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5.08 01:01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의학을 하려는 ‘미친 사람’이 없습니다.” “아무도 이 일을 하려 하지 않는데 법의학에 미래가 있을까요?” “현재 법의학자는 ‘사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책임만 주어진 전문가’에 불과합니다.” 권한은 없고 처우가 부족하다. 법의학자가 입을 모아 말하는 한국 법의학계의 현실이다. 희소성으로만 따지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직업이다. 한국의 법의학자는 전국을 통틀어 70명이 채 안 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더하다. 치아로 사체의 신원을 파악하는 법치의학자는 전국에 7명, 뼈를 통해 개인을 식별하는 법인류학자는 전국에 단 3명뿐이다. 권한·처우↓ 할 사람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법의관은 수년째 30명대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내년에는 충원율 ‘제로(0)’다. 대한법의학회가 연구한 <법의학 전문 감정 연구 인력 인재 양성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에서 활동 중인 법의학자 수는 63명. 국과수 30명, 국방부과학수사연구소 2명, 대학 15명, 개원의 10명, 은퇴 후 촉탁부검의 6명 등이다. 절반가량(44%)이 서울에서 근무 중이다. 제주도에는 법의학자가 1명뿐이다. 이 중 사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존엄성’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위한 변화 요구다. 전문가에게 권한을 주자는 당연한 주장도 따른다. 20여년 동안 모두 7번 발의된 검시제도 관련 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미 6번을 주저앉았다. 7번째 발의자인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을 만났다. 2006년 11월24일 유시민 의원(열린우리당)이 대표 발의한 ‘검시를 행할 자의 자격 및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안’을 안건으로 ‘검시제도의 개선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당시 김희수 변호사가 법학계 측 진술인으로 나섰다. 14년 뒤인 2020년 7월16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주최한 ‘검시관 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도 김희수 변호사가 좌장으로 등장했다. 억울한 죽음 같은 사람이 14년의 세월을 거슬러 같은 주제의 자리에 등장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기간 동안 관련 주제에 대한 논의가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법의학 소재의 드라마 <싸인>이 방송(2011년)됐고, 2014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노숙자 오인 사건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법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 사이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했다. 사실상 퇴보한 셈이다. 거듭된 희망고문은 조직 구성원의 사기를 꺾는 데 일조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제도는 사회적 비용으로 치환돼 국민에게 전가될 예정이다. 김장한 대한법의학회 회장은 “법의학이 망하나요, 국가 기능이 문제죠”라고 한탄했다. 사실 지칠 법도 했다. 2005년에 이르러서야 검시제도와 관련된 법안이 처음 발의됐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수습 과정에서 법의학의 중요성이 부각된 이후 시작된 ‘희망고문’이다. 20여년 가까이 지났지만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변화는 요원하고 현실은 열악해졌다. 지난 7월26일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에서 김장한 대한법의학회 회장을 만났다. 중심 못 되고 김 회장은 시종일관 ‘제도와 권한’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의 검시제도가 표면상으로는 존재하지만 정확하게 기능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법의학자가 해야 할 역할이 100이라면 현재 주어진 권한이 50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권한과 의무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 “먹고사는 문제가 정리되면 죽음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한국 법의학계를 옭아매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가 20여년째 끊어지지 않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고 제도로 들어가면 ‘주변인’에 불과한 신세다. 과학수사의 중심이라고 치켜세우지만 한꺼풀만 벗기면 결국 ‘마이너’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 법의학계의 딜레마, 인력 충원이냐 아니면 제도 개선이냐. 죽음의 순간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에 따라 후속 절차가 달라진다. 병원에서 사망하면 대개 병사로 처리된다. 병사일 경우 의사가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면 곧바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 반면 변사는 절차가 복잡하다. 먼저 경찰이 개입하고 필요하면 검찰과 법원이, 더 나아가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등장한다. 변사 처리 허점 있다 경찰청 훈령 ‘변사사건 처리규칙’에는 변사를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죽음’이라 정의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범죄와 관련됐거나 범죄가 의심되는 사망 ▲자연재해·교통사고·안전사고·산업재해·화재·익사 등 사고상 사망 ▲극단적 선택이나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망 ▲연행·구금·신문 등 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 ▲보건·복지·요양 관련 집단 수용시설에서 발생한 사망 ▲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의학자는 ‘공식적으로’ 사체를 만나는 사람이다. 법의학자의 사명은 사체가 하는 말을 듣고 ‘진실’을 밝히는 데 있다. 실체적 진실과 과학적 진실. 한국 사회에서 진실은 대체로 전자에 머무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과학적 진실에 닿으려는 법의학자의 노력은 오랜 시간 제자리걸음이다. 팔순을 넘긴 아버지는 여전히 아들을 놓지 못했다.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어 속을 태운 게 38년이다. 생의 절반을 아들의 사인 규명을 위해 살았다. 그동안 진실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가공됐다. 유일한 진실은 아버지의 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허 일병 사건’ 아버지 허영춘씨의 이야기다. 사인 규명 국가 책무 1984년 4월2일 강원 화천군 육군 7사단에 복무하던 허 일병이 가슴에 2발, 머리에 1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허 일병의 사인을 두고 군 수사기관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문사진상위)의 조사 결과가 엇갈렸다. 군 수사기관은 극단적 선택, 의문사진상위는 타살로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도 엇갈렸다. 2007년 허 일병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은 타살, 서울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일할 때는 ‘우리 직원’이지만 사고가 나면 ‘남의 나라 사람’이 된다. 없으면 현장이 마비될 정도로 의존도가 높지만 막상 드러날라 치면 내쫓아 버리기 일쑤다.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이주노동자는 먼 타국 땅에서 소리도 없이 스러져 차가운 부검대 위에 오른다. 2020년 12월20일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기숙사에서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속헹씨가 머물던 비닐하우스 숙소는 난방이 가동되지 않아 영하 16도의 강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였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인 김달성 목사는 당시 속헹씨의 사인을 ‘동사(저체온증)’로 추정했다. 타국서 쓸쓸하게 속헹씨는 2016년 4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포천의 채소농장에서 4년 넘게 일했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비전문취업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는 최장 4년10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속헹씨는 지난해 1월 프놈펜(캄보디아의 도시)으로 출국하기 위해 비행기 표를 끊어둔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비행기 대신 부검대에 올랐다. 변사사건이 일어났을 때 검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은 검사에 있다(형사소송법 제222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망 장소·사망의 원인·사망의 종류. 한 사람의 삶이 종이 한 장으로 갈음된다. 이 종이에 적힌 내용으로 죽음 이후의 상황이 엇갈린다. 누군가는 장례식장으로, 누군가는 부검대로. 고인의 마지막 숨이 남은 현장에는 종이 너머의 삶이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과 경찰청은 2015년 3월1일부터 2021년 3월31일까지 6년1개월 동안 서울 강서‧양천‧구로와 경기 부천 지역에서 현장검안 사업을 운영했다. 교통사고를 제외한 모든 변사사건에 법의관이 직접 출동해 검안업무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일요시사>가 총 1만279건의 현장검안 출동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남녀노소 마감한 삶 #1. 새해 첫날. 많은 사람이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날에 누군가는 스스로 생명의 빛을 꺼뜨렸다. 2018년 1월1일 서울 구로에서 50대 남성이 화장실에서 목을 매 사망했다. 다음해 1월1일에도 집에서 목을 매 사망한 50대 남성이 발견됐다. 그는 평소 술을 마시고 자주 죽는다는 소리를 했다고 한다. #2. 추석 연휴. 2015년 추석 연휴(26~28일) 동안 남성 3명이 각각 양천(70대), 강서(60대, 70대)에서 목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변고로 사망한 고인의 첫 번째 조문객이자 마지막 관찰자였다. 현장 구석구석에 짙게 눌러 붙은 죽음의 흔적으로 고인의 마지막 숨을 살폈다. 6년1개월, 2223일의 기록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했다. 한국 법의학계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을 뽑을 때 ▲대구 지하철 참사(2003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노숙자 오인 사건(2014년) ▲충북 증평 사건(2016년)은 빠지지 않는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대외적으로 한국 법의학의 수준을 알렸다는 점에서, 뒤의 두 사건은 현행 검시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손꼽힌다. 병사 관행 화 불렀다 2014년 6월12일 전남 순천의 한 매실밭에서 반백골화된 변사체가 발견됐다. 사체는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만큼 훼손된 상태였다. 경찰은 사체 발견 직후 무연고자로 판단, 순천 지역의 촉탁의를 통해 부검을 진행했다. 부검을 진행해도 사인이 나오지 않자 경찰은 단순 노숙자 변사사건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서 사체의 대퇴부뼈와 머리카락으로 유전자 감정을 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엄마 배속에 있던 기간을 인생의 예고편이라 하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본편, 죽음 이후는 후일담 정도로 여기면 될까. 영화마다 주제와 구성, 그리고 배경이 모두 다르듯 저마다의 인생은 ‘나’라는 감독이자 주연의 의도에 따라 흘러간다. 다만 결말은 똑같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지난해 31만7680명이 사망했다. 하루 평균 870명이 세상을 떠났다. 사망자 수만큼 각기 다른 죽음이 있다. 누군가는 병원에서 가족의 애도를 마지막 자장가 삼아 세상을 떠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차디찬 집에서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스러져 간다. 한참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다른 죽음 애도의 격차 죽음의 순간을 제외하면 모든 순간 ‘차이’는 존재한다. 특히 삶의 빈부격차는 필연적으로 죽음의 빈부격차로 이어진다. 한정란 한서대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는 “살아 있을 때 월급 차이가 200만원 정도였다면 사망할 때쯤엔 그 격차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격차는 죽음 뒤에 오히려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삶의 빈부격차를 나타낼 때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5분위 배율’을 주로 사용한다. 소득 상위20%의 평균소득을 소득 하위20%의 평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 갤러리 송은에서 김준 작가의 개인전 ‘템페스트’를 개최한다. 김준은 제18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로 이번 전시는 수상 기념전으로 마련됐다. ‘소리’라는 매체를 참여적이고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가 될 전망이다. 2019년 1월15일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은 김준 작가를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준이 선보인 ‘에코시스템: 도시의 신호, 자연의 신호’는 대형 큐브 형태의 설치작업으로, 그가 국내외 레지던시에 머무르며 관찰하고 채집한 결과물이 축적된 아카이브로 구성됐다. 특정 장소 김준은 지질학, 통신학 연구를 기반으로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관찰하고 채집한 결과물을 아카이브 형태로 재구성해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으로 선보여왔다. 채집한 소리와 이미지를 감각적 결과물로 재구성해 관람객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작가만의 특정한 장소는 전시공간으로 이식된다. 또 작가의 시선과 그에 따른 기록은 관람객의 주관적 상상과 경험으로 전이된다. 김준은 사운드스케이프에 기반한 오디오 생태학적 입장의 소리 환경을 다양한 매체로 다루고 있다. 비가시적 세계의 파장이 우리의 생태환경과 인지 감각에 어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핼로윈이 참사로 얼룩졌다. 지난 29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30일 오전 9시 기준 149명이 사망하고 76명이 다쳤다. 국내에서 압사사고로 2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날 사고는 핼러윈을 앞두고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핼러윈은 미국 전역에서 만성절 전날인 10월31일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를 말한다. 만성절은 가톨릭에서 모든 성인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기원전 약 500년 고대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인 ‘삼하인’ 축제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하인 축제 11월1일을 새해 첫날로 기념하는 켈트족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고 믿었다. 이를 막기 위해 귀신 분장을 하던 것이 핼로윈 코스튬으로 발전했다. 미국에서는 핼러윈이 되면 호박에 눈‧코‧입을 파서 ‘잭 오 랜턴(Jack-O’-Lantern)’이라는 등을 만들고 검은 고양이나 거미 등의 장식물로 집을 꾸민다. 아이들은 괴물이나 마녀, 유령으로 분장해 이웃집을 찾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8년부터 시작된 전남의 한 단위신협과 신협중앙회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단위신협 직원과 중앙회 검사역 간에 돈이 오고 간 사실이 4년여 만에 드러난 것. 신협 직원은 4촌 이상의 사람과 사적 금전대차를 할 수 없고 검사역은 수검 조합으로부터 식사 제공도 받아서는 안 된다. 신용협동조합(신협)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지난달 14~16일, 경북의 한 단위신협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검사역이 수검 조합 간부로부터 점심식사로 복요리를 대접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사팀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간부와 두터운 친분관계가 있어 자리를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밥도 문젠데 돈 오갔다고? 신협중앙회 내부 규정 ‘검사원 복무수칙’에 따르면 “검사원(검사역)은 직무와 관련해 수검 조합으로부터 직접, 간접을 불문하고 사례‧증여(금품‧선물) 또는 식사접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부득이한 경우에 3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공되는 간소한 식사는 가능하지만 그마저도 ‘인근 조합’으로 한정했다. 지난 8월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 위치한 ‘영광굴비골신협’ 직원과 신협중앙회 검사역 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 중구 소재 우손갤러리에서 안창홍 작가의 개인전 ‘미완의 리허설’을 준비했다. 안창홍의 화업 초기부터 최근까지 50년의 궤적을 담은 작품을 파노라마로 선보인다. 그의 전환기적 작품을 중심으로 사유적 변천사를 되돌아보는 회고전 형식으로 기획됐다. 2012년 봄, 대구 봉산 문화의 거리에 우손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510㎡에 달하는 전시공간에는 일체의 창문이 없는 2개 전시실을 포함해 총 3개의 전시실이 있다. 우손갤러리는 현대미술 작품의 전시를 위한 이상적인 공간, 다채로운 복합 전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미술기관을 지향하고 있다. 사유의 질주 안창홍 작가의 개인전 ‘미완의 리허설’은 1970년대 초기작부터 본격적으로 화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후 그가 펼쳐온 작품세계를 연표적으로 조명한 전시다. 이번 전시는 글의 시놉시스면서 영화의 트레일러 같은 성격을 띤다. 우손갤러리는 안창홍의 작품세계를 관류하고 있는 변화무쌍한 주제의식, 환상과 무의식의 영토에서 캐낸 일탈적 시선, 인간세태에 관한 통렬한 발언, 허구와 비극미 사이에서 전율할 듯 흐르고 있는 인간의 에로스적 욕망, 그러면서도 버리지 않는 자연과 식물에 대한 애잔한 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매년 10월이면 전남 여수와 순천에 슬픔이 내려앉는다. 지금껏 아무도 희생자와 그 가족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다. 70여년, 세대가 두 번 바뀔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정부가 손을 내밀었다. 지난 19일은 여순사건이 일어난 지 74주년 되는 날이었다. 여순사건은 정부 수립 초기인 1948년 10월19일 전남 여수·순천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일으킨 반란을 정부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군대서 촉발 여수·순천 등 전남과 전북, 경남 일부 지역에서 무력 충돌‧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 오랜 시간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에 대한 요구가 있어왔지만 정부는 큰 움직임이 없었다. ‘74년 눈물, 우리가 닦아줘야 합니다’. 지난 19일 전남 광양시에서 여순사건 74주기 합동추념식이 정부 주최로 열렸다. 여순사건 추념식이 정부 주도로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추념식에는 정부 대표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김영록 전남지사, 여수·순천·광양·고흥·구례·보성 등 전남 6개 시·군 단체장과 부단체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도스에서 윤미란·윤향로·김지민·김보경 작가의 단체전 ‘여성, 또 다른 추상’ 전시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여성미술가의 추상회화는 개인적인 독백과 내러티브를 담고 있다. 정연심 홍익대 교수는 갤러리도스에서 진행하는 ‘여성, 또 다른 추상’ 전시에 대해 “일종의 선언문처럼 혹은 여성미술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된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큰 주제에 비해 공간 등이 제한돼있기 때문에 세대별로 여성미술가의 추상화를 추적할 순 없지만 4명의 작가는 추상을 다루는 작가적 ‘특이성’과 ‘독자성’으로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특이하고 ▲윤미란 = 홍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와 버클리의 KALA 인스티튜트를 거쳐 홍대 교수로 재직했다. 윤미란의 작업은 한지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물성에의 집착을 특징으로 한다. 한지라는 매체가 지닌 부드러움과 아름다움, 찢어지기 쉬운 연약함, 찢어진 후의 예상치 못한 결과의 대담함 등이 윤미란의 사각공간 안에 담겨있다. 모시, 삼베, 노방과 같은 천 위에 몇 겹의 한지를 배접한 후 그 위에 한지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금융범죄가 일어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로 향한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법의 철퇴를 맞아도 피해 복구는 요원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규모 환불 대란’을 일으킨 머지포인트 판매 중단 사태도 마찬가지다. 관계자에게는 법의 심판이 내려질 예정이지만 그 뒤로 소비자만 덩그러니 남는 모양새다. 지난해 8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사무실이 몰려든 사람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이들은 관계자를 향해 고성을 질렀고 욕설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갑작스레 포인트 운영이 중단되고 사용처가 대폭 축소되자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이 사무실을 찾은 것이다. 벌써 1년 머지포인트는 모바일 플랫폼 업체 머지플러스가 ‘무제한 20% 할인’을 내건 선불 할인 서비스다. 예를 들어 e커머스 등에서 8만원어치 포인트를 사면 제휴사에서 10만원어치를 쓸 수 있는 구조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200여개에서 300억~400억원 규모의 거래를 해왔다. 큰 폭의 할인율 때문에 대량의 머지포인트를 구매했던 고객은 ‘뒤통수를 맞은’ 상황에 처했다. 전액 환불을 요구하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매섭다.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기업을 발판 삼아 ‘윗선’을 겨누고 있다. 2018년 고발-경찰의 불송치-고발인의 이의신청-수사무마 의혹-재수사 등 우여곡절을 겪은 사건이 검찰에 이르러 마치 쾌속열차를 탄 듯 질주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탄조끼에 균열이 가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3개월도 안 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대선에서 진 후보는 일정 시간 정치권에서 사라진다는 일종의 관행을 뛰어넘은 행보였다. 당 대표 선거에도 나서 투표율은 낮았지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갑옷 입고 방어했지만… 금배지와 당 대표 간판, 여기에 민주당에서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숱한 의혹을 받아온 이 대표를 지킬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조직 정비를 마친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면서 이 대표는 벼랑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으로 쌍방울그룹이 수사 선상에 올랐고 최근에는 이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뇌물 수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빛과 넋: 장상의 60년’ 전시를 준비했다. ‘2022년 가을 기획전’으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근현대 원로 작가를 조명하는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의 기획에서 시작됐다. 관람객은 장상의의 작품 4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빛과 넋: 장상의 60년’ 전시는 우리나라 대표적 추상화가인 장상의의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회고전으로 기획됐다. 전통성과 현대성, 문인화와 추상미술의 미감을 융합해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장상의의 작품세계 전반을 망라, 조명한다. 어두운 화면 먹과 채색, 종이와 비단을 비롯한 다양한 재료를 탁월한 조형의식으로 다뤘던 작가의 60여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빛과 넋은 장상의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장상의는 오랜 시간 동안 작품의 지향점이나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변화를 줘왔지만 빛과 넋이라는 주제의식만큼은 고집스레 고수해왔다. 이번 전시는 빛과 넋에 초점을 맞춰 장상의의 작품을 돌아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장상의는 화력 초기에 해당하는 1960~1970년대, 추상을 지향했다. 그리는 재료로 먹을 중점적으로 활용하고 바탕재로는 독특한 효과를 내는 마포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감사원이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윤석열정부 들어 검찰과 함께 정치권, 언론의 주목을 한껏 받는 중이다. 정치적 중립성·표적 감사 등 <일요시사>가 감사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문자메시지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여당의 내홍이 급속화됐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송주범 전 서울시 부시장에게 서울시가 동교동 김대중(DJ) 전 대통령 사저를 매입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일요시사>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독립기관 실제론? 지난 5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휴대폰 화면이 통신사 <뉴스1>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으로 확인된 메시지 화면에는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유 사무총장이 보낸 메시지로 수신인은 ‘이관섭 수석’으로 돼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으로 추정된다. 문자 내용보다는 수신인과 발신인이 관심을 끌었다. 현직 감사원 사무총장과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인적으로 소통하는 것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간으로서 마땅해 해야 할 도리에 어그러진 행동을 하면 ‘패륜을 저질렀다’고 한다. 패륜을 저지른 사람은 ‘패륜아’라고 칭한다. 한국 사회에서 패륜아는 부모에게 못된 짓을 하는 자녀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천륜이라고 했다.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하늘의 도리로 맺은 인연이기 때문에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천륜을 어기면 즉, 부모-자녀 간에 도리를 어긋나는 일을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손가락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끊어진 천륜 최근 자녀에게 ‘남보다도 못하게’ 구는 부모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자녀가 부모에게 폭언을 내뱉거나 폭행을 저지르는 사건만큼이나 여론이 좋지 않다. 듣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도 왕왕 일어난다. 방송인 박수홍의 가정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처음에는 형과의 문제로만 알려진 사안이 부모 등 가족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박수홍은 형 부부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검찰 대질조사 과정에서 박수홍이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말 그대로 가족이 쑥대밭이 된 상황이다. 앞서 박수홍은 형 부부를 계약료·출연료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