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정부는 왜 쿠팡을 적으로 만들고 있는가

외국 자본 유치와 관리가 충돌한 정책의 현장

“쿠팡이 있어 먹고사는 셀러와 운송사, 기사와 창고 인력, 그리고 소비자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지금 정부는 그 사람들은 보지 않고 여론만 붙잡고 외국 자본 하나를 본보기처럼 두들기고 있다.”

쿠팡 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KD물류 C 대표의 이 말은 오늘 한국이 외국 자본을 대하는 방식이 정책이 아니라 감정과 정치로 흘러가고 있음을 정확히 찌른다. 현장은 생존과 기회를 말하는데, 국정은 분위기만 바라본다. 이 간극이 지금의 쿠팡 논란을 키우고 있다.

몇 년 전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약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을 때, 한국 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국내에 투자해야 할 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비판이 여론을 지배했고, 일자리 유출과 국부 유출이라는 말이 손쉽게 동원됐다. 그 논리는 단순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강력했다. 해외 투자는 곧 애국의 반대말처럼 취급됐다.

그러나 시간은 그 판단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미국의 IRA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현지 생산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됐다. 공장을 짓지 않으면 보조금에서 배제되고, 시장에서 밀려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대차의 투자는 탈한국이 아니라 탈락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지금은 이 판단이 상식이 됐다.

이제 같은 질문이 쿠팡 앞에 놓여 있다. 외국으로 나가는 자본에는 그렇게 예민했던 사회가, 왜 외국에서 들어오는 자본에는 이토록 공격적인가. 나가는 돈에는 도덕을 요구하면서, 들어오는 돈에는 의심부터 들이대는 태도는 일관되지 않다. 정책은 자본의 국적이 아니라 그 자본이 만들어낸 효과로 평가돼야 한다. 그 기준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쿠팡이 한국에 투입한 누적 자금은 약 6~7조원 수준이다. 이 자금은 물류센터와 자동화 설비, 전국 배송망 구축에 집중됐다. 중요한 사실은 이 돈이 한국에서 벌어 해외로 빠져나간 자본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은 해외 투자자와 미국 자본시장에서 조달됐다.


여기에 더해 쿠팡은 향후 추가로 최대 9조원에 이르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실제 집행 규모와 시점은 유동적이지만, 한국 시장을 단기 수익 회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쿠팡은 성장 초기부터 적자 구조였고, 글로벌 자본이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했다. 그 돈이 한국의 인프라와 고용으로 전환됐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 역시 같은 흐름이었다. 해외에서 끌어온 돈을 한국 땅에 깔아놓은 구조였다. 이것은 국부 유출이 아니라 국부 유입에서 출발한 모델이다.

그 결과는 수치로 분명히 드러났다. 쿠팡의 연 매출은 40조원대를 넘었고, 월간 이용자는 3000만명을 웃돈다. 수십만명의 셀러가 쿠팡을 통해 판로를 확보했고, 다수는 소규모 자영업자다. 오프라인 유통망을 갖지 못한 영세 사업자에게 쿠팡은 사실상 유일한 전국 유통 창구였다. 이는 단순한 플랫폼 성장이 아니라 중소 상인의 생존 방식 변화다.

물류 측면에서 쿠팡이 만든 변화도 크다. 전국 200곳이 넘는 물류센터는 단순 창고가 아니라 지역 고용의 거점이 됐다. 직·간접 고용 인력은 8만명을 넘어섰고, 배송 기사와 운송사, 협력 인력까지 포함하면 그 효과는 더 넓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쿠팡 물류센터는 드물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인프라로 기능해 왔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로켓배송과 새벽 배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활리듬 자체를 바꿨고, 가격 경쟁은 실질적인 체감 물가를 낮췄다. 이는 정부가 수조원을 들여도 쉽게 만들기 어려운 효과다. 외국 자본이 들어와 한국 사회에 남긴 실물적 성과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더 직접적이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쿠팡 물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든 중소 운송사와 기사들이 적지 않다. 물론 갈등과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도와 계약, 표준의 문제지 기업 자체를 적으로 설정해 해결할 사안은 아니다. 지금은 이 구분이 의도적으로 흐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쿠팡이 구조적 문제에서 자유로운 기업이라는 뜻은 아니다. 쿠팡을 둘러싼 논란에는 감정과 정치 이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실질적 쟁점들이 존재한다. 노동, 시장, 소비자, 그리고 정책 관계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은 분명하며, 이 부분을 외면한 채 쿠팡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물류센터와 배송 현장은 속도·물량 중심 구조로 신체적 부담이 크고, 직접 고용 확대에도 계약직·위탁·용역이 혼재돼 고강도 노동과 책임 주체 논란이 이어져 왔다. 로켓배송과 무료 배송 기반의 가격·속도 경쟁은 소비자 편익을 키운 반면, 중소 셀러와 경쟁 플랫폼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플랫폼 의존 심화로 수수료·노출 정책 변화에 취약해지고, 자체상품(PB)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구조적 문제는 분명하다. 할인과 무료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 패턴은 가격 왜곡과 선택권 축소로 이어질 수 있고, 추천 알고리즘과 노출 구조의 불투명성도 지적된다.

한편 쿠팡은 국내 고용과 투자 효과에도 지배·수익구조를 이유로 정치·여론의 표적이 되기 쉬운 반면, 외국 자본을 유치하면서 운영 단계에서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은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요약하면, 쿠팡의 문제는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초고속·초대형 플랫폼의 등장 속도를 기존 제도와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 특정 기업을 정치적 상징물로 만들어 응징하는 것이 해법일 수는 없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점은 ‘위법 여부’가 아니라 ‘압박의 방식’이다. 최근 불거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수천만명의 정보가 노출됐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과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이 점에서 쿠팡 역시 예외일 수 없고, 잘못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의 강도보다 정부 대응의 범위와 방식이다. 대통령실의 긴급회의, 국세청의 대규모 특별 세무조사, 검찰의 압수수색, 국회의 다중 상임위 청문회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하나의 사건에 대한 행정·사법적 점검을 넘어선다. 마치 한 기업을 상대로 정부가 가용한 모든 수단을 순차적으로 동원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정보 보호는 기업의 기본 책무지만, 법적 책임과 사회적 낙인은 구분돼야 한다. 특정 사안을 계기로 기업 전체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그동안 축적된 반감과 정치적 요구를 한꺼번에 투사하는 방식은 정의라기보다 정치적 응징에 가깝다. 규제는 정확해야 하고, 처벌은 비례해야 하며,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지금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쿠팡의 독주가 문제라면 해법은 명확하다. 다른 플랫폼 기업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자본 유입과 산업 환경을 설계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규제와 정서의 벽이 경쟁자를 막고, 이미 들어온 외국 자본만 표적이 된다. 경쟁 없는 규제는 산업도 소비자도 보호하지 못한다.

정부는 ‘외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투자하면 결국 이렇게 취급된다는 신호를 줄 것인가, 아니면 명확한 규칙과 일관된 기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를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해야 한다. 전자를 택한다면 제 2의 쿠팡은 없다. 자본은 기억하고, 시장은 더 빠르게 떠난다.

문제는 쿠팡 이후를 설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외국 자본을 부르지도 못하고, 들어온 자본을 관리하지도 못하는 사회에서 산업은 자라지 않는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쿠팡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정책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국익이며, 피할 수 없는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와 여당은 KD물류 C 대표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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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