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욕 많이 먹는 홍민택 카카오 CPO

82년생 성공신화 한 방에 무너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석 연휴가 끝났다. 장장 열흘 가까이 이어진 휴일 동안 ‘밥상머리’ 화두는 뭐였을까? 정치, 경제 문제를 차치하고 단연 화제가 된 사안은 ‘카카오톡 업데이트’였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던 카카오톡의 몰락,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말 그대로 대란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불만이 쏟아졌다. 카카오톡 이야기다. 전 국민의 90% 이상이 이용하는 국민 메신저인 만큼 그동안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거나 변화가 있을 때마다 ‘말 공장’이 가동되는 건 흔한 일이었다.

거센 반발
예상 못해?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과장을 조금 보태 전 국민이 들고 일어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됐다. 주가가 흔들렸고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 평점이 곤두박질쳤다. 직장인들이 모인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현직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폭로글이 게시됐다. 게시글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이 모든 게 불과 보름도 안 되는 사이에 일어났다. 카카오는 지난달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캠퍼스에서 ‘가능성, 일상이 되다’를 주제로 열린 개발자 행사 ‘이프 카카오’에서 카카오톡의 대대적인 개편을 발표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카카오톡은 모바일 시대에서 인공지능 시대로 옮겨가는 이노베이션 윈도(혁신의 창)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대표는 15년 만에 바뀌는 카카오톡에 대해 “이렇게 큰 개편은 카카오톡 역사상 처음”이라며 “‘카톡 해’라는 말은 이제 단순히 ‘메시지를 보내’라는 뜻을 넘어 카카오 AI를 통해 더 큰 세상을 경험한다는 새로운 의미로 해석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카카오톡의 핵심 기능인 메신저를 넘어 SNS로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카카오는 전화번호부식 나열 구조로 돼있던 카카오톡 친구 탭을 피드 형태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SNS 중에서도 인스타그램처럼 친구의 일상, 사진, 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용자는 친구의 프로필을 하나하나 눌러보지 않아도 프로필 변경 내역과 게시물을 타임 라인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고도 홍보했다. 이용자가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 디데이 등을 업데이트하거나 게시물을 작성하면 프로필 홈 내 격자형 피드에 표시되도록 했다.

‘숏폼’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향으로도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카카오는 ‘오픈 채팅탭’을 숏폼과 오픈 채팅을 이용할 수 있는 ‘지금 탭’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이용자는 다양한 숏폼 영상을 스크롤해 보며 공유할 수 있고 채팅방에서 함께 영상을 보며 소통할 수 있다. 챗GPT-5 도입도 공식화했다.

문제는 이용자의 반발이 엄청났다는 점이다. 특히 ‘친구탭’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애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하는 곳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용자 리뷰가 줄을 이었다. 평점 중 가장 낮은 점수인 ‘1점 리뷰’가 쏟아졌다. 10대, 20대 사이에서는 ‘쉰내 나는 인스타(그램)’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나왔다.

SNS 노린 카카오톡 개편에
이용자 불만 빗발·시총 증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UX(사용자 경험) 그룹 피엑스가 사용자 분석 인사이트 도구인 어피니티 버블로 카카오톡 업데이트 당일이었던 지난달 23일,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 달린 리뷰 1000개를 분석한 결과를 같은 달 28일에 발표했다. 대부분 업데이트가 사용자 경험 저하를 야기했다는 내용이었다.

주제별로 분류하면 업데이트 전반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리뷰가 42%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 니즈 파악 못한 업데이트’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 등 직접적으로 불만감을 표출하는 리뷰도 다수 확인됐다. 사용자 환경(UI)과 디자인 불만이 19%, 친구 목록과 프로필 불만이 10%로 나타났다.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지 않고 소셜미디어 기능을 과도하게 추가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다수 이용자의 반발에 시장도 흔들렸다. 지난달 23일 카카오톡 개편을 발표한 이후 주가 하락이 본격화됐다. 지난달 22일 6만6400원이던 주가는 23일 4.67% 하락해 6만3300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톡 개편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확산하던 지난달 26일에는 더욱 가파르게 하락했다.

29조3670억원(지난달 22일 기준)이던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26일 기준 26조2268억원으로 3조4000억원이나 줄었다.

이용자들은 카카오톡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카카오톡 자동 업데이트 끄는 방법’ ‘카카오톡 업데이트 차단 방법’ 등의 글이 게시돼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카카오톡이 자동으로 업데이트 됐다며 한탄하는 게시글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대한 일부 연예인의 부정적인 목소리도 기사화됐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는 “이렇게 남녀노소가 대통합되는 이슈는 정말 오랜만에 본다. 어딜 가도, 누굴 만나도 카카오톡에 대해 이야기한다. 10명을 만나면 10명 모두 욕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용자의 불만이 거세고 수조원의 시총까지 증발하자 카카오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카카오톡 개편을 발표한 지 엿새 만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29일 이용자의 가장 큰 불만이 제기된 부분인 친구 탭의 ‘원상복구’를 선언했다. 친구탭 첫 화면을 개편 이전인 전화번호부식 형태로 되돌리는 게 골자다.

6일 만에
백기 투항

인스타그램 방식으로 제공하던 피드형 게시물은 친구 탭에 별도로 추가될 ‘소식’ 메뉴를 통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홍 책임자는 카카오톡 원상복구를 공지한 지난달 29일 카카오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지 글을 올렸다. 공지 글에는 카카오톡 업데이트 추진 배경과 경과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숫자와 무관하게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며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친구 탭 피드백 배경도 전했다.

카카오 경영진도 이용자의 불만을 예상했지만 그 수위가 너무 높자 결국 고개를 숙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 대표는 지난달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폰트 하나만 바뀌어도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장기적으로 더 편리하고 자유로운 대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용자가 적응하리라 본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톡에 대한 불만 제기를 넘어 카카오 경영진을 향한 비난이 빗발치는 등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 특히 카카오 현직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게시글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면서 회사 내부가 ‘내홍 상태’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 중심에서 언급되고 있는 인물이 바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다. 홍 책임자는 이번 카카오톡 개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이번 업데이트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모두 반대했는데 윗선에서 강행했다고 한다. 해당 게시글의 작성자는 “우리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만들었겠냐고. 욕 신나게 해도 되는데 개발자 욕은 하지 말아줘. 그냥 기획자, 디자이너들은 시키는 대로 만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그 위에서 민택이 형이 하나하나 다 지시한 거야”라고 썼다.

‘민택이 형’은 홍 책임자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전 토스뱅크 대표인 홍 책임자를 영입했다. 홍 책임자가 토스에서 3년 대표 임기를 마친 시기였다. 홍 책임자는 삼성전자와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서 각각 삼성페이, 간편 송금 등 혁신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다.

삼성·토스
카카오 둥지

카카오 측은 홍 책임자의 영입을 발표하면서 그가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를 포함한 금융 관련 비즈니스가 아니라 서비스 전문가로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2년생인 홍 책임자는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IBM과 딜로이트를 거쳐 2014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삼성페이 개발에 참여하며 핀테크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2017년 토스로 둥지를 옮긴 홍 책임자는 뱅킹 트라이브 제품 총괄을 맡았다. 2020년부터는 토스뱅크 대표로서 경영을 총괄했다.

특히 토스 대표 시절 토스뱅크가 2023년 출시한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은 출시 170일 만에 누적 계좌 수 20만좌, 예치액 4조원, 이자 630억원에 도달하는 성과를 냈다. 당시 업계에는 카카오가 홍 책임자라는 ‘젊은 피’를 수혈해 새 혁신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려 있고 카카오에 대한 국민 인식이 과거와 비교해 현저하게 떨어진 상황에서 홍 책임자가 역할을 잘 해주리라는 기대였다.

지난 8월29일 검찰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 센터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김 센터장에게 중형이 구형되면서 카카오 주가가 흔들렸다. 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카카오 그 자체로 평가받는 김 센터장의 사법 리스크에 위기론이 불거졌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 도덕적 해이 논란 등으로 국민 기업에서 밉상 기업으로 카카오가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상황이라 더더욱 혁신이 필요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빅뱅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과감하고 야심차게 밀어붙인 대규모 개편이 사실상 ‘백기 투항’ 형태로 무너지면서 홍 책임자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영입된 지 6개월 만에 주도한 대형 프로젝트가 이용자의 반발을 이겨내지 못한 상황인 만큼 내부 혼선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블라인드 내부 폭로에
책임론·리더십 시험대

일각에서는 홍 책임자가 카카오 차기 대표 가운데 1명으로 거론됐던 만큼 그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나온다. 친구탭의 원상 복구를 선언했지만 아예 이전 형태로 ‘롤백’하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개편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렇게 되면 홍 책임자는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처지다.

홍 책임자의 리더십을 둘러싼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카카오 내부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글에 따르면 “토스 출신 임직원들이 카카오를 장악하면서 실무진들이 (이번 개편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으나 오히려 사내 괴롭힘으로 돌아왔다”며 “(업데이트 후) 기존 직원들은 이용자의 불만에 대응하느라 갈려 나가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로만 봐서는 내부에서 개편에 대한 반대가 있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홍 책임자가 내부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카카오톡 개편을 강행했다가 실패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메신저 기능을 하는 ‘대체품’이 많다는 점도 카카오엔 악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는 정말 냉정하다.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면 개선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다른 앱으로 갈아탄다. 메신저 같은 경우에는 카카오톡이 유일무이한 앱도 아니지 않나. 그 틈새를 노리는 앱이 나오면 많은 이용자가 카카오톡을 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90% 이상이 사용하는 사실상 ‘독점’ 형태의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점유율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 업계 1위를 기록했던 포털사이트가 개편 이후 이용자의 반발이 폭주함에 따라 말 그대로 ‘폭망’의 길을 걷다가 현재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실제 메신저 기능에 집중해 온 ‘네이트온’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메신저 본질에 대한 이용자의 수요가 확인됐다는 분석이 덧붙었다.

지난달 30일 센서타워에 따르면 네이트온은 같은 달 27일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앱 순위에서도 5위까지 치솟았다. 기존 60~70위권에 머무르다 급상승한 것이다. 카카오톡 개편에 불만을 품을 이용자가 대체 메신저를 찾아 나선 결과로 해석됐다.

AI 접목
위기 돌파?

업계에서는 카카오톡과 AI의 결합이 이번 사태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카카오톡 채팅 탭에서 바로 챗GPT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이용자들이 대화 속에서 더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로 도입됐다. 해당 개편에 대한 이용자의 반응에 따라 카카오톡 ‘후폭풍’의 기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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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