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드러내는 이복현 금감원장 막전막후

‘윤석열 사단’ 막내 한동훈과 투톱?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금융감독원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연소·검찰 출신 수장이 입성한 이후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평도 나온다. 윤석열정부 임기 시작과 동시에 자리 잡은 금감원 원장에 관심이 쏠린다. <일요시사>가 그 행보를 쫓았다.

‘파격을 넘어 충격’.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발탁했을 때 정치권에서는 경악에 가까운 반응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한 장관은 문재인정부서 거듭 좌천당하면서도 검복을 벗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대권을 차지하자 많은 이들의 눈이 한 장관의 다음 행선지에 쏠렸다. 

총선 앞두고 
광폭 행보?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이 언급됐다. 검찰총장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섣부르다’는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선택은 그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검찰 조직을 관리·감독하는 법무부의 수장으로 앉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인선을 직접 발표하면서 한 장관에게 힘을 실었다. 

‘깜짝 인사’에 대한 호응은 대단했다. 한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에 오르내렸고 그를 지지하는 이른바 ‘팬덤’도 생겼다. 취임 1주년에는 축하 꽃바구니가 법무부 계단을 가득 메웠다. 한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 등과 설전을 벌이는 등 관련 영상은 100만 조회수를 훌쩍 넘겼다. 

한 장관만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진 않지만 지명 당시 비슷한 강도로 충격을 안겼던 인사가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당시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였던 이 원장을 금감원장으로 임명했다. 검사 출신 법조인이 금감원장에 임명된 것은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최초다. 


1972년생인 이 원장은 경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사법고시 42회로 서울지검 남부지청을 시작으로 전주지검, 서울중앙지검, 춘천지검 등에서 검사 생활을 했다. 이후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수사팀에 파견됐다.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을 거쳐 반부패수사4부장, 경제범죄형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과는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와 국정 농단 특검 수사에서 합을 맞췄다. 최순실 특검법 관련 수사팀에 파견됐을 때는 삼성그룹 승계 문제를 수사한 바 있다.

한 장관 등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측근으로 구성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꼽힌다.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에 반발해 검복을 벗었다.

하이브·카카오 정조준
김범수 전 의장도 조사

이 원장은 지난해 4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올리고 사의를 표명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나온 검찰 내 첫 사표였다.

그는 “경찰이 지상전에 능한 육군, 해병대라면 검찰은 F-16을 모는 공군 같은 기능”이라며 “무슨 이유인지 공군 파일럿이 미덥지 못하다고 수십년간 거액을 들여 양성한 파일럿을 다 내보내고 지상전 전문요원인 보병을 새로 교육시켜 나라를 지켜보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검수완박 법안을 비판했다. 


앞서 이 원장은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버리시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사의 표명 이후 2개월여 만에 이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인선 과정서 검찰 출신이 득세하면서 ‘검찰 공화국’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서 금감원장에 사상 처음으로 검찰 출신을 앉힌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이 원장을 임명하는 과정서 “(이 원장은)경제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오랜 세월 금융수사 활동 과정서 금감원과 협업한 경험이 많다. 금융감독 규제나 시장조사 전문가이기 때문에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반면 변화무쌍한 금융시장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기대와 우려
상반된 평가

지난해 6월7일 취임 이후 1년4개월이 흐른 현재 이 원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모양새다. 검찰 출신 수장이 취임하면서 ‘금융검찰원’이 될 것이라는 안팎의 우려를 어느 정도 씻어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금융권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눈에 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시장의 선진화와 안정화 도모 ▲금융소비자 보호 ▲조직 내부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 원장의 재임 기간 동안 금융시장을 뒤흔든 사건·사고가 여럿 일어났다.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사태 등이다.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 사업을 했던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법원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일로, 그 결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크레디트 시장 등이 경색됐다. 

지난해 11월 흥국생명이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영구채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채권시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흥국생명의 행보는 ‘제2의 레고랜드 사태’로 불렸다.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시장이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외화채 발행까지 위축될 우려가 제기됐다.

통상 5년이면 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해외 채권자의 기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이 필요했다.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사태서 이 원장은 전방위적 대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취임 1년 동안 금융권과 유관기관 간담회를 80회 가까이 소화한 점이 눈에 띄었다.

부산·대구·광주 등 지역 금융기관 방문을 포함한 금융권 간담회 56회, 금융위원장 회동 등 유관기관 간담회 9회, 출입기자 간담회 등 언론 공식 간담회 7회, 전통시장 방문 등 사회공헌 6회 등 총 76회의 현장 소통이 이뤄졌다. 역대 금감원장 가운데 최대다.


대체적으로
긍정 평가

반면 이 원장의 적극적인 행보가 관치 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원장은 임기 초부터 금융권의 사회공헌 동참을 위해 상생금융을 강조했다. 문제는 이 과정서 은행권이 신규 가계대출 금리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금리를 일부 인하했는데 이를 두고 금융시장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금리에 금융당국이 관여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상생금융의 결과로 가계부채가 증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지난 17일 금감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리인하 등 상생금융의 효과는 고신용자에 집중됐다”며 “관치금융과 정치금융이 (금융 시스템을)흔들면 안 된다”는 민주당 김종민 의원의 지적이 나왔다. 이 원장이 상생금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후부터 가계부채 총액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그 효과가 서민보다는 고소득층에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해당 주장에 대해 이 원장은 “사실관계 분석 결과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재 이 원장의 행보가 ‘진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행보가 금감원 내부, 금융권 등에 집중됐다면 최근 들어 바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취임 1년 만에 금감원장으로서 연착륙했다는 평이 나오자 이제 ‘특수통 검사’ 기질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감원은 지난 8월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대 사모펀드에 대한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라임펀드가 다선 국회의원 등 일부 유력인사에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고 발표하면서 정치권에 후폭풍이 일었다. 공교롭게도 3대 펀드 모두 문재인정부 인사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임 사태 환매 특혜 의혹은 민주당 일부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다. 실제로 장하원 디스커버리 펀드 대표는 문재인정부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전 주중대사의 친동생이다. 옵티머스 펀드 수사 과정에서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해당 측근은 사무실 임차보증금과 가구·사무기기 임차료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금감원이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민주당 측은 ‘정치 탄압’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조직 다지고 바깥 행보?
특수통 검사 기질 나오나

이 원장의 광폭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룡기업’ 카카오를 정조준한 것.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던 카카오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 과정서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출범 4년 만이다.

금감원 특사경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사를 위한 조직으로 2019년 7월에 공식 출범했다. 금감원 소속 직원으로 구성됐고 검찰 지휘를 받아 경찰과 같은 수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출범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던 금감원 특사경은 최근 아이돌그룹 BTS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연예기획사 하이브 직원을 검찰 송치한 데 이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 특사경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 가운데 배 대표에게만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배 대표 등은 지난 2월 SM 경영권 인수전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금감원에 출석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아직은 이르지만 시세조종 의혹이 처벌로 이어질 경우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서 손을 떼야 할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 특사경은 카카오 수사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카카오에 대한 법인 처벌 여부 등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불공정이나 불법이 있을 경우 정부 당국이 적절히 대응한다는 명확한 시그널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특사경의 카카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배경에는 ‘이복현 스타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수통 검사 시절 경제범죄 수사 경험과 전문성이 금감원 특사경이 움직일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총선 노리나
일단 선 그어

하이브, 카카오 등 금감원 특사경이 조준하고 있는 수사 대상의 체급이 커지면서 이 원장의 존재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그 방증으로 이 원장은 한 장관과 함께 내년 총선 출마설이 불거지는 중이다. ‘정치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차출설은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일단 이 원장은 “내년까지는 금감원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선을 그은 상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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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