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순사건 역사학자 표절·욕설 의혹

베낀 책 항의하니 “뭐? X같은 XX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여수 순천 10·19 사건’ 이른바 여순사건을 연구하는 역사학자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다. 학자로선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도 역으로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피해자를 몰아붙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과정서 욕설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특히 역사학자는 과거 일어난 사건을 연구하고 기록해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는 사명감을 원동력 삼아 나아간다. 역사학자의 연구와 기록은 그 자체로 다시 역사가 된다.

산적한
연구 소재

‘여수 순천 10·19 사건’(이하 여순사건)은 1948년 전남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군 14연대 일부 군인이 정부의 ‘여순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전남과 전북, 경남 일부서 이념 간 대립이 극에 달했고 이 과정서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됐다. 

여순사건은 오랜 시간 수면 아래 묻혀 있었다. 사건의 명칭조차 권력의 입김에 따라 멋대로 바뀌었다. 희생자는 불명예를 씻지 못했고 그 유족은 70년 넘는 시간 동안 숨죽인 채 살아야 했다. 

그러다 더 늦기 전에 여순사건의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 결과 2021년 여순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 여순사건이 일어난 지 73년 만이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2001년 16대 국회 이후 4차례나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념 대립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2021년 6월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 등 152명이 공동 발의한 여순사건 특별법은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 차원서 여순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희생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처음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로 여겨졌다. 지난 7월에는 여순사건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희생자 유족의 불편함과 행정상 비효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여순사건에 관한 진상규명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상태다. 한 여순사건 연구학자는 “70년 넘게 감춰져 있던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작업이라 발굴해야 할 자료와 연구 소재가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학계에 따르면 현재 여순사건을 연구하는 역사학자는 20명 남짓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희생자 유족을 만나면서 여순사건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이들이다. 자료 발굴부터 희생자 유족 인터뷰까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을 해가며 여순사건을 연구했다.

최근 몇 년 새 여순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진상규명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면서 역사학자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70여년 만에 진상규명 시동
“특별법 이후 관심 커졌다”

전남 동부권서 여순사건 역사학자로 잘 알려진 주모 전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이 여순사건을 연구하는 한 목사의 논문을 인용 표기 없이 자신의 책에 그대로 가져다 쓴 사실이 드러났다. 여수서 교회를 운영하는 정모 목사는 주 전 소장을 상대로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전북대서 여순사건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주 전 소장은 ‘여순사건 알리기’에 가장 기여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 여순사건 재심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등을 지냈고 저서로는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다> <불량국민들> <주○○의 여순항쟁 답사기 1·2> 등이 있다.

사건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목사는 지역 도서관을 찾았다가 우연히 주 전 소장이 지난해 6월 발간한 저서 <주○○의 여순항쟁 답사기 2>를 보게 됐다. <주○○의 여순항쟁 답사기 1·2>는 여순사건의 전개 과정과 관련 장소를 주제로 삼았다.

여순사건 특별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여순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받던 시기에 첫 권이 나왔다.

정 목사는 1권(2021년 9월 발간)은 주 전 소장이 선물로 준 적이 있어 읽었지만 2권은 그날 처음 접했다고 한다. 도서관서 가볍게 책을 훑어보던 정 목사는 특정 대목에 이르러 의아함을 느꼈다. 2021년 포럼서 발표하고 논문으로 작성한 자신의 글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기재된 부분을 발견한 것. 

정 목사는 여순사건 초기, 순천서 경찰에게 총살당한 ‘박찬길 검사’ 사건을 연구했다. 정 목사에 따르면 1948년 10월24일 경찰은 박찬길 검사가 ‘인민재판’의 재판장을 지냈다는 혐의를 씌워 그를 즉결 처형했다. 

인용 표기
안 하고?

정 목사는 2021년 10월7일 순천시 건강문화센터 다목적홀서 열린 ‘여순항쟁 73주년, 국가폭력과 여순사건 특별법 진상규명’ 포럼에 발제자로 참석했다. ‘역사왜곡, 진실을 말한다- 송욱 교장‧박찬길 검사의 오명’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서 정 목사는 ‘박찬길 검사와 인민재판장 모략 학살’을 발표했다.

주 전 소장도 발제자로 참석해 ‘송욱 교장과 환상의 여학생부대 진실’을 발제했다. 여순사건 당시 여수여중 교장이었던 송욱 교장은 민간인 주모자로 몰린 뒤 그 소식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정 목사는 포럼서 발제한 박찬길 검사 사건을 다듬어 <여순사건 당시 ‘박찬길 검사 총살 사건’의 진실> 논문을 작성했다. 박찬길 검사의 생애와 사망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다루면서 여순사건 당시 민간인 학살이 얼마나 쉽게 자행됐는지를 언급했다. 

주 전 소장이 정 목사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박찬길 검사의 이력을 다룬 문장이다. 정 목사는 논문서 ‘박찬길은 1945년 조선변호사시험에 합격해 11월 공주지방법원 특별검찰부 사법 시보로 검사 생활을 시작한다.11)’고 박찬길 검사의 이력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 문장에 다음과 같은 각주를 달았다. 

‘각 지방법원 인사발령,’ <중앙신문>(1945. 11. 27) 일제강점기 조선변호사시험은 해마다 한 차례씩 있었고 1945년에는 8월 14~15일까지 치렀다. 그런데 15일 오전 상법 시험이 끝나고 오후 경제학 시험만 남겨 놓은 상황서 일본 천황 히로히토가 ‘무조건 항복’하자 시험은 중단되고 말았다. 이에 수험생들은 이법회(以法會)를 조직해 “시험 중단 책임은 일본정부와 조선총독부 시험위원회에 있다”며 전원 합격 증서를 요구해 200명 중 106명이 합격증서를 받아냈다. 박찬길이 이 시험에 응시하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1947년 11월 검사로 임관한 사실로 미루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용구, “변호사 양성제도의 변화가 주는 의미,” <대한변협신문>(2015. 08. 24) 참조.  

“문제없다”
안일한 태도


박찬길 검사가 검사 생활을 시작한 시기, 직책 등을 언급한 자료를 각주로 소개한 것이다. 이 문장과 각주는 주 전 소장의 <주○○의 여순항쟁 답사기 2> 중 박찬길 검사를 다룬 부분에 그대로 등장한다. 주 전 소장은 해당 저서에서 9쪽을 할애해 박찬길 검사 사건을 소개하면서 정 목사의 글 일부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인용 표기는 없었다.

타인의 저작물을 일부 또는 전부를 무단으로 가져다 쓰는 행위는 표절로 간주되며 이는 심각한 저작권 침해로 여겨진다.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로 저작권자의 권리를 중요하게 본다. 문재인정부에서는 논문 표절을 5대 비리로 규정해 고위공직자 임용 기준으로 삼을 정도였다.

학자의 경우 그 잣대가 더 높다. 표절 문제는 연구윤리 위반 사례 중에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꼽힌다. 표절 시비가 불거지면 논문에 대한 신뢰도가 급락하는 것은 물론 학자로서의 위신에도 큰 타격을 입는다. 학자에게 굉장한 민감한 문제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글을 쓸 때 출처를 표기하는 일은 학자에게는 기본이나 다름없다.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 전 소장의 태도다. 정 목사는 자신의 연구자료가 주 전 소장의 저서에 그대로 ‘복붙(복사-붙여넣기)’ 된 사실을 알고 문제를 제기했다. 카카오톡을 통해 표절 의혹을 언급하면서 현재 시중에 풀려 있는 책을 회수하고 절판할 것을 요구했다. 주 전 소장은 메시지를 읽고도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정 목사는 주 전 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항의했다. 하지만 주 전 소장은 “글을 전부 베낀 것도 아니고 각주 하나를 가져다 썼을 뿐인데 뭐가 문제냐”고 정 목사의 문제 제기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내가 (정 목사에게)자료도 주고, (정 목사의 요청에)팟캐스트에 출연도 하고 강연도 하지 않았냐”며 인간적인 친분을 강조했다.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카톡을 통해 ‘절판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한 서운함도 내비쳤다.


같은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온 내용 그대로 갖다 써

하지만 정 목사는 인간적인 친분과는 별개로 자신의 글을 그대로 가져다 쓴 건 맞지 않느냐며 “(주 전 소장을)학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서 주 전 소장은 “X 같은 소리하고 있는 XX”라며 정 목사를 향해 욕설을 뱉었다. 이후 “마음대로 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일요시사>와의 통화서도 주 전 소장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주 전 소장은 “그 책(<주○○의 여순항쟁 답사기>)은 답사기다. 논문처럼 일일이 각주를 달만한 내용의 책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자신이 정 목사의 문장과 각주를 그대로 가져다 쓴 점은 인정하면서도 책의 일부일 뿐 전부를 가져다 쓴 게 아니지 않냐는 태도를 고수했다.

욕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서운했다는 것이다. 2021년 10월 포럼에 정 목사가 참여하도록 한 사람도 자신이고 그동안 여러 도움을 줬는데 정 목사가 표절을 언급하면서 절판하라고 ‘협박’해 인간적인 서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주 전 소장은 개정판서 해당 부분을 삭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그 시기에 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당분간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는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선행 연구자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세계의 경제 상황을 음식에 빗대 설명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의 저서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를 보면 특정 정보를 설명하는 과정서 해당 정보를 제공한 사람을 각주에 언급하고 감사를 표했다. ‘이 사실을 알려준 ○○○에 감사한다’는 식이다.

주 전 소장의 책에서는 그런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문장을 설명할 때 일부 각주를 달았지만 출처를 표기하진 않았다. 사진 등의 시각 자료 역시 누가 발굴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책에 실렸는지 알 수 없다. 인문학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고 문헌’ 부분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 목사는 “처음에는 박찬길 검사 이력 부분 문장과 각주만 가져다 쓴 줄 알았는데 내 논문과 천천히 비교해보니 유사한 대목이 더 나왔다”며 “메시지로 문제를 제기할 때는 답이 없다가 전화를 걸어 항의하니 친분을 언급하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운하다”
인간적 호소

한 역사학자는 “다른 학자의 글을 가져다 쓸 때 인용 표기를 하는 것은 그의 연구를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뜻”이라며 “학자라면 글을 옮길 때 출처를 제대로 쓰지 않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학계서 절대 인정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