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08 05:25
추석 명절이면 필자는 “추석은 조선 초기 천문과학기술자 장영실이 만들었다”며 “추석날 하늘의 보름달을 볼 때 장영실을 생각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던 중학교 과학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 과학 선생님의 주장은 “추석은 달의 주기와 낮밤의 길이가 바뀌는 자연의 시간과 농경 문화가 합쳐져 생긴 절기인데, 장영실이 혼천의와 간의대를 만들어 달의 주기를 예측했고, 앙부일구(해시계), 자격루(물시계)를 만들어 자연의 시간을 측정했고 측우기를 만들어 비의 양를 측정해 농경문화에 적용했기 때문에 후손들이 추석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추석에 뜨는 보름달이 민속 신앙이자 농경 문화의 상징이었지만, 장영실에겐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적 계산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장영실의 이름은 우주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해군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10월 말을 전후해 우리 독자기술로 처음 개발한 3600톤급 중형 잠수함 ‘장영실함' 진수식을 갖는다고 밝혀, 필자는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해군은 장보고, 홍범도 등 역사 속 호국 영웅들의 이름을 잠수함 명칭으로 사용해 왔지만, 이번부터 과학자의 이름도 사용하는 것으로 지침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정신의학과 강도형 교수의 <감정시계>를 읽으면서 필자는 한국 출판계가 문학 중심의 한국 도서 해외 수출을 넘어, 한국 사회의 독특한 정서와 심리적 고민을 담은 비문학 도서도 세계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6년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 문학의 세계화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소설과 시가 아시아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잇달아 번역·출간되면서 K-문학은 국제 문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K-문학의 확장은 소설과 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는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아우르는 교양서, 곧 비문학 도서의 수출이 K-문학의 저변을 확장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그 대표적인 대상으로 떠오르는 책이 지난달 출간된 서울대 정신의학과 강도형 교수의 <감정시계>라고 생각한다. <감정시계>는 감정을 뇌의 전기적 신호나 화학물질의 결과 대신 몸 전체에 분포된 감각의 언어로 설명한 획기적인 책이다. 특히 정신 분석과 심리학적 성찰을 결합해 감정의 구조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저자는 인간의 감정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해
현대인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돼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지구 반대편 사람과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고, 수많은 소셜 네트워크가 하루에도 수십억건의 소통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스피드하고 다양한 연결이 가능한 사회 속에서 현대인은 정작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세대 간 단절된 체 자기들 세대의 리그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어느 사회나 세대 간 연결이 약해지면 위기를 맞는다. 노년층은 돌봄의 공백 속에 고립되고, 청년층은 사회적 지지망 없이 불안정한 삶을 견뎌야 한다. 더 나아가 세대 갈등은 정치적 양극화로 번지고, 복지 재정 부담을 둘러싼 갈등은 세대 전쟁으로 치닫는다. 결국 세대 단절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적 위험 요인이 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지탱해 온 힘은 늘 ‘세대 간 연결’이었다. 자식은 부모를 돌보고, 부모 세대는 다음 세대의 길을 열어줬다. 노인은 지혜로움을, 청년은 활력과 도전을 제공하며 서로의 빈 곳을 채워 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세대 간 연결은 추석이 그 시작이자 기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추석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세대 간 연결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안타깝
올해 추석연휴는 3일 개천절, 4일 토요일, 5-7일 추석연휴, 8일 추석 대체공휴일, 9일 한글날까지 이어져 총 7일간이다. 비록 10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쉬는 기업이 많고, 연차를 낸 직장인들이 많아 국민이 느끼는 추석연휴는 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이다. 역대급 황금연휴다. 명절 연휴가 길어지는 이유는 대체공휴일 때문이다. 올해 추석연휴가 7일로 된 것도 8일이 대체공휴일이어서다. 만약 대체공휴일 제도가 없었다면 올해 추석연휴는 황금연휴가 아닌 징검다리연휴였을 것이다. 대체공휴일은 지난 2014년 처음 도입됐다. 설연휴, 추석연휴, 어린이날이 주말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 첫 번째 비공휴일을 휴일로 보전하는 제도다. 이후 대체공휴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에 이어 부처님오신날, 성탄절까지 그 대상이 확대됐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3조(대체공휴일) 2항에 의하면, 대체공휴일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체공휴일은 자동 지정이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전년도 12월에 해당 연도 공휴일을 검토해 올린 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해야만 비로소 공휴일이 된다. 다시 말해, 대
1960년대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왕성한 출산의 시대였다. 이때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산업화를 일궜고 민주화를 이뤄냈으며, 지금은 어른이 됐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80세 이상 초고령층으로 진입하는 2040년대 이후, 우리 앞에 놓일 가장 큰 사회적 과제는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이다. 보험 전문가들은 2025년 3월 국민연금 개혁 이전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베이비붐 세대가 80세 이상으로 넘어가는 시기와 겹치는 2050년대 중반부터 고갈된다고 수차례 경고해 왔다. 2040년대 이후엔 수급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보험료를 낼 젊은 세대는 줄어드는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가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크지만, 그때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2004년 ‘매크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해 물가나 임금이 올라도 연금 급여는 덜 오르도록 자동 장치를 만들었다. 독일은 연금 산식에 ‘지속가능성 계수’를 집어넣어, 부양비가 나빠지면 자동으로 급여가 줄도록 했다. 스웨덴은 아예 ‘명목확정기여(NDC)’ 제도로 바꿔서, 기대수명이 늘면 개인 연금액이 자동으로 줄어들게 만들었다. 이들 나라가 공통적으로 택한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감사를 며칠 앞둔 지난 29일,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제1부속실장으로, 김남준 제1부속실장을 대변인으로 옮기는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측근 그룹인 ‘성남·경기 라인’의 핵심인 두 사람이 정부 출범 3개월여 만에 자리를 교체한 것이다. 겉으로는 조직 정비이자 역할 재조정이라지만, 속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국감 국면에서 정치적 부담을 안고도 인사를 단행한 까닭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인사는 국민의힘이 김현지 비서관의 국감 출석을 요구하고, 민주당이 거부하는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 대통령실의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은 매년 국감에 출석해 왔지만, 김 비서관은 국회 출석을 다소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총무비서관은 역대 정부에서 국감 증인 출석이 관례여서 야당은 당연히 이번에도 김 비서관을 증인석에 앉히려 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그의 의지에 따라 이를 막고 싶었을 것이다.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 수행과 일정 관리가 주된 임무인 만큼 국감 출석 전례가 드물다. 또 김 비서관을 국회에 부르려면 더불어민주당 동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의 국회 출석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따라서 이번 보직 이동이 야당의 공세를 희석시키려는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오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국가 전산망 장애 사태와 관련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국정 책임자로서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그는 국가 전산망에 이중 운영 체계가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원점부터 철저히 조사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곧바로 전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23년 대규모 전산망 장애 사태와 양상이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전 정부가 2년이 지나도록 국가 전산망 보호를 게을리한 게 아니냐고 윤석열정부를 공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전 정부 탓’이라는 말을 자동 반사처럼 쏟아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런 구태를 답습하지 않겠다고 했고, 지금까진 대체적으로 전 정부 탓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정자원 화재 사태로 결국 이 대통령도 전 정부 탓을 하고 말았다. 국민 앞에서 책임 대신 변명을 한 셈이다.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전 정부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와 사고 앞에서 “우리 잘못 아니다, 전임 잘못”이라는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다. 국민이 듣고 싶은 건 핑계가 아니라 해결책이다. 현 정부가 권력을 쥐고 있는 한, 모
우리나라에는 4만여개의 사단법인이 등록돼있다. 중앙정부 허가 법인만 7000여개, 지방자치단체 허가 법인은 3만개가 넘는다. 이들은 문화·예술, 학술·복지, 체육·환경 등 각 분야에서 공익을 내세우며 출발한 단체들이다. 그러나 이름은 ‘비영리’고, 간판은 ‘공익’을 내세우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연 공익을 위한 사단법인인지 의문이 든다. 현대는 투명성이 중요한 시대인데, 아직도 일부 사단법인은 상 장사를 하면서 공익보다 사익을 챙기고 있다. 이들 때문에 “돈만 내면 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정서가 사회적 관습이 된 지 오래다. 이들이 주는 상은 심사위원회라는 허울을 쓰지만, 실상은 비용 납부 여부가 당락을 결정한다. 정부의 감독도 문제다. 허가를 내주고 관리는 대충한다. 수만개 사단법안을 일일이 점검할 역량이 없다는 핑계다. 회계 보고는 형식적이고, 부실 운영에 대한 허가 취소는 극히 드물다. 그 결과 사단법인은 공익의 탈을 쓰고 사익을 추구하는 무풍지대가 됐다. 사단법인은 세제 혜택과 사회적 신뢰라는 공공 자산을 바탕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방치되면 피해는 국민이 떠안게 된다. 공익의 이름으로 세워진 제도가 공익을 해치는 아이러니, 이것이
불과 10년 전만 해도 ‘100세 시대’라는 화두는 언론과 정부의 단골 메뉴였다. “이제 인간은 100세를 산다” “노후 30년을 준비하라”는 구호가 넘쳐났고, 서점가엔 ‘100세 인생’이라는 제목의 책들이 쏟아졌고, 노래도 유행했다. 장수는 곧 축복이자 기회라며 호들갑을 떨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화려한 수사는 자취를 감췄다. 10년 전, 전 세계 100세 이상 인구는 45만명이었는데 지금은 100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도 2024년 기준 8737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100세 시대라는 구호가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제 장수는 놀라운 소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무거운 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장수 담론’이 퇴색한 자리를 메운 것은 냉혹한 현실이다. 세계 최악 수준의 노인 빈곤율, 갈수록 불안한 연금 재정, 치매와 돌봄 공백, 그리고 초저출산으로 인한 세대 갈등 등의 이유로 이제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과 세대 간 부담 전가의 문제로 변했다. 언론도 더 이상 ‘100세 시대’라는 구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초고령 사회’ ‘돌봄 위기’ 같은 차갑고 건조한 구호가 현실을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정부의 한반도 정책 구상이 담긴 ‘END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END 이니셔티브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즉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한반도 평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우선 남북 간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과 적대 행위의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한다”며 “앞으로 우리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의 길을 일관되게 모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는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남북 관계 발전을 추구하면서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비핵화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유엔 본부에서 열린 80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 발언이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그는 “It’s the greatest con job ever perpetrated on the world, in my opinion(내 판단엔, 기후변화는 전 세계에 가해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 외에도 연설 전반에서 ‘green energy policies’ ‘carbon footprint’ ‘green scam’ 등의 표현을 반복하며 재생에너지 전환, 기후 예측, 탄소 감축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엔과 과학자들의 경고를 “바보들의 거짓말”이라고 몰아세웠다. 트럼프는 “한 유엔 관리가 1989년에 ‘10년 안에 지구온난화로 전체 국가들이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1920년대와 1930년대에는 지구 냉각이 세상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공동 과제를 향해 던진 그의 언어는 단순한 과장이나 정치적 농담이 아니다. 이는 과학과 국제 협력, 그리고 미래 세대를 향한 노골적인 조롱이며 무책임한 도발이자 사기극이 아닐 수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회의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야당은 간사 선임을 요구했고, 위원장은 발언권을 차단했으며, 회의장은 피켓과 고성으로 뒤덮였다. 법사위원장의 “윤석열 오빠”라는 조롱 섞인 언사까지 오갔다. 정작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은 단 한 줄도 논의되지 못했다. 국회가 스스로 국민을 저버린,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치욕적 장면이었다. 이날 난투극은 법사위가 가진 과도한 정치적 중독성, 절차적 불투명성, 지도부 중심 권력 집중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는 법사위가 ‘왜 국회 디톡스의 1순위 대상이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법사위를 디톡스하라”는 요구가 단지 비판적 구호가 아닌, 시급한 개혁 과제라는 점을 법사위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디톡스란 불필요한 독소를 배출해 본래의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정치인은 ‘개인 입법 기관’이긴 하지만, 절차와 공공성의 수호자여야 한다. 회의가 파행의 장이 되고, 정치적 감정 싸움이 중심이 될 때,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서의 권위는 무너진다. 법사위가 더 이상 ‘정쟁의 무대’가 돼선 안 된다. 대한민국 국회의 고질병은 ‘정치 중독’이다. 권력 쟁탈과 당리당략에 취한 국
이재명 대통령이 제80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오전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26일까지 뉴욕에 머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 주재를 비롯해 유엔총회 기조연설, 미 상하원 의원단 접견, 뉴욕 동포 간담회, 외국 정상 미팅 등 3박5일간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 대통령이 5일 동안 국내에 없는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정부의 국정 운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 체제를 개편하기 위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법도 동시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지난18일 행정안전위 소위에서 통과시켰고, 22일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를 거쳐, 23~24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후,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할 예정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검찰청 폐지 및 중대범죄수사청(수사 담당)·공소청(기소 담당) 신설,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 기후에너지환경부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법률 공포 1년 후 시행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 8월20일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추석 전까지 꼭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던 법안으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인연은 이 대통령의 5년 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파기환송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남시장 때 친형 강제 입원 지시 관련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1심에선 무죄를 받았으나, 2심(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형이라는 정치 생명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조 대법관이 참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 위반죄는 ‘허위 사실 공표’가 명확히 입증돼야 하고, 이재명의 발언은 ‘과장·쟁점화된 해석의 여지가 있어 형사처벌 요건 충족이 어렵다”며, 2020년 7월16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로 인해 이 도지사는 정치적 사망선고에서 벗어났고, 2021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갈 수 있었다. 만약 그때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면, 당시 이 도지사는 지사직을 박탈당하고, 5년간 피선거권이 없어 국회의원 및 대통령 출마도 불가능한 정치적 미아가 된 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것이다. 당시 조 대법관은 이 도지사에게 큰 은인이었다. 이 둘의 인연은 5년 후 다시 대법원에서 21대 대통령후보와 대법원장으로 만났다. 지난 5월1일
옛날에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는 신하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임금이 잘 아는 스님을 비밀리에 불러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스님이 다녀간 뒤 한 달 후 나라 곳곳에서 독약을 먹고 죽은 사람들의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임금은 신하들을 소집해, 독약으로 죽어가는 백성들이 많으니 빨리 해독제를 만들어 백성들이 독약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해독제는 쉽게 만들 수 않았고, 백성들이 계속 죽자, 급기야 임금은 매일 신하 한 명씩 불러 독약 유포자를 잡기 위한 묘안을 보고하도록 했다. 그런데 8일째 되던 날 저녁, 임금은 한 신하와 식사 도중 갑자기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구토를 하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임금이 쓰러졌다는 소식에 신하들이 의원을 불러 임금을 살리라고 했지만, 의원은 몸 전체에 독이 펴져 죽음을 면치 못하니 장례절차를 준비하라고 했다. 신하들은 독약을 먹은 사람이 3시간 안에 다 죽었다는 점과 해독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 장례절차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임금은 다음날 신하들이 모여 자신의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는 곳에 나타났다. 그리고 8일째 되던 날 식사 도중 임금이 자리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은 백성을 위한 발명으로 조선을 과학 강국의 반열에 올린 인물이다. 자격루, 앙부일구, 측우기와 같은 그의 발명품은 국가 행정을 체계화하고 농업과 세금 제도를 공정하게 운영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600년 전 “과학은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장영실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업적은 단순히 뛰어난 발명품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과학이 지닌 본질적 의미와 우리나라 과학의 발전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업적은 세 가지 정신으로 요약된다. 첫째, 과학은 인간과 사회를 위한 도구라는 점, 둘째는 인재 발굴과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 마지막 셋째는 과학 발전은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연속적 흐름이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AI와 같은 첨단 과학기술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 기술이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 아니면 통제 불가능한 위험을 낳을지는 결국 우리가 장영실 정신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과학의 사회적 책임, 열린 인재 등용, 국가적 지원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다시금 중요해지는 이유다. 장영실 정신을 계승하고자 1969년 설립된 (사)과학선현장영실선생기념사업회(이하 장영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에 이어 공개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3대 개혁 중 검찰개혁은 정부 조직개편으로 큰 흐름을 잡았고, 언론 개혁도 방송3법과 방송통신위원회 개편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냈으니, 이제 마지막으로 사법개혁을 밀어붙여 민주당 영토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는 대법원장의 사조직이 아니며 대법원장의 정치적 신념에 사법부 전체가 볼모로 동원돼선 안 된다”며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이 조 대법원장을 향해 “내란 세력에게 번번이 면죄부를 주고 법을 이용해 죄를 빨아준 사법 세탁소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공개 사퇴를 요구하자, 이를 정 대표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추 의원 주장에 대한 질의에 “국회가 어떤 숙고와 논의를 통해서 헌법 정신과 국민의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시되는 그런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주장에
지난 12일 불금 저녁 폭우 속에도 60대 중반의 고등학교 동기 3명과 종로구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에 있는 등심을 잘하는 맛집을 다녀왔다. 우리가 맛집을 찾던 중 안내요원 띠를 두른 70대 어르신이 친절하게 안내해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과 주변 식당은 주로 젊은 청년과 외국인이 찾는 곳이다. 포장마차 골목에서 불과 100여미터 떨어진 송해거리에는 7-80대 노인이 주로 찾는 곳이다. 종로구청이 송해거리로 가야 하는데 잘못 찾아온 우리 같은 노인을 위해 포장마차 골목에 안내요원을 배치했을 것이다. 보험개발원 실장 출신으로 보험 관련 논문만 30여편 쓴 보험 박사 친구 R, 건강관리공단에서 기획, 심사 업무를 담당했던 건강 박사 친구 K, 서울시 초등학교 최연소 교감을 거쳐 10여년 동안 교장을 역임한 교육 박사 친구 Y, 그리고 필자까지 우리 4명은 주로 건강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먼저 보험개발원 출신 R이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OECD 국가 중 몇 위나 될 것 같냐”며 화두를 던졌다. 우리는 5위에서 7위 사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그럼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몇 위나 될 것 같냐”고 물었다. 아무도 쉽게
3대 특검법 개정에 대한 여야 합의 번복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격돌했으나, 정 대표가 특검법 개정안 논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것에 대해 본인의 부덕의 소치라며 당원·국민·의원들에게 11일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김 원내대표에게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김 원내대표도 “특검 기간 15일 단축 때문에 여야 합의를 깨는 게 맞느냐”고 주장하고 있어, 아직도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충돌의 불씨는 남아있다. 앞서 지난 10일 오후, 김 원내대표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내란 특검의 기한 연장을 하지 않는 대신 정부조직법 통과에 국민의힘이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 강성 의원들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정 대표는 재협상을 지시했다. 김 원내대표가 송 원내대표와 한 합의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즉시 “정청래는 공개 사과하라”고 직함도 빼고 직격탄을 날렸고, 페이스북에도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알리며 정 대표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과 특검법 개정을 맞바꾸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시가 평창 도암댐 물을 한시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강릉시는 지난 10일, 도암댐에서 강릉 남대천 방류구까지 이어진 15.6㎞의 도수관로 안에 있는 물 15만t을 하루 1만t씩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강릉시 황남규 환경과장은 “도수관로 내의 물을 1만t 방류하면 1만t의 물이 도수관로에 채워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15만t에 한정된 게 아니다”며 “수질검사에서 문제가 없으면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차, 헬기, 해군 함정까지 동원되면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물 공수 작전을 펼쳤지만, 강릉시는 유일한 식수원인 오봉저수지가 고갈 위기에 처하자, 인근 지역 주민까지 동의를 얻어 도암댐 활용 방안을 발표했다. 하루 1만t은 강릉시 21만명의 하루 평균 사용량 8만t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강릉시는 학계, 시민단체와 함께 수질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방류수의 수질을 관리하되, 수질검사에서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비상 방류를 중단하겠다고 시민들과 약속했다. 도암댐은 평창 대관령 일대의 물을 가둔 뒤 15.6㎞ 관로를 통해 강릉 남대천으로 방류해 강릉수력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