 횡령·배임 혐의로 김 전 의장 등이 고발된 상태다. 아직 본격적인 수사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카카오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 해당 고발 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범수 구속 가능성에 벌벌
경영쇄신 카드 좌초 가능성↑

일단 김 전 의장은 ‘경영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카오는 내부 경영쇄신위원회와 외부 독립조직으로 설립된 준법과신뢰위원회(준법신뢰위)를 구성하고 비상경영에 준하는 대수술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 의장이 직접 경영쇄신위원장을 맡았다. 

준법신뢰위는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최근 1기 위원 명단을 최종 확정했다. 연내 공식 출범한 뒤 ‘직접 제재 권한’ 등을 통해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 전 의장의 구속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이 카카오에 대한 수사 전선을 넓히고 있는 상황서 김 전 의장이 법망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김 전 의장이 구속될 경우 경영쇄신은 좌초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 입장서 김 전 의장의 구속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경영쇄신이 ‘겉핥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카카오는 창립 이래 제대로 된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사방팔방서 가해지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 카카오 내부는 처음 겪는 전방위적 압박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이뿐만 아니다. 바깥의 공격을 방어해야 할 내부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카카오 내부 상황에 대해 ‘작심발언’을 이어 가면서 파열음이 나오는 중이다. 김 총괄은 김 전 의장이 카카오 쇄신을 위해 지난 9월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인물이라 그 파장은 더 큰 상태다. 

내부 시끌
폭망 기류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전 국민의 90% 이상이 사용하는 메신저가 가져다준 전례 없는 메리트는 카카오의 사업 확장에 큰 발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자 국민 대신 정부를 택했다. 국민기업이 국민 밉상 기업으로 전락한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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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