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유가족의 눈물

엄마, 딸, 동생이었던 서른여덟 여성의 죽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누군가의 죽음이 입법 시스템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건 과정서 드러난 법의 허점과 틈새를 피해자의 죽음이 메워주는 식이다. 문제는 피해자의 남겨진 가족이다. 가족은 피해자를 제물로 삼아 변화할 사회를 기다리며 여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들의 기다림에는 기약이 없다. 

한 여성이 자신의 집 앞에서 살해됐다. 누군가의 딸, 엄마, 언니 그리고 동생이었던 여성은 마지막 말도 남기지 못한 채 한 남성의 칼부림에 사망했다. 피해자의 날벼락 같은 죽음은 가족을 덮쳤다. 사건이 일어나고 한 달 남짓 지났을 뿐이지만 이들은 슬퍼할 새도 없었다. 피해자의 죽음 너머 가족이 짊어져야 할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서른여덟
피지 못하고

지난달 17일 오전 5시50분경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서 이은총씨가 전 남자친구 A씨의 칼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살려 달라’는 은총씨의 목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A씨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가 손에 큰 부상을 입었다. 가슴과 배 등에 치명상을 입은 은총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범행은 은총씨가 어머니, 딸과 함께 살던 아파트 엘리베이터 부근서 일어났다. 유가족은 A씨가 엘리베이터 옆 비상계단 쪽에 숨어 있다가 출근하는 은총씨를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휘두른 칼을 맨손으로 막고 있던 은총씨의 어머니는 여섯살 손녀가 집밖으로 나오려 하자 다시 집으로 돌아가 경찰에 신고했다. 손녀를 지키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간 사이 문 너머에서는 딸이 죽어가고 있었다.

A씨는 은총씨를 공격한 20~30㎝ 길이의 회칼로 자신의 복부를 찌르는 등 자해를 한 뒤 피범벅이 된 피해자 옆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고 한다. 유가족에 따르면 출동한 구급대원도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같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은총씨는 영안실로, A씨는 중환자실로 각각 옮겨졌지만 피해자의 가족과 가해자의 가족은 한 공간에 있던 셈이다.

지난 11일 인천지검 형사2부(위수현 부장검사)는 살인과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유가족은 A씨가 은총씨를 살해하기 전, 분명한 ‘전조증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2월 은총씨를 폭행한 혐의로, 6월에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 

심지어 법원은 “은총씨로부터 100m 이내에는 접근하지 말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도 금지하라”는 내용의 명령도 내렸다. 경찰은 은총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제공했다. 대상자가 위험에 처했을 때 ‘비상’ 버튼을 누르면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는 방식이다. 은총씨가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던 한 달간 A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법원의 접근금지명령과 경찰이 건넨 스마트워치는 A씨로부터 은총씨를 지킬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경찰은 한 달간 A씨가 은총씨 주변에 나타나지 않자 스마트워치 반납을 요구했다. 은총씨가 스마트워치를 반납하고 사흘 뒤 A씨는 회칼을 휘둘렀다.

출근을 위해 이른 시각 집을 나섰던 서른여덟의 은총씨는 끝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했다. 

지난 18일 오전 전남 지역의 한 카페서 만난 은총씨의 사촌언니 이모씨는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울먹였다. A씨를 향한 분노,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황망함, 은총씨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 등 많은 감정이 범벅된 눈물이었다. 올해 초 전남 지역으로 이사 온 이씨는 현재 서울을 오가며 은총씨 사건에 매달리고 있다. 

스마트워치 반납 사흘 만에
집 앞에서 칼에 찔려 사망


“저는 은총이를 사촌동생이 아니라 친자매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어요. 작은아빠(은총씨 아버지)도 장애가 있고 저희 아빠도 눈이 안 보이세요. 가정환경이 비슷해서인지 사촌이지만 친하게 지냈어요. 한 직장서 일도 같이했었고 은총이가 힘들 때 저를 찾아온 적도 많았고요. 그놈(A씨)하고 사귀고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런 일을 당할 줄은 몰랐어요.”

은총씨는 2021년 운동 동호회서 A씨를 만났다. 이후 또 다른 동호회에 가입할 때도 A씨는 따라왔다. 심지어 A씨가 은총씨의 직장에 입사하면서 두 사람은 같은 장소서 일했다. 접근금지명령을 받으면서 휴직 상태가 된 이후에도 A씨는 은총씨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할 수 있는 지척거리에 맴돌았다. 

두 사람의 교제 기간은 6개월 남짓이었다. A씨는 은총씨의 이별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보다 더 긴 시간 위협을 가했다. 극도의 공포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은총씨는 그 시기 10㎏ 가까이 살이 빠졌다. 특히 자신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어린 딸이 A씨에게 해코지를 당할까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은총씨는 일을 쉴 수 없었다. 남편과 헤어진 이후 세 사람의 생계를 책임지며 가장 노릇을 해왔기 때문. 또 10년 넘게 회사 영업직으로 근무하면서 관리하고 있는 고객도 많아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쉽사리 바꿀 수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게 은총씨가 할 수 있던 최선이었다.  

“저도 해봐서 알지만 영업 일은 밤낮이 없어요. 고객 위주로 돌아가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스케줄을 그쪽(고객)에 맞춰야 하거든요. 은총이는 정말 정신없이 열심히 일했어요. 팀원들하고 손발도 잘 맞았고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도 눈앞에 두고 있던 시기로 알아요. 그런데 그렇게 가버린 거죠.”

사촌언니 이씨는 은총씨의 죽음을 접한 이후 끊임없이 발로 뛰었다. 사건 당일 오후 4시경 은총씨 동생을 통해 소식을 들었을 땐 무너질 듯한 슬픔을 느꼈지만 이내 ‘나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라고 마음먹었다. 마냥 슬퍼만 하기엔 산적해 있는 현실적인 사안이 너무 많았다. 

접근금지명령
임시방편일 뿐

당장 사건이 ‘묻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다. 헤어짐을 요구하는 연인을 스토킹 끝에 살해하는 ‘교제 살인’ 사건이 늘어나면서 아이러니하게 관심이 줄어들었다. 직계가족도 아닌 사촌언니로서 이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은총씨의 죽음이 ‘개인적인 일’로 치부되지 않도록 언론에 호소하는 것뿐이었다. 

이 과정서 이씨는 끊임없이 은총씨와 그 가족을 언급해야 했다. 사촌동생이 얼마나 열심히 살았고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는지, 자신을 너무나 사랑했던 엄마를 졸지에 잃은 어린 조카가 어떻게 지내는지, 결혼했다가 이혼한 사실 등 이른바 ‘피해자 서사’를 거듭해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의 태도서 비롯된 불신으로 유가족이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언론을 통해 가족 이야기를 하는 게 무서워요. 혹시라도 그놈이 나와서 내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할까 두렵기도 하고요. 어떨 때는 그놈이 바깥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방송에 출연한 은총이 직장 동료들도 지금 잠을 잘 못 잔다고 연락이 와요. 왜 피해자와 그 주변 사람이 이렇게 벌벌 떨어야 하죠. 그놈은 조사 받으면서 편하게 있을 텐데….” 

이씨는 사건 발생 이후 한 달여 동안 공권력에 크게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스마트워치의 실효성은 차치하고라도 경찰의 반납 요구, 그리고 은총씨의 반납 직후 사건이 일어난 게 두고두고 한이 되는 듯했다. 또 은총씨가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던 기간 동안 A씨가 범죄를 계획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경찰은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에 따르면 사건 장소 근처서 ‘곱게 개어둔 정장’이 발견됐다. A씨는 6월 접근금지명령을 받은 후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매일 출근하는 것처럼 정장을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주 토요일부터는 집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일요일에는 은총씨가 평소 좋아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영화를 보고 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은총씨가 스마트워치를 반납한 날짜는 7월13일 목요일, 살해당한 날짜는 7월17일 월요일이다. 이씨는 스마트워치 반납과 사건 당일 사이 금·토·일 사흘, 그리고 그보다 앞서 접근금지명령을 받고 범행을 저지르기까지 한 달 동안 A씨가 은총씨의 헤어짐 요구에 앙심을 품고 보복하려는 준비 기간을 가졌던 게 아니냐는 의문을 표했다.  

피해자 가족
직접 나서야

“그렇게 (은총이를)쫓아다니던 놈이 그 한 달 동안 대체 뭘 했냐는 거죠. 그 부분을 알고 싶어서 경찰에 물어봤는데 (A씨가)접근금지명령 기간에 은총이한테 뭔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 그놈이 뭘 했는지 조사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보복살인이라고 생각하는데 경찰에서는 단순 살인으로 보는 것 같아요.”

A씨를 막다가 손을 크게 다친 은총씨 어머니의 거취 문제를 두고도 분통을 터트렸다. 은총씨의 어머니는 사건의 흔적이 가득한 그 집에서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피가 낭자했던 복도와 엘리베이터 주변은 깨끗해졌지만 집 안 곳곳에는 여전히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은총씨 동생은 지방에 살고 있어 어머니의 손을 치료하기에 여의치 않았다. 

범죄 피해자를 위한 주거지원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도 이씨였다. 이씨는 여러 기관에 전화를 돌리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등 수소문 끝에야 제도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법무부는 살인 등의 범죄로 기존 집에서 살기 어려워진 피해자를 위해 국민임대주택, 매입임대주택, 전세임대주택 등을 저렴하게 임대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건을 겪으면서 기관이란 기관에는 다 전화해봤어요. 여성가족부를 시작으로 경찰서 알려준 곳까지 다 전화해봤는데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말을 안 해주는 거예요. ‘그 부분은 담당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이쪽으로 전화해보세요’ 이런 식으로 빙빙 돌려요. 인터넷 커뮤니티서 알게 된 분도 도움을 주셨는데 저하고 똑같이 여기저기에 전화하셨더라고요. 결국 기관이 아니라 개인이 알아낸 거죠.”

이씨는 사촌언니라는 관계의 벽에 여러 차례 부딪치면서도 은총씨의 동생을 독려해 사건 처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서 ‘왜 사촌언니가 나서?’ ‘친동생도 있는데 그쯤 했으면 되지 않아?’ 등의 말을 숱하게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기엔 은총이의 삶이 너무 안쓰러워서”라고 울먹였다. 

교제 살인 늘면서 관심 줄어들어
“피해자 연대해 대안 요구하고파”

이씨는 A씨가 엄벌을 받을 때까지 지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하듯 되뇌었다. 남아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A씨가 ‘무기징역’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상공개도 이뤄지지 않았고 보복살인서 단순살인으로, 살인미수에서 특수상해, 상해 등으로 혐의가 줄어들어 낮은 형량을 받을까 두려운 모습이 역력했다.

“은총이가 출근할 때 노트북이 든 가방을 들고 있었거든요. 그놈이 덤벼들 때 그걸 휘둘렀다면 죽지 않았을지, 소리를 크게 질렀다면 살았을지, 조금 더 늦게 출근했다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돼요. 저한테 미리 말했다면 다른 조치를 취해줄 수 있었을 텐데. 왜 말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친동생처럼 생각했는데 제가 미덥지 못했을까요.”

은총씨는 A씨의 스토킹이 심해질 무렵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척을 찾아가 인사를 건네고 돈을 들여 짐을 정리했다. 직장 동료에게 자신이 잘못되면 딸은 외할머니(은총씨 어머니)가 키웠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A씨의 위협이 심각했고 이 때문에 자신이 살해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주변 정리를 한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사건 당일 오전 6시도 안 돼 출근길에 나선 것도 일처리를 빨리 마친 뒤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주변 사람들은 은총씨의 딸 사랑이 지극했다고 입을 모았다. 은총씨의 딸은 현재 아빠(은총씨 전 남편)와 함께 있다. 엄마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 아이는 엄마를 찾지도 않고 사건 당시 상황에 관해서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상태다. 

이씨는 그런 조카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마음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도 사촌언니인 이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대신 이씨는 은총씨와 똑같은 사건 피해자를 찾아 나섰다. 이번 사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그리고 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는 의지다. 

“이런 일은 아마 또 일어날 거예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알아서 노력해야 되는 게 지금 현실이에요. 물론 더 이상 노출되기 싫고 사건을 떠올리기 싫은 분도 계시겠지만 은총이가 겪은 사건과 비슷한 피해자를 모아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할 수 있게 국가에 요구하고 싶어요. 칼 들고 쫓아오는 사람이 앞에 있는데 스마트워치를 누른다고 그 살인이 막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당장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체포했다가 4시간 만에 풀어주는 것도 말이 안 되잖아요.”

또 다시
일어난다

이씨가 무엇보다 가슴 아파하는 부분은 은총씨 사건 이후 가족이 해체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세 모녀는 이제 영원히 함께 살 수 없다. 살인사건 피해자의 가족이라는 굴레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그 무게에 짓눌려 대다수의 피해자 가족이 갈가리 찢어지고 쪼개진다. ‘그놈’이 살해한 건 은총씨만이 아니었다. ‘그놈’은 은총씨의 가족까지 파괴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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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