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따라’ 역대 정권과 헌재 변천사

대통령 바뀌면 흔들흔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는 법원과 함께 우리나라 사법부를 아우르는 헌법기관이다. 헌법기관의 생명은 공정성과 중립성이다. 헌재 재판관 지명 주체가 각기 다른 것도 권력의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다. 그럼에도 헌재 판결의 방향성은 정부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되곤 한다.

지난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왔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날 오후 대심판정서 열린 선고 재판서 재판관 9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탄핵 기각
이례적 일치

지난 2월8일 국회는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10월29일 발생했던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전 예방조치 ▲사후 재난대응 ▲사후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헌재는 3가지 모두 탄핵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장관)은 행정안전부의 장이므로 사회재난과 인명 피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헌법과 법률의 관점서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가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확대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각 정부 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관한 통합 대응 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그 책임을 이 장관에게 돌리기 어렵다고 봤다. 


참사 원인이나 ‘골든타임’과 관련해 국회나 언론 질의에 부적절하게 대답한 부분을 두고서는 “전체적으로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면서도 탄핵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라고 봤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이 장관의 사후 재난 대응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정정미 재판관 등 4명은 이 장관의 사후 발언 일부가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부분이 탄핵 사유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 점에 동의했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기각 판결이 나오면서 정치권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 장관의 탄핵 심판 청구에 기각 혹은 인용 가능성을 논하는 과정서 불거진 재판관의 성향을 가지고도 말이 나오는 중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탄핵 심판 판결 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탄핵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6명 이상 재판관의 찬성이 필요한데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 그러면서 김 의원은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을 언급했다.

1987년 개정헌법 후 현재 모습
국회·대법원장·대통령 3명씩

현재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주·정정미 재판관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유남석 헌재소장·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중도·보수 5, 진보 4로 구성돼있는 셈이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 결과가 전원 일치 기각으로 나온 점을 두고 이례적이라고 보는 이유다.

헌재는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에 와서야 현재의 ‘헌법재판소 제도’가 도입되면서 신설됐다. 제헌헌법에 따르면 헌법위원회가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했다. 1960년 개정헌법에 헌법재판소 제도가 도입돼 1961년 헌법재판소법이 제정됐지만 5·16 군사정변으로 설립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제3공화국 때인 1962년 헌법에서는 법원과 탄핵심판위원회가 헌법재판권과 탄핵심판권을 행사했다. 1972년과 1980년 헌법에서는 헌법위원회가 그 기능을 담당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건 1988년 헌법재판소법이 발효되고 재판관 9명이 임명되면서부터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탄핵 심판 ▲정당의 해산 심판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을 담당한다. 

헌재는 법관 자격을 가진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3명은 국회가 선출하고, 다른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나머지 3명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지명한다. 헌재 소장은 재판관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임기는 6년이다. 

정치 성향
판결 영향

국회·대법원장·대통령 등 재판관을 지명하는 주체가 다른 것은 헌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재판관의 구성이 변화하는 부분을 두고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색깔이 가장 진하게 드러나는 기관이 헌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1988년 9월 조규광 헌재소장 체제로 1기 재판부가 출범한 뒤 1994년 9월 김용준 소장이 헌재소장을 맡으면서 2기 재판부가 들어섰다. 당시까지만 해도 헌재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는 높지 않았다. 헌재가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점은 참여정부 시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및 심판 사건, 신 행정수도 문제를 맡아 높은 관심을 받았다. 

2013년 4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활동한 박한철 소장 체제의 5기 재판부는 역대 재판부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 기수로 평가받는다.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사건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통합진보당이 해산되고 소속 국회의원이 자격을 상실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일었다. 

2015년 2월에는 간통죄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간통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241조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한 것. 1990년부터 2008년까지 4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가 5번째 위헌 판결이 나면서 간통죄는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헌재가 전 국민적 관심을 받은 사안은 따로 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관한 탄핵소추를 심리하고 판단한 사건이다. 2016년 12월9일 국회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박 전 대통령에 관한 탄핵 심판 절차가 개시됐다. 

이후 2017년 3월1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되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결정됐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밝힌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서 가장 유명한 말로 남았다.

문정부 때
성향 뚜렷

헌재는 2018년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문재인정부 시기로 같은 해 헌재소장을 비롯해 재판관 5명이 교체되면서 6기 재판부가 출범했다. 헌재의 판결이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크게 움직였다는 지적이 나온 때다. 재판관 구성 자체가 진보 인사로 채워지면서 판결 관점이 좌로 치우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실제 2019년 4월 낙태죄와 관련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이지만 해당 조항이 바로 무효가 될 경우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어 일시적으로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낙태죄 위헌법률심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2020년 12월31일까지 법률을 개정하라고 판결했다.

2012년 합헌 결정 이후 7년 만에 위헌으로 판결이 뒤집혔다. 

이보다 앞서 2018년 6월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병역거부자 처벌 규정 자체는 합헌으로 결정하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뜻을 밝혔다.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의 헌법소원 당시에는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재판관의 성향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사안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관한 권한쟁의 심판 선고 때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 민주당이 지명한 진보 성향 재판관 5명과 보수․중도보수 성향의 재판관 4명의 판단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노무현정부서 큰 주목
박근혜 탄핵 인용 결정


국회는 지난해 4~5월 민주당 주도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입법을 위해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비교섭단체 안건조정위원회 몫으로 표결을 행사하게 해 법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와 별개로 검수완박 법안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부여된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침해한다며 국회의 입법 행위와 법안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 심판과 법안의 효력 정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등 진보 성향의 재판관 5명은 국회 본회의서 국민의힘 의원의 심의·표결권에 침해가 없었으며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도 유효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법무부와 검찰의 권한쟁의 청구에 관해서도 각하 결정을 내렸다. 

반면 보수·중도보수 성향의 재판관 4명은 정반대의 의견을 냈다. 이선애·이종석·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검수완박 법안 입법 과정서 민형배 의원이 당시 민주당을 탈당한 것, 최장 90일간 법안 검토를 해야 하는 안건조정위 논의를 17분 만에 끝낸 것, 법사위서 8분 만에 가결시킨 것 등이 헌법 49조(다수결 원칙)와 국회법 57조 2, 58조(위원회 심사 절차)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진보 성향의 재판관은 법무부 장관이 수사·소추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청구인 자격이 없고 검수완박 법안이 수사·소추권을 국가기관 사이서 조정·배분한 것이기 때문에 검사의 권한을 침해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중도·보수 성향의 재판관은 법무부 장관의 청구인 적격과 검사의 권한 침해 가능성을 인정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3월 이선애 재판관의 후임으로 김형두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난 4월 퇴임한 이석태 재판관의 후임으로 정정미 대전고법 판사를 추천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한 진보 성향으로 꼽힌다. 이석태 재판관의 퇴임으로 진보 성향 재판관이 4명으로 줄어들고 중도·보수 성향 재판관이 5명이 됐다.

2년 안에
지형 바뀐다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의 취임은 윤석열정부의 헌재 지형 재편의 시발점으로 여겨졌다. 두 재판관의 교체를 시작으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재판관 모두가 물갈이된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은 헌재 지형이 바뀐 뒤 나온 첫 주요 결정이다. 이 사건서 헌재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기각 판결을 낸 것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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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